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뭐가 떠오르는데” “영화 이야기가 재밌던데. 제목이 뭐더라? 시네마 스케이프? 암튼 그 글 때문에 못 본 영화 찾아본 적도 있어. 에디토리얼은 꼭 챙겨 읽는 편이지.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꼼꼼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독하는 편이고. … 뭐, 그 정도인 것 같은데. … 아, 30대 조경가 30명 다뤘던 특집도 기억난다. 하이라인은 최근호니까 생각나고 … 그리고 미안한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난 작품은 이미지만 봐. 텍스트에는 이상하게 눈이 안가더라고….” 조경 전문 잡지에서 영화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시 수화기를 든다. “저희가 송년호 특집으로 올 한 해 동안 잡지에 실렸던 원고 가운데 독자 여러분이 흥미롭게 보셨던 글을 다시 들여다보려는 기획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혹 기억에 남는 글이 있으신지요” “음, 글쎄요. … 혹시 예시는 없나요? … 아, 최근에 실린 것 가운데는 하이라인 특집이 생각나네요. 거기에 실린 인터뷰도 흥미로웠습니다. 예전 글은, 요즘 기억력이 영 좋지 않아서….” “아유, 아닙니다. 이 정도만 해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으며 나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컸지만, 그 곱절로 막막해졌다.
11권의 잡지를 책상 한켠에 쌓아두고 우선 목차를 일별한다. 6월호 목차를 넘기고 나니 1월호 목차가 다시 가물가물해진다. 이래서는 영 진도가 나가질 않겠다 싶었다. (조한결, 양다빈 기자의 손을 빌려) 특집과 연재별로 글 제목과 필자만 열거한 리스트를 뽑아본다. 리스트가 한결 일목요연해졌지만, 작품과 설계공모까지 포함하니 이 또한 A4 10여장 분량이다. 마지막으로 그 목록에서 필자 이름만 가나다순으로 정리해보았다. 강동진, 강연주, 고정희, 고주석, 김병채, 김상윤, 김세훈, 김승남, 김아연, 김연금, 김영민, 김용규, 김용택, 김이식, 김일현, 김정윤, 김정화, 김진오, 김현민, 김현숙, 박경의, 박선희, 박성태, 박소현, 박승진, 박윤진, 박인석, 박인수, 박정현, 박해천, 박희성, 반이정, 서영애, 송하엽, 신현돈, 안계동, 안동혁, 오경아, 오휘영, 우성백, 유승종, 유영수, 윤정원, 윤희연, 이경근, 이경훈, 이명준, 이병철, 이상민, 이수학, 이원호, 이유직, 이윤주, 이재연, 이종호, 이준규, 이준석, 임승빈, 전상인, 전진삼, 정석, 정욱주, 정종은, 조경진, 조병준, 조한, 진양교, 차태욱, 최도인, 최막중, 최신현, 최영준, 최이규, 최정민, 최혜영, 함성호, 허대영, 홍미영, 황주영. 강동진 교수부터 황주영 박사까지 총 79명이다. VIEW에 등장한 필자를 비롯해서, 본지 편집진은 포함되지 않은 명단이다 (1월호 특집 “309인에게 조경의 리얼리티를 묻다”에 도움을 준 309인과 7월호 특집 “조경가로 자라기 - 30대 조경가 30인에게 던진 다섯 가지 질문”에 참여한 30인도 미포함). 한 분씩 이름을 불러보며 그들이 쓴 글을 기억 저편에서 소환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우성백은 누구지? 아, 여름방학때 실습 나왔던 학생이구나. 실습 나왔다가 9월호 특집에 필자로도 참여했었지!’ ‘그러고보니, 강동진 교수(6월호와 10월호)와 황주영 박사(4월호와 11월호)는 특집에만 두 번씩이나 글을 써주셨네. 이리 고마울 수가….’ ‘조경 동네 거주자가 아닌 필자가 대략 25분 정도이니, 조경계 외부로 필자 층의 외연을 확대해보자는 초기의 의도는 절반의 성공인 셈이구.’ ‘신진 필자 발굴은 나름 노력한 흔적이 조금씩이나마 보이는군.’ ‘국내 작품에는 비평이 꽤 실렸는데, 해외 작품은 역시나 저조하네!’ ‘이외에, 뭐, 다른 이슈는 없었나’ 여기까지 써놓은 상태에서 송년호 특집 회의가 열렸다. 기자들이 추천한 목록을 정리하니, 아래 분량이 순식간에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