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콜이 울리고 있다. 눈을 감고 돌아눕는다. 해야 할 일 목록이 머릿속에서 차락 펼쳐지지만 일어나고 싶지 않다. 써야 하는 글과 그려야 하는 그림. 잘하고 싶은데 쉽게 풀리지 않아 걱정이네. 이제 수영장에 갈 시간인데, 그냥 오늘만 쉴까. 화분에 물을 줄 때가 되었던가. 조금만 이따가 확인해 봐도 별일 없겠지. 그러고 보니 베란다에서 꽃구경한 지도 꽤 되었네. 즐거운 일 뭐 없나?
파스타를 떠올린다. 오늘은 어떤 파스타를 만들까. 꼬불꼬불 뭉쳐 있는 페투치네나 소면처럼 가느다란 엔젤헤어를 쓰는 레시피를 찾아볼까. 레몬과 생크림이 떨어졌으니 마트에 다녀와야겠구나. 선드라이 토마토랑 안초비를 넣으면 요리가 근사해진다고 하던데. 마트 간 김에 구경하자. 오늘은 어제보다 맛있으면 좋겠다. 가장 맛있는 레시피는 기억해 뒀다가 친구들이 작업실에 놀러 오면 만들어 줘야지. 아니다. 좋아하는 파스타가 뭐냐고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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