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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 속으로] 로이 이마무라
SWA 그룹 소장
  • 최이규
  • 환경과조경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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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이마무라는 일본계 미국인 디자이너로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더니즘 조경의 반세기 역사를 현장에서 일궈 온 대표적인 실무 조경가다. 대규모 주거단지 및 공원 계획에서부터 오피스, 호텔, 리조트, 캠퍼스, 골프장, 마리나, 테마파크, 도시 광장, 환경 보전 계획 등 그의 프로젝트 목록은 조경가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스펙트럼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한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그가 주로작업해 온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대만, 동남아시아 각국 및 한국과 중동 등에서 다양한 차원의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지휘해왔을 정도로 세계화 시대의 조경가로서 광활한 지리적 범위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시작한 조경 실무를 올해로 50년째 하고 있다. 특히 SWA 그룹이라는 한 직장에서 40년 넘게 근속한 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누구나 열정만 있다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활발한 창조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조경 분야라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그의 디자인은 낡아지기보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과감해지고 젊어지고 새로워졌다. 오히려 오랜 경험과 경륜은 디자이너가 성숙하고 완성된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로이 이마무라는 단지 회사 내 연장자로서 조언이나 자문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제도판 위를 넘나들며 순식간에 뽑아내는 콘셉트 드로잉, 평면과 단면, 식재와 디테일 도면은 시공을 위한 청사진의 수준을 넘어 하나의 예술품이라 부를 만하다. 30년 넘게 소장principal으로서 팀과 회사를 이끌고 관리자로서 경력을 쌓았지만, 그는 오늘도 여전히 놀라운 생산력을 지닌 실무자다. 젊은 설계가의 이직률이 높고 다양한 여러 현장 경험을 갖춘 실무형 마스터 디자이너가 드물며 종종 관리자와 설계 담당자와 자문가의 역할이 분리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한다면, 로이 이마무라의 경우는 먼 나라의 꿈 같이 들리기도 한다. 전반적인 프로젝트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가장 세심한 부분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설계가는 이상적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우리에겐 한쪽에만 치우친 불구와 같은 디자인 프로세스가 어느덧 상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머리만, 눈만, 입만 갖춘 디자이너. 반면에 손발로서만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디자이너 등 우리는 스스로 그러한 편중된 역할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때로는 자처하기도 한다. 과정이 결과물을 좌우하는 것이 상식이라면 온전한 지성과 단련된 표현력을 겸비하고 그에 더해 따뜻한 가슴의 연륜까지 갖춘 조경가를 찾아보기 힘든 설계 산업의 미래는 상당히 불안하다. 이제 그와 같은 조경가를 길러내고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난 것인지 사뭇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로이 이마무라의 디자인은 매우 경제적이면서도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스스로 현장의 자연적 조건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설계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해안 습지에 맞닿은 플로리다의 호텔에서는 여유로운 정적과 수평적 평화로움이 있고, 일본 나가노의 계곡부에 위치한 리조트에서는 급격한 사면이 지극히 아름다운 인공미를 돋보이게 하는 팔레트가 되기도 한다. 상하이 외곽의 고급 주택 단지에서는 수로변에 화초가 자연스럽게 자라난 듯한 여유로운 풍경이, 대만의 전자회사 본사 사옥에서는 예리한 칼로 자른 듯한 선형의 디자인과 한 치도 어긋날 것 같지 않은 치밀한 디테일이 공중으로 떠오를 듯 경쾌하게 새겨져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통신회사 사옥의 전면부 정원에서는 명확한 기하학과 절제된 미니멀리즘이, 이전에 군 기지였던 대학 캠퍼스에서는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이 두드러진다. 그는 특정한 설계 언어나 스타일 또는 자기만의 질서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영감을 얻고 상황에 맞게 변화하는 상황주의자situationist다.

 

 

이 꼭지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뷰어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뉴욕 오피스를 이끌며 10여 차례의 해외 공모전에서 우승했고, 주요 작업을 뉴욕시립미술관 및 소호, 센트럴파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지의 갤러리에 전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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