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이’를 보고나서 힘겨운 상황에 처한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성공하는 데에 방점을 둔 이야기가 아니라서 안심했다. ‘성공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고비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꿈 많은 소녀가 어떻게 한 가정의 고단한 주부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조이는 무책임하고 게으른 남편과 이혼한 후 두 아이를 맡아 키운다. 전 남편은 조이네 집 지하실에 얹혀산다. 조이의 부모도 이혼했는데 어머니는 우울증으로 온종일 텔레비전만 본다. 아버지는 애인과 헤어지고 무작정 조이네 집에 들어와 전 남편과 지하실에서 매일 다투며 지낸다. 이 집에서 제일 멀쩡한 사람은 조이를 믿고 항상 응원해주는 할머니와 5살짜리 딸이다. 다니던 회사에서 감봉당한 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물 새는 배관을 고치려고 마룻바닥을 뜯다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은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워킹맘의 고단함을 전한다. 왜 쓸데없이 꿈 따위를 강요했냐고 할머니에게 불평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조이는 우연히 깨진 와인 잔을 치우다가 손대지 않고 물기를 제거할 수 있는 걸레를 발명한다.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홈쇼핑으로 ‘대박’이 나기까지, 특허를 안정적으로 쓰기까지 파산의 위기로 매번 벼랑에 내몰린다. 하지만 제품에 투자한 아버지의 새 애인이 하필 부자였고, 무작정 찾아간 대형 홈쇼핑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는 대뜸 그녀를 밀어주기로 한다. 특허 분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워지자 머리를 손수 자르고 혈혈단신 찾아가 담판을 짓는다.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지만 다소 비현실적인 면이 있고 매력적인 조연 배우들을 병풍 역할로만 그린 점은 아쉽다. 그러나 성공 신화의 핵심이 달콤한 결과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지난한 과정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기에 볼 만한 영화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