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소미 ([email protected])
과거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던 선전Shenzhen(深圳)이 중국의 대표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데는 불과 35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1985년 건축된 160m의 무역센터는 당시 중국 최고의 마천루로 선전의 급속한 경제 발전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3일 만에 1층을 지어 올렸다’는 기록은 중국식 초고속 도시 성장을 신화적으로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미 빼곡해진 빌딩숲 선전에는 계속된 도시의 욕망을 좇아, 현재 118층, 600m에 달하는 국제금융센터가 건설 중이다. 여전히 도시 곳곳이 ‘공사 중’인 선전, 고속으로 ‘돌진중’인 미래형 메가 시티를 도시 문화적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도시성에 대한 비전, 전망, 문화적 가치에 대한 탐구는 2005년부터 선전-홍콩 도시/건축 비엔날레Shenzhen-Hong Kong Bi-City Biennale of Urbanism/Architecture를 통해 제안되고 있다. 올해로 10년째, 6회를 맞이하는 선전-홍콩 도시/건축 비엔날레는 ‘어바니즘’ 모토의 세계 유일한 도시ㆍ건축 비엔날레다. 건축 비엔날레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도시성과 사회와의 관계를 질문하고 그 사이에서 어떠한 소통이 가능한지를 탐색한다. 더군다나 올해 선전 비엔날레의 주제는 ‘도시 살리기Re-living the City’로,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필자가 12월에 다녀온 도시/건축 비엔날레를 통해, 경제 도시선전이 탐구하는 아시아 메가 시티의 도시 문화적 이슈와 논의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 경제 지정학에 주목한 선전의 어바니즘
비엔날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선전의 독특한 지정학적 맥락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중국 광둥성 남부, 홍콩과의 접경지에 위치한 선전은 1979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내 세계 경제사에서도 손꼽히는 도시다. 그 배경에는 홍콩과 인접한 경제자유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가 있다. 홍콩과 접경 지점에 위치한 기차역 뤄후Louhu에서는 엄청난 인파의 중국인이 홍콩에서 선전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어 급증된 두 도시 사이의 상호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선전은 그간 홍콩의 위성 도시 역할을 하며 중국의 대외 개방 창구로 성장해 왔는데, 최근 통신, IT, 벤처 산업, 금융업, 서비스업까지 급속도로 경제권이 확대되며 광둥성 3대 자유무역구 중 최고의 GDP를 기록했다. 조만간 홍콩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시되고 있으니, 선전의 고도성장은 도시에 가득한 마천루마냥 멈출 줄 모른다. 그러나 선전에 도착해 받은 첫인상은 고층 아파트가 끝없이 펼쳐진 황막한 유령 도시, 삭막한 뉴타운과 흡사해 보였다. 선전, 이 도시의 문화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이유는 그간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뤄내느라 문화적인 면에 있어서는 폐허, 일종의 불모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일 년에 수백여 개의 박람회가 열리는 중국 최고의 박람회 도시라지만 이것 또한 산업의 한 일종이라 문화적 성과로 볼 수는 없을 듯하다. 폐쇄된 밀가루 공장에서의 비엔날레 도시/건축 비엔날레는 문화적 불모지라는 선전의 오명을 마치 대도시 어바니즘을 통해 탈바꿈시키려는 듯 2년마다 국제적인 건축가들을 초청해 대규모 스케일로 진행한다. 이번 선전 비엔날레에서는 전 세계 80개 이상의 건축ㆍ도시 프로젝트가 2015년 12월 4일부터 2016년 2월 28일까지 세 달 여간 선보인다.
심소미는 독립 큐레이터이며 미술과 건축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신지도제작자’(송원아트센터, 2015), ‘모바일홈 프로젝트’(송원아트센터, 2014), ‘Hidden Dimension’(갤러리 스케이프, 2013)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갤러리 스케이프 책임큐레이터, 갤러리킹 공동디렉터,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2015년 동북아시아 도시 리서치(예술경영지원센터 후원)를 진행했으며, 2016년 난지창작스튜디오 연구자 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