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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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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리스트

[에디토리얼]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 IFLA 2022가 남긴 것
이번 달 특집 지면에서는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예술과 혁명의 도시 광주에서 열린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2022)를 기록한다. 40개국 1,500여 명의 조경가가 참여한 IFLA 2022는 기후변화와 도시 위기에 대응하는 조경가의 비전과 전략을 깊이 있게 논의하고 지혜를 모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대회는 2019년 9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개최에 발맞춰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발표한 ‘기후행동공약’의 실천적 토론장이기도 했다. IFLA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달성을 위해 전 세계 조경가의 전환적 협력과 행동을 촉구하며 “1.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의 실천, 2. 204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3. 살기 좋은 도시와 커뮤니티의 수용력과 회복력 강화, 4. 기후 정의와 사회 복지 지원, 5. 문화 지식 체계의 학습, 6. 기후 리더십 발휘” 등 여섯 가지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광주 세계조경가대회는 한국 조경계에도 변화와 혁신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경학계와 업계가 협력해 성공적으로 치러낸 이번 대회는 한국 조경계의 난맥을 교정하고 조경 직능과 학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조 강연, 논문 발표회, 라운드 테이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펼쳐진 여성 조경가와 미래 세대의 활약은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기대하게 했다. 이번 IFLA 2022의 무엇보다 큰 성과는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라는 현재와 미래의 좌표를 한국은 물론 세계 조경계에 제시했다는 점일 것이다. ‘리:퍼블릭’은 서로 연관된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리:퍼블릭의 ‘리’를 ‘어떤 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이라는 뜻의 접두사 리(re)로 생각한다면, 리:퍼블릭은 ‘공공(성)에 다시 주목하는’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다시 공공성의 경관과 조경을 지향하는’ 의제라 볼 수 있다. 둘째, 리:퍼블릭의 ‘리’를 ‘~에 대한, ~를 주제로’라는 의미의 전치사 리(re)로 여긴다면,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공공적 조경 행위라는 주제’로 해석될 수 있다. 셋째, 리퍼블릭(republic)은 군주제 반대편의 정치 체제인 공화제에 해당한다. 본래의 경관(landscape) 개념에 배태된 수평성을 떠올린다면, 군주제의 수직적 위계와 권위에 대항하는 공화제가 경관 개념과 조응하는 체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리퍼블릭의 어원인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는 ‘일, 사건, 상황, 문제’를 뜻하는 명사 ‘레스’에 ‘공적인’이라는 뜻을 지닌 여성형 형용사 ‘푸블리카’가 결합된 말로, 공적인 일(또는 문제)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곧 ‘공적인, 공공의 경관’ 그 자체이기도 하다. 대회의 주제문을 다시 옮긴다. “전 세계는 팬데믹 확산, 기술 혁명, 정치적 갈등과 같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건강, 행복, 미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사명이 조경 전문가에게 주어졌다. 국지적 지역부터 전 지구적 스케일까지 포괄하는 조경의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조경가들이 모인다. 조경의 공공 리더십을 강조하는 2022년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다음과 같은 세부 주제를 포괄한다. 조경의 전문적 성취와 학문적 성과를 되짚어보고(re:visit),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통해 지구 경관의 재구성을 실험하고(re:shape), 일상의 생활과 환경을 건강하고 활력 있게 되살리며(re:vive), 자연과의 연결을 추구한다(re:connect).”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봉건 시대의 장식적 조원 전통과 결별하고 근대 도시의 공공 환경을 구축하는 전문 직능으로 탄생했던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의 이념을 다시 소환하고 회복한다.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인류세의 지구가 마주한 기후위기, 도시의 파국, 도시 정의와 형평성, 라이프스타일과 미감의 변동 등 복합적 난제를 풀어갈 조경의 좌표다. IFLA 2022를 통해 제시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 개념을 구체화하고 실천할 과제가 한국 조경에 주어졌다. [email protected]
[풍경감각] 작은 잎사귀는 너른 평원이 되고
그냥 풀을 그린 그림,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거죠? 북 페어에서 받은 질문이다. 식물 세밀화는 풀을 그린 그림이 맞고, 그림은 보이는 것이 전부이며, 각자의 감상법이 있기 마련이므로 “보이는 그대로니 천천히 감상해보시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그는 다른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풀, 그 잎사귀 한 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은 세계가 펼쳐진다. 작은 잎사귀는 너른 평원이 되고, 그 사이를 물길 같은 잎맥이 가로지른다. 울퉁불퉁한 산맥 사이로 하얀 협곡이 구불거리거나, 평행한 녹색 이랑이 끝없이 이어진다. 식물 세밀화는 이런 풍경을 보여주는 그림이라 생각한다. 식물을 매개체로 어떤 의미나 심상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작은 식물의 세계가 작아만 보이지 않도록 캔버스의 크기를 키우고 확대 비율을 높인다. 털, 턱잎, 수술과 암술, 꽃받침, 줄기의 단면처럼 전체 모습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작은 디테일도 따로 담는다. 이 작은 풍경들이 누군가의 발걸음을 붙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KT 디지코 가든
신뢰의 바탕 모든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발주처와의 신뢰 관계다. 신뢰는 문서화된 화려한 이력에서 시작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드러나는 깊이 있는 실무 능력과 진정성 있는 자세가 그 근간을 만든다. KT 디지코 가든(KT Digico Garden) 프로젝트에는 색다른 소통 체계가 있었다. 발주처는 KT 내 브랜드 마케팅 부서였고, KT 광고를 대행하는 대홍기획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리했다. 시작은 KT 브랜드 강화를 위해 건축물 벽면을 이용하는 뮤럴(mural, 벽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콘셉트 디자인이 진행되면서 조경을 중심으로 한 외부 공간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로 바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KT 이스트East 빌딩 부지뿐만 아니라 건물 주변을 둘러싼 종로구청 소유의 가로와 남측 공공 보행 통로까지 대상지로 편입됐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가 꽤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히게 됐다. KT와 종로구청의 공통분모가 필요했다. 우리는 광화문광장 숲과 연계한 도시숲 개념을 제안했다. 커다란 공통분모가 생기자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행됐다. 발주처가 이런 프로젝트에 생소했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설계사의 역할이 중요했다. 공공 프로젝트 경험이 많고 당시 종로구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미리 예측하며 구청 담당자들과 소통해 중요한 이슈를 빠르게 해결해 나갔다. 문제는 디자인을 결정하는 데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홍기획을 통해서만 계획안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설계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따라서 전문적인 도면과 용어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 이미지 위주로 보고 자료를 준비했다. 담당자의 조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례를 바탕으로 한 설명회를 자주 가졌고, 농장 답사에 동행해 공간 콘셉트에 맞는 수목과 우리가 원하는 수형의 특징을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다. 이 과정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견고해졌고, 결과적으로 설계 의도를 프로젝트에 명확히 반영할 수 있었다. 설계 바깥의 세 가지 조건 원하는 수준의 시공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조경가는 설계 이외의 다른 것들도 알아야 한다. 좋은 콘셉트와 디자인, 충실한 설계 도서만으로 완성도 높은 공간을 만들기 쉽지 않다.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와 진행한 첫 프로젝트의 실패가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당시 최저가 입찰로 선정된 시공사는 여러 이유를 들어 디테일들을 바꾸었고, 현장 감리는 설계자의 의도보다는 공기 단축과 익숙한 방식의 시공을 선호했다. 결국 껍데기만 남고 설계자의 의도가 사라진 조잡한 공간이 완성됐다. 이 실패를 경험으로 삼아, KT 디지코 가든 프로젝트에서 좋은 시공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을 담당자에게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설득했다. 첫째, 설계자의 의도를 명확히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 감리. 둘째, 저가 입찰 방식이 아닌 시공 능력 평가를 통한 시공사 선정. 셋째, 예비비를 포함한 충분한 예산 확보. 광화문광장 사례를 들어 디자인 의도 구현을 위한 비용을 산정하고 진행 방식을 적용했다. 시공사 선정은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서울형 공공조경가와 KT 내부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했다. 기본설계 도서를 바탕으로 예산 책정을 위한 공사비를 산정했다. 이러한 전략을 설계와 함께 입체적으로 진행하고, 설계사가 주도적으로 이 방식을 제안하고 이끌었다. 건축가 렌조 피아노, 그리고 조경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콘셉트 스케치를 보면 지상층과 옥상층이 매우 흥미롭다. 지상 레벨에는 필로티로 띄운 건물 사이에 작은 언덕과 수목이 채워져 있으며, 이동을 위한 최소한의 계단실, 엘리베이터 코어, 에스컬레이터만 배치됐다. 건축물의 방이 시작되는 로비는 필로티로 띄워져 3층 높이에 위치한다. 옥상에는 지상층의 언덕 형태가 180도로 뒤집혀져, 수목을 심기 위한 식재 토심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변으로 열린 평탄한 경관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지상층을 오로지 공공을 위한 공간으로 쓰며 자연 요소로 채운 계획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로비는 지상층에 시공됐고, 포장으로 둘러싸여 분리된 두 개의 언덕은 법적 기준을 준수할 정도의 녹지로 구현됐다. 전정한 회양목, 현무암으로 포장한 산책로, 듬성듬성 놓은 경관석, 휑한 언덕 위에 설치한 등의자, 특색 없는 교목 등 전형적인 오피스 빌딩의 풍경이 연출됐다. 지나는 몇몇 사람이 간헐적으로 잠시 쉬어갈 뿐 이 장소를 즐기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렌조 피아노가 제시한 초기 아이디어를 현실 여건에 맞춰 새롭게 각색하고자 했다. 날아갈 듯 가벼운 느낌의 KT 이스트 빌딩이 숲 속 녹지 위에 떠 있는 풍경을 만들고 싶었다. 콘크리트 가장자리에 갇힌 지형을 흐르게 하고 화강석 포장면 대신 두꺼운 녹지를 덧대 너른 자연의 카펫을 만들었다. 자연으로 채워진 공공의 공간, 이것이 설계안의 기초가 됐다. 도심 속 등산 코스 인왕산과 삼각산이 도시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풍경에 감동받은 렌조 피아노는 서울은 ‘자연의 도시’라고 말했다. KT 디지코 가든은 10분 동안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산이다. 암석 사이로 축축한 이끼와 고사리가 자라고,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짙은 숲 사이로 산책하고, 언덕을 올라 전망 데크에서 도심 풍경을 즐길 수 있다. KT 디지코 가든에는 두 개의 정원과 세 개의 숲길이 있다. 그늘이 많은 북측 언덕은 음지성 식물을 중심으로 깊은 숲 속 자연을 재현해 바람정원으로 명명했다.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있는 남측 정원은 구조적 문제로 토심이 부족하고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데크 산책로를 주차장 상부까지 연결해 전망대를 설치하고 초지 언덕을 만들어 하늘정원으로 명명했다. 건물 주변을 따라 남측 공공 보행 통로에는 배롱나무 숲길을, 서측 중학천변으로는 버드나무 숲길을 조성하고 길 끝에 정자목이 될 팽나무를 심었다. 동측과 북측에는 이팝나무 숲길을 만들고, 두 길이 만나는 지점에 소사나무를 식재했다. 건물 주변의 녹음이 부족한 가로에는 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로 제작한 플랜터를 교호로 배치하고, 줄기가 많은 산딸나무를 식재해 보완했다. 숲을 조성하며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곳이 바람정원이다. KT는 가로에서 필로티 내부의 풍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와 식물을 빽빽이 심기를 원했다. 그런데 정원 산책로에서 가로변 소셜 에지(social edge)까지의 녹지 폭원이 6~7.5m 정도에 불과해 큰 수목만으로는 의도한 풍경을 연출하기 어려웠다. 지형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서로 다른 높이의 꽃산딸나무, 팥배나무, 산딸나무, 산단풍을 3m 간격으로 식재했다. 교목 사이에는 생강나무, 함박꽃나무, 덜꿩나무, 좀작살나무, 낙상홍 등을 배치했다. 또한 가로변 소셜 에지를 따라 중간 키 정도의 귀룽나무, 마가목, 자작나무, 낙상홍 등을 바깥으로 기울여 심었다. 이처럼 지형에 맞춘 세 개의 층위로 나눠 식재해 깊이가 느껴지는 숲을 만들고자 했다. 또 하나의 식재 전략으로, 식물의 가지나 잎사귀가 신체에 최대한 접촉할 수 있게 수목을 산책로 가까이에 배치했다. 도심 속 휴게 공간에서 잎사귀에 뺨을 맞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어른 키 높이의 가지가 산책로를 덮을 수 있도록 배식했다. 예를 들어 정문 북측 언덕을 오르려면 신나무의 가지를 피하기 위해 허리를 숙여야 한다. 0.6m 폭원의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산딸나무와 마가목 가지를 눈높이에서 만날 수 있다. 작은 관목과 지피초화류를 산책로 포장면을 덮도록 식재했다. 이런 의도들은 설계 도서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럽다. 그래서 방성식 시공 현장 소장과 원하는 수형의 수목을 찾으러 여러 농장을 다녔고, 그 과정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듯 원하는 느낌의 수목을 농장의 나무들과 비교하며 반복적으로 방 소장에게 설명했다. 덕분에 원하는 수형의 나무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식재 공사 때마다 현장에 방문해 일일이 수목의 위치와 방향을 결정했다. 다른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고된 일이었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숲 아래 풍경들 하부 식재 연출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 이 부분은 전적으로 김수린 팀장에게 맡겼다. 좁은 면적이지만 공간이 깊어 보일 수 있는 속임수가 필요했고, 회화 기법에서 해답을 찾았다. 사용한 식재 기법은 크게 두 가지다. 근경과 원경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방법과 그 사이에 중경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근경에는 잎의 채도가 낮고 질감이 거친 식물 관중과 모로위사초 ‘아이스댄스’를 심어 상이 오래 맺히도록 만들었다. 원경에는 잎의 채도가 높고 질감이 부드러운 긴산꼬리풀과 감동사초를 심어 대비시켰다. 그 사이에 경계를 뿌옇게 만들어주는 솔정향풀로 중경을 만들어 공간감이 한층 더 깊어지도록 했다. 남쪽의 하늘정원에는 단조롭지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경관을 연출했다. 필로티 하부 공간에는 내음성이 강하고 생육성이 강한 수국을 군식했다. 주차장 상부 전망데크 주변에는 브라키트리차 새풀을 대량으로 식재해 넓은 들판에 올라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했다. 바람정원 숲 하부에는 암석원이 있는데, 시공 경험이 많은 안기수 소장(공간시공 에이원)에게 맡겼다. 돌을 놓고 그 사에 식물을 심는 일에는 도면보다 현장의 감각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심 속 골바람으로 만든 풍경 바람정원 안에는 폭원 6m의 환기구 시설 2개소가 있다. 경관 가치가 높은 장소 앞뒤에 있어 해결책이 필요했다. 특히 최상단의 환기구는 휴게 공간과 인접하게 놓여 있어 수목으로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미디어 커튼을 제안했는데, 예산 문제로 수경 요소를 접목한 이슬 스크린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이마저 유지·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포기해야 했고, 최종적으로 윈드 웨이브를 계획하게 됐다. KT 이스트 빌딩 일대에는 고층 빌딩이 많아 골바람이 자주 부는데, 윈드 웨이브를 이룬 3,054개의 패널들이 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아름다운 물결을 만든다. 가로 7cm, 세로 12cm 크기의 알루미늄 패널 표면은 아노다이징(anodizing) 기법으로 마감했는데, 작은 바람에도 움직일 정도로 충분히 가볍다. 바람에 움직이는 패널이 듣기 좋은 청량한 소리를 만들어 청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일부 패널에는 정원에 심은 식물에 관한 정보를 레이저 가공으로 기록했다. 지금 KT 디지코 가든을 방문하면 개장 이벤트로 윈드 웨이브에 새긴 고래를 만날 수 있다. 최근 흥행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KT 스튜디오 지니가 지분을 투자해 만든 콘텐츠다. 이와 연계한 윈드 웨이브 활용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그 결과 숲 속에 사는 고래를 주제로 한 일시적 이벤트 경관을 연출할 수 있었다. 빛이 그린 수묵화 정원에 빛을 이용해 다양한 풍경을 만들었다. 공간마다 특징이 다른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남측 하늘정원이다. 전망데크 주변 초지에 40여 개의 갈대 조명을 균등하게 배치하고 프로그래밍을 통해 빛의 흐름을 연출했다. 북측의 소셜 에지와 팽나무 플랜터, 플랫폼에 놓인 돌벤치 하부에는 선형 조명을 설치해 바닥 공간을 밝혔다. 자연스럽게 어두운 숲과 대비되어 공간의 깊이감이 생겨난다. 가장 특별한 야경은 의외의 공간에서 볼 수 있다. KT 이스트 빌딩 필로티의 거대한 천장과 벽면은 숲의 배경이다. 옆면이 뚫린 직육면체 구조 때문에 낮 동안은 그늘이 져 어둡지만 밤에는 빛이 반사되어 도화지처럼 하얀 면이 된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바람정원 벽면에 그림자 정원을 만들었다. 잎 모양이 다양한 음지형 지피초화류를 심고 조명을 배치했다. 조명의 각도로 인해 커진 잎 모양의 그림자들이 겹쳐져 일러스트 같은 그림자 숲을 만든다. 필로티 천장에는 수목 가지와 투사등의 거리에 따라 그림자의 농담이 달라져 수묵화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1차 시공을 마치고 조명 연출을 확인하다 발견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광화문광장 일대 변화의 프로토타입을 꿈꾸다 조용준 인터뷰 광화문광장의 숲과 KT 디지코 가든이 멀지 않은 곳에있다. 두 장소는 어떤 관계인가. 광화문광장에서 건널목 하나를 건너면 KT 웨스트 빌딩이 나타나고 이어 대상지인 이스트 빌딩이 나온다. 광화문광장의 의의는 광장 주변을 함께 바라볼 때 발견된다. 광장이 변하면 그 일대도 함께 변한다. 클라이언트인 KT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당시 개발 중이던 이스트 빌딩을 광화문광장 개장에 맞추어 함께 열고 싶어 했다. 마침 광화문광장을 만들며 주변 일대의 기본 구상도 진행한 상태라, KT 디지코 가든이 광장 일대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프로토타입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KT 디지코 가든은 본래 KT 브랜드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발주처도 ‘공공의 숲’이라는 개념이 홍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동의했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을 KT 디지코 가든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했나. 시작은 잭과 콩나무를 콘셉트로 한 뮤럴(mural, 벽화) 프로젝트였는데, 벽화 주변의 조경에 대해 논의하며 점차 조경 중심의 프로젝트로 바뀌게 되었다고 들었다. 단순히 보게 하는 공간보다 체험하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더 크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득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비롯해 오픈스페이스를 통해 브랜드를 강화한 프로젝트 사례를 많이 보여주었다. 또 광화문광장을 방문한 사람이 결국 식당을 찾아 빌딩가를 찾을 것이고, 숲이 매력적인 빌딩에 더 오래 시선을 둘 것이고, 밥을 먹은 사람이 숲을 거닐며 자연스럽게 KT에 대해 알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요소도 넣었다. 대상지 모퉁이에 커다란 팽나무가 있는데, KT가 지분을 투자한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한 장면에서 따와 심은 것이다. 정자목을 넘어 팽나무가 KT의 콘텐츠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대상지 내 윈드 웨이브에도 우영우를 상징하는 또 다른 요소인 고래 이미지를 삽입해 홍보 효과를 꾀했다.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주변을 거닐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매력적인 숲이 필요했다. 우선 나무를 밀식해 도심에서 만나기 어려운 빽빽한 숲의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지나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주변을 걸을 때 어디에서나 녹지를 발견할 수 있게 했다. 대상지 북쪽에 지하철역 입구가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을 빠져나올 때부터 숲으로 들어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양 옆에 넉넉한 녹지를 조성했다. KT 이스트 빌딩 입구의 양쪽이 유리로 되어 있어 이곳에 근무하는 이들은 숲으로 출근해 숲에서 퇴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렌조 피아노가 그린 녹지의 선형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가. 기존 설계안에서 수용한 부분과 수용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과거 대상지는 언덕이 없는 평평한 관아 터였으므로, 과거의 지형에서 비롯된 선형은 아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렌조 피아노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내사산으로 둘러싸여 그 지형에 의해 만들어진 서울이라는 도시에 큰 감명을 받았다더라. 그 결과 KT 이스트 빌딩 하부의 거대한 언덕을 계획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언덕이라는 콘셉트가 굉장히 좋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으나 필로티 하부에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아마 계획 초기에 개입할 수 있었더라면 건물 바깥으로 언덕을 둘러 숲으로 만들고, 필로티 하부를 숲에 둘러싸인 오픈스페이스로 조성해 식물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했을 것이다. 우선 법적 기준에 맞춰 콘셉트 위주의 도면을 다듬었다. 렌조 피아노의 안에 따르면 지상층 전체가 숲과 같은 언덕으로 덮여 있고 가장자리가 자연스러운 녹지로 마무리되지만, 실제 부지는 콘크리트 포장 도로로 둘러싸여 있다. 최대한 원 계획과 가까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일부 가장자리를 허물어뜨리고 언덕이 이를 넘어오게 해 더 많은 자연을 만들고자 했다. 이미 완성된 외부 녹지 공간을 부수고 다시 대규모 언덕을 조성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정해진 공사비 안에서 공간을 바꿔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구조를 바꿀 경우, 언덕 조성과 수목에 예산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구조는 최대한 그대로 유지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 언덕이 지하 공간 위에 만들어진다는 점이었다. 지하 공간 위의 녹지에 나무를 더 심을 경우 하중이 늘어나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토양을 적당히 걷어낸 뒤 식재를 진행했다. 정원 대신 숲, 산책 대신 등산이라는 단어와 콘셉트를 사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렌조 피아노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형태적으로 차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내사산에 둘러싸인 풍경에 감동받아 언덕을 계획했으니, 이곳에서 작은 산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평지를 걷다가 오르막을 오르기도 하고 높은 곳에 다다르면 전망을 즐길 수도 있는 등산 코스를 떠올렸다. 대상지에 처음 방문했을 때, 점심을 먹고 난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건너편 커피숍에 앉아 수다를 떠는 게 휴식 활동의 전부였다. 단순히 쉬어가는 정원보다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보였다. 공간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언덕, 식물,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용해 높이를 만들었다. 어떤 원칙을 기준으로 삼았나. 대상지가 북측에 있는 데다 필로티 하부라 어두워 식물 생육이 어려운 조건이었다. 게다가 차량이 진입하는 곳의 경우 구조가 약해 상부에 나무를 많이 심어 숲과 같은 공간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곳에 빽빽한 숲을 만드는 대신 올라서면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어 임팩트를 주고자 했다. 폭원이 7m밖에 되지 않는 녹지에는 나무가 최대한 길과 밀착되도록 심고, 사이사이에 관목을 배치했다. 더욱 두꺼운 숲을 만들기 위해 키 큰 수목과 작은 수목을 다채롭게 심고, 되도록 줄기가 많은 수목을 사용했다. 이곳을 거닐다보면 잎사귀나 나뭇가지에 뺨을 맞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만큼 길 가까이에 나무를 심었다. 도시민들은 의도적으로 나무에 몸을 부딪치지 않는 이상 잎사귀와 나무를 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없다. 하지만 KT 디지코 가든에서는 길을 오르려면 나뭇가지를 피해 고개를 숙여야 하고 수시로 온몸에 잎사귀가 닿는다. 대상지 가까이에 흐르는 중학천은 큰 기회 요소가 되었다. 이 작은 천이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실개천의 역할을 해준다. 천변을 따라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상위 계획에 따라 중학천이 복원되면 이 녹지가 도시 차원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소재로 콘크리트와 돌을 사용한 이유는? 렌조 피아노는 가볍고 건물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투명성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난간 등 여러 시설물을 얇게 만들고 멀리서 보면 가는 선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콘크리트는 렌조 피아노가 선호하는 소재고, 건물과 잘 어울려 많이 사용했다. 콘크리트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돌을 사용했다. 지면과 돌이 만나는 부분을 안쪽으로 들어가게 해 그늘에 숨긴 뒤 선형 조명을 설치했는데, 이렇게 하면 돌로 만든 시설물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돌의 무거운 느낌을 덜어낼 수 있다. 간혹 긴 선형의 홈이 파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더글라스 정원에도 사용했던 나만의 디자인 시그니처로 수평성과 깊이를 강조하는 디테일이다. 소셜 에지는 본래 콘크리트 앉음벽만 있던 공간인데, 바로 뒤에 경사가 진 화단이 있어 비가 내리면 흙과 자갈이 계속 흘러내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 불편을 덜어내기 위해 화강석을 둥근 형태로 덧대 화단과 앉는 공간 사이에 자연스러운 턱이 생기게 했다. 본래는 하나의 조각을 길게 만들어 최대한 이음매를 적게 만들 계획이었으나, 도면과 실제 현장의 여건이 달라 시공을 진행하며 미리 제작한 조각을 잘라가며 이어 붙여야 했던 점이 조금 아쉽다. 주변 길과의 관계를 고려해 설계한 부분이 있다면? 도면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실제 대상지인데, 선 안쪽만 설계할 경우 숲과 같은 공간을 만들기 어려웠다. KT와 종로구청의 협의를 통해 종로구 부지 일부도 함께 손을 볼 수 있었다. 일종의 기부채납을 한 셈이다. 부지를 두른 네 개의 길을 각기 다른 테마의 산책로로 만들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는 작은 부지에 너무 많은 요소가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작은 공간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중학천변에는 천변 식물을 모티브로 삼아 숲을 만들고, 광화문광장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삼봉로 모퉁이에는 커다란 팽나무를 심었다. 북쪽 길에는 이팝나무 플랜터를 놓아 숲길을 만들었다. 남쪽의 경우, KT가 독특한 수목을 심기를 원했던 길이다. 본래 요구했던 수목은 동백나무였으나 서울에서 생육이 어렵기 때문에 동백 못지않게 화려한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를 심었다. 내년 여름이면 이 부근이 분홍빛으로 물들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 자료에서 ‘조경과 기술을 결합한 문화 공간’, ‘인식의 변화 X세대, 인식의 확산 MZ세대’ 등 고객 경험개선 전략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현재 조경과 기술의 접목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MZ세대가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이 조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견이 궁금하다.1 조경과 기술의 결합은 아직 풀기 어려운 문제다. 디지코(Digico)는 디지털과 텔레콤의 합성어로 KT가 통신 회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단어다. KT 디지코 가든에도 그 의미를 담고자 기술을 접목한 공간을 조성하려 노력했다. 천으로 된 미디어 스크린을 계획하기도 했다. 스크린이 자유롭게 여닫히고 안쪽에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두어 가상과 진짜 자연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기술력의 문제로 실현할 수 없었다.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식물 유지·관리 계획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KT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MZ세대는 핫플레이스를 많이 찾아다니는 세대다. SNS에 그들이 올리는 콘텐츠 자체가 홍보 효과를 내기 때문에 외부 공간이 어떤 색다른 경험을 주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KT를 비롯해 많은 클라이언트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다. 김수린 작업 초기 워크숍 회의 중, KT의 통신 기술을 조경 공간에 도입하면 어떨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외국 사례도 찾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검토도 해봤지만 실현하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기술력이 부족하다. 둘째, 조경과 기술을 결합했을 때 효과가 부족하다. 결국 조경은 식물과 더불어 휴식하는 공간을 만드는 행위다. 휴식 공간에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필요하긴 한 걸까? 우리는 수많은 기술과 정보로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다. 출근할 때도, 일할 때도, 쉴 때도, 잠들기 직전까지도 너무 많은 정보를 읽고 흡수한다. 우리 세대는 어쩌면 너무 많은 정보에 질려버린 세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조경 공간에도 기술이 도입된다면, ‘알아서 잘’ 해주는 기술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 알고 싶지 않다. 기술이 정보를 알아서 잘 해석하고 반영해 우리 세대를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지현 IoT를 공간 구성 요소로 더하면 사용자에게 감각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사용하려 한다면, 자신의 의도를 담은 공간이 시설물과 기술의 접목에 국한되어 보이지 않게 하는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더불어 적절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을 알아야 하고, 기술 제공자에게 기획 의도를 설명해 실현까지 이어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설계자는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현상과 이치를 끊임없이 배워가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오혜지 어떤 부분에 집중을 하느냐의 차이라 생각한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 거라면 스마트 패널 정도에서 멈추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불편함과 식물의 유지·관리 부분을 다루고 싶다면 기술력 향상이 필요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넘어가며 활동의 제한이 풀린 최근, 시각적이고 동적인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강한 MZ세대의 경험과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숲이 인공지반 위에 만들어진 데다 필로티 하부에 놓여 식물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유지·관리 계획을 어떻게 세웠나. 결국 환경에 맞는 식생을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식물이 죽는다. 최대한 식물 생육이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유지·관리의 문제는 결국 돈의 문제이기도 하다. 식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인력과 시스템이 있다면 처음과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식물 유지·관리에 대한 KT의 의지가 강해서 다양한 수목을 밀식할 수 있었다. 디지코 가든뿐만 아니라 기부채납한 부지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각주 1.KT 디지코 가든 프로젝트를 함께한 김수린, 이지현, 오혜지에게공통 질문을 던져 이메일로 답을 받았다. 글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설계 총괄 및 감리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설계 CA조경기술사사무소(김수린, 이지현, 오혜지) 시공 조경디자인 이레, 공간시공 에이원 발주 KT, 대홍기획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3길 33 면적 5,620㎡ 완공 2022. 8. 사진 안상순 2004년 설립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는 작은 공간의 설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 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www.cadesign.co.kr 조용준은 작은 공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 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www.cadesign.co.kr 김수린, 이지현, 오혜지는 CA조경기술사사무소의 일원이다. 김수린 팀장을 주축으로 이지현 대리와 오혜지 사원은 KT 디지코 가든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이하 IFLA 2022)가 개최됐다. 1992년 서울, 무주, 경주에서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가 열린 지 30년 만에 전 세계의 조경가가 다시 한국에 모였다. 예상치 못하게 우리를 덮친 팬데믹은 일상을 바꾸어놓았고,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이외에도 인구 감소, 도시 쇠퇴와 재생, 도시 정의와 형평성 같은 복잡한 난제는 산업화로 훼손된 도시를 복구하고 시민 위생을 향상시켰던 조경 본래의 역할을 떠올리게 했다. IFLA 2022는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라는 주제로 ‘다시, 조경의 공공성’을 소환했다. 기조 강연, 스페셜 세션, 논문과 포스터 발표,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세계 조경의 흐름과 글로벌 의제를 공유했다. IFLA 학생설계공모전과 학생샤레트는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음 세대 조경의 가능성을 여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조경협회가 주관한 ‘K-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엑스포(K-Landscape Architecture EXPO)’는 한국 조경 업계의 성과를 알렸다. 제59차 세계조경가대회는 2023년 9월 28일부터 이틀간 케냐의 나이로비와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긴급한 상호작용(Emergent Interaction)’을 주제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호에는 IFLA 2022를 되돌아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사흘간 진행된 다층적 이벤트를 정리한 지면이 값진 자료로 남기를 바란다. 진행 배정한,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IFLA 2022] 행사 개요와 BI 로고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주최: 세계조경가협회, 광주광역시 주관: IFLA 2022 조직위원회,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환경조경발전재단 기간: 2022년 8월 31일(수)~9월 2일(금) 장소: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규모: 40여 개국 약 1,500명 BI 로고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인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의 콜론(:)에서 확장된 점들이 개최 장소를 상징하는 색과 만나 서로 연결되고 다양한 의미로 변화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각 점들을 연결해 대회의 주제를 비롯해, 목표인 리:비지트, 리:셰이프, 리:바이브, 리:커넥트를 나타낼 수 있다. 상징색은 총 다섯 가지다. 하늘색은 청명한 공기, 녹색은 여름의 비자나무, 노란색은 남도의 흙, 붉은 색은 겨울의 동백, 청색은 흐르는 물을 뜻한다.
[IFLA 2022] IFLA 2022를 만든 사람들
조직위원장 조경진 한국조경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교수 이홍길 한국조경협회 회장, 길디앤씨 대표 심왕섭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사무총장 안세헌 가원조경설계사무소 대표 노영일 예건 대표 기획위원회 김아연 위원장,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스튜디오 테라 대표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학술위원회 배정한 위원장, 서울대학교 교수 신명진 유엘씨프레스 에디터 심지수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홍보위원회 서영애 위원장, 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 최영준 서울대학교 교수, 랩디에이치 대표 최혜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산업·재정위원회 오화식 위원장, 사람과나무 대표 이형철 디자인파크개발 부사장 이주은 팀펄리 L&G 대표 남은희 한울림조경 대표 이호영 HLD 대표 김시인 시플랜 대표 학생위원회 김영민 위원장,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권윤구 전남대학교 교수 김순기 순천대학교 교수 김창국 호남대학교 교수 전진현 부산대학교 교수 지역위원회 김농오 위원장, 목포대학교 명예교수 김도균 순천대학교 교수 임희진 광주지역부위원장 설구호 장안 대표 김형석 남해종합건설 대표 사무국장 남기준 환경과조경 편집장 특별자문위원회 황희 위원장, 국회의원 강태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고영창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회장 김규열 한국조경수협회 회장 김농오 목포대학교 명예교수 김도균 한국조경학회 호남지회 회장 김동형 전라남도 종가회 운영위원 김요섭 한국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전 회장 김종국 한국엔지니어링조경협의회 회장 박명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박원제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 회장 박재영 광주전남연구원 원장 박태근 한국조경협회 부산시회 회장 안동만 전 IFLA 한국대표 양재혁 소쇄원 원장 오동호 한국섬진흥원 원장 오순환 조경지원센터 센터장 옥승엽 조경시설물공사업협의회 회장 이문석 한국조경협회 대구경북시도회 회장 이웅규 한국도서(섬)학회 회장 이재흥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 회장 이정현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위원회 위원장 이한호 쥬스컴퍼니 대표 임희진 전 광주시 건설본부 본부장 정길균 한국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회장 정태열 한국조경학회 영남지회 회장 조동범 전남대학교 교수 주신하 한국경관학회 회장 최종희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한일근 한국조경협회 울산시회 회장 홍광표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황지해 디자인 뮴 대표
[IFLA 2022] 광주에서 만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2022년은 한국 조경 역사에 뜻깊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는 한국 조경이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세계조경가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한 해다. 세계조경가대회는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주최하는 대표적인 국제 행사로, 1992년 경주에 이어 30년 만에 세계 조경가들이 광주에 모였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는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그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 경주, 무주에서 열렸던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는 ‘전통과 창조’로 전통 유산이 가진 가치의 계승에 주목했다면, 이번 대회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공적 가치의 회복에 주목했다. 대회 주제인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는 조경의 공공 리더십 회복을 의미한다. 팬데믹, 기술 혁명 등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시대에서 조경이 지닌 공적 가치와 조경가의 역할에 주목했다. 사흘간 40여 개국 약 1,500명의 조경가들이 모여 동시대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환경 위기, 팬데믹, 도시 쇠퇴 등의 난제를 풀어갈 해법을 논의했다. 기조 강연, 스페셜 세션, 논문 발표 등 학술 행사부터 한국 조경 산업의 트렌드 살필 수 있는 K-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엑스포 등 다양한 전시, 한국의 자연과 역사를 체험하는 투어까지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주요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개막식 개막식은 8월 31일 오전 10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개막식에는 제임스 헤이터(James Hayter, IFLA 회장), 조경진(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기조 강연자 정근식(서울대학교 교수), 크레이그 포콕(Craig Pocock, 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앙리 바바(Henri Bava, 아장스 테르 대표) 등을 포함해 약 1,500명의 조경인이 함께했다. 제임스 헤이터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조경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경진 조직위원장은 한국 조경 50주년을 맞이해 열린 이번 대회의 의미를 되새기며 행사를 지원한 광주시, 국내외 기조 강연자, 스폰서, 파트너 등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미래 세대의 인사말도 이어졌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 재학 중인 조담빈은 세계조경가대회를 통해 조경의 가치에 대해 배우게 된 소감을 말했다. 시상식과 공연도 펼쳐졌다. IFLA 회장상(IFLA President Award 2022), 제프리 젤리코 상(IFLA Sir Geoffrey Jellicoe Award 2022), IFLA 학생샤레트(IFLA Student Charrette Award 2022) 등 다양한 시상식이 열렸다. IFLA 회장상은 글로리아 아폰테(Gloria Aponte)가 수상했으며, 제프리 젤리코 상은 아드리안 회저(Adriaan Geuze, West 8 대표)가 수상했다. 학생샤레트 1등은 ‘오픈 월(Open Wall)’ 팀이 차지했다. 국악 그룹 해음과 달음이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를 통한 퓨전 국악을 축하 공연으로 선보였다. 첫날 저녁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오프닝 리셉션이 펼쳐졌다. 오프닝 리셉션에서는 축하공연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안은미컴퍼니가 ‘조화타령’을 선보였고, 위드와 온도는 각각 아카펠라와 퓨전 국악을 들려줬다. 전시와 시상식 대회 첫날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전시홀에서는 2022 제12회 대한민국 조경대상과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시상식이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조경학회가 주최하는 조경대상의 시상식에는 조경진(한국조경학회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박연진(국토교통부 과장)의 축사가 있었다. 대통령상은 평택고덕 공공정원 ‘같이’의 가치가 수상했으며, 국무총리상은 국립세종수목원이 수상했다.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은 늘푸른재단이 후원하고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제19회 대전의 주제는 이번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와 동일하게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였다. 대상은 ‘공존–양보의 미학(Coexistence-Aesthetics of Concession)’의 김솔지, 최지윤(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팀이 수상했다. 대회 내내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는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의 작품 ‘태양의 뜨개: 골바람이 낳은 딸’이 전시됐다. 1층 전시홀에서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한민국 조경대상, IFLA 학생설계공모전 수상작 전시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작품 전시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K-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엑스포는 대한민국 조경 기술의 발전된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자재 업체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건설사, 공공기관, 엔지니어링 및 설계사무소까지 다양한 분야가 참여해 국제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힘을 보탰다. 또한 제품과 브랜드 전시 외에도 취업박람회, 토크콘서트, 나는 조경가다! 확장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일반 시민들이 쉽고 유용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기조 강연 정근식의 기조 강연을 필두로 사흘간 9개의 기조 강연이 이어졌다. 정근식은 냉전이 세계 곳곳에 남긴 군사 경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되짚었다. 이어서 앙리 바바와 크레이그 포콕은 도시의 변화를 주도한 조경의 역할과 저탄소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한 강연을 선보였다. 둘째 날은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캐서린 나이젤(Catherine Nigel,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 전무이사), 아드리안 회저의 강연이 이어졌다. 김아연은 조경이 지닌 메타 언어의 가능성을 진단했고, 캐서린 나이젤은 미래 도시공원의 역할과 가치를 강조했다. 아드리안 회저는 단순한 실현 이상으로 상상을 구현하는 시적 경관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 날에는 김정윤(하버드 GSD 교수), 질리언 월리스(Jillian Walliss, 멜버른 대학교 교수)와 하이케 라만(Heike Rahman, RMIT 교수), 이만의(한국온실가스감축재활용협회 회장)가 무대에 올랐다. 김정윤은 기후변화 시대의 조경가 역할을 강조했고, 질리언 윌리스와 하이케 라만은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만의는 담양의 사례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스페셜 세션 건축공간연구원과 문화재청은 각각 스폐셜 세션을 주관했다. 첫날 오후 2시에는 건축공간연구원 스페셜 세션이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주제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이후의 도시공원과 공공 공간’으로 국내외 전문가의 발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제프 호(Jeff Hou, 워싱턴 대학교 교수), 박소현(코네티컷 대학교 교수), 이은석(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발제에 이어 제임스 헤이터, 캐서린 나이젤, 정욱주(서울대학교 교수), 고정희(써드스페이스베를린 대표)의 토론이 진행됐다. 둘째 날 오후 2시에는 문화재청 스페셜 세션이 열렸다. 주제는 ‘전통 정원의 보존 관리’로 엘리자베스 브라벡(Elizabeth Brabec, 매사추세츠 대학교 교수), 토모키 카토Tomoki Kato(교토 예술대학교 교수), 매리언 허니(Marion Harney, 배스 대학교 교수), 신현실(우석대학교 교수)이 발제를 맡았다. 김영모(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이상석(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손용훈(서울대학교 교수), 진혜영(국립수목원 과장)이 토론의 패널로 참가했으며, 기후변화와 개발의 위기 속에서 역사 정원의 보존과 활용의 균형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 라운드 테이블 둘째 날 오후에는 학생, 교육자,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됐다. 학생 라운드 테이블은 전국 조경학과 학생 대표단의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국내외 조경학과 학생들이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꿈과 현재의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은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교육자들과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로 진행됐다. 김태경(강릉원주대학교 교수)의 환영사로 시작해, 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유진(강릉원주대학교 교수), 하이리예 에슈바흐 툰차이Hayriye Eşbah Tunçay(이스탄불 공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토론의 주제는 설계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연구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튜디오 방식,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 세대들의 설계 특성 관찰 등 다양한 교육자들의 경험이 공유됐다. 유엘씨프레스(ULC Press) 주최로 진행된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은 앞으로 도시의 조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 주목해야 할 요소가 무엇일지 살펴보고 나라별 특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독일, 에스토니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폴란드, 한국의 연구자와 실무자가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조경가와 정치가 사이의 관계 설정, 그린 인프라 구축, 공간의 재생, 팬데믹 시대에서 조경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학술논문발표 가장 중요한 일정이라 할 수 있는 학술논문발표회에는 22개국의 조경학자와 조경가 120여 팀이 참여해 최신의 정보와 연구를 공유했다. 기후변화 대응 조경 계획과 설계, 회복탄력적 환경 설계, 도시 쇠퇴 등 최근의 세계적 이슈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한국적 도시재생 등 다양한 주제의 학술 논문이 발표되어 토론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논문 초록을 묶은 책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땅에 쓰는 시’와 투어 잠시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조경가 정영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땅에 쓰는 시’가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상영된 영상은 이번 대회를 위해 제작된 30분 분량의 특별판이다. 다큐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대한민국 1호 여성 조경가의 발자취와 한국 조경에 큰 획을 그은 그의 작품을 조명한다. 둘째날에는 정영선 조경가와 정다운 감독, 조경진 교수가 함께한 시네 토크가 진행됐다. 영상 시청 후 진행된 시네 토크에서는 정영선의 조경관, 감독의 제작 의도와 소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청중과 나눴다. 포스트 투어를 포함한 세 가지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첫날과 둘째 날은 전문해설사와 함께 하는 1시간 정도의 워크 앤 토크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양림동, ACC, 푸른길 공원 등 세 개 코스를 통해 참가자들이 광주의 도시 서사를 체험했다. 마지막날에는 무등산, 죽녹원, 광주생태호수공원 등 세 개 코스의 테크니컬 비지트를 반나절 동안 진행했다. 투어 참가자들은 광주 주변 지역의 생태, 문화, 역사 체험을 통해 한국의 자연과 남도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폐막식 다음날 진행된 포스트 투어는 순천, 목포, 보성 일대를 둘러보는 세 개 코스로 진행됐다. 한국의 전통 유산부터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인 정원 문화와 새로운 도시 아젠다를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폐막식 폐막식에는 국내외 조경가, 지역 주요 인사, 광주광역시장이 참석했다. 안세헌(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힘든 시기에 개최된 세계조경가대회가 성황리에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참가자와 서포터즈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며 조경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빛고을 광주에서 열린 세계조경가대회의 성공을 축하하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조경가에 존경을 표하며 다시 광주에 찾아줄 것을 청했다. IFLA 학생설계공모전 시상식도 진행됐다. 시상식에서 제임스 헤이터 회장은 공모전 후원자인 박명권 대표(그룹한 어소시에이트)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룹한은 지난 15년간 매년 이 공모전을 후원해왔다. 박명권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어려운 시기임에도 학생들의 많은 참여로 이루어진 공모 과정을 치하하고, 미래 세대가 조경에 관심을 가지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일에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기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회에 대회기를 이양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3년 9월 28일에서 29일까지 나이로비와 스톡홀름 두 도시에서 동시 개최될 차기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는 ‘긴급한 상호작용(Emergent Interaction)’이다. 차기 대회는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공정, 생물종 다양성을 위한 조경가의 활동을 잇는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식의 집단지성 기반의 문제 해결, 국경을 넘어서는 전략, 아이디어와 디자인 협력 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임스 헤이터 회장의 폐회사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그는 세심한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기획한 한국조직위원회에 감사 인사를 하며 여정을 함께한 참가자들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IFLA 2022]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
대회 개최 이틀 전,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IFLA World Council Meeting)가 열렸다. 8월 29일부터 8월 30일까지 양일간 진행된 회의에 조경진 회장(한국조경학회)이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회의 1일차 오전, 세계조경가협회 회장단과 각국 대표, 옵서버 40여 명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제임스 헤이터(James Hayter) 회장(IFLA)은 최근 세계조경가협회IFLA는 기후변화, 식량 안보, 건강과 웰빙, 토착 문화 보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조경가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7가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1가 조경과 깊게 관련되어 있음을 설명하는 책자를 세계조경가대회 행사장 곳곳에서 배포하기도 했다. 이어 다양한 조경 이슈를 공유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차기 IFLA 회장에는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 대학교 교수 브루노 마르케스(Bruno Marques)가 선출됐다. 오후에는 미국조경가협회(ASLA, 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가 진행하고 있는 ‘직무/태스크 분석(Job Task Analysis, JTA)’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JTA는 ASLA가 운영하는 조경가등록시험(Landscape Architect Registration Examination, LARE)의 기초를 이루는 조경 실무 연구다. 미국의 경우, 조경등록위원회(Council of Landscape Architectural Registration Boards, CLARB)가 연구를 맡아 조경가의 업무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정리해 보고서를 펴내고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2 이후 홍보 및 대외 업무분과, 전문실무 및 정책분과별 토론이 이어졌다. 회의 2일차에는 IFLA 업무 매뉴얼 소개와 회계 보고가 진행됐다. 워킹 그룹은 조경 수준 향상을 위한 교육 인증제를 논의했고, 오후에는 5개 지부(유럽,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별 토론을 진행했다. 정리: 조경진, 김모아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다음의 17가지다. 1. 빈곤 퇴치 2. 기아 해소와 지속가능한 농업 3. 건강과 웰빙 4. 양질의 교육 5. 성 평등 6. 깨끗한 물과 위생 7.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 9. 산업 혁신과 인프라 구축 10. 불평등 완화 11. 지속가능한 도시 12.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13. 기후변화 대응 14. 해양 생태계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 15. 육 상 생태계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 16.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제도 구축 17.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 각주 2. www.clarb.org/task-analysis
[IFLA 2022] 기조강연
전환기 냉전 경관의 변화 _ 정근식(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경관을 보존하고 해체하는 과정은 한국 경관에 대한 이해와 접근 그리고 미래 계획에 있어 중요한 자원이다. 경관은 정치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고, 역사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한국의 경우 냉전 경관이 휴전선 경계에서 땅, 바다, 강 곳곳에 상징으로 남아있다. 냉전 경관의 시작점은 한국 전쟁의 폐허다. 버려진 공간과 건물은 냉전 경관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1968년 강철 울타리와 철조망이 경계를 따라 놓이고, 1970년대 연평도에 용치가 설치되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재건촌과 통일촌의 건설, 베트남전 이후 연달은 땅굴 발견에 따른 국가 안보 강화까지, 냉전 경관은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하의 보이지 않는 것, 심리적인 측면까지도 포함한다. 즉, 냉전 경관은 통합적 개념이다. 한편 최근 냉전 경관에 대한 관광이 늘어나며 상징적 경관으로 변모하고 있고, 냉전 경관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변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평화 관광의 확대이며, 북한과 소통이 계속되면서 유해 발굴이 시작되기도 했다. 오늘날 냉전 경관은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최근 개관한 DMZ 박물관은 냉전 경관의 변화라는 의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예술에서 DMZ에 관심을 보이며 보안과 제한이라는 개념이 미적으로 재현되고 있기도하다. 이에 더해 국제적 상징성을 지닌 판문점과 2018년 문화재로 등록된 GP 포스트 등이 바뀌는 시선을 보여준다. 정리하자면, 전환기 냉전 경관의 인식 변화는 휴전, 베트남전 이후, 남북 대화라는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앞으로 냉전 경관의 인식 변화를 계속 살펴보면서 이 공간이 우리 국토의 전체 경관에 미칠 영향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정리 신명진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 _ 앙리 바바(Henri Bava, 아장스 테르 대표) 기후변화는 이론이나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경가가 총괄자로서 도시계획 전반을 이끌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이론이 있지만, 그 이론이 제시하는 것 이상으로 조경가의 작업은 도시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즉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이다. 베르사유의 경우 정원과 도시가 함께 고안된 사례다. 앙드레르 노트르(André Le Nôtre)는 이를 위해 다학제 팀을 구성해 새로운성과 궁원을 조성하고, 건축과 수공간을 조직하는 틀로 경관을 차용했다. 1859년, 나폴레옹 3세는 파리 재건축을 시작했다. 루이–쉴피스 바레(Louis-Sulpice Vare)는 볼로뉴 숲을 공공을 위한 정원으로 탈바꿈시켰고, 아돌프 알팡(Adolphe Alphand)은 파리 도시 조직을 바꾸기 위해 도시 내 프롬나드를 통해 대형 녹지를 연결했다. 이후 건축 중심의 모더니즘 도시계획이 성행했지만, 그럼에도 소셋 공원(Sausset Park)과 보르도 부두(Dock of Bordeaux) 프로젝트를 이끈 미셸 코라주(Michel Corajoud) 같은 조경가가 도시계획에 참여해 일상을 녹여냈다. 그의 업적은 오늘날 코라주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그의 제자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낭트 섬(Ile de Nantes) 프로젝트 총괄 리더인 알렉산드르 체메토프(Alexandre Chemetoff), 사클레 대학 부지(Parc Campus of Saclay) 총괄 리더 미셸 드비인(Michel Desvigne), 에코–쿼티어 플로버(Eco-quartier Flaubert) 총괄 리더 재클린 오스티(Jackquelien Osty), 나와 함께 아장스 테르(Agence Ter)를 설립한 미셸 오슬레(Michel Hössler)와 올리비에 필립(Olivier Philippe) 모두 코라주의 아이들로 도시계획을 이끌고 있다. 조경가는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landscape-led urbanism)’을 통해 우리의 행성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결국 조경가가 실천해야 할 것은 경관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볼테르가 말했 듯, “우리는 정원을 가꿔야 한다.” 정리 신명진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는 조경설계 _ 크레이그 포콕(Craig Pocock, 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나라마다 경관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물이 부족한 사막이 대부분인 요르단에서 일하며 조경에 대한 인식이 나라마다 천차만별임을 알게 됐다. 더불어 조경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인지했고, 때로는 경관과 환경을 망치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뉴욕에서 일하며 탄소 배출 이야기를 접했다. 조경가 한 명이 작업할 때 배출하는 평균 탄소량은 연간 1,100톤에 달한다. 이는 조경가가 하는 작업이 가진 생태적 가치에 대한 재논의가 절실함을 의미한다. 조경가가 사용하는 소재와 그 사용 방법 등에서 많은 탄소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설계 방식 자체에 탄소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경관을 설계하고 조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도시를 새롭게 바꿀때마다 수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부수고 다시 짓기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해 공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변화가 과연 필요한지 확인함으로써 개입을 최소화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설계 방식에 따라 경관을 관리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달라진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녹지를 사랑하지만, 녹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샌 안토니오의 하드버거 공원(Hardberger Park)을 보면, 잔디밭이 없다고 해서 공원의 활용도가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캠핑장, 놀이터, 커뮤니티 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우리에게 탄소 발생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2. 학계와 업계가 함께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3. 탄소 저감을 국제적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시킨다. 4. 설계 언어에 ‘탄소의 켜’를 추가한다. 5. 도시 재조성 속도를 낮추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경관을 만든다. 6. 경관 관리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7. 시장 경쟁을 통해 조경 분야의 탄소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 8. 탄소 배출 문제를 최우선 해결 사항으로 삼는다. 9. 자유 시장 가치를 이용해 조경 분야가 배출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인다. 10. 설계 분야에 기후변화를 다루는 어워드와 상을 제정한다.정리 신명진, 김모아 조경으로 말하기: 공통 언어로서 조경을 위한 중간 영역의 실천 _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스튜디오 테라 대표) 개발 지향적 도시 건설 과정에서 타자인 자연을 대변해온 조경은 고유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는가. 최근 자연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건축과 도시 전문 분야뿐 아니라 예술과 대중 문화도 유행처럼 자연과 식물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조경이 다루는 풍경이 현대 디자인과 문화를 아우르는 공통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연–도시 복합 생태계의 작동 기작과 조경에 내재된 어휘와 문법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녹색을 향한 대중적 욕망은 한 장의 이미지로 소비될 것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공통의 언어가 필요하다. 약자는 강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강자의 질서와 문화에 동화되는 가운데, 약자는 그들 고유의 언어를 잊기 쉽다. 우리는 세계가 우리의 말에 귀 기울일 때까지 조경 언어 고유의 의미와 문화를 (재)생산하고 그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풍경은 자연과 인간의 중간 영역에만 존재하는 매체다. 풍경은 우리 삶을 관통하며 사유를 규정하는 모국어이자 미래 도시 분야의 공통 언어로, 새로운 세계와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메타 언어가 될 수 있다. 나는 조경 작업에 내재한 가치와 비전을 대중적 언어로 전달하는 설치 작업와 조경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조경의 핵심 가치를 시간의 기록(archiving time), 땅의 존중(respecting ground), 일상의 축복(celebrating everyday), 유산의 창조(creating heritage) 라는 네 가지 개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 개발 지향적인 도시에서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를 견인할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은 결국 대중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을 움직여야 만들 수 있고,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대중의 인식이다. 대중의 자연과 도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 조경가가 하는 일들의 가치를 보다 쉬운 대중적 언어로 번역해 소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조경의 이름으로, 조경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작은 실천으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더 큰 변화를 견인하는 동력을 만들 수 있다. 조경을 언어로 실천하는 일, 궁극적으로 대중의 마음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글 김아연 도시공원의 가치와 미래 역할 _ 캐서린 나이젤(Catherine Nagel,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 전무이사)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City Parks Alliance)는 1990년대 쇠퇴하던 미국 도시공원을 활성화하고 재정을 정비해 공간의 활용성을 확장하고자 만든 국가 단위의 조직이다. 도시공원의 재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원을 보존 및 발전시키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올해는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탄생 200주년이다. 옴스테드가 활동한 19세기 미국 동부는 이민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사람들의 물리적, 정신적 건강을 뒷받침해줄 공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 옴스테드는 이 공공 공간을 유연하게 설계해 다양한 활용 방법을 꾀했다. 그는 ‘에메랄드 네클러스(Emerald Necklace)’라 불리는 공원 시스템을 통해 도시 인프라 차원의 녹지 체계를 구축하고, 대규모 녹지와 녹지를 잇는 녹지대 ‘파크웨이’를 만들어 미국 도시를 발전시켰다. 최근 팬데믹으로 도시공원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고, 조경가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공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도시민의 정신 건강을 책임져왔다. 도시위기 시대의 공원은 사람들에게 응급처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쓰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던 때에도 자연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 도시공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원 예산 지원이 모든 지역에 공평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원은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팬데믹은 우리가 도시를 설계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모두 공원 옹호론자가 되어야 하며, 조경가의 역할이 커지는 데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리 신명진, 김모아 시와 같은 경관, 조경가의 역할 _ 아드리안 회저(Adrian Geuze, 2022 제프리 젤리코 상수상자, West 8 대표) 처음 조경 작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상상하며 시를 쓰듯 경관을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실현가능성을 생각하기보다 상상 속 경관과 환상을 모델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미국 찰스타운의 이끼 작업, 골프장을 식물원으로 탈바꿈시킨 휴스턴 식물원, 프랭크 게리와 함께 작업한 마이애미 해변가의 음악 학교와 주차장, 박물관 그 자체가 경관을 이루는 그랜드 이집트, 캐나다의 토착 식물의 목재로 만든 토론토 워터프런트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토론토 워터프런트는 대상지의 여건과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적극 활용한 프로젝트다. 경관의 시스템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식적 요소와 문화적 켜를 더해 시적 경관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자인은 기후변화, 토양, 수질, 생태계 자생 능력 등을 고려한 엔지니어로서의 소양을 바탕으로 시작해, 자연과 문화의 융합 그리고 유머를 통해 완성된다. 또한 조경가는 공간을 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독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남겨두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리 신명진, 김모아 ‘조경가처럼 생각하기’는 어떻게 지구를 구원하는 데기여할 수 있는가 _ 김정윤(오피스박김 대표, 하버드 GSD 교수) 매해, 매 계절마다 우리가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기후의 변화는 이제 동의를 이뤄내려는 노력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을 정도로 명확해졌다. 쓰레기 매립을 줄이기 위해 열심히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고,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조경가라 부르기 위해 면허가 필요한 전문가로서 우리는, 전인류 공통의 위기인 기후변화의 심화 속도를 늦추고 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만의 방법론과 지식으로 기여해야 한다. 조경가는 인접한 다른 전문 분야와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뒤 실제 그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를 통해 훈련하며 전문성에 깊이를 더하게 된다. 미국의 지질학자이자 교육자인 피터 그로프만(Peter Groffman)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조경가는 내가 연구하는 주제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언제나 조경가와 대화하고 일하는 것은 즐겁다”라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조경가는 사회로부터 실행하기를 기대받는 전문가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조경가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사람들인가. 먼저, 조경가는 작은 정원에서부터 대륙의 스케일까지 다룰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내가 오피스박김의 프로젝트와 하버드 GSD의 설계 스튜디오를 통해 10평짜리 정원부터 시베리아 대륙의 미래까지 다루듯,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부터 한 지역과 국가, 대륙의 단·장기 공간적 미래를 계획하는 일 모두 조경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실행될 수 있고 실행되어야 한다. 둘째, 조경가는 공간을 수평적으로 다루며 동시에 수직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보통 실무에서는 1~2m 깊이의 단면만을 다루지만, 기후변화의 시대를 맞아 지하 100m, 지상 1,000m까지 우리의 수직적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경설계가 지하수, 흙, 탄소의 흐름, 공기의 질을 비롯해 바로 지금 우리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후 요소에까지 닿을 수 있다. 오피스박김의 양화한강공원 프로젝트가 여름철 범람 후 펄의 이동을 조절해 유지·관리의 수고를 덜고 호안에 새로운 생태계 형성을 유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치밀한 단면 설계 덕분이었다. 셋째, 위의 두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조경가는 과학자, 기술자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의 협업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도록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하버드 GSD 설계 스튜디오에서 보스턴의 버려진 지하철 기반 시설을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유형의 공공 장소로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은 수리엔지니어, 지질학자, 도시역사학자, 생태학자와의 연구 교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조경적 방법과 지식을 매일의 프랙티스와 연구를 통해 사회에 보여주고 공간으로 실현시킨다면, 조경가는 지구를 기후변화로부터 구원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정윤 리:바이탈라이징Re:vitalising 디자인 프랙티스 _ 질리언 월리스(Jillian Walliss, 멜버른 대학교 교수) _ 하이켄 라만(Heike Rahmann,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 교수) 조경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문화에 뿌리를 둔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디자인이 균질화되고 정체성이 상실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월드 랜드스케이프 프론티어World Landscape Frontier』의 에디터 데미안 홈즈Damian Holmes는 올해 초 조경이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디자인 접근 방식을 하나로만 수렴시켰다는 후미아키 타카노(타카노 랜드스케이프 플래닝 대표)의 견해를 공유했다. 조경 디자인 방식은 이제 맥락과 문화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툴킷이 되었다. 어쩌면 조경가 스스로 이 상황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똑같은 교육과 정책에 따라 문화적 차이, 특히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 없는 상황에서 조경설계가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서양 양식 위주의 획일적 조경설계가 나타나고 있다. 표준화된 해결책과 툴의 적용을 장려하는 작업 방식, 특정 개념화 방법을 강조하는 현재의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러한 프레임은 작업에서 출연한 지식을 이해하는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제한하는 프로페셔널 어워드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어워드의 규정은 설계자가 특정 문화적 영향을 감소시킨 일반화된 유형 또는 규모 범주로 설계 접근 방식을 설명하도록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회의 학생설계공모전 심사를 진행하면서도 논리적인 분석 방법으로 만든 작업들이 매우 유사한 결과물을 보이고, 문화, 창의성, 개성이 결여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머스 올스(Thomas Oles)와 피비 릭워(Phoebe Lickwar)는 “조경가, 왜 그렇게 심각한가요(Why So Serious, Landscape Architect)”라는 글에서 “조경가가 버즈킬(buzz-kill) 직업이 되어 가고 있다”며 “수리하고, 다시 연결하고, 되찾고, 복원하고, 재생하고,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우리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 하지 않고 창의성과 호기심 없이 조경설계를 정해진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다시 조경 디자인 프랙티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다양성을 받아들인다. 특히 조경 직능이 덜 발달된 국가와 지역에서 중요하다. ‘국제’ 전문가를 경계하고 낯선 곳의 새로운 가치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직업과 교육에 관한 세계적 권한을 갖는 게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둘째, 학자들이 연구 기관을 벗어나 조경 작업을 이해하고 문서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업에 참여하게 한다. 현재 실무와 학계는 평행선처럼 놓여 있다. 학계가 디자인 관행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실무자와 협력해 복잡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잘 실천한다면 문화적 작업으로 이해되던 조경의 가치와 역할을 되찾고, 미래 세대의 조경가는 수동적 문제해결에 대한 비관주의에서 벗어나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다양한 방법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정리 김모아 생태도시 담양 _ 이만의(한국온실가스감축재활용협회 회장) 교외의 작은 도시인 담양군은 UN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획된 생태도시다. 현재 담양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로드맵’에 따라 담양 탄소중립 선언문과 조례 제정, 점심시간 전기 소등, 컴퓨터 절전 모드 생활화 등 생활 속 작은 실천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담양의 사례는 기후변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도시 정책에 교훈을 준다. 생태도시 담양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서 몇 가지 성공 요인과 한계점을 시사하는데, 이를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역 혁신과 시스템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 마련이 필요하다. 농촌 제도의 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만큼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식도 중요하다. 단체장의 철학과 정책 비전, 위기를 인식하고 이를 기회로 삼는 능동적인 자세에서 지역 혁신과 시스템 전환의 계기가 비롯된다. 둘째, 농촌 시스템 혁신의 핵심 요건은 사람이다. 생태도시로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주도력 있는 공무원, 정치인, 지역 지도자, 전문가와 이들 간의 거버넌스 구축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지역 혁신의 장애가 되는 요소를 도출해야 한다. 비합리적인 정치적 영향력과 이해 충돌은 지방자치제의 역기능으로 손꼽힌다. 이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획일적 계획에 의한 하향식 사업 추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하고,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상향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정책을 연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끌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조직, 시스템, 재정은 혁신에 필요한 주요 요소다. 장기적 측면에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정리 김모아
[IFLA 2022] IFLA 2022 학생샤레트·학생설계공모전,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IFLA 2022 학생샤레트 주최 IFLA 2022 조직위원회 진행 기간 2022. 8. 28. ~ 8. 30. 시상 내역 1등 상금 1,500 USD 2등 상금 1,000 USD 3등 상금 500 USD 후원 나바 폴만–게르손 재단(Nava Polman-Gerson Foundation)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첫 행사로 학생샤레트(Student Charrette)가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개최됐다. 독일, 브라질,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스, 인도네시아, 케냐, 대한민국 등 8개국 26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학생샤레트의 주제는 광주비엔날레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광주 시내에 설치된 ‘광주폴리(Gwangju FoLLy)’다. 광주폴리는 공공 시설물을 도시 곳곳에 설치하여 건축과 예술을통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로 네 차례에 걸쳐 만들어졌다. 참여 학생들은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조경이라는 매체와 방법을 통해 광주폴리를 새롭게 해석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학생샤레트는 세 개 스튜디오로 나눠 진행됐다. 나성진(서브디비전 대표)과 전진현(부산대학교 교수, 스튜디오 MRDO 대표)이 튜터를 맡은 스튜디오 1은 대한민국 광주의 맥락 속에 자리 잡은 광주폴리를 다른 맥락의 대상지에 옮겨 새롭게 상상했다. ‘광주폴리가 독일 베를린 시내에, 케나의 대초원에, 브라질의 원시림에 놓인다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작동할까’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스튜디오 2의 튜터는 백종현(HEA 대표)과 최영준(서울대학교 교수, 랩디에이치 대표)이 맡았으며, 광주 구도심에 위치한 광주폴리를 광주의 신시가지인 첨단지구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새로운 공간과 도심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는 첨단지구에 구도심을 재생하기 위한 폴리가 만들어진다면 그 역할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는지 모색했다. 김창국(호남대학교 교수)과 이진욱(한경대학교 교수)이 튜터를 담당한 스튜디오 3은 지금의 광주폴리에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서 다른 폴리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원래의 폴리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폴리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 ...(중략)... IFLA 2022 학생설계공모전 주최 IFLA 2022 조직위원회 공모 기간 2022. 4. 18. ~ 4. 29. 시상 내역 분석계획 부문(3점) GROUP HAN Prize for Analysis and Planning 상금 1,500 USD GROUP HAN Commendation Award for Analysis and Planning 상금 1,000 USD IFLA 2022 Organizing Committee Special Award for Analysis and Planning 조경설계 부문(3점) GROUP HAN Prize for Landscape Design 상금 1,500 USD GROUP HAN Commendation Award for Landscape Design 상금 1,000 USD IFLA 2022 Organizing Committee Special Award for Landscape Design 응용연구 부문(1점) GROUP HAN Prize for Applied Research 상금 1,500 USD 후원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IFLA 2022 학생설계공모전(이하 학생공모전)은 1987년 처음 개최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열린 행사로, 조경계의 권위 있는 국제 학생 공모전 중 하나다. 공모전의 주제는 생태적 위기, 문화 유산의 파괴, 사회적 불평등, 전반적인 인간과 환경의 문제 등을 다루며, 대부분은 해당 주최국이 제시한 대회의 주제를 따른다. 이번 학생공모전 주제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주제인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와 동일하다. 2022년부터 분석계획(analysis and planning), 조경설계(landscape design), 응용연구(applied research) 세 부문으로 세분됐다. 기존 공모전에 해당하는 조경설계 부문에 분석계획, 응용연구가 추가된 것이다. 조경가의 역할과 의미가 설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넓은 범위의 계획과 연구까지 확장되고 있고, 이러한 다양한 접근을 학생들에게 권장하려는 취지다. 총 138개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분석계획 부문 3점, 조경설계 부문 3점, 응용연구 부문 1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각 부문의 1등작을 소개한다. ...(중략)...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주최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공모 기간 2022. 7. 5. ~ 7. 7. 시상 내역 대상(1점) 국토교통부장관 상장, 상금 5백만원 금상(1점) 늘푸른재단 이사장 상장, 상금 3백만원 은상(2점) 한국조경학회장·한국조경협회장 상장, 상금 각 2백만원 동상(3점)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장·영남지회장·호남지회장 상장, 상금 각 1백만원 장려상(5점) 환경과조경 발행인 상장, 부상(환경과조경 1년 정기구독권) 입선(10점) 한국조경학회장 상장, 부상(도서출판 한숲 단행본) 후원 늘푸른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시상식이 2022년 8월 3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전시홀에서 열렸다. 이번 공모전 주제는 세계조경가대회 주제와 동일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였다. 근대 조경은 산업 도시의 도시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원을 조성하면서 공공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터전은 19세기와 다르게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 팬데믹, 양극화, 건강 등의 여러 문제를 조경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가 당면 과제다. 조경이 복잡다기한 이슈에 실천적 해법을 제시할 때 전문 분야로서 대사회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총 126개 출품작 중 본상 7점(대상 1점, 금상 1점, 은상 2점, 동상 3점), 입상작 15점(장려상 5점, 입선 10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다음에는 대상작을 소개한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IFLA 2022] IFLA 기념정원과 설치 작품
IFLA 기념정원,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 2021년 8월 30일, 산림청은 ‘IFLA 기념정원 조성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 온실 앞 전시원 일대다. 공모에 초청된 고정희(에지고크리거 대표)·송민원(엠디엘 소장), 김봉찬(더가든 대표),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 유승종(라이브스케이프 대표), 송지은·로리 듀수아르(케네디 송 듀수아르 대표)는 ‘정원 유산’이라는 주제에 맞춰 계획안을 제출했으며, 유승종의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은 생명들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개입하며 관찰할 수 있는 정원이다. 자연의 정원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오래된 깊은 자연을 지향한다. 무분별한 침범으로 작은 생물의 세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세심한 지형 설계와 식재 계획을 세웠다. 물이 서서히 빠지는 작은 습지, 물이 오랫동안 고여 있는 작은 연못, 안개구유, 스트리밍 폴(streaming pole) 등을 통해 다채로운 풍경이 형성됐다. 안개구유는 100마이크로미터의 작은 물 입자로 습도를 관리할 뿐 아니라 서식지 미기후를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중략)... IFLA 기념 설치 작품, ‘태양의 뜨개: 골바람이 낳은 딸’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전시홀과 다목적홀 사이 로비에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광주환경미술가그룹 뮴 대표)의 ‘태양의 뜨개: 골바람이 낳은 딸’이 전시됐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개최를 기념해 조성된 이 설치 작품은 재활용 탄화목, 전라도 흙, 일엽초, 바람꽃 구절초, 연잎꿩의다리, 길마가지로 식물의 지역성을 향한 존중과 자연과의 공생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IFLA 2022] 문화를 담은 조경
2022년 광주에서 개최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에서 West 8의 아드리안 회저(Adriaan Geuze)가 제프리 젤리코 상(Sir Geoffrey Jellicoe Award)을 받았다. 제프리 젤리코 상은 IFLA가 우리 사회와 환경의 복지에 기여하고 조경학과 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조경가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대회 첫째 날인 8월 31일에는 시상식이, 9월 1일에는 아드리안 회저의 기조 강연이 진행됐다. 그는 그동안 West 8이 수행해온 전 세계의 수많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발표가 끝난 뒤, 좀 더 심층적으로 그의 설계 철학과 조경에 대한 태도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조성되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 당신이 꼽는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가족 중에 누가 가장 좋은가’라는 물음과 비슷하다(웃음). 최고의 프로젝트를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마음이 더 가는 프로젝트는 있다. 용산공원도 그중 하나다. 오늘 강연에서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20년 넘게 진행해온 에인트호번 필립스 캠퍼스(Strijp S in Eindhoven), 주빌리 공원(Jubilee Gardens)도 매우 아끼는 프로젝트다. 오래 지속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과정이 순탄치 못한 경우가 많아 설계가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이 더 간다고 표현한 건 아닌가.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내가 낳은 아이와 같다. 부모로서 아이를 보호하고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나를 기른다. 아이는 독립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공원 프로젝트에도 자신만의 대사 과정(metabolism)이 있다. 프로젝트는 설계가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지만, 부모의 교육을 넘어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듯 프로젝트도 진화해 새로운 상황과 환경으로 나아간다. 조경가는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제어할 수는 없다. 흘러가는 대로 두어야 한다. 자꾸 변화해 나가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가 나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프로젝트가 나의 마음과 감정에 강한 흔적을 남겼다. 용산공원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10년 넘게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고, 그동안 한국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용산의 미래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 각하나. 정치적 지형 변화가 공원 조성 과정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지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공원은 아름다운 세라믹 화병이 아니다. 공원은 바뀌어 나가는 사회와 논쟁의 산물이다. 정치의 변화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비전, 생각,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이 잘 작동한다면 용산공원은 한국의 문화와 경관이 집약된 장이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능선의 회복과 이를 가능케 하는 호수, 지역 커뮤니티와 방문객을 위한 연중 이벤트, 여러 문화적 시설의 도입과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용산공원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최근 시민 참여가 설계 과정에서 필수적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태도는 필요하지만, 때로는 설계가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기도 한다. 시민 참여를 꼭 필요한 과정이라 여기는지 궁금하다. 21세기에는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주민과 밀접한 환경에 놓인 프로젝트의 경우 더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 시민 참여에 집중하다가 프로젝트 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많다. 따라서 현명한 방식으로 시민 참여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산공원을 예로 들면, 이용자 그룹을 다양하게 고안한 뒤 이들의 참여를 이끄는 방식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음식, 어린이 교육, 참전용사를 위한 메모리얼 공간, 문화/예술 이벤트 등 여러 주제를 도출하고, 각 주제에 맞는 이용자 그룹을 모아 그들의 의견과 기술, 노하우를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참여의 성과물을 공원 설계에 반영하기 용이할 것이다. 시민 참여 이야기를 하니, 막시마 공원(Maxima Park)의 일본식 목재 다리가 떠오른다. 네덜란드식 공원 한가운데 일본식 교량을 지은 이유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막시마 공원도 긴 시간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대부분의 공공 프로젝트가 그렇듯 예산 부족으로 설계안대로 공원을 만들지 못했다. 공원 내에 수로가 있는데, 그 위를 오갈 수 있게 하는 다리가 필요했다. 이미 주민 단체에서 다리 설치를 요구한 상황이었지만 정치인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들은 결국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지역 장애인 공방을 발견했다. 공방의 디렉터와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누며, 간단한 구조의 목재 다리라면 이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일본식 목재 다리다. 장애인 공방이 공원의 다리를 만든다고 하니 정치인도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다리의 수가 12개로 늘어났다. 매우 성공적인 시민 참여의 사례다. 용산공원 프로젝트를 하며 한국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일본과 관련된 문화를 담는 것에 반감이 크더라. 네덜란드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지만, 우리는 실용적인 측면을 조금 더 염두에 둔다. 다리 조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을 택해야 가장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많이 고민했다. 그 뒤 네덜란드식 공원에 일본식 다리를 도입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았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가면 반 고흐가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아 그린 그림이 있다. 그중 이 목재 다리를 그린 그림을 찾았다. 반 고흐의 그림에 담겨 있으니 일본식이지만 이 또한 네덜란드의 문화이자 자산일 수 있다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전 세계의 조경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디자인, 포용적 디자인의 중요성 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러 가치 중 당신은 무엇을 가장 우선시하나. 나는 엔지니어로서 교육 받았고, 내 안에는 바다를 막아 땅을 개간한 네덜란드인의 DNA가 있다. 모든 프로젝트는 이러한 나의 배경으로부터 시작된다. 흙과 물을 다루고 생태계의 성장과 진화를 만드는 일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측면 또한 중요하게 다룬다. 조경가가 만든 자연에는 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한다. 강연에서 보여준 프로젝트들은 웃음, 따뜻한 마음, 의미,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공원에는 사람들의 인식, 욕망, 유머, 쇼 등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원에서 사람들이 이를 느끼고 조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에게 조경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바쁜 도시 생활을 하면서 도시를 위해 일한다. 그러나 도시는 매우 설명적이다. 교통, 유틸리티, 심지어 공공 공간까지도 그렇다. 각각의 용도가 있고 그에 맞는 기능을 요구하며 적합한 활동을 하도록 설명이 곁들어져 있다. 조경은 이처럼 미리 정해진 공간에 반하는 것, 즉 해독제가 되어야 한다. 조경가는 자유를 주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을 할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공간, 사람들이 직접 활용법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각자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스스로의 욕구와 욕망을 드러내고, 먹고 마시는 원초적 행위를 영위하며, 포근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찾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간의 진정성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그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더 나은 조경은 정해진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탐구하고 활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IFLA 2022] 라운드 테이블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 유엘씨프레스(ULC Press)는 9월 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 컨퍼런스룸 206호에서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을 열었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글로벌 도시 공감: 밀레니얼 연구자 네트워킹(Global Urban Thinker: Roundtable Discussion and Networking for Millennial Researchers)’이다. 6월 말부터 구글 폼으로 참가자를 모집했고 세계조경가대회 및 유엘씨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했다. 배정받은 컨퍼런스룸은 50명 이상을 수용할 만큼 넉넉했다. 밝고 훤한 느낌의 복도에서 문으로 들어오면, 조도를 낮춘 사이 공간을 지나 은은하게 밝힌 ‘ㅁ’ 형태의 테이블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해외 참가자는 그웬돌린 쿠스터즈(Gwendolyn Kusters, 독일), 틸 니골라(Teele Nigola, 에스토니아), 미칼 자르제키(Michal Zarzeki, 폴란드/영국), 앙헬로 파올로 모굴(Angelo Paulo Mogul, 필리핀), 메이–이 테어(Mei-Yee Teoh, 말레이시아)였다. 모두 실무 경험이 상당한 설계·연구 경력자였다. 한국에서는 손은신(건축공간연구원), 서정완(본시구도), 제갈갑성(IFLA 2022 학생 서포터즈)과 박영석·신명진·임한솔(유엘씨프레스)이 참석했다. 이 밖에도 열 명 내외의 사람들이 뒤편에 마련된 일반 관객석을 오가며 라운드 테이블을 자유롭게 감상했다. 신명진이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의 동시통역을 맡았다. ...(중략)... 글: 박영석, 신명진, 임한솔(ULC Press)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은 조경 교육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다양한 국가의 교육자와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유진(강릉원주대학교 교수), 하이리예 에슈바흐 툰차이(이스탄불 공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여러 교육자들의 경험이 공유됐다. 특히 팬데믹 시대의 교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비대면 수업의 장단점, 조경의 영역 및 확장성과 관련해 스페셜리스트 혹은 제너럴리스트로서 조경가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루어졌다. 김태경(강릉원주대학교 교수)은 환영사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 큰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난 50여 년간 시행 속에서 겪은 착오를 통해 교육 과정의 수정과 보완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은 학생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보다는 교육 과정의 개선점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며, 학생들은 특히 평가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평가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략)... 글: 김유진 학생 라운드 테이블 전 세계 조경학과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꿈과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생 라운드 테이블은 한국 16개 대학교 조경학과 학생회장들이 모여 만든 한국조경학생연합(Korea Landscape Architecture Students Association)이 주최했다. 한국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필리핀, 터키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 30명이 참여했다. 참여의 벽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롭게 조경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몸으로 말해요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서로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서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기대하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IFLA 2022] 스페셜 세션
건축공간연구원 스페셜 세션 첫날 오후 2시 이영범 원장(건축공간연구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전문가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세션 주제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이후의 도시공원과 공공 공간’이었다. 전 지구적 위기라고 할 만큼 기후변화가 극심해진 가운데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대대적인 사회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 약 70%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는 가운데, 코로나 이후 도시에서 공원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도시의 새로운 핵심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도시공원 및 공공 공간에 대한 사례와 미래의 도시공원을 위한 발전 방향과 전략을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공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강연자 제프 호(워싱턴 대학교 교수)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도시공원 아젠다’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건강, 커뮤니티, 정책 등 도시공원을 둘러싼 여러 가지 주제와 뉴욕의 도미노 공원 등 관련 사례를 소개하며 팬데믹 이후 도시공원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두 번째 강연자 박소현(코네티컷 대학교 교수)은 ‘미래 도시공원을 위한 혁신적 사고’를 주제로 발표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도시공원의 필요성과 더불어 조경과 조경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세 번째 강연자 이은석(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회복 탄력성 제고를 위한 그린 인프라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GIS 로직을 이용한 그린 인프라 설계 기법을 소개하며, 도시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그린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은석은 “그린 인프라는 기술적 영역과 개념적 영역을 포괄하는 의미를 갖고 있어, 정책부터 기술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기후변화 적응에 활용이 용이한 해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브루노 마르케스(웰링턴 빅토리아 대학교 교수)가 토론의 좌장을 맡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주제에 대한 팬데믹이 조경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 조경가의 역할, 현시대의 도시공원 환경 등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략)... 자료제공: 건축공간연구원, 이은석 문화재청 스페셜 세션 둘째 날 오후에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스페셜 세션이 열렸다. 최근 문화재 보전에 대한 이슈가 다원화되고 특히 조경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정원 유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세션에서는 국제적인 보전 동향과 영국, 일본 등의 현장에서 보전 관리에 대한 실천 사례가 공유됐다. 행사는 최원일(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 국장)의 개회사로 시작했으며, 사회는 박정섭(문화재청 운영지원과 과장)이 맡았다. 이상협(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과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 개최를 통해 문화재청이 주도적으로 전통 조경 관련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 전통 조경의 독창성과 우수함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또한 후대에 물려줄 국가유산으로서 전통 조경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보존 관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역사적 정원과 문화 경관 _ 엘리자베스 브라벡(매사추세츠 대학교 교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ICOMOS)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정원 및 문화 경관에 대한 지금까지의 활동을 정리하며 역사적 정원과 문화 경관에 대한 보전의 동향을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인 ‘우리의 과거를 위한 미래’(ICOMOS CCWG 2019)의 내용을 소개하며 문화 경관이 가지는 보편적 가치와 더불어 오랫동안 존재하고 번성한 문화 경관에 담긴 자연에 대한 적응 기술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략)... 글: 손용훈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IFLA 2022]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돌아보기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성과와 유산 _ 서영애(IFLA 2022 조직위원회 홍보위원장,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2020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제57차 세계조경가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으로 연기되어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폐막식에서 광주에서 열릴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홍보 영상이 상영되고 대회기가 이양됐다. 2021년 초, IFLA 2022 조직위원회와 사무국이 구성되어 주제 선정, 로고 제작, 홈페이지 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22년 여름, 홍수와 태풍을 피해 무사히 개최되기까지 수많은 도움과 노력이 있었다. 몇 가지 키워드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를 돌아본다. 팬데믹과 불확실성 가장 큰 난제는 불확실성이었다. 준비 기간 내내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이 시시각각 변하고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참가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일본의 폐쇄적인 여행 방침으로 참가자 규모와 예산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었다. 대회 개최를 앞둔 여름, 한국은 엄청난 폭우 피해를 입었으며, 유럽도 홍수와 폭염 등의 기후 재난을 겪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일상 회복의 희망이 보이던 시점에 다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대회가 열릴 8월 말에 정점이 될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투어 코스를 축소하는 등 프로그램 조정이 불가피했으며, 중국 조경가의 기조 강연이 취소되었다. 그럼에도 국내 학계와 업계의 노력과 참여로 등록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40개국에서 약 1,500여 명의 조경가가 참석해 무사히 대회를 개회할 수 있었다. 글로벌 아젠다와 조경가의 역할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에서 제임스 헤이터 회장(IFLA)은 기후변화, 식량 안보, 건강과 웰빙, 토착 문화 보존을 강조하며 조경이 실질적인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자 앙리바바(아장스 테르 대표)는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의 사례를 설명했고, 크레이그 포콕(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과 김정윤(오피스박김 대표, 하버드 GSD 교수)은 조경 분야에서 탄소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설계 전략과 사례를 제시했다. 그 외 강연에서도 팬데믹 이후 도시공원의 역할, 평등한 접근을 통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제프리 젤리코 상을 수상한 아드리안 회저(West 8 대표)는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조경 설계를 통해 기후변화, 토양, 수질, 적용, 생태계 자생 능력과 같은 엔지니어로서의 소양을 바탕으로 자연과 문화를 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 환경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조경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략)... 미래 세대 조경가의 역할 _ 장수지(IFLA 2022 학생 서포터즈,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8월 29일,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의 회의록 작성을 위해 광주로 내려갔다. 회의 내용을 정리하며 설렘과 긴장감이 팽팽히 힘겨루기를 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틀간 진행된 회의의 첫날,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화면으로만 만났던 각국 대표가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회장단 대표의 인사로 회의가 시작됐다. PPP(Professional Practice & Policy, 전문실무와 정책), CER(Communication External Relations, 대외업무)에 대한 보고와 5개 지부 대표가 바라본 현재 조경가의 입지와 조경 교육 시스템 발표가 진행됐다. 다음 세대 조경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 조경가가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조경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숭고한 고민과 연구라고 느껴지게 만든 열정적인 회의였다. 회의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가 시작됐다. 조경학을 전공하는 30명의 학생 서포터즈가 행사장인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과 2층에 배치됐다. 대다수가 처음 만났지만, 모두 조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어서인지 약간의 서먹함은 첫인사 후 말끔히 사라졌다. 행사 시작 30분 전, 각자의 자리에서 내방객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수많은 외국인과 내국인이 낯선 행사장에 조심히 발을 내딛고 들어와 학생 서포터즈의 안내를 받았다. 두리 번거리는 그들의 얼굴에서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설렘이 느껴져 좀 더 정성을 다해 안내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모든 서포터즈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사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한국 경관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짜인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한국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공연도 펼쳐졌다. 서정적 선율에 빠르게 몰입한 이들은 흥겨운 북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뻗어나가는 공연자의 손짓을 따라 하기도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타이난 스프링
도심의 호수 타이난 스프링은 타이난 도심의 주요 상업 공간이었던 차이나타운 몰과 그 일대에 조성된 녹음이 짙은 공원과 호수다. 주변 공간을 둘러싼 어린 식물들이 가까운 미래에 울창한 정글이 되도록 조성했고, 궁극적으로 기존의 쇼핑몰을 자연과 수공간을 연결하는 도심의 호수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타이난 시정부의 요청으로 타이난 수로 동쪽의 T자형 축을 부활시켜 기존 차이나타운 몰 부지와 1km에 달하는 하이안로Haian Road를 연결하는 새로운 경관 전략을 세웠다. 전략에 따라 자생 식물을 심었으며, 광장과 공공 물놀이장을 새로 조성했다. 또한 공공 보행로를 개선해 교통 체증을 완화했다. 차이나타운 몰 타이난의 수로는 17세기부터 해양업과 어업의 기반 시설이었으나, 1980년대에 들어서 도시는 이러한 역사적 도시 구성 방식과 궤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1983년 차이나타운 몰은 타이난 운하 옆 옛 항구 위에 세워졌다. 시간이 지나 대규모의 상업 공간이 더 이상 그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타이난 도심의 활력에 지장이 됐다. 타이난 스프링은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쇼핑이 대체하고 있는 현시대에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쇼핑몰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철거 자재를 세심하게 재활용한 덕분에 순환형 경제의 혁신적인 사례로 손꼽히기도 한다. 쇼핑몰의 지하 주차장은 도심 물놀이장과 우거진 자생종 식물이 어우러지고 그늘진 아케이드로 둘러싸인 선큰 광장으로 탈바꿈됐다. 물놀이장은 사계절 내내 만남의 장소가 되도록 만들었다. 수면 높이는 우기와 건기에 맞춰 조절되며, 더운 날씨에는 안개를 분사하여 지역 온도를 낮추는 동시에 방문객을 환영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여름날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놀이터, 만남의 공간, 공연을 위한 무대 등이 복합적으로 모여 있으며 해체된 건물의 콘크리트 틀을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보존해 이후 상점과 안내데스크 등 어메니티 공간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는 폴리(folly)들을 남겼다. 현대판 포로 로마노 지하 2층의 구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유리 바닥재를 깔아 사람들에게 장소가 지닌 역사와 기존 쇼핑몰이 타이난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게 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새로운 방식은 부지를 완전히 정리하고 재생시키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와 같은 접근 방법이 아니다. 쇼핑몰 건물을 지탱하던 기둥을 그대로 활용해 현대판 포로 로마노(Roman Forum)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이는 옛 항구를 폐쇄하고 쇼핑몰을 짓게된 역사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각적 지표다. 도시의 녹지 설계의 중요한 열쇠는 도시에 녹지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공공 광장과 하이안로에 대규모 식재가 진행됐다. 교목, 관목과 그라스류 등 여러 켜의 초목이 펼쳐진 타이난 동쪽 자연 경관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자생종을 복합적으로 활용했다. 식물 군집의 밀도는 도로 인근 매장의 주변 환경과 필요에 따라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들거나 더 많은 식물을 심는 식으로 조절했다. 어린 식물들이 자라 우거진 정원을 형성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들은 쇼핑몰의 흔적 위에 자란 식물들 사이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과거의 폐허 사이에서 수영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MVRDV의 비니 마스Winy Maas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 기존의 정글과 수공간이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타이난은 회색이 많은 도시다. 가능한 한 모든 장소에 정글을 다시 등장시킴으로써 도시는 주변 경관과 재통합된다. 이러한 녹지의 재도입은 마스터플랜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하이안로의 식재 설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이안로 리노베이션 이 프로젝트는 하이안로 리노베이션의 일환으로서 진행되어, 타이난의 가장 활력 넘치는 도로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었다. 교통 체증이 줄어들어 자동차는 이제 단지 양쪽으로 한 차선만을 사용하게 됐다. 지난 수년간 계획 없이 다양한 형태로 포장되어 누더기가 된 도로를 통일된 콘크리트 타일로 포장하고, 식재 전략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울창한 경관을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지하에서 공공 공간으로 튀어나와 미관을 해치는 대형 환기구는 사회 기반 시설이라 제거는 불가능했다. 대신 시각적 존재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주변과 어우러지는 색으로 통일했다. 이후 타이난 시에서 여러 지역 예술가를 초청해 이 구조물을 아름답게 꾸몄다. Architect MVRDV Principal in Charge Winy Maas Partner Wenchian Shi, Jeroen Zuidgeest Project Coordinator Hui-Hsin Liao Design Team Hui-Hsin Liao, Angel Sanchez Navarro, Stephan Boon, Xiaoting Chen, Andrea Anselmo, Yi Chien Liao, Zuliandi Azli, Olivier Sobels, Dong Min Lee, Chi Yi Liao Visualization Antonio Luca Coco, Costanza Cuccato, Davide Calabro, Paolo Mossa Idra Copyright Winy Maas, Jacob van Rijs, Nathalie de Vries Partners Local Architects: LLJ Architects Sustainability/Landscape and Urban Designers: The Urbanists Collaborative Structural Engineers Consultant: Evergreat Associates, S.E. Transport Planners: THI Consultants Lighting Designer: LHLD Lighting Design MEP Engineers: Frontier Tech Institute General Contractor: Yong-Ji Construction Client Tainan City Government Location Tainan, Taiwan Area 54,600m2 Completion 2020 Photograph Daria Scagliola MVRDV는 1993년 비니 마스(Winy Maas), 야코프 판레이스(Jacob van Rijs), 나탈리 더프리스(Nathalie de Vries)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립한 회사다.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작업을 통해 도시, 건축, 인테리어, 조경 관련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로테르담, 파리, 상하이에 지사를 두고 이해관계자,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 기념관, 암스테르담의 플래그십 매장 크리스탈 하우스와 로이드 호텔, 상하이의 홍차오 오피스 캠퍼스, 로테르담의 디든 빌리지(Didden Village) 옥상 증축, 스페이 케니서(Spijkenisse)의 북마운틴 공공 도서관, 서울 강남구의 청하빌딩 등이 있다.
페이즈 시프트 공원
페이지 시프트 공원(Phase Shifts Park)은 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 공원 시설은 주민들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인지시키고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그 가치를 향유하게 한다. 이곳에 적용한 디자인 언어는 다양한 차원에서 일상의 문제를 돌아볼 수 있는 보편적 접근 방식을 만들어낸다. 공원에는 공항을 도시 경관으로 변화시킨 지리학적 차원, 거대한 공공 지형에 고유의 문화 시설을 통합시킨 도시적 차원,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공유함으로써 여러 도시 간의 투과성을 만든 도시 내부적 차원 등이 공존한다. 이 다양한 차원의 연계는 독특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공원의 다양한 지형 공원을 통해 거대하고 굽이치는 땅을 가로지르는 물, 바람, 사람과 사람이 아닌 모든 것을 탈바꿈하고자 했다. 언덕은 드넓은 지평선의 시각적 틀을 구축하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진다. 그 앞에 서면 친밀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북쪽 라운지, 동쪽 나선형 도로, 중앙 잔디밭, 동쪽 스카이돔, 중앙 마당은 비바람을 피하고 문화 행사와 공연을 열기에 적당하다. 다양한 지형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조금 멀어져 끊임없이 바뀌는 살아있는 환경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3km의 구불구불한 길은 차량과 보행자를 보호하고 사람과 동물이 오갈 수 있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한다. 녹색 허파 지표면의 주름은 일상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을 넘어 투과성의 변화에 따른 파라미터(parameter)를 드러내는 기술적 도구이기도 하다. 바닥의 투수성은 집수 능력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생태계를 진작시킨다. 바닥의 작은 구멍은 물을 흡수하고, 이 물은 산소와 함께 씨앗을 발아시키며, 발아된 식물은 새로운 경관을 만들어낸다. 지표수의 층위는 형성된 식물층과 연관되며 빗물 유출수와 공기질에 대한 장기적 지표를 제공한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공원 곳곳에 배치된 간이 시설에서 분석되어 지역 활동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보여준다. 공원을 수놓은 식재는 대만의 식물 군계가 지닌 다양성을 활용해 가장 덜 더운 지역부터 가장 덜 오염된 지역, 가장 습도가 낮은 지역을 보여준다. 식재 유형과 시설은 공원 내 정원을 구분한다. 공원은 도시에 거대한 ‘녹색 허파’를 제공해주고, 공원의 주요 흐름을 간간히 끊는 ‘만남의 구역’은 사람들이 길을 걷다 멈춰서 공공 공간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해변, 정원 등 여러 공간에는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의 감각 원리에 기초한 12가지(언어 감각, 미각, 청각, 평행 감각, 사고, 시각, 움직임, 자아, 촉각, 따뜻함, 후각, 삶) 요소를 놓아 감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Team mosbach paysagistes(team head), Philippe Rahm architectes, Ricky Liu & Associates Architects and Planners Commissions By New Construction Office, Taichung City Government Location Taichung, Taiwan Area 67.4ha Design 2011~2013 Construction 2014~2020 Photograph Catherine Mosbach, Victor Chohao Wu 캐서린 모스바흐(Catherine Mosbach)가 이끄는 모스바흐 페이자지스트(mosbach paysagistes)는 역사·환경적 가치가 높은 도시 경관 설계, 대규모 프로젝트 등 과학, 역사, 문명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실험적 작업을 선보인다. 대표작으로 보르도 식물원(Botanical Garden of Bordeaux), 솔뤼트르 고고학 공원(Solutre Archaeological Park), 루브르 렌즈 박물관 공원(Louvre Lens Museum Park)이 있다.
여주역 금호어울림 베르티스
여주역 금호어울림 베르티스는 여주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교동2지구에 조성된 7개동 605세대 규모의 단지다. 조경 면적이 전체 면적의 39%에 달하며, 아파트 내 테마 공간이 조성될 만한 곳에 선호도가 높은 조경 요소를 적용하고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좋아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인근 아파트 단지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설명을 곁들여야 하는 과도한 공간 이름을 짓기보다 물리적인 형태나 질감, 분위기로 공간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입주민들이 공간을 즐기면서 정서적인 위안과 교감을 얻도록 하는 데 설계 목표를 두었다. 주출입구 출입구 회전 교차로에는 수고가 높고 수형이 아름다운 대형 소나무를 심어 단지를 상징하는 인상을 주고자 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분홍 꽃을 피우고 매끄러운 수피를 가진 아름드리 배롱나무를 소나무 사이에 심어 거칠게 갈라진 소나무 수피와의 대비 효과를 꾀했다. 삼각형의 띠녹지에는 시선을 끌 수 있는 조형 소나무를 단독으로 식재했고, 시선의 차단이 필요한 곳에는 소나무를 군식해 입구 공간을 완성했다. 주출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계단을 올라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둔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이 경관이 중앙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기대감을 더한다. 정원을 품은 커뮤니티 공간 단지의 중심 공간에 단지를 상징하는 입주민 커뮤니티 장소를 계획했다. 개방적인 공간 구성, 요소 간의 연계와 균형감 있는 연출에 많은 공을 들였으며 적절한 여백을 두어 유연한 공간의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명쾌한 동선의 축을 중심으로 석가산과 생태연못, 팽나무 쉼터, 커뮤니티 하우스, 피크닉 테라스 등이 잔디마당 주변으로 펼쳐져 여유로움과 풍성함 사이에서 걷는 즐거움과 머무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무는 석가산은 보행 동선의 이동 방향을 고려해 배치되어 주변 요소들과 어우러져 청량한 풍경을 선사한다. 소나무가 석가산을 병풍처럼 감싸 안아 시선이 닿는 곳마다 보이도록 했다. 수형이 아름다운 소나무는 방향과 간격에 따라 홀로 돋보이기도,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여 아늑한 공간감을 구현해낸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글 조재운 와이에스개발 대표 사진 유청오, 조재운 조경 기본설계 스케이프뷰 조경 특화설계 와이에스개발 시행 하일건설 건설 금호건설 시공 와이에스개발 시설물 미담, 플레이잼, 아우라이앤에이, 토인디자인 위치 경기도 여주시 교동 114 대지 면적 38,631m2 조경 면적 15,229m2 완공 2022. 8.
[어떤 디자인 오피스] 조경그룹 이작
이번 작업(this work)을 줄여서 말하면 이작이다. 말 그대로 이번 작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튜디오 이름을 지었다. 생생한 설계실 현장의 치열함과 진지함, 즐거움과 고단함. 이 모든 단어가 성남시 분당에 있는 우리의 구성원 이자커스(eejaacers)에게서 들리는 숨소리의 표정들이다. 늘 현재진행형이다. 2008년 탄천이 흐르는 작은 오피스에 둥지를 틀었다. 지치지 않고 열다섯 해를 천천히 산책하며 산에 올라가듯 지나왔다. 동네도 떠나지 않고 잘 지키고 있다. 함께하는 동행들도 서서히 늘어나서 그런지, 요즘은 산책 같은 작업이 더 재미있고 즐겁다. ‘이작’이라는 한자어의 말장난을 통해 우리를 설명해 본다. 아마도 보편적인 얘기로 끝날지 모르겠지만, 조경그룹 이작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異作, 다를 이 모든 디자인 오피스가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다름에 대한 강박감이 있다. 태생적으로 디자인은 ‘다르게 하기’와 같은 뜻이라고 본다. 접근 방식이거나 태도이거나, 혹은 도구이거나 결과물이거나, 그중 하나라도 다르면 그때부터 안테나가 쫑긋 선다. 소위 안달이 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다름의 오리지널리티는 결과일 수도 있지만 과정이기도 함을 늘 명심하려고 노력한다. 理作, 다스릴 이 질서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나아가 감각과 무감각의 영역에서 세상의 순리를 따르고 현상에 귀 기울인다. 우리가 하는 모든 작업이 자연과 문화의 순환 고리 안에서 잘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거스름이 없다. 시간과 진화에 열려 있다. 지속가능하다. 이런 문장들이 떠오른다. 창의적 발상이 자연의 이치와 손잡을 때 비로소 우리의 작업은 순전한 날개를 달게 된다. 利作, 이로울 이 윤리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이로움을 지향한다. 대부분의 작업을 공공의 영역에서 진행하는 우리에겐 특히 중요한 문제다. 공간을 통해 공공에 전달될 ‘경험의 기회’는 곧 혜택과 복지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롭고 이롭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는 삶의 질과 연결된다. 그 최전선에서 일하는 공급자 그룹의 어딘가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두렵다. 以作, 써 이 이렇든 저렇든 결론은 결국 작업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작업물로 세상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좋다. ‘만든다’라는 범주는 도면에서부터 완성작까지 모두를 아우르며 우리가 추구하는 의미 영역 안에 있다. 페이퍼워크는 전문가 집단과, 완성작은 일반인들과 나눌 수 있으니 좋다. 작업물로써(以作) 전달하는 조경가의 언어가 비로소 세상에 낯을 내밀기까지, 너무도 고단한 프로세스가 있다. 그래서 설계는 과정의 마술이다. 육체적, 사회적으로 힘들다. 우리는 오늘도 짓고, 만들고, 작업한다. 지난 몇 년간 완공된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서 고민했던 흔적과 남겨진 것들, 혹은 사라진 것들을 정리해본다. 군포송정 중앙공원 도시공원 설계공모 첫 당선작이다. 아파트 단지와 공원의 공적 관계를 사적 관계 영역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뒤뜰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기억을 공공의 공간에서 구현하고 탐색해보려 했다. 가끔 슬리퍼를 신고 뒷마당에 나온 것 같은 이웃들을 공원에서 만나게 된다.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한국적 정서의 마당을 대표적인 도시 공간인 아파트로 옮겨 보려 했다. 공간의 서정성을 투박한 물성, 단정한 구획, 친근한 단차, 그리고 계절과 자연 현상을 감지하는 식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용산 고가 하부도로 정원 서울시 공공 프로젝트로 진행한 도시 인프라 개선 작업이었다. 고가 하부의 죽은 공간 살리기를 주제로 빗물과 수 순환, 습도와 식물의 기법과 적용, 공공 공간의 미적 기준 제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등을 고민했다. 치장과 단장의 디자인 방향을 완전히 배제하고, 도시 구조물과 식물로만 밀도 있게 조직한 정원 구조체를 제안했다. 엔지니어링 기술과 조경의 협업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프로젝트로 기억한다. 아쉽게도 정원 구조체는 몇 년 후 철거되고 보도블록 포장과 오토바이 주차 금지 펜스만 있는 다리 밑 공지가 되어버렸다. 진도 쏠비치 리조트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다녀온 뒤 한참 동안 우리 마음속에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그러던 차 잔잔한 바닷가, 전라남도 진도에 있는 리조트 설계를 맡게 됐다. ‘마음과 영혼에 접속하는 정원’을 주제로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정원을 배치하는 작업을 했다. 개개인의 작업물을 독려하고 비평하고 수정하고 도와가며 조성했다. 조형적 탐구, 관점과 차원의 전환, 낯설게 전달하기, 내적 움직임의 실체 등 깊숙이 들어가서 작업한 짧지 않은 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상업적 리조트와 충돌하는 상황이었지만 곳곳에 고민의 흔적들로서 소울 가든(Soul Garden)들이 자리하게 되었다. 개입한다는 것의 의미와 어떻게, 얼마나,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배웠다. 성남 은행동 소공원 옹기종기 모인 다가구 주택이 즐비한 산동네에 위치한 공원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지형을 생활 언덕으로 바꾸려고 했다. 가장 친근하고 알차게 사용할 수 있도록 멀리 보이는 산자락과 대조를 이루는 도시 언덕을 화강암으로 테트리스 쌓듯이 조성했다. 테트리스 언덕의 활용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치맥(치킨+맥주) 하기, 나물 말리기, 태양초 널기, 생활 품앗이, 낮잠 자기 등 동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채우는 생활 언덕의 일상은 다채로웠다. 화강암 언덕은 도시의 산자락을 은유하는 동시에 경사지 구조체로도 요긴한 장치였다. 동탄 신리천 교각 하부 공공 디자인 동탄 신도시 신리천을 따라 다섯 개 다리 밑 공간을 공공 디자인하는 작업이었다. 하천을 따라 북측은 갤러리와 같은 공공 미술 벤치로, 남측은 친근한 마을 카페로 변신시켰다. 색깔과 틈, 빛과 장소 브랜딩을 탐구하며 황폐한 교각 하부를 ‘얌전한 화려함’이 살아나도록 하는 갤러리 벤치 공원으로 조성했다. 따뜻한 감성의 브리지 카페는 주민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려는 시도였다. 수변을 따라 매일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의정부 고산지구 공원 지역성으로 시작해서 지역성으로 마무리한 작업이다. 신도시의 4개 공원과 녹지를 설계했다. 기억과 유산이 풍부한 산야의 공간을 도시 속에서 새롭게 정리해갔다. 산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들판과 물줄기를 핵심 장치로 가장 지역성이 잘 드러나는 공원이 되기를 기대하며 작업했다. 도시를 뚝딱뚝딱 순식간에 만드는 한국의 조급한 방식 때문에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남겨야 할 것, 기억해야 할 것, 지켜야 할 것, 알아야 할 것들은 지역 박물관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원을 통해 온몸으로 공간을 느끼고 도시의 기억을 경험하고 읽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해당 지역 곳곳을 누비며 멍 때리기와 파헤치기를 한 덕분에 술술 풀어나갈 수 있었다. 지역성은 옛 풍경의 내적 질서를 발견하고 새롭게 정리해 만드는 공원의 중요한 주제어다. 대구 복현자이 공동주택 아파트 놀이터 공간의 주인공을 바꾸고 싶은 생각에서 시작했다. 공터에 이것저것 매달 조합 놀이대를 포기하고 중앙에 놀이마루를 제안했다. 원형 놀이마루에서는 자유로운 놀이가 생겨난다. 마을 사랑방으로 활용되고, 때로는 아이들이 뒹굴뒹굴 나뒹구는 툇마루로 변신한다. 벤치의 높이가 주는 심리적 친근함과 만만함을 동그란 잔디마루 위에 재구성했다. 놀이터의 주인공은 놀이 기구가 아니라 마루다. 놀이터의 핵심은 놀이가 아니라 모임이다. 원형마루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한다. 둘러앉고 마주앉고 드러눕고 나뒹군다. 별다른 놀이가 필요할까. 우리는 장소와 시간의 힘을 믿고 탐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공간을 통해 대화를 시도하는 도시의 화자(storyteller)들이 모여 즐겁게 작업한다. 주거 단지 정원부터 도시의 공공 공간까지 예민하고 깐깐한 조경가들이 참여한다. 트렌드에 얽매이기보다는 상상력이 이끄는 객관화된 낯선 공간의 실체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조경 공간으로 말하고 소통하면서 외롭지 않은 조경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의도적으로 외로워진다. 장소성과 브랜딩, 공공 디자인과 지역성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바우하우스 포스터를 수집해볼까 생각 중이다. [email protected] 조경그룹 이작(eejaac landscape architects)은 행복한 조경가를 꿈꾸는 이들의 창작 공동체다. 장소의 힘에 대한 믿음은 작업의 시작점이자 동력이다. 문제의식은 잠재력을 찾고, 잠재력은 상상을 이끌고, 상상은 사람을 생각한다. 넘치는 상상력과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람을 위한 공간을 찾는 생각의 무한궤도, 그 어느 지점에서 오늘도 팽팽하게 산다.
[모던스케이프] 관광의 목적
바야흐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피서와 달리 여행에는 방문과 경험이라는 적극적인 행위가 따른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도전이 수반되는 여행, 벅차오르는 감동도 있지만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고통스러움을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 여행에 해당하는 travel의 어원은 travail(고통, 고난) 아니던가. 그에 반해 눈으로 보고 안다는 뜻으로 새겨진 관광(觀光)은 주체의 시선이 더 강조되는 단어다. 눈으로 확인하고 참관하며 견학하는 의미가 담긴 관광을 이야기할 때 17~18세기 영국에서 크게 유행한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빼놓을 수 없다. 외딴 섬 영국에서는 사회가 안정되자 상류층 자제들을 대륙으로 보내 세련된 취향과 외국어를 학습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견문을 넓히고 지식을 확장하는 목적을 가진 그랜드 투어는 근대적 의미의 관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인 토머스 쿡(Thomas Cook, 1808~1892)은 570명의 관광객을 모집하여 영국 레스터(Leicester)에서 러프버러(Loughborough)까지 이동하는 기차 여행을 시도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때부터 관광은 서서히 오늘날 통용되는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 매김했고, 관광의 목적 또한 교양을 학습하는 것을 넘어 위락과 휴식, 기분 전환 등 즐거운 경험을 누리는 데까지 확장됐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선진 취향을 학습하고자 했던 그랜드 투어가 계몽주의적 측면에서 근대적이라면, 토머스 쿡의 기차 여행은 자본주의 시대에 급부상한 시민 계층을 여행객으로 흡수하고 산업혁명의 상징인 기차를 여행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근대적이다. 그런데 관광의 대중화에는 각종 매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컸다. 쿡이 그 시절에 수백 명의 여행객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것도 광고라는 방식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급성장한 사진술과 인쇄술, 출판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이 관광이라는 아이템과 엮이면서 엽서와 지도, 브로슈어 등 다양한 관광 안내물이 쏟아져 나왔고, 이러한 인쇄물은 다시금 관광의 대중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 한반도에 근대 관광이 정착하게 된 양상은 표면적으로 서구와 닮았다. 개항 이후 왕족과 외교관 등의 관료들이 가장 먼저 해외 여행의 특권을 누렸고, 점차 선진 문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식인 계층을 중심으로 여행이 확산되었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국사편찬위원회, 『여행과 관광으로 본 근대』, 두산동아 한국문화사 시리즈 22, 2008. 김선정, “관광 안내도로 본 근대 도시 경성: 1920~30년대 도해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국문화연구』 33, 2017, pp.33~62. 한경수, “한국의 근대 전환기 관광(1880~1940)”, 『관광학연구』 29(2), 2005, pp.443~464. 阪野祐介·김윤환, “식민지도시 부산을 그린 요시다 하츠사부로(吉田初三郞)의 조감도(鳥瞰圖)와 타소표상(他所表象)”, 『문화역사지리』 33(2), 2021, pp.49~68.
자연 그대로의 자연, 네이처 갤러리
지난 9월 16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 하우스파티’를 열어 새롭게 리뉴얼한 래미안의 외부 공간 ‘네이처 갤러리’를 공개했다. 서울 송파구에 마련한 모델정원을 배경으로 공연을 열고,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해 예술·문화 활동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래미안 갤러리 리뉴얼 프로젝트는 2021년 시작됐다.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스튜디오 테라 대표)이 이끄는 시대조경 팀(서울시립대학교 조경설계연구실+MDL+스튜디오 테라)이 컨설팅, 실시설계, 현장 감리를 맡았다. 모델정원 시공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조경그룹, 주원조경, 연수당이 진행했다. 리뉴얼 프로젝트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점점 관행적으로 변해가는 아파트 조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좀 더 본질적인 차별화 전략을 찾기 위해 래미안 조경의 변화 과정과 현황, 국내외 트렌드,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래미안만의 조경 철학과 비전, 추진 전략을 제안하는 ‘조경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했다. 김아연은 주거와 일상의 근본적 가치를 다시 묻고 이론적 근거에 기반을 둔 전문적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래미안 단지 20곳을 답사하고, 주거 문화의 지향점을 고민했다. 분석 결과, 네 가지 내부적 성찰점과 외부적 대응의 필요성을 도출할 수 있었다. 내부적 성찰점을 먼저 살펴보면, 첫째, 아파트 조경은 브랜드 간 경쟁 심화로 인해 시각적 효과의 특화에 치중하고 있다. 둘째, 살면서 더 좋아지는 경관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행에 민감한 조경은 쉽게 질리는 조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근본적 주거 가치 구현의 노력보다 주거 상품 아이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넷째, 큰 맥락보다는 소규모 공간과 시설물 특화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외부적 대응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첫째, 기후변화, 팬데믹 등 지구환경적 이슈와 주거 공간의 관계성이 대두되고 있다. 둘째, 문화와 여가 방식의 변화, 기술 변화에 따른 조경 공간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자연의 작동성과 진정성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래미안 조경의 방향성을 자연의 고유한 생태적, 경관적, 기능적 특성에 기반을 둔 ‘자연 그대로의 자연’으로 설정했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아파트 단지에 도입함으로써 원서식처의 고유성과 래미안 자연의 독창성으로 자연 본연의 진정성(original nature)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전략으로, 원경관의 회복, 사람 중심의 공간과 경관, 불필요한 장식과 시각적 복잡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간결한 디자인을 제시했다. 이로써 입주민들은 아파트 조경을 통해 자연과의 관계성을 회복하며 일상 속 자연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관성적이고 관행적인 아파트 조경 설계 방법론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지하철 환풍구를 활용한 도심 속 무더위 쉼터
지난 6월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제3회 공공디자인 국민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 공모전은 국민들이 직접 일상 속 불편 요소를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공공디자인의가치와 중요성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좀 더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무한 상상,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을 세우고 공공캠페인 분야를 신설했다. 참가 자격도 일반부와 학생부로 확대했다. 일반부 대상에는 박성민·조재민의 ‘지하철 환풍구를 활용한 도심 속 무더위 쉼터’가 선정됐다. 지하철 환풍구의 불쾌한 공기를 시원한 바람으로 바꿔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환풍구 주변 공간을 시민 쉼터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공공시설을 공공디자인을 통해 개선하고, 도시 생활 환경 개선과 사용자 편의를 함께 꾀한 복합형 공공 시설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건축물 벽면녹화 네이처
지난 9월 21일 ‘2022 경기도 공공디자인 공모전’의 대상작이 발표됐다. 올해 16회를 맞이한 공모전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공공디자인 관점으로 접근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의 주제는 ‘사람과 환경을 위한 업사이클링 공공디자인’이었다. 총 103점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온라인 심사로 20점을 입상작으로 선정했다. 이 중 상위 9점을 대상으로 본선 진출자와 디자인 전문가가 함께하는 워크숍을 실시했고, 최종 심사를 통해 이관영·김강현·유진(서울예술대학교)의 ‘건축물 벽면녹화 네이처(nature)’를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기웃거리는 편집자] 스포트라이트와 서포트
학교를 다녀오면 야구 좋아하는 아빠 때문에 매일같이 TV에 삼성라이온즈 경기가 틀어져있었다.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하게 됐고 종종 부모님을 따라 야구장을 찾았다. 첫 야구 직관은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해태타이거즈 경기였다. 어느 팀이 이겼고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세세한 부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회색빛 출입 통로를 지나 만났던 광활한 풍경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느낀 감정을 책의 한 구절로 표현해본다. “3루 쪽 특별 내야로 가는 계단을 다 올라간 순간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확 트이면서 그 끝에 부드럽고 거뭇거뭇한 그라운드,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베이스, 똑바로 그어진 하얀 선, 정성스럽게 손질된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었다. …… 그리고 그때 마침 우리의 도착을 기다렸다는 듯이 조명이 켜졌다. 칵테일 광선을 받은 구장은 하늘에서 내려온 우주선 같았다.”1 잊을 수 없는 풍경 때문인지 야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야구팬이 됐다. 시간이 된다면 직접 경기장에 가 야구를 관람하는 편이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람은 선수와 코치, 감독이다. 승패를 가르고 팬들의 일희일비를 결정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수많은 관중의 시선이 모이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반면 스포트라이트는커녕 이런 사람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림자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운영자, 티켓 발권과 확인을 하는 매표소 직원, 관중들이 다치지 않게 지켜보고 보호해주는 사람 등, 하나의 경기에는 스포트라이트와 서포트가 공존한다. 이 두 가지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경기가 만들어진다. 몇 년 전 방영한 TV 드라마 ‘스토브리그’(SBS)는 서포터들의 애환을 잘 담았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으로 계약 갱신과 트레이드 등이 이루어지는 시기다. 이 드라마는 만년 리그 꼴등 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단장과 구단 사람들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보통의 스포츠 장르 드라마나 영화라면 꼴찌 팀이 대회에서 극적으로 승리를 하는 내용으로 흘러가겠지만, 스토브리그는 야구 선수들의 이야기보다는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들의 사연과 스토브리그에 펼쳐지는 사건을 다룬다. 뒤에 숨겨져 있어 잘 보이지 않던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광주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가 개최됐다. 나는 사전 행사인 학생샤레트 진행을 위해 대회 일정보다 일찍 광주로 향했다. 낯선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학생들의 숙소 체크인을 돕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려갔는데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자꾸 불시에 터져 몹시 당황했다. 게다가 언어의 장벽으로 소통까지 잘 되지 않으니 프로그램을 잘 마칠 수 있을지 무서워지기도 했다. 모든 슬픔에는 끝이 있다더니 시간은 흘렀고 마지막 일정인 최종 프레젠테이션까지 무사히 도달했다. 스토브리그는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드림즈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기 위해 그라운드로 향하고, 그 뒤편에 선 구단 사람들이 응원의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사흘간 진행된 학생샤레트가 끝난 후 열린 시상식에서 그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상장 수여를 위해 무대 위로 수상자들을 인솔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기념 촬영을 위해 무대에서 내려와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제야 고백하자면, 그때 친 박수는 학생샤레트를 큰 탈 없이 끝낸 나에게 보내는 일종의 상이자 격려였다. [email protected] 각주 1. 주인공인 노수학자와 그의 가사도우미 나, 나의 아들 루트가 함께 일본 프로야구팀 한신타이거즈 경기를 보러간 야구장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한 구절이다. 오가와 요코, 김난주 역, 『박사가 사랑한 수식』, 현대문학, 2014, p.126.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정신을 모르던 시답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
“머리 비우는 데 등산만 한 게 없어.” 친구의 말에 서울 외곽을 향했다. 사실 말만 거창했지, 가방든 건 이온 음료 한 병이 전부. 낮은 산등성이에서 가벼운 산책을 즐길 생각이었다. 중간에 나타난 황구의 농락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누런 강아지는 산 인근에서 절밥을 얻어먹고 자란 것 같았다. 꼬리를 흔들어대더니 나와 내 친구가 마음에 든 건지 졸랑졸랑 쫓아와 가이드 시늉을 했다. 길 안내하듯 앞장서 걷다가, 우리가 뒤처진다 싶으면 뒤에 와 종아리 뒤를 콧등으로 밀며 걸음을 독촉했다. 정신을 차리니 바위산 한복판이었다. 칼바위능선, 얼마나 끔찍했는지 그 이름이 아직도 기억난다. 앞도 뒤도 모두 가파른 바위 언덕이었다. 그제야 전문 장비로 중무장한 등산객들이 러닝화에 장갑 하나 없는 우리를 보며 혀를 차고 있다는 걸 알았다. 다행히 나와 친구를 불쌍히 여긴 젊은 부부가 돌산 타는 법을 알려주었고, 봉우리를 향하는 길옆에서 산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꼭대기까지 가자는 말에 손사래를 치고 줄행랑을 쳤다. 지긋지긋한 바위산을 도망치듯 내려오며 자꾸 뒤를 돌아본 건, 우뚝 솟은 암반의 압도적인 수직 경관이 무서우면서도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아 름답다더니 거대한 암석 봉우리는 돌의 표면을 세세히 살피게 했다. 바람과 물이 남긴 흔적인지, 돌 위에 새겨진 잔주름을 발견하자 딱딱한 표면이 일렁이는 파도의 물결처럼 부드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광주에서는 길고 긴 수평선을 봤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마지막 일정인 포스트 투어, 나는 순천과 낙안읍성을 향하는 코스에 인솔자로 동행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순천만국가정원을 한 번도 안 가본 사실이 내심 부끄러웠던 참이었다. 늘 사진을 통해 조감으로 본 찰스 젱스의 언덕을 실제로 마주하니 텔레토비 동산처럼 귀엽기보다는 대릉원의 고분처럼 웅장했다. 굽이치는 언덕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여러 나라의 정원을 구경하다가 스카이 큐브에 올라탔다. 걷지 않아서 좋다며 박수를 짝짝 대며 창밖 풍경을 찍다 보니 너른 땅이 나타났다. 그렇게 만난 순천만 습지는 너무 넓고 아름다워서 겁이 났다. 태풍이 북상하는 중이라 세찬 바람이 불었는데, 그때마다 수십만 개의 잎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파도처럼 온몸을 덮쳤다. 앞뒤에 걷던 일행과 멀어지고, 그 공백을 바람과 잎 소리가 채울 때면 영화 ‘그래비티’ 주인공처럼 우주에 버려진 기분에 휩싸였다. 영원히 이 갈대숲을 헤매야 할 것 같은 공포감 말이다. 흔히 조경의 특징으로 살아있는 소재(식물)를 쓴다는 점을 꼽지만, 나는 지형을 다룬다는 점을 좋아한다. 조경설계는 결국 땅에서 출발한다. 평평하거나 갑자기 치솟거나 가파르게 내리막을 그리거나 물결처럼 일렁거리거나, 지형은 그 자체로 다양한 심상을 만든다. 지형은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땅에는 시간이 담기기 마련이다. ‘지형도’를 지도의 한 종류가 아닌 어떤 은유로 사용하듯, 지형은 땅의 생김새를 넘어 역사나 문화, 어떤 맥락을 담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 지형의 아름다움이 서울이 아닌 곳에만 있는 줄 알았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빈 땅이 많아지고, 지형은 더욱 다채로워질 테니까. 그래서 “서울의 지형은 정말 환상적”이라는 렌조 피아노의 말에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던 것이다.1 내로라하는 건 축가의 말에 혹한 것일까. 그의 말처럼 갑자기 서울이 구불구불하고, 푸른 산을 도심에서 볼 수 있고, 큰 강줄기를 끼고 있고, 바다가 가까운, 극도로 풍요로운 도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웬만한 곳에 서도 산등성이의 곡선을 볼 수 있고, 마음을 찡하게 하는 거대한 수평과 수직의 풍경은 없어도 오르락내리락하는 땅을 고불고불가로지르는 골목길에서는 복잡다기한 도시사가 읽힌다. 좀 늦긴 했지만 발붙이고 있는 삶의 터가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 일은 꽤 즐거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표현은 너무 진부해서, 좋아하는 편지글의 일부를 빌려 왔다. “나는 정신을 2004년에 처음 만났다. 민선 언니 소개로 나간 자리였다. 난생 처음보는 한 작은 애가 시작부터 영롱한 무엇이었다. 완전히 달랐다. …… 어떤 해는 정신을 한 번도 못 보고 지나가도 정신을 모르던 시답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2 [email protected] 각주 1. “세계적 건축가 KT 새 사옥, 12m ‘공중부양’”, 「중앙일보」 2021년 6월 16일. 각주 2. 홍진경, ‘정신 생일을 축하해’, 2019년 9월 14일.
[PRODUCT] 오픈형 기능성 휴게 시설 스트라다 셰이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전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람들이 밀집하거나 밀폐된 도심의 공간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건의 스트라다 셰이드(Strada Shade)는 팬데믹 시대의 환경과 도심지의 긴 가로 공간을 고려한 휴게 시설이다. 일반적으로 벽이나 기둥으로 둘러싸인 박스 구조의 퍼걸러와 달리 벽과 기둥의 활용을 절제하고 공간을 가로지르는 벤치 등을 배치해 선형의 구조를 만들어냈다. 안에서 밖을 봤을 때 시선을 가리는 요소가 없어 공간에 개방감을 불어 넣는다. 이러한 열린 공간은 밀폐된 공간 속 전염의 우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선형 구조는 도심지의 긴 가로 공간에 적합하기도 하다. 대상지의 여건에 따라 시설의 길이를 늘이거나,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하나로 연결된 주된 선형을 중심으로 벤치를 지그재그로 가로지르게 배치하면 퍼걸러 내부에 다양한 포켓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곳곳에 충전기, 의자 등받이 등을 설치해 편의를 꾀했다. TEL. 031-943-6114 WEB. yek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