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환경과 오늘
예전, 산천경치따위는 도시인에게 그리 관심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산천경치 속에서 사는 것보다도 도리어 네모반듯한 상자 속에 갇혀 사는 쪽이 훨씬 더 즐겁고 보람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인구가 증가되고 도시의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도시인들은 서서히 산천경관을 동경하게 되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혹은 문명적으로 환경을 꾸미면 꾸밀수록 그것은 도리어 인간이 살기에 불편한 공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반도시(反都市)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말하자면 본재의 자연을 회복하자는 뜻이리라. 「택리지」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산천이 탁하고 나쁘면 뛰어난 인물이 적고 심지도 깨끗하여지지 못하는 것이다. 산천과 인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눈으로 보지 않으며, 왜 산천과 뛰어난 인물이 관련되는지를 알 수가 없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땅이나, 무더운 남쪽땅이나 사막 혹은 산이 없는 평야에서도 훌륭한 인물이나 문화가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위대한 인물이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을 옛 사람들은 영산이라고 했다. 명당이나 유택이라는 말은 모두 영산과 같은 뜻이 된다. 따라서 이상적인 명당 유택은 소위 오방(五方_좌청룡, 우백호, 북악산, 남안산) 조건에 의해 선택되어진다. 이런 조건에서야 훌륭한 인물이 나고, 불로장생하며, 만가지병과 근심이 없어진다고 했다. 영산이야 말로 강하고 영원한 것이 머무는 신성한 장소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아래에서 위로 치솟는 나무는 양이요,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은 음이라 하였다. 흔히 영산주변에 폭포나 냇물이 흐르고 또 이름 모를 갖가지 날짐승과 초목이 자라고 있음도 그런 까닭이다. 그런 영산이라 하더라도 십장생에 해당하는 서미가 있지 않으면 영산이 될 자격이 없다. 시냇가에 사는 것이 강가에 사는 것보다 못하고 강가에 사는 것이 바닷가에 사는 것보다 못하다고「택리지」에서는 말한다. 이말은 물가가 인간이 주거하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환경이 된다는 것은 공통이 되며, 다만 그것이 어느 한쪽의 목적으로만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파괴, 손실되어가는 자연 생태계를 제어하고 쾌적한 경관을 조성, 보다 나은 인간 생활환경을 가꾸고 이끌어 나갈 막중한 의무가 현대조경가에게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조경이란 잡지까지 창간, 광법한 조경분야의 사회적 역할을 많은 사람들게 알릴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 키워드 _ 전통, 환경, 자연, 산천경치, 택리지, 풍수지리사
※ 페이지 _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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