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공원 재설계는 한국 조경가라면 부담스러우면서도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파리공원은 현대 한국 조경의 역사에서 공원이 처음으로 기능적 도시 기반 시설이 아니라 설계 작품으로 인정받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제 오랜 시간이 지나 부분 보수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그리고 원 설계자도 말한 바 있듯 기술적으로, 행정적으로, 시기적으로 당시 파리공원이 완벽한 조건을 갖춰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모든 공원의 리노베이션이 그러하겠지만, 파리공원 고쳐 쓰기의 우선적 목표는 이용자의 새로운 요구 반영, 노후 시설 보수,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따른 공간 업그레이드였다. 여기에 더해 파리공원에는 여느 공원과 달리 특별히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공원의 상징적 의미다.
파리공원은 목동의 근린공원이면서 프랑스 수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 공원으로 만들어졌다. 기념 공원이라는 기획 의도에 당대 최고의 조경가들이 설계에 참여하며 현대 한국 조경의 문을 연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처음에는 이러한 이중적 상징성을 새로운 공원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원안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그 의도를 여러 번 되새기며 읽어보니 오히려 상징성의 문제에는 특별한 해법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35년 동안 한국인들이 다르게 인식하게 된 나라도 있지만,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을 손님을 맞이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주인으로 생각하고, 프랑스를 손님으로 존중하되 과하게 치켜 세우려 하지 않았던 원 설계자들의 해석은 지금도 유효한 훌륭한 개념이었다. 굳이 애써 프랑스의 문화와 파리라는 도시의 상징성을 새롭게 공원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 본래의 상징성과 공간적 틀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파리공원이라는 이름이 가진 이중의 상징성과 기념성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
오히려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부분은 공간 구조와 상징성을 보존하면서 현실적으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점이었다. 흔히 공원을 고쳐 쓴다고 하면 사람들이 찾지 않아 버려졌다가 리노베이션을 통해 도시의 명소가 된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 재생 모델을 떠올린다. 그런데 한국의 공원은 이러한 외국의 재생 모델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거꾸로 공원을 너무 대책 없이 잘 써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리공원 역시 리노베이션을 한다고 했을 때 왜 잘 쓰는 공원을 쓸데 없이 다시 고치냐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로 이용이 활발한 공원이었다. 물론 이용률이 높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균열이 생긴 분수의 바닥, 더 이상 페인트칠과 보수로는 버티기 어려운 휴게 시설, 체계적 관리가 되지 않아 너무 무성해지거나 빈약해진 수목, 거의 닳은 바닥 포장과 조금씩 떨어져 나가 안전 위험이 있는 담과 벽. 이런 문제는 시설을 바꾸고 기능적으로 해결하면 될 쉬운 과제들이었다.
* 환경과조경 410호(2022년 6월호) 수록본 일부
김영민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다. 세종상징광장, 광화문광장, 파리공원 재설계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주요 설계자로 참여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번역했으며, 『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