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메시지다Medium is the message.” 미디어 전문가이자 문화 비평가인 마샬 맥루한의 잘 알려진 명제다. 그는 매체를 확장된 형태의 감각기관이라고 정의 하고 매체의 특성이 메시지 전달 방식일 뿐 아니라 메시지 그 자체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매체를 수동적 도구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 본 것이다.
맥루한의 언설을 통해 나는 도시 공간에서 매체이자 메시지로 작동하는 공원에 대해 생각했다. 도시 공간을 구성하는 수많은 매체들―건물, 도로, 오픈스페이스 등― 중, 공원은 면의 형태로 일정 공간을 점유하는 규모의 매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매체에 비해 규모가 커 도시 공간에서 쉽게 읽히고 도시 표면과 맞닿아 있는 경계부가 많기 때문에 감각의 확장과 교란 가능성 또한 높다. 공원은 도시적 삶을 서비스하는 하나의 매개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비평하는 메시지로 작동할 수 있다.
공원이 도시를 비평하는 매체이자 메시지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계기중 하나는 설계공모다. 도시 공간에 공원의 대상지가 정해지면 다양한 사회적 요구 가운데 문제와 목표가 설정되고, 설계공모는 문제 설정과 해법의 논리를 경합하는 비평의 장이 된다. 라빌레트 파크 설계공모와 다운스뷰 파크 설계공모는 예측할 수 없고 규정할 수 없는 포스트모던 도시의 공간상을 인식시켰다. 뒤스부르크 노르트 파크 설계공모와 프레시킬스 파크 설계공모는 쇠퇴기로 접어든 무수한 산업 도시들, 생애주기가 다한 쇠퇴기의 도시들이 곧 대규모의 노후·유휴지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폐허가 된 기존 산업 시설과 생태적·문화적으로 취약한 토양을 지닌 도시 공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설정의 시작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설계공모가 붐을 이루면서 능동적 주체로서의 공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도시 정책과 제도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준비된 경우가 그러했다. 이를테면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설계공모의 경우 대상지가 신도시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위치 또한 비위계적 환상형 도시의 중앙부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시 개발에 있어서 공원이 도시를 조직하는 능동적 주체로서 기능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는 특수한 형태의 교란된 부지인 군부대 이적지의 다양한 쟁점과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국제현상설계공모는 앞의 두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토 개발과 도시 (재)개발이라는 판 위에 놓여있다. 일찍이 정부는 항만물류산업 환경의 변화와 관련 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항만의 생애주기가 단축될 것을 예측해, 2007년 ‘항만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했다. 쇠퇴기 항만 도시의 재활성화를 지원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토대로 부산시는 쇠퇴기의 항만물류산업 부지인 북항을 국제해양문화관광의 거점으로 변화시키는 재개발 사업을 계획했다. 그리고 도시의 공적 자원인 항만 부지를 지역사회와 시민들에게 환원하는 방안으로 친수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설계공모는 국내 대규모 유휴 항만의 재개발과 부산 구도심 활성화, 산업부지의 환원을 통한 공공 공간 확충으로 수렴되는 친수공원의 구체적인 형태와 기능을 마련하기 위한 장이 되었다.
박선희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형 공원에 나타나는 현대 공원 설계의 쟁점’으로 2011년 조경비평대상에서 가작을 수상했으며, 현재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도시와 조경에 관한 복잡하고 중요한 논의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