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가 시작된다. 나는 이제 만으로 마흔 살이 된다. 대학을 가기 전까지 20년이었고, 대학 입학 후 20년이 지났다. 40여 년의 시간을 살면서 언제부턴가 나의 개인적인 삶이 사회와 역사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특별히 뛰어나거나 독특한 존재여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의 삶이 지극히 평범하고 전형적이라는 일종의 깨달음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사회와 역사에 밀어붙이는 힘보다 거대한 사회 시스템과 격동하는 역사가 나를 주조하는 힘이 지금까지 훨씬 컸다.
흥미롭게도 사회와 역사의 거대한 힘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었지만, 때때로 개인의 삶과 사회의 물결을 되돌릴 수 없이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중요한 시점들이 있던 것 같다. 이를테면 내가 태어난 1979년에는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정치적 체제 변환이 일어났으며, 고3이던 1997년에는 외환 위기로 경제 체제의 변환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박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2017년에는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이후로 사회 체제의 변환 역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체제 변환은 사건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다른 단절적 전환이었다.
이 연재는 우리 사회와 역사가 가졌던 거대한 힘과 이것이 초래한 여러 단절적 전환이 어떻게 오늘날의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이 연재는 시간적으로 지난 50여 년을, 공간적으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물리적 세계의 변화를 ‘한국의 도시화 50년’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일어난 대한민국 공간의 탄생과 변화를 비평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한국의 도시화는 일견 사회적 현상이자 역사의 기록으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은 내 부모 세대의 이야기이자 내 세대의 이야기이며 내 자식 세대의 이야기다. 따라서 내가 듣고 보고 경험한 것은 우리 사회의 편린을 넘어 우리 역사의 단면과 전형을 증언하는 중요한 도구라 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 통계나 역사적 기록물 못지않게 활용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 자료와 과학적 논증을 지향하는 일반적인 연구 저작물과는 다른, 직관적 경험과 풍부한 영감을 전달하는 자유롭고 탐색적인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 최종적으로, 이 연재를 통해 나 스스로 대학 입학 이후 오랫동안 품었던 ‘나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인가’에 대한 본질적 물음에 공간적으로 답을 내리고자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수행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