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몬티첼로Monticello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미국 유일의 개인 주택으로, 그 주인은 미국의 국부 중 한 사람이며 3대 대통령을 지냈고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었다. 제퍼슨은 5개 언어에 유창하고, 과학, 건축, 철학 등 다방면에 능통한 천재적 인물이었으며, 버지니아 대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의 저택인 몬티첼로는 건축과 예술 못지않게 채소와 과수 정원으로 잘 알려졌다. 유용한 작물을 미국 문화에 도입하는 것보다 중요한 국가 대사는 없다고 천명할 정도로, 그는 농업에 깊은 열정을 갖고 있었고, 새로 건국된 미국에 농본주의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제퍼슨은 관상용 화훼 식물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가꾸지도 않았다. 그의 정원은 항상 채소와 과수로 이루어졌고, 백악관에서도 육식을 최소화한 신선한 채소 위주의 식단을 옹호했다. 그는 20대 초반의 변호사 시절부터 직접 정원을 가꾸었는데, ‘가든 북’이라는 기록지에는 58년간의 성공과 실패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자신을 가드닝 아마추어 혹은 학생이라 불렀다고 한다.
새롭고 유용한 작물을 도입하고 시험하는 등 그의 가드닝 모험은 모두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려는 의지의 소산이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농부들은 영국의 가드닝 형태를 모방하고 있었는데, 제퍼슨은 유럽 모방을 그치고 독자적인 작물 품종과 재배 방식을 확립하기를 원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기후의 차이였다. 유럽형 정원이 노동과 시설 집약적인데 반해, 제퍼슨은 버지니아의 온화한 기후를 이용해 더욱 많은 수확을 더 쉽게 산출해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또한 제퍼슨의 정원은 단순히 먹거리를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심성과 사회적 변화를 위한 동력이었다. 몬티첼로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나눔의 기회로 삼고 행복을 찾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는 유명한 식도락가이자 와인 애호가였으며 미국에 아이스크림과 파스타, 토마토를 처음 도입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후변화와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정원에서 식탁으로’ 형태의 운동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피터 해치는 몬티첼로의 정원과 대지에 대한 개발과 관리를 맡은 디렉터로서, 그의 리더십으로 200년 전에 잊힌 토머스 제퍼슨의 채소 정원을 거의 완벽하게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30여 종의 식용 작물을 통해 전통적 가드닝 방식과 종자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역사적 문헌에 기초한 정원 복원에 있어 선구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피터 해치가 처음 몬티첼로에서 일을 시작할 무렵의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건물 주변으로 보잘것없는 화단이 듬성듬성 놓여있을 뿐이었고, 몬티첼로는 작은 지방의 시민운동 대상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피터 해치는 토머스 제퍼슨이 이루고자 했던 가드닝의 이상과 그 역사적 중요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숲The Grove, 채소 정원Vegetable Garden, 과수원South Orchard, 파빌리온Pavilion, 포도밭Northeast and Southwest Vineyard 등을 차례로 복원하고, 역사경관협회Historic Landscape Institute, 전통식물센터Center for Historic Plants를 설립하였으며, 매년 전통 수확 축제Heritage Harvest Festival를 조직하는 등 잊혔던 몬티첼로 정원의 유산을 현재로 되살리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84년에는 미국조경가협회ASLA 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저작으로는 『Thomas Jefferson’s Monticello』, 『The Fruits and Fruit Trees of Monticello』, 『Thomas Jefferson’s Flower Garden at Monticello』, 『The Gardens of Thomas Jefferson’s Monticello』, 『Thomas Jefferson’s Garden Book』, 그리고 근작으로 『The Rich Spot of Earth: Thomas Jefferson’s Revolutionary Garden at Monticello』(2012) 등 다수가 있다.
이 꼭지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뷰어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뉴욕 오피스를 이끌며 10여 차례의 해외 공모전에서 우승했고, 주요 작업을 뉴욕시립미술관 및 소호, 센트럴파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지의 갤러리에 전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