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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올해의 조경인_최희숙
  • 환경과조경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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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숙 단장 ⓒ유청오

 

 

“돌이켜 보면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LH 소속 200여 명 조경인들과 함께 이뤄낸 성과이자 결실이라 의미가 크다.” 최희숙 단장은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2022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도시경관단 단장으로 부임한 최 단장은 조경설계와 시공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3기 신도시 초기 계획단계 참여위원에 조경·환경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기본설계 단계에 LMP 제도를 도입했다. 조경설계 표준품셈을 적용해 현실적인 조경설계 용역비와 공사비가 산출되도록 했다. 또한 평택 고덕 공공정원, 나주 빛가람 호수공원, 안성 아양 시그니처 가든 등을 통해 공원과 공동주택 조경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도 했다.


LMP 전문가 제도와 디자인 감리용역제 도입, 사업 초기 단계부터 조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1980년대 후반 부동산 가격 폭등, 주택난 심화 등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등에 1기 신도시가 조성됐다. 대규모 계획 도시의 필요성과 주택 시장 안정화에 대한 요구가 대두되면서 성남 판교, 화성 동탄 등에 2기 신도시가, 수도권 주택 시장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등에 3기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1기 신도시가 베드타운의 성격이 강했다면, 2기 신도시부터 녹지율을 높이고 각 생활권에 근린공원과 어린이공원을 배치하고 주요 도로변에는 완충 녹지대를 설치했다. 최희숙 단장은 3기 신도시부터는 대중의 공원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공원의 중요성이 커졌고, 도시민들은 내 집 가까이 질 좋은 공원이 있길 바란다. 이제 공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그에 따라 3기 신도시 초기 계획단계부터 조경·환경 전문가들의 참여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됐다. 지구계획수립단계(UCP)(Urban Concept Planning) 참여위원으로 조경·환경 전문가들을 포함하고, 지구계획수립단계의 개념이 설계까지 이어지도록 조경총괄계획가(LMP)(Landscape Architecture Master Planner) 제도를 도입했다.” LH는 학계·설계·시공의 조경 전문가로 구성된 3기 신도시 조경총괄계획가를 위촉했다. 최 단장은LMP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설계부터 시공 단계까지 공원 품질을 관리하고, 안전한 공원 조성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2018년, 서울시는 설계부터 시공,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설계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디자인 감리제도’를 시행했다. 디자인 감리제도는 설계 업무에만 국한된 건축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단순 공사 감리만으로 사업의 목표나 방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설계자가 직접 참여해 설계안대로 시공이 이뤄지는지 감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최 단장은 건축에만 적용되어 있던 디자인 감리제도를 조경에까지 확대했다. 동탄2 신도시 경부고속도로 직선화 사업의 상부 공간과 3기 신도시에 디자인 감리제도를 최초로 적용했다.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기에 변화를 실감할 수 없지만 설계안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디자인 감리제도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현장 여건과 지자체 의견을 반영하면서 기본 개념을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아카이브 구축과 피드백에 대한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원 준공 후의 유지·관리에 대해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5, 10년 단위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아카이브 작업 또한 중요한 과정이다.”

 

조경설계 표준품셈 적용 및 공원 유형별 단위 공사비 산정, 현실적인 조경설계 용역비를 산출하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조경설계 분야의 공정한 대가 지급 환경 조성을 위한 조경설계 표준품셈을 공 표했다. 조경설계 표준품셈은 엔지니어링 사업의 대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조경설계 표준품셈 기준으로 조경설계 용역비가 산정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조경 공종은 다른 공종에 비해 할당되는 설계와 시공 비용이 적다. 어떻게 합리적으로 비용을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조경설계 표준품셈의 개정 소식이 들려왔 다.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와 논의하니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에 조경설계 표준품셈에 대한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은 실정이었다. 필요한 자료가 잘 전달 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 생각했다. 그 첫걸음으로 조경설계 용역비를 조경설계 표준품셈 기준으로 산정했다.” 

 

최 단장은 준공 시점 때 실제로 투입되는 공사비를 기준으로 공원 유형별 단위 공사비 산정을 제안했다. “공원 유형별 단위 공사비는 오래 전부터 적용되고 있었지만, 발주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다 보니 현실적인 비용으로 측정되지 않았다. 좋은 조경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설계와 더불어 시공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은 건축 주변의 공간을 꾸미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 비용 산출에 있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를 개선하고자 준공 시점 공사비와 발 주 시점 공사비의 차이를 제시하고 적정 단위 공사비로 측정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이후 공사비가 증가되면서 설계 변경이 최소화되고 설계자의 의도가 시공까지 이어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공원이란 특수성이 반영되어 설계비가 산정되기를 바란다. 공원의 성격, 이용자의 취향 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택 고덕 공공정원 조성과 LH 가든쇼 정착,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다 

최 단장은 평택 고덕 공공정원(2022 조경대상 대통령상), 나주 빛가람 호수공원(2022 자연환경대상), 안성 아양 시그니처 가든(2023 조경대상 대통령상) 등을 통해 공원 인지도 향상을 꾀하기도 했다. 특히 평택 고덕 공공정원은 LH 주도로 지역 주민이 참여해 정원을 조성한 첫 번째 사례다. 또, ‘수원 당수지구 시민참여형 공원만들기 공모전’을 개최해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주민 참여를 통해 조성 이후에도 정원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했다. 평택 고덕 공공정원 준공 이후 주민들이 잡초를 뽑고 식물에 물을 주는 등 자발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예쁜 정원을 만들어 주기보다 주민들이 직접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관리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평택 고덕 공공정원이 전문가의 손길에 주민들의 의견이 더해진 정원이라면, 수원 당수지구 공원은 시민들이 처음부터 계획하고 조성하는 정원이다. 그러므로 계획 뿐 아니라 관리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LH가든쇼는 공공정원을 통해 지역의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는 그린 인프라 사업이다. 2018년부터 시작해 2024년 4회 차를 맞이한다. 최 단장은 LH가든쇼가 정착되는 데 앞장섰다. “LH가든쇼의 핵심은 정원 존치와 주민 참여다. 2018년 제1회 LH가든쇼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하는 가든쇼이다 보니 공모를 열어 화려한 정원을 제시한 작품 위주로 당선작을 선정했는데, 실제로 조성해보니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어려웠다. 제2회 LH가든쇼부터 주민과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참여형 공간을 만듦으로써 주민들에게 정원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었고 유지·관리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 결됐다.” 파주 운정3지구에서 제4회 LH가든쇼가 개최 될 예정이다. “가든쇼에 대한 주민과 지자체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가든쇼를 통해 주민들이 편안하게 만들고 접근할 수 있는 정원이 탄생되기를 바란다.” 

 

조경 정보 교류의 장 활성화, 조경은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 

최 단장은 공공기관조경협의회 회장으로서 관련 세미 나와 다양한 포럼을 주최했다. 올해에는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한 탄소중립녹색공간 포럼, 3기 신도시 품격 향상을 위한 명품공원 조성 포럼 등을 개최했다. “공공기관조경협의회에는 8개 공공기관이 있다. 대한민국 조경·정원 박람회를 기점으로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필요한 경우 비정기적으로 포럼 등을 연다. 각 기관마다 소속 인원, 규모, 위상에 차이가 있어 다양한 세미나, 포럼 등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세미나, 포럼은 의미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 한 발판이 된다. 포럼을 통해 몰랐던 문제를 알게 되기도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온·오프라인으로 정기적인 소통의 장을 만들어 정보 교류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 조경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청하자 ‘기다림’을 언급했다. “조경은 자연과 함께하는 일이다 보니 다른 일보다 성과가 늦게 나타난다. 성과를 바로 인정받기 힘들어 많은 이들이 이탈하는 걸 보면 안타 깝다. 현업에 몸담은 지 32년이 되어 가는데, 20년이 된 해부터 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천천히 기다리다보면 조경이 지닌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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