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나 주택회사의 마케팅 화면에는 ‘푸른 녹지 속을 뛰노는 행복한 가족들의 모습’이 단골로 등장한다. 이는 행복의 보편적 아이콘으로 삶의 여유와 환경의 풍성함을 본능적으로 희구하게 한다. 한때, 공원을 우범지대로 보던 시대는 지나고 최근 일본이나 한국의 예를 보면 정성들인 조경녹지가 풍부한 마을은 범죄발생률이 떨어지고 부동산가치가 상승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풍성한 공원·녹지의 환경은 모든 지역과 계층들이 희구하는 것이나 기대만큼 주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주거환경 속의 푸르름은 주로 아파트 업체 등 민간차원의 녹지조성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상위계층의 상징으로도 인식되면서 그 밖의 계층들에게 박탈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최소의 제도적 장치가 공원, 즉 공공에 의한 정원과 녹지의 체계적 공급이며, 이는 탈개발시대에 국가가 담당해야 할 새로운 생활인프라라 할만하다. 공원은 국민건강과 정서를 증진하고 도시생태환경을 개선하며 계층과 세대를 넘어서는 사회적 완충공간의 다양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제 보편적 상식에 속한다.
‘행복’은 기본적으로 상대적인 가치인식에 의해 느껴지는 것으로 환경적 행복감도 공원녹지의 절대량보다는 상대적 차이를 줄이는 것이 우선적 과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공원현황은 이런 면에서 매우 양극화되어 있고 이에 대한 국가적 해결이 시급하다. 전국의 공원조성률 비교에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 기초자치단체 서로 간에 있어서도 재정자립도의 차이는 공원녹지율의 차이에 그대로 투영된다. 공원조성률이 가장 높은 서울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최상위 종로구(61.17㎡/인)와 최하위 동대문구(2.90㎡/인) 간의 1인당 공원면적은 무려 21배의 차이가 나며, 걸어서 갈 수 있는 생활권공원의 공급률은 종로구와 금천구가 약 11.5배의 차이를 보인다. 광역자치단체 간에도 서울과 충북은 근 4배의 차이를 보이며, 심지어 재정자립도 국내 최하위의 모 도시는 아예 조성된 공원이 전무한 곳도 있다. 여기에 조경기법의 수준 등 공원의 질적 차이를 감안한다면 주민이 느끼는 환경행복감의 격차는 더욱 증폭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관련법제에 의해 확정된 ‘공원일몰제’에 따르면 7년 후인 2020년까지 미 매입, 미 조성된 모든 공원용지(약 85% 추정)들은 도시계획에서 일괄 용도해제 되어 아파트 등 건설가용지로 바뀌게 된다. 이미 양극화되어있는 한국의 공원 환경은 이 제도의 시행으로 더욱 회복 불가능한 격차가 벌어지도록 운명 지워져 있는 것이다.
공원양극화와 공원일몰제에 의한 위기의 제도적 원인은 도시공원이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토지매입과 조성비의 예산을 부담하게 되어 있는 구조에 있다. 물론 상위 지자체의 예산지원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재정자립도 중하위권의 지자체들은 자체충당금의 여력이 없어 공원용지가 해제되는 것을 발을 구르며 지켜 볼 수밖에 없다. 도로 등 회색인프라의 조성이 거의 대부분 국가예산으로 집행되고 있는 것에 비추어, 환경복지를 위한 녹색인프라인 도시공원이 중앙정부의 예산과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은 개발시대의 잘못된 유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그동안 지방정부에만 맡겨두었던 공원행정과 예산에 대해 중앙정부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1년간 국내 조경계와 공원공무원들은 (사)한국조경학회를 중심으로 연대하여, 중요 지역거점공원을 국가가 직접 조성하는 ‘국가공원’ 제도의 도입을 위한 공원관련법의 개정을 추진하여 왔다. 이와 함께 체감되는 환경복지의 증진을 위해 더불어 추진해야 할 것은 주민의 일상에서 쉽게 느끼고,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소위 ‘생활형공원’의 증설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 조성되어 있는 주거지 인근의 공원용지들이나 보다 실현이 용이한 대체 부지를 찾아내어 일몰제 이전에 우선적으로 국가가 매입 및 조성을 지원하여 줄 필요가 있다. 구체적 절차로는 먼저, 공원서비스 소외지역을 전국적으로 파악하여 예상효과를 감안한 지원 우선순위를 설정한 다음, 이의 점진적 실현을 위한 도시공원정책 국가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전국적으로 공원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을 맞추어 나간다면 우리 국민환경복지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모든 국민이 체감하는 국민환경행복시대를 한걸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