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물질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자연물과 인공물, 보이는 물질과 보이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 사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과학은 물질을 계속 파고들어 그 밑바닥까지 도달했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는 입자이자 파동이다. 즉 모든 사물은 물질이자 에너지다.
‘당신의 사물들’ 덕택에 조경을 접한 지 20년 만에 처음, 머릿속으로 내가 설계를 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됐다. 떠오르는 장면 속에는 익숙한 프리즈마 컬러 색연필과 지우개, 트레이싱지, 아내가 선물해 준 소중한 어린 왕자 볼펜도 보였지만, 장면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난 설계의 결정적 순간(inspiring moment)은 ‘집중에서 이완으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변화 과정 사이,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사이의 틈(공기)’에 있었다. 파동과 에너지 그리고 공기에 관한 이야기는 나만의 비밀이 아니라 많은 누군가의 비밀이며, 설계만의 비밀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많은 사건과 그 과정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비밀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박경탁은 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서울시립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민우건축사사무소, O3scope, SWA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설계 실무를 경험하고 2016년 동심원에 합류했다. ‘생각하기와 만들기는 분리할 수 없다(Thinking and making are inseparable)’는 철학으로 노들꿈섬, 이사부 독도 기념공원, 용산4구역 문화 공원, 인스파이어 복합카지노리조트 등의 조경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