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냉전 경관의 변화
_ 정근식(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경관을 보존하고 해체하는 과정은 한국 경관에 대한 이해와 접근 그리고 미래 계획에 있어 중요한 자원이다. 경관은 정치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고, 역사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한국의 경우 냉전 경관이 휴전선 경계에서 땅, 바다, 강 곳곳에 상징으로 남아있다.
냉전 경관의 시작점은 한국 전쟁의 폐허다. 버려진 공간과 건물은 냉전 경관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1968년 강철 울타리와 철조망이 경계를 따라 놓이고, 1970년대 연평도에 용치가 설치되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재건촌과 통일촌의 건설, 베트남전 이후 연달은 땅굴 발견에 따른 국가 안보 강화까지, 냉전 경관은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하의 보이지 않는 것, 심리적인 측면까지도 포함한다. 즉, 냉전 경관은 통합적 개념이다.
한편 최근 냉전 경관에 대한 관광이 늘어나며 상징적 경관으로 변모하고 있고, 냉전 경관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변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평화 관광의 확대이며, 북한과 소통이 계속되면서 유해 발굴이 시작되기도 했다. 오늘날 냉전 경관은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최근 개관한 DMZ 박물관은 냉전 경관의 변화라는 의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예술에서 DMZ에 관심을 보이며 보안과 제한이라는 개념이 미적으로 재현되고 있기도하다. 이에 더해 국제적 상징성을 지닌 판문점과 2018년 문화재로 등록된 GP 포스트 등이 바뀌는 시선을 보여준다.
정리하자면, 전환기 냉전 경관의 인식 변화는 휴전, 베트남전 이후, 남북 대화라는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앞으로 냉전 경관의 인식 변화를 계속 살펴보면서 이 공간이 우리 국토의 전체 경관에 미칠 영향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정리 신명진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
_ 앙리 바바(Henri Bava, 아장스 테르 대표)
기후변화는 이론이나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경가가 총괄자로서 도시계획 전반을 이끌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이론이 있지만, 그 이론이 제시하는 것 이상으로 조경가의 작업은 도시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즉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이다.
베르사유의 경우 정원과 도시가 함께 고안된 사례다. 앙드레르 노트르(André Le Nôtre)는 이를 위해 다학제 팀을 구성해 새로운성과 궁원을 조성하고, 건축과 수공간을 조직하는 틀로 경관을 차용했다. 1859년, 나폴레옹 3세는 파리 재건축을 시작했다. 루이–쉴피스 바레(Louis-Sulpice Vare)는 볼로뉴 숲을 공공을 위한 정원으로 탈바꿈시켰고, 아돌프 알팡(Adolphe Alphand)은 파리 도시 조직을 바꾸기 위해 도시 내 프롬나드를 통해 대형 녹지를 연결했다.
이후 건축 중심의 모더니즘 도시계획이 성행했지만, 그럼에도 소셋 공원(Sausset Park)과 보르도 부두(Dock of Bordeaux) 프로젝트를 이끈 미셸 코라주(Michel Corajoud) 같은 조경가가 도시계획에 참여해 일상을 녹여냈다. 그의 업적은 오늘날 코라주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그의 제자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낭트 섬(Ile de Nantes) 프로젝트 총괄 리더인 알렉산드르 체메토프(Alexandre Chemetoff), 사클레 대학 부지(Parc Campus of Saclay) 총괄 리더 미셸 드비인(Michel Desvigne), 에코–쿼티어 플로버(Eco-quartier Flaubert) 총괄 리더 재클린 오스티(Jackquelien Osty), 나와 함께 아장스 테르(Agence Ter)를 설립한 미셸 오슬레(Michel Hössler)와 올리비에 필립(Olivier Philippe) 모두 코라주의 아이들로 도시계획을 이끌고 있다.
조경가는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landscape-led urbanism)’을 통해 우리의 행성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결국 조경가가 실천해야 할 것은 경관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볼테르가 말했 듯, “우리는 정원을 가꿔야 한다.” 정리 신명진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는 조경설계
_ 크레이그 포콕(Craig Pocock, 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나라마다 경관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물이 부족한 사막이 대부분인 요르단에서 일하며 조경에 대한 인식이 나라마다 천차만별임을 알게 됐다. 더불어 조경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인지했고, 때로는 경관과 환경을 망치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뉴욕에서 일하며 탄소 배출 이야기를 접했다. 조경가 한 명이 작업할 때 배출하는 평균 탄소량은 연간 1,100톤에 달한다. 이는 조경가가 하는 작업이 가진 생태적 가치에 대한 재논의가 절실함을 의미한다.
조경가가 사용하는 소재와 그 사용 방법 등에서 많은 탄소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설계 방식 자체에 탄소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경관을 설계하고 조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도시를 새롭게 바꿀때마다 수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부수고 다시 짓기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해 공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변화가 과연 필요한지 확인함으로써 개입을 최소화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설계 방식에 따라 경관을 관리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달라진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녹지를 사랑하지만, 녹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샌 안토니오의 하드버거 공원(Hardberger Park)을 보면, 잔디밭이 없다고 해서 공원의 활용도가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캠핑장, 놀이터, 커뮤니티 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우리에게 탄소 발생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2. 학계와 업계가 함께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3. 탄소 저감을 국제적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시킨다. 4. 설계 언어에 ‘탄소의 켜’를 추가한다. 5. 도시 재조성 속도를 낮추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경관을 만든다. 6. 경관 관리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7. 시장 경쟁을 통해 조경 분야의 탄소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 8. 탄소 배출 문제를 최우선 해결 사항으로 삼는다. 9. 자유 시장 가치를 이용해 조경 분야가 배출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인다. 10. 설계 분야에 기후변화를 다루는 어워드와 상을 제정한다. 정리 신명진, 김모아
조경으로 말하기: 공통 언어로서 조경을 위한 중간 영역의 실천
_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스튜디오 테라 대표)
개발 지향적 도시 건설 과정에서 타자인 자연을 대변해온 조경은 고유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는가. 최근 자연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건축과 도시 전문 분야뿐 아니라 예술과 대중 문화도 유행처럼 자연과 식물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조경이 다루는 풍경이 현대 디자인과 문화를 아우르는 공통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연–도시 복합 생태계의 작동 기작과 조경에 내재된 어휘와 문법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녹색을 향한 대중적 욕망은 한 장의 이미지로 소비될 것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공통의 언어가 필요하다. 약자는 강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강자의 질서와 문화에 동화되는 가운데, 약자는 그들 고유의 언어를 잊기 쉽다. 우리는 세계가 우리의 말에 귀 기울일 때까지 조경 언어 고유의 의미와 문화를 (재)생산하고 그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풍경은 자연과 인간의 중간 영역에만 존재하는 매체다. 풍경은 우리 삶을 관통하며 사유를 규정하는 모국어이자 미래 도시 분야의 공통 언어로, 새로운 세계와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메타 언어가 될 수 있다. 나는 조경 작업에 내재한 가치와 비전을 대중적 언어로 전달하는 설치 작업와 조경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조경의 핵심 가치를 시간의 기록(archiving time), 땅의 존중(respecting ground), 일상의 축복(celebrating everyday), 유산의 창조(creating heritage) 라는 네 가지 개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 개발 지향적인 도시에서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를 견인할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은 결국 대중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을 움직여야 만들 수 있고,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대중의 인식이다. 대중의 자연과 도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 조경가가 하는 일들의 가치를 보다 쉬운 대중적 언어로 번역해 소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조경의 이름으로, 조경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작은 실천으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더 큰 변화를 견인하는 동력을 만들 수 있다. 조경을 언어로 실천하는 일, 궁극적으로 대중의 마음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 글 김아연
도시공원의 가치와 미래 역할
_ 캐서린 나이젤(Catherine Nagel,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 전무이사)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City Parks Alliance)는 1990년대 쇠퇴하던 미국 도시공원을 활성화하고 재정을 정비해 공간의 활용성을 확장하고자 만든 국가 단위의 조직이다. 도시공원의 재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원을 보존 및 발전시키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올해는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탄생 200주년이다. 옴스테드가 활동한 19세기 미국 동부는 이민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사람들의 물리적, 정신적 건강을 뒷받침해줄 공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 옴스테드는 이 공공 공간을 유연하게 설계해 다양한 활용 방법을 꾀했다. 그는 ‘에메랄드 네클러스(Emerald Necklace)’라 불리는 공원 시스템을 통해 도시 인프라 차원의 녹지 체계를 구축하고, 대규모 녹지와 녹지를 잇는 녹지대 ‘파크웨이’를 만들어 미국 도시를 발전시켰다.
최근 팬데믹으로 도시공원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고, 조경가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공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도시민의 정신 건강을 책임져왔다. 도시위기 시대의 공원은 사람들에게 응급처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쓰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던 때에도 자연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 도시공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원 예산 지원이 모든 지역에 공평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원은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팬데믹은 우리가 도시를 설계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모두 공원 옹호론자가 되어야 하며, 조경가의 역할이 커지는 데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리 신명진, 김모아
시와 같은 경관, 조경가의 역할
_ 아드리안 회저(Adrian Geuze, 2022 제프리 젤리코 상 수상자, West 8 대표)
처음 조경 작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상상하며 시를 쓰듯 경관을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실현가능성을 생각하기보다 상상 속 경관과 환상을 모델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미국 찰스타운의 이끼 작업, 골프장을 식물원으로 탈바꿈시킨 휴스턴 식물원, 프랭크 게리와 함께 작업한 마이애미 해변가의 음악 학교와 주차장, 박물관 그 자체가 경관을 이루는 그랜드 이집트, 캐나다의 토착 식물의 목재로 만든 토론토 워터프런트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토론토 워터프런트는 대상지의 여건과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적극 활용한 프로젝트다. 경관의 시스템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식적 요소와 문화적 켜를 더해 시적 경관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자인은 기후변화, 토양, 수질, 생태계 자생 능력 등을 고려한 엔지니어로서의 소양을 바탕으로 시작해, 자연과 문화의 융합 그리고 유머를 통해 완성된다. 또한 조경가는 공간을 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독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남겨두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리 신명진, 김모아
‘조경가처럼 생각하기’는 어떻게 지구를 구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가
_ 김정윤(오피스박김 대표, 하버드 GSD 교수)
매해, 매 계절마다 우리가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기후의 변화는 이제 동의를 이뤄내려는 노력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을 정도로 명확해졌다. 쓰레기 매립을 줄이기 위해 열심히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고,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조경가라 부르기 위해 면허가 필요한 전문가로서 우리는, 전인류 공통의 위기인 기후변화의 심화 속도를 늦추고 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만의 방법론과 지식으로 기여해야 한다.
조경가는 인접한 다른 전문 분야와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뒤 실제 그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를 통해 훈련하며 전문성에 깊이를 더하게 된다. 미국의 지질학자이자 교육자인 피터 그로프만(Peter Groffman)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조경가는 내가 연구하는 주제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언제나 조경가와 대화하고 일하는 것은 즐겁다”라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조경가는 사회로부터 실행하기를 기대받는 전문가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조경가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사람들인가.
먼저, 조경가는 작은 정원에서부터 대륙의 스케일까지 다룰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내가 오피스박김의 프로젝트와 하버드 GSD의 설계 스튜디오를 통해 10평짜리 정원부터 시베리아 대륙의 미래까지 다루듯,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부터 한 지역과 국가, 대륙의 단·장기 공간적 미래를 계획하는 일 모두 조경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실행될 수 있고 실행되어야 한다.
둘째, 조경가는 공간을 수평적으로 다루며 동시에 수직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보통 실무에서는 1~2m 깊이의 단면만을 다루지만, 기후변화의 시대를 맞아 지하 100m, 지상 1,000m까지 우리의 수직적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경설계가 지하수, 흙, 탄소의 흐름, 공기의 질을 비롯해 바로 지금 우리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후 요소에까지 닿을 수 있다. 오피스박김의 양화한강공원 프로젝트가 여름철 범람 후 펄의 이동을 조절해 유지·관리의 수고를 덜고 호안에 새로운 생태계 형성을 유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치밀한 단면 설계 덕분이었다.
셋째, 위의 두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조경가는 과학자, 기술자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의 협업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도록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하버드 GSD 설계 스튜디오에서 보스턴의 버려진 지하철 기반 시설을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유형의 공공 장소로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은 수리엔지니어, 지질학자, 도시역사학자, 생태학자와의 연구 교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조경적 방법과 지식을 매일의 프랙티스와 연구를 통해 사회에 보여주고 공간으로 실현시킨다면, 조경가는 지구를 기후변화로부터 구원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정윤
리:바이탈라이징Re:vitalising 디자인 프랙티스
_ 질리언 월리스(Jillian Walliss, 멜버른 대학교 교수)
_ 하이켄 라만(Heike Rahmann,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 교수)
조경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문화에 뿌리를 둔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디자인이 균질화되고 정체성이 상실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월드 랜드스케이프 프론티어World Landscape Frontier』의 에디터 데미안 홈즈Damian Holmes는 올해 초 조경이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디자인 접근 방식을 하나로만 수렴시켰다는 후미아키 타카노(타카노 랜드스케이프 플래닝 대표)의 견해를 공유했다. 조경 디자인 방식은 이제 맥락과 문화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툴킷이 되었다.
어쩌면 조경가 스스로 이 상황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똑같은 교육과 정책에 따라 문화적 차이, 특히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 없는 상황에서 조경설계가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서양 양식 위주의 획일적 조경설계가 나타나고 있다.
표준화된 해결책과 툴의 적용을 장려하는 작업 방식, 특정 개념화 방법을 강조하는 현재의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러한 프레임은 작업에서 출연한 지식을 이해하는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제한하는 프로페셔널 어워드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어워드의 규정은 설계자가 특정 문화적 영향을 감소시킨 일반화된 유형 또는 규모 범주로 설계 접근 방식을 설명하도록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회의 학생설계공모전 심사를 진행하면서도 논리적인 분석 방법으로 만든 작업들이 매우 유사한 결과물을 보이고, 문화, 창의성, 개성이 결여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머스 올스(Thomas Oles)와 피비 릭워(Phoebe Lickwar)는 “조경가, 왜 그렇게 심각한가요(Why So Serious, Landscape Architect)”라는 글에서 “조경가가 버즈킬(buzz-kill) 직업이 되어 가고 있다”며 “수리하고, 다시 연결하고, 되찾고, 복원하고, 재생하고,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우리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 하지 않고 창의성과 호기심 없이 조경설계를 정해진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다시 조경 디자인 프랙티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다양성을 받아들인다. 특히 조경 직능이 덜 발달된 국가와 지역에서 중요하다. ‘국제’ 전문가를 경계하고 낯선 곳의 새로운 가치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직업과 교육에 관한 세계적 권한을 갖는 게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둘째, 학자들이 연구 기관을 벗어나 조경 작업을 이해하고 문서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업에 참여하게 한다. 현재 실무와 학계는 평행선처럼 놓여 있다. 학계가 디자인 관행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실무자와 협력해 복잡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잘 실천한다면 문화적 작업으로 이해되던 조경의 가치와 역할을 되찾고, 미래 세대의 조경가는 수동적 문제해결에 대한 비관주의에서 벗어나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다양한 방법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정리 김모아
생태도시 담양
_ 이만의(한국온실가스감축재활용협회 회장)
교외의 작은 도시인 담양군은 UN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획된 생태도시다. 현재 담양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로드맵’에 따라 담양 탄소중립 선언문과 조례 제정, 점심시간 전기 소등, 컴퓨터 절전 모드 생활화 등 생활 속 작은 실천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담양의 사례는 기후변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도시 정책에 교훈을 준다.
생태도시 담양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서 몇 가지 성공 요인과 한계점을 시사하는데, 이를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역 혁신과 시스템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 마련이 필요하다. 농촌 제도의 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만큼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식도 중요하다. 단체장의 철학과 정책 비전, 위기를 인식하고 이를 기회로 삼는 능동적인 자세에서 지역 혁신과 시스템 전환의 계기가 비롯된다. 둘째, 농촌 시스템 혁신의 핵심 요건은 사람이다. 생태도시로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주도력 있는 공무원, 정치인, 지역 지도자, 전문가와 이들 간의 거버넌스 구축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지역 혁신의 장애가 되는 요소를 도출해야 한다. 비합리적인 정치적 영향력과 이해 충돌은 지방자치제의 역기능으로 손꼽힌다. 이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획일적 계획에 의한 하향식 사업 추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하고,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상향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정책을 연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끌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조직, 시스템, 재정은 혁신에 필요한 주요 요소다. 장기적 측면에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정리 김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