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직전의 긴장감과 벚꽃의 화사함이 교차하는 시기에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국회라는 다소 중압적인장소가 상춘객으로 북적거리는 장면도 의외였지만, 더욱이 의원동산 자락 화합의 꽃밭에서 깽깽이풀의 꽃을 무더기로 본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팔도에서 모인 다양한 꽃들의 환대를 받으며 오른 의원동산의 상부에는 너른 평지가 펼쳐졌고 사랑재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랑재까지 이르는 시퀀스는 ‘화합의 꽃밭 → 의원동산의 경사지 계단 → 너른 마당과 사랑재’의 3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의원동산은 그 높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한강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서의 기능을 부여받았고, 사랑재 역시 전망의 잠재력이 다분하다. 사랑재 일대를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방식이야 다양하겠지만 우선 떠오른 것은 ‘돌아들어가는 맛’을 부가 하는 것이다. 화합의 꽃밭에서 의원동산으로 곧바로 오르는 동선 대신 경사를 완만하게 즐기면서 사랑재에서 먼 쪽으로 돌아 오르게 하는 방식이다. 낮은 담이나 지형, 식재로 공간을 구분지어 두세 공간으로 나눈 후 사랑재에 다다르게 하면 어떨까? 마지막에 당도한 사랑재에서는 깔끔한 마당과 한강으로의 막힘없는 뷰를 맛 볼 수 있게 하고….
한눈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화끈함보다는 발품을 팔면서 점진적으로 새로운 장면이 전개되는 방식은 우리의 오래된 공간에서 애용되던 기법임을 상기해본다. _ 정욱주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 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