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 총감독으로 선임된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방한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는 국제 예술계와 교류하고 동시대 비평적 담론과의 심도 깊은 접점을 만들고자 지난 8월 29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오쿠이 엔위저 초청강연회를 개최했다. 본 강연은 ‘인텐스프록시미티. 근접한 것과 먼 것 사이에서 건져 올린 동시대 예술Intense Proximity. Contemporary Art between near & the far’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강연은 2008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오쿠이 엔위저가 총감독을 맡을 당시 공동큐레이터로 참여했던 김현진 관장(아르코미술관)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오쿠이 엔위저는 당대의 조건을 후기 산업사회 이후 기술의 발달과 탈식민화, 세계화로 인해 정치, 사회, 문화, 인종 간의 시공간적 거리가 소멸되어온 인접성의 세계로 정의했다. 이러한 동시대적 조건에서 만들어진 동시대 예술의 실천과 생산, 전달과 수용이 어떻게 맥락화 될 수 있는지 ‘이주자’, ‘노마드nomade(유목민)’, ‘순례자’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전개했다. 이 세 단어의 의미상 공통점은 ‘어떠한 목표와 가치를 위해 자신의 거처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오쿠이 엔위저는 이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낯선 공간에서 향유하고 계승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자신이 사는 곳을 벗어난 다른 공간, 다른 나라에서 자국의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탈영토화 한 대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강연의 핵심이었다.
결국 이주자, 노마드, 순례자의 이동이 동시대적 예술을 만들고, 국가적 이념의 제한을 벗어나 다양한 예술을 수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즉 오쿠이 엔위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관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였다. 이러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는 동시대 예술을 더욱 다양하게 만드는 이주자, 노마드, 순례자 역시 관객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고, 전시의 중점을 어디에 둘지 고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엔위저에 따르면 동시대 예술이 국가적 이념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큰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동시대 예술의 변화는 예술적 전통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상을 지향했지만 유토피아를 지향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