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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윤만걸 창조사 대표
신들의 정원, 경주 남산
  • 환경과조경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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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부숴라, 제발….’ 우리 도시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신음이다. 낡은 것을 고쳐 쓰기보다는 ‘깔끔하게, 화사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지배적 미감인 듯하다. 다행히 미술적 감성이 살아있는 극소수의 미술관과 상당수의 카페가 오히려 그것을 거스르는 낡은 미감을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저 수많은 관청과 ××센터와 전국에 깔린 혁신도시를 보라. 우리가 코딱지만 한 땅뙈기를 생태◯◯으로 만들었다고 자축하는 사이, 광대한 산야와 들판과 숲과 투수층이 사라졌다. 심지어 ‘재생’을 표방하는 사업들 또한 실제 들여다보면 과거를 뭉개버리고 새로운 시멘트와 유리 덩어리 올리는 것을 성과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건축가의 화려한 포트폴리오에도, 도시설계가의 찬란한 비전에도 때가 묻은 흔적은 없다. 조경도 마찬가지다. 역사라는 명분은 세워줘야겠기에 손톱만 한 표시는 화석처럼 남기는데,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구석에서 먼지나 먹고 있을 운명이 뻔히 보인다.


과거의 온전한 복원이야말로 가장 새로운 것이다. 물론 그것은 어렵고 골치 아프다. 비까번쩍하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노력과 수고와 과정에 비해 그 결과물은 너무도 당연하다. 시간이 만든 아름다움은 인간의 손으로 흉내 내기엔 벅차다. 그러나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고 있던 사이, 경주의 숲에서 이 무리하지만 찬란한 망치질을 묵묵히 해온 한 석공이 있다. 천 년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 어렵고도 불가능한 일을 자처한 곰 같은 사내다. 그가 만지는 재료들은 기본이 천 년이다. 대를 이어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남산, 신들의 정원을 복원하고 있는 윤만걸 명장과 그의 후계자 윤동천, 윤동훈. 이제까지 슬프고 어그러진 파편 덩이만을 과거라고, 문화재라고 알던 우리에게 그가 보여주는 남산의 감동은 먹먹하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8호(2017년 4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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