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건축가 이관직((주)비에스디자인 건축사사무소 대표)과 최삼영((주)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두 사람의 공동 드로잉전이 지난 12월 12일부터 23일까지 카페 소소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렸다.
1985년부터 공간연구소에서 건축을 시작한 두 사람은 스승인 김수근 교수건축가가 별세했을 당시 “우리가 교수님 나이쯤 되었을 때 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보자.”며 뜻을 모았다. 이후 오랜 시간 건축 일을 하며 축적해온 생각을 다시금 정리하는 기회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건축이라는 일이 만들고 그리기를 반복하는 작업이지만 이번 전시는 업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소한 일상의 드로잉을 모았다. 때문에 전시 장소도 부담스럽지 않고 친근한 카페로 선정했다.
이관직 건축가는 펜 드로잉과 현장에서 그리는 사생(寫生) 작업을 주로 한다. 집들을 가지고 약간의 회화적인 구성을 추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집 이야기 시리즈 작업을 많이 하는데, 그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알도 로시(Aldo Rossi, 1931~1997)가 도시를 이해했던 방식이 ‘상상 속의 도시’로 번역된다고 말한다. 이를 ‘수선전도(首善全圖)’를 이용하여 표현하였는데, 끊임없이 건물이 추가되면서 확장되는 도시를 현대적인 의미로 재가공했다. 그는 “우연히 어떤 인상적인 장면을 만나 그 인상을 붙잡아 놓고 싶을 때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도시의 일상적인 건축의 그림들과 일상의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도시의 마을, 골목 외에도 낯선 장소에 갔을 때 느낀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한 드로잉도 그의 주요 작업의 하나이다.
반면 최삼영 건축가는 보다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특히 오래된 집들이 가지고 있는 맛을 잘 살려낸다. 드로잉을 일종의 휴식이라고 말하는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가 다녔던 여행지의 풍경이 담겨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매일 하는 작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다른 장소에 가서 일상을 쉼의 장소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면서 다시 건축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잃지 않도록 빠르게 그리기에 적합한 도구들을 주로 쓴다. 만년필이나 플러스펜, 연필 등 건축할 때 많이 쓰는 도구들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바로 그림을 그리곤 한다.
이관직 건축가는 “무사에게 칼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펜이 있죠. 주로 설계 작업할 때 만년필을 많이 쓰는데, 드로잉 할 때도 만년필을 쓰면서 훈련이 되었습니다.”라고 하며, 일을 할 때와 일을 하지 않을 때 드로잉 작업에 같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서로의 작업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조금 특이한 것은 최삼영 건축가가 사용하는 채색도구들이다. 그는 채색을 할 때 친자연적인 재료들을 쓰는데, 특히 브라운 계열 채색에는 커피를 이용하여 설탕을 넣어보기도 하고 넣지 않고 쓰기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