우리는 누구나 온갖 역경과 시련을 겪으며 살아간다. 자잘한 일상사에서도 수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다. 인간관계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갈등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신체의 기능에 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가족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맞이하기도 한다. 갑작스런 지진이나 태풍이 한 개인의 일생과 사회의 역사 전체를 앗아가기도 한다. 그 극심한 고통과 좌절을 어떻게 견디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순간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삶의 역경과 시련을 이겨낼 잠재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최근의 심리학은 그러한 힘을 ‘리질리언스resilience’라 부른다. ‘회복탄력성’으로 번역되고 있는 리질리언스는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뜻한다.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다시 튀어 오르는 능력, 불행과 역경을 이기고 다시 일어서서 더 성장하게 하는 인간 내면의 신비한 힘을 설명하는 개념이 회복탄력성이다. 그런데 회복탄력성을 누구나 똑같이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무공처럼 강하게 되튀어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유리공처럼 바닥에 떨어지는 즉시 산산조각 나는 사람도 있다. 『회복탄력성』(위즈덤하우스, 2011)의 저자인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는 회복탄력성을 “마음의 근력”에 비유한다. “몸이 힘을 발휘하려면 강한 근육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이 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마음의 근육이 견뎌낼 수 있는 무게를 훈련을 통해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구부러질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길러나가는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회복탄력성은 심리학과 교육학을 넘어 최근에는 경제학이나 안보 분야에서도 주목받을 만큼 널리 유행하고 있지만, 실은 생태학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전통적인 생태학은 생태계를 안정적이고 결정적이며 위계가 분명한 닫힌 시스템이라고 인식했지만, 현대 생태학은 생태계의 복잡성, 동적 변화, 지속적인 교란disturbance에 초점을 둔다. 즉 생태계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낭만의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는 교란에 의해 계속 망가지고 회복되며 적응해가는 열린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잠시의 집중 호우에 맥없이 초토화되곤 하는 우리 도시의 산과 강, 순간의 강풍에 형체도 없이 해체되는 우리의 자연 환경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태학자 홀링Crawford Stanley Holling은 회복탄력성을 “시스템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변화와 교란을 흡수하고 상태 변수 사이에 동일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의 정도”라고 정의한 바있다. 바꿔 말하자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자연이나 환경의 시스템은 지진, 가뭄, 홍수, 태풍, 화재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교란을 겪더라도 지속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적 회복탄력성이 마음의 근력이라면, 생태학적 회복탄력성은 자연과 도시 환경의 근육인 셈이다.
이번 호에 싣는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은 계획과 설계를 통해 재난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지향한, 큰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12년의 허리케인 샌디는 현대 도시 경제와 문화의 심장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을 강타함으로써 현대 문명이 자연의 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알려주었다. 본문에서 유영수 소장이 예리하게 진단하고 있듯이, “‘리빌드 바이 디자인’이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기상 재해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해 위협을 완벽하게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면, 그 것은 오만한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빌드 바이 디자인’은 현실적이고도 겸손한 지혜를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기상 이변이 현대 도시 문명의 통강한 근육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이 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마음의 근육이 견뎌낼 수 있는 무게를 훈련을 통해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구부러질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길러나가는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회복탄력성은 심리학과 교육학을 넘어 최근에는 경제학이나 안보 분야에서도 주목받을 만큼 널리 유행하고 있지만, 실은 생태학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전통적인 생태학은 생태계를 안정적이고 결정적이며 위계가 분명한 닫힌 시스템이라고 인식했지만, 현대 생태학은 생태계의 복잡성, 동적 변화, 지속적인 교란disturbance에 초점을 둔다. 즉 생태계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낭만의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는 교란에 의해 계속 망가지고 회복되며 적응해가는 열린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잠시의 집중 호우에 맥없이 초토화되곤 하는 우리 도시의 산과 강, 순간의 강풍에 형체도 없이 해체되는 우리의 자연 환경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태학자 홀링Crawford Stanley Holling은 회복탄력성을 “시스템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변화와 교란을 흡수하고 상태 변수 사이에 동일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의 정도”라고 정의한 바있다. 바꿔 말하자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자연이나 환경의 시스템은 지진, 가뭄, 홍수, 태풍, 화재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교란을 겪더라도 지속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적 회복탄력성이 마음의 근력이라면, 생태학적 회복탄력성은 자연과 도시 환경의 근육인 셈이다.
이번 호에 싣는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은 계획과 설계를 통해 재난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지향한, 큰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12년의 허리케인 샌디는 현대 도시 경제와 문화의 심장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을 강타함으로써 현대 문명이 자연의 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알려주었다. 본문에서 유영수 소장이 예리하게 진단하고 있듯이, “‘리빌드 바이 디자인’이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기상 재해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해 위협을 완벽하게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면, 그 것은 오만한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빌드 바이 디자인’은 현실적이고도 겸손한 지혜를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기상 이변이 현대 도시 문명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전제하고, 그로 인한 재난상황으로부터 도시의 회복 능력, 즉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점은 이 프로젝트가 동시대 조경, 도시설계, 도시계획 분야에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보다 회복탄력적인 지역을 만들기 위해 함께 작업하자Working together to build a more resilient region”라는 모토를 공유하며 설계적 지혜를 모은 여섯 팀의 당선작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도 흥미롭지만, ‘리빌드 바이 디자인’ 설계공모의 프로세스 자체가 회복탄력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4단계에 걸친 다단계 공모 과정, 학제간 전문가 집단의 협력, 공공 기관의 리서치 지원, 지역 사회의 참여, 기업 재단의 후원 등이 정교하게 결합된 공모 프로세스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욕망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교란되기 마련인 대형 프로젝트의 운명을 회복탄력적으로 지탱시켜 준다.
비평가 줄리아 처니악Julia Czerniak은 『라지 파크』(도서출판 조경, 2010)에서 성공적인 대형 공원의 조건으로 ‘가독성’과 ‘회복탄력성’을 꼽은 바 있다. 다운스뷰 파크나 프레시 킬스와 같은 2000년대 초반의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 조경의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기 시작한 회복탄력성은 이제 ‘리빌드 바이 디자인’을 통해 본격적인 설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압축적인 근대화와 경제 성장이 낳은 일상적위험이 상존하는 우리 사회―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대표적인 ‘위험사회’―의 현실은, 조경가의 전문성이 존중되지 않고 비정상적일 만큼 많은 정치적·사회적 간섭과 교란을 겪는 우리의 설계 환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는 회복탄력적 설계를 요청한다. 자연과 도시 환경의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는 설계적 지식을, 회복탄력적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적 지혜를 탐구할 시점이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헤치며 ‘리빌드 바이 디자인’을 리뷰해주신 유영수 소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빼놓을 수 없다. 봄날이 갈 무렵 합류한 조한결 기자에 이어, 조경학을 전공한 양다빈 기자가 한여름을 열며 편집부의 새 식구가 되었다. 젊은 그들의 열정과 능력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 『환경과조경』은 물론 한국 조경의 근력 또한 튼튼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