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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조경 이론과 설계의 지형(8) - 조경+도시 : 생성과 진화의 장
  • 환경과조경 2001년 12월
몇 가지 사례와 설계 전략 우리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으로 분류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이미 건설되어 있는 부지나 오픈 스페이스에 대한 재개발,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계획, 기존의 도시 맥락을 다시 연결하고 통합하는 계획 등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형태 중심적 설계보다는 도시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하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이 주어지기 마련이다. 유토피아적 이상에 매몰된 모더니즘 도시계획과 건축의 한계를 직시하고 도시란 변화하는 곳이며 그 속의 삶 또한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확고한 질서를 통해 도시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근본적인 모순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바탕으로 대안의 좌표를 마련하고 있는 참조. Rem Koolhaas, "Tabula Rasa Revisited," in S, M, L, XL (New York: The Monacelli Press, 1995), pp.1091-1135. 렘 쿨하스의 "새로운 어바니즘"은, 건축과 조경과 어바니즘의 영역을 넘나들며 도시의 혼돈과 불확정성을 수용하는 동시에 미래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선보여 왔다. 렘 쿨하스의 도시관과 디자인 전략은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제출안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그는 형태의 구성이나 재현보다는 공간의 전략적 조직에 비중을 두고 무수히 변화될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계획했는데, 상호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될 수 있는 네 개의 전략적 층위(layer)를 통해 "사회적 도구로서의 경관" 골격을 짜고자 했던 것이다. 20세기말의 도시 건축과 조경에 큰 여파를 가져 온 라빌레뜨파크의 유연한(flexible) 계획은 예컨대 프랑스 에서 한층 더 정교하게 발전한다. 이 프로젝트는 건물을 도(figure)에, 오픈 스페이스를 지(ground)에 대응시키는 관례적인 접근 방식을 뒤바꿈으로써 건물의 계획과 배치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닌 빈 공간(void)의 가능성에 초점을 둔 것으로 유명하다. 예측 불가능한 사건의 발생과 진화를 담을 수 있는 미결정의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공간의 잠재력을 통합하고 미래의 불확실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우선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렘 쿨하스의 전략적 디자인은 최근의 토론토 우승작인 에서 절정에 달한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 졸고를 참조할 것. 배정한, "도시 공원 설계의 새로운 전략: 다운스뷰파크 국제설계경기 우승작 를 중심으로," {한국조경학회 추계 학술논문발표회 논문집}, 2001년 10월, pp.125-129. ▲ What ever happened to Urbanism?(자료:www.spaceimaging.com/attack_gallery.html) 건축, 조경, 어바니즘의 하이브리드를 실천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디자인 그룹 MVRDV는 이동성, 순간성, 일시성으로 규정되는 현대 도시를 "가벼운 어바니즘(Light Urbanism)"이라는 개념적 골격에 놓고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밀도와 관계와 흐름에 주목하는 MVRDV의 도시 프로젝트들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이념을 구체적인 언어를 통해 예증해 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Datascape과 FARMAX로 대변되는 MVRDV의 설계 전략에 대해서는 보다 넓은 지면을 통한 깊이 있는 분석이 요구된다. 다음을 참조할 것. MVRDV, FARMAX (Rotterdam: 010 Publishers, 1998) ; MVRDV, Meta City/Data Town (Rotterdam: 010 Publishers, 1999) ; www.archined.nl/mvrdv.html 현대 메트로폴리스의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인 이동성과 접근성은 도로와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에 역동적인 집합과 분산의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통 인프라스트럭처의 통합적 설계는 원활한 도시 기능 형성과 전략적 경관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즉 교통과 수송의 인프라스트럭처는 새로운 네트워크와 관계를 창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자 도시의 지배적인 경관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교통 기능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도로는 그물처럼 복잡하게 얽힌 매우 중요한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임에도 불구하고 철도 역사나 공항에 비해 디자인의 차원에서는 간과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스페인 건축가 요셉 안토니오 아세비요와 베르나르도 데 솔라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는 도로를 정주의 구성 요소로, 건축과 조경의 영역으로 복권시킨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참조. Francisco Asensio Cerver, Urbanismo 3: Road Systems(Barcelona: Axis Books, 1999), pp.11-28. 이 도로의 설계는 자동차의 최대 통과보다는 주변 교통 네트워크와의 적절한 연결을 통한 최대의 집합·분산 능력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또한 도로 설계와 인근 지역에 새로운 오픈 스페이스를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인터체인지 주변의 도시 공간을 새로운 유형의 경관 인프라스트럭처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공원과 레크리에이션 지역을 도로와 상호 결합시켜 설계함으로써 공공성과 접근성의 향상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설계의 전략적 효과를 독해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조경의 젊은 기수 아드리안 구즈가 이끄는 West8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조경의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디자인 전략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큰 스케일을 다루는 전략적 사고에 탁월한 아드리안 구즈는 주어진 부지의 도시적 문제를 정확히 해석함으로써 시간의 변화와 사건의 생성을 고려하는 디자인을 발표해 왔다. 도시 내의 공간을 다룰 경우, 구즈는 과도한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비워두기(emptiness)의 전략을 채택하곤 한다. 렘 쿨하스의 빈 공간(void) 개념을 연상시키는 구즈의 이러한 전략은, 도시인(urbanite)은 새로운 경관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장소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신념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아주 단순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건과 행위를 수용하고 생성시킬 수 있는 세심한 디자인이 도출된다. 이 연재의 다른 회를 통해 이미 소개한 바 있는 로텔담 이 그 단적인 예이다. 지하주차장 위의 그리 크지 않은 광장, 경량의 금속 패널과 목재로 바닥을 처리한 이 극장 앞 마당 위엔 돛대를 연상시키는 크레인 모양의 조명시설 4개―동전을 투입하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외에는 별다른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없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스스로 펜스나 천막을 치기도 하고 지붕을 씌우기도 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최근 일제 자동차 인피니티(Infiniti)의 상업광고 배경으로 전파를 타고 있기도 한 이 쇼우부르흐광장은 매일 매일 새로운 광장으로 다시 태어나며 하루 중에도 여러 다른 얼굴로 변신하고 있다. 이론가이자 건축가인 알렉스 월은 조경과 어바니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양상의 도시 프로젝트들에서 몇 가지 생산적인 설계 전략을 도출하고 있다. 참조. Alex Wall, "Programming the Urban Surface," pp.244-246. 두껍게 하기(thickening), 접기(folding), 새로운 재료, 프로그램 없는 이용(nonprogrammed use), 일시성(impermanence), 이동(movement) 등이 그러한 전략이다. 위에서 간략히 짚어 본 바와 같이 쇼우부르흐광장은 다층화된 표면이 만들어내는 "두껍게 하기" 전략을 통해 배수, 구조, 설비 등의 테크놀러지 문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좁은 광장의 사용 면적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램프, 다리 등의 장치를 통한 다층의 공간 형성과 그에 따른 이용자의 이동은 제한적인 공간을 두껍게 해 줄 수 있는 동시에 연속성과 생동감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접기" 전략은 표면을 자르고 싸고 접음으로써 내부와 외부 공간을 연결해 준다. 또한 다양한 레벨로 넘실거리며 겹쳐지는 디자인을 통해 용도별로 공간을 분리해 온 전통적인 방식보다 훨씬 더 유기적으로 이동의 흐름을 조절하고 결합시킬 수 있는 전략이다. 이 글에서 사례로 다루지는 않은 FOA(포린 오피스 아키텍트)의 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다음을 참조할 것. Foreign Office Architects, "Yokohama Port Terminal Competition," AA Files 29, 1995, pp.17-21. 전통적으로 도시 공간에서 선호되어 왔던 재료 외에, 고무 타이어, 목재, 경량 금속, 각종 합성 소재 등 각종 "새로운 재료"는 공원과 같은 도시 공간의 경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현실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주어진 표면을 각종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제어하기보다는 다양한 기능이 생성될 수 있도록 열어두는 전략인 "프로그램 없는 이용"은 일상적 삶의 양상에 충실한 설계 언어가 될 수 있다. 렘 쿨하스의 "빈 공간" 개념이나 아드리안 구즈의 "비워두기" 설계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불안정성과 가변성으로 대표되는 도시 공간에 "일시성"의 전략을 대입하는 방식은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이자 미래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골격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동"을 고려하는 전략은 이동성의 증가로 대변되는 현대 도시의 역동적 삶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이다. 21세기의 도시 프로젝트에서 도로와 같은 이동 인프라스트럭처를 재편하고 디자인하는 일은 가장 근본적인 과제의 하나로 부각될 전망이다. CODA: What ever happened to Urbanism? 렘 쿨하스가 던진 이 난제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마련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래성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쓸어가 버린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Rem Koolhaas, "What Ever Happened to Urbanism?" in S, M, L, XL, p.971.는 그의 은유에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What ever happened to Urbanism?" 미래를 설계하는 이 시대의 조경가에게 숙고를 요청하는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도시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다. 우리의 삶에 허락된 마지막 남은 일상의 상황이자 조건이다. 도시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경, 이것은 너무도 평범한 화두라는 이유로 조경가들이 외면해 왔던 조경의 근본적인 역할이다. 그러므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도시와 조경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고 경관의 진화적·생성적 차원을 재발견하는 이론적 과제이자 실천적 지향점이다. 경관의 장식을 향해 질주해 온 화장술적 조경의 대안적 좌표이다. 자연이라는 이름의 무언가를 살리는 구원자이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억압해 온 도덕주의적 조경의 탈출구다. 그리고 건축과 조경과 어바니즘의 경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전해 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언이다. 우리의 도시와 경관이 마치 월드와이드웹(www)처럼 복잡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진화해가듯,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이념을 실천하는 장 또한 그물처럼 뒤엉킨 다양한 영역의 네트워크를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이 글의 불완전한 마침표이다♠ Theory and Critical Practice in Contemporary Landscape Design(8): An Emerging Field of the Landscape Urbanism 배정한 Jeong-Hann Pae 단국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 강사, 조경학 박사 ※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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