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부터 8월 22일까지 한국농촌계획학회(회장 이성우)가 주최한 제12회 농촌어메니티 마을설계공모전이 진행되었다. ‘농업·농촌 유산을 활용한 창조적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열린 이번 공모전은 농업·농촌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지난 4월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농업·농촌 유산에 대한 가치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러한 유산을 발굴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기회로 삼고자 공모전이 진행되었다.
공모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농업·농촌 유산의 범위는 구들장 논, 다랭이논, 돌담 밭, 염전, 둠벙, 독살, 저수지 등과 같이 농어업인이 오랜 기간 동안 형성·진화시켜 온 농어업 활동·시스템에서부터 방앗간, 저수로, 농촌 취락, 마을 숲 등 농촌의 다양한 공간 및 경관 자원 등이 포함되었다. 당선작을 선정하는 기준은 “농촌에 남아 있는 유산을 찾아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농업·농촌 유산의 발굴과 보전을 통해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농촌마을만들기의 가능성과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안을 계획에 담는 것이었다.
지난 8월 29일 당선작이 발표되었으며, 대상에는 강수진, 이은지(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과)의 ‘삼봤다’가 선정되었다. 우수작으로는 강지아, 김지헌, 민경훈(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지족, 잇다’와 이성규, 손은신, 심지수(서울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의 ‘도숙황만야춘래록편산’이 선정되었다. 특선 3작품과 입선 10작품을 포함해 총 16개의 작품이 선정되었으며, 지난 9월 25일부터 9월 29일까지 운남동 래미안갤러리에서 수상작들이 전시되었다.
대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 ‘삼봤다!’
강수진, 이은지(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과)
예로부터 삼베하면 곡성의 돌실나이와 안동삼베 등을 제일로 꼽았다. 다른 마을은 정부와 지자체, 마을의 적극적인 관심과 계획 사업으로 삼베의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는데, 정작 국내 으뜸이던 곡성의 돌실나이는 마을 주민들로부터 점점 잊히고 있다. 돌실나이가 마을의 농촌 유산으로서 중요한 존재라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관심이 적고 계획 방안의 부재와 대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그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곡성군 석곡면 죽산리를 대상지로 하여 곡성 돌실나이를 재조명하는 데 계획의 초점을 맞췄다.
마을이 가진 어메니티를 활용해 ‘잊혀진 삼 되찾기’, ‘활기찬 삶 만들기’, ‘살기 좋은 삼베마을’이라는 3가지 방향으로 마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통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삼·三·삶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휴경지를 되살려 삼베의 재료인 대마를 경작하고, 사계절 내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을 계획했다. 그리고 돌실마당, 나이마당, 돌실나이 홍보관을 통해 잊힌 삼베 길쌈풍습과 다양한 공동체 문화, 볼거리 등을 제공하는 동시에 도농 교류 및 농촌 소득과 연계한 농촌관광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우수상(농촌진흥청장상) - ‘지족, 잇다’
강지아, 김지헌, 민경훈(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만족하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남해군 심동면 지족리의 전통어업방식인 죽방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을 계단식 논으로 바꾸어 살아가는 진취적인 모습도 보인다. 물살이 빠른 지족해협에 죽방렴을 놓고 산골짜기에 계단식 논을 만들어 살아가는 지족리 사람들의 삶은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이다.
지족리는 강에서부터 시작된 단순한 구조의 어구에서 연안어업으로 발전한 500년이 넘은 유산 죽방렴을 품고, 수많은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그러나 관광마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리만큼 알려져 있지않다. 도태된 죽방렴을 알리고 천혜의 자원과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춘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지족의 활성화를 꾀했다. 또한 유산을 살리고 알리는 것을 넘어 마을 내부의 발전에 기여를 할 마을기업을 제안하고, 관광지로서 개발 가능성을 고려해 수려한 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경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우수상(한국농어촌공사사장상) - ‘도숙황만야춘래록편산稻熟黃滿野春來綠遍山’
이성규, 손은신, 심지수(서울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는 토탄층에서 5천 년 전 탄화미가 발견되어 한반도 최초의 벼 재배지로 알려져 있으며, 예부터 주요 식량 생산지로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많은 쌀을 생산하며 농업에 유리한 평야와 비옥한 땅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현리의 농촌은 몰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도숙황만야춘래록편산’은 ‘쌀’을 중심으로 잊히는 것들을 되살려 ‘농촌’으로서 마을의 경쟁력 회복을 꾀하는 데 계획의 초점을 맞추었다.
가현리의 토탄층 일대를 활용해 2011년부터 재배되지 않는 자광미를 부활시키고, 종자를 개량할 수 있는 자광미연구소를 만들어 경쟁력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대형 종합미곡처리장 등으로 인해 사라진 정미소를 되살려 마을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동시에 가현리 자체적으로 곡식을 처리해 다른 가공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한 사라진 농촌의 공동체를 되찾기 위해 두레놀이와 체험 논의 도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