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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유스
젊음의 조건
  • 환경과조경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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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제출을 며칠 앞두고 설계실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돈다. 초콜릿으로 당을 보충하고 커피를 거푸 마셔보지만 체력은 급속히 떨어진다.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데도 수치지도와 항공지도 중 어떤 것을 베이스로 할지 토론을 거듭하고, 같은 다이어그램을 수십 번도 더 바꿔본다. 미세한 선 두께 하나, 눈에 띄지도 않을 토씨 하나 바꾸고 박수를 치는 지경에 이르면 누군가의 입에서 변태(?)라는 표현이 저절로 나온다. ‘예전엔 말이야. 이 그림자를 다 연필 가루로 갈아서 만들었어. 글자 스티커를 일일이 손으로 따 붙이고 동선은 띠 테이프로 표현했지.’ 마우스로 설계를 배운 세대들에게는 한국전쟁 때 이야기로나 들릴 법한 무용담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선배들에게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이 ‘내가 왕년에’로 시작하는 모험담이었는데, 이제 내가 후배들에게 읊고 있다. 나이 들었다는 증거다. 나이 들면 지혜가 저절로 생기는 줄 알았다. 경험의 사례가 많아지는 것 외에 나이 들어서 나아지는 건 별로 없다. 무엇이 사람을 늙게 하는가.

무엇이 젊은 걸까. 시간 외에 다른 변수는 정말 없는 걸까.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는 노래 가사처럼 젊음은 그 당시엔 알지 못한다. 그저 서툴고 불안하기만 했다. 영화 ‘유스Youth’는 늙음을 보여 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젊음을 이야기한다. 유스의 주인공은 두 노인이다. 은퇴한 지휘자 프레드는 비서 역할을 하는 딸과 함께 스위스 호텔에 투숙 중이다. 건강 검진을 겸하며 휴양 중인 프레드는 영국 여왕의 특별 행사에서 그의 대표곡인 ‘심플 송’을 연주해 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거절한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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