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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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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거진 가격 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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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공원의 보존과 재생, 로렌스 핼프린을 추억하며
도시공원의 보존과 재생 이슈를 다룬 이번 특집 원고의 교정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마음 한구석에 묻어둔 추억의 모더니스트 조경가 로렌스 핼프린(Lawrence Halprin)을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길지혜의 글 “도시공원의 보존, 변화와 연속성 사이”와 심지수의 글 “공원을 공원답게”에 등장하는 시애틀 ‘프리웨이 공원’의 설계자 핼프린을 처음 만난 건 대학원생 시절이었다. 학교 도서관 서가에서 무심코 뽑아 든 그의 작품집 속 흑백 사진 한 장에 가슴이 뛰었다. 포틀랜드 도심 ‘러브조이 플라자(Lovejoy Plaza)’ 개장일(1970년 6월 23일)의 한 장면. 시에라 산맥의 풍경을 거친 콘크리트 물성으로 재해석해 빚어낸 폭포와 계단 그리고 얕은 연못, 그곳을 가득 메운 청년 세대의 힘찬 기운과 활력. 러브조이 플라자는 1960년대의 저항 문화와 신사회 운동을 도시 한복판으로 불러낸 공감각의 무대였다. 노트 한구석에 이렇게 적었다. “로렌스 핼프린, 공감각적 공간 안무가.” 핼프린에 깊이 빠진 나는 그의 작품들을 여러 편의 글에 인용했다. 어느 논문을 다시 들춰보니, 무려, 이런 말까지 쏟아냈다. “환경과 신체의 대화를 시도한 핼프린의 실험은 자연의 역동적 경험과 도시의 일상 문화를 결합시킨 러브조이 플라자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것은 멀리서 눈으로 관조하는 장식적 폭포가 아니다. 사람들은 폭포에 기어오르거나 폭포 아래 연못에 들어가 자연과 삶의 생동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한다. 그의 작업은 우리를 경관의 구경꾼에서 환경의 참여자로 되돌려 놓는다.” 문제는 나의 신체로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는 점. 책으로 연애를 배우면 늘 자신 없는 법이다. 핼프린의 작업에 뭔가 빚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몇 해 전 연구년을 보낼 도시로 시애틀을 택한 데에는 핼프린에 대한 부채 의식을 떨치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도심 고속도로 상부에 공원을 덮어 단절의 문제를 해소한 시애틀의 프리웨이 공원, 그리고 그 형태 디자인의 원형을 실험하며 도시재생의 해법을 제시한 포틀랜드의 러브조이 플라자를 눈과 귀, 손과 발로 체험하며 핼프린이 꾀한 공감각적 장소감의 현재성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핼프린은 러브조이 플라자, 켈러 공원(Keller Fountain Park), 페티그로브 공원(Pettygrove Park) 등으로 구성된 ‘포틀랜드 오픈스페이스 시퀀스’를 1963년부터 1971년에 걸쳐 설계했다. 도심 쇠퇴와 경제 불황을 겪던 포틀랜드의 도시 문제를 선형 공간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구도심 한가운데 여덟 블록을 보행로, 공원, 광장, 숲으로 신경망처럼 잇고 엮은 선형 오픈스페이스는 도시 공공 공간의 미학적 혁신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도시재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평가는 포틀랜드 오픈스페이스 시퀀스를 재해석한 책 『혁명이 시작된 곳(Where the Revolution Began)』(2009)의 제목에 단적으로 담겨 있다. 건축 비평가 아다 루이스 허스터블은 켈러 공원을 “르네상스 이후 가장 중요한 도시 공간 중 하나”라고 평했다. 미국 북서부 특유의 겨울비가 내리던 날,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포틀랜드 오픈스페이스 시퀀스를 걸었다. 음습한 날씨와 원형 복원 공사 탓에 인적이 드물었지만, 시에라 산맥의 절벽과 계곡 풍경을 입체 그리드로 추상화한 콘크리트 조형 경관의 힘은 오래전 기억 속 사진 그대로였다. 산의 형세와 산맥의 형태, 물의 흐름과 퇴적을 재해석한 러브조이 플라자와 켈러 공원의 경관 위로 흑백 사진 속 청년들의 역동적 몸짓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2001년, 핼프린이 남긴 공원 유산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로렌스 핼프린 경관 컨서번시’가 구성됐다. 이 단체의 노력으로 포틀랜드 오픈스페이스 시퀀스는 2013년 3월, 도시공원으로서는 드물게 ‘국가사적지’에 등재됐다. 50년 넘는 풍화의 상흔을 치유하고 원형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돼 2019년에 마무리됐다. 복원과 보존을 위한 이러한 노력은 이번 호에 소개하는 시애틀 프리웨이 공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속도로 덮개 공원의 새 장을 연 프리웨이 공원은 도시의 변화와 함께 위험의 상징으로 퇴락해갔다. 콘크리트 폭포와 분수 일부를 철거하는 리모델링 계획이 세워졌으나 핼프린 컨서번시와 문화경관재단이 맞서 원형 유지와 개선 사이의 접점을 찾았다. 프리웨이 공원도 2019년 말, 국가사적지로 등록되기에 이른다. 최근 국내에서도 파리공원을 비롯한 20세기 후반의 도시공원들을 고쳐 쓰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복원과 변경, 보존과 재생의 충돌이라는 난제를 마주한 지금, 로렌스 핼프린의 유산을 둘러싼 그간의 쟁점을 꼼꼼히 살펴볼 만할 것이다. [email protected]
[풍경 감각] 손들어 볼까요?
“예쁘지만 환경 파괴적인 디자인과 박색이지만 친환경적인 물건.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손들어 볼까요?” 오래전 수업에서 교수가 던졌던 질문이다. 우리는 조금 웅성거리다가 절반쯤은 예쁜 것, 나머지는 친환경적인 것에 표를 던졌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무언가를 파괴하며 만든 것이라면 좋아할 자신이 없는데……. 그렇다고 못생긴 물건을 내 방에 두어야 한다면 쓸쓸한 걸……. 둘 사이에서 쓸데없이 오래 고민하다가 나는 어느 쪽에도 손을 들지 못했다. 그동안 욕심껏 모았던 관엽 식물들을 정리한 건 그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열대 지역이 원산지인 이 식물들은 무척 아름답지만 요구하는 게 많았다. 추위에 약하니 보일러를 틀어야 했다. 공기가 건조하면 잎이 노랗게 마르니 가습기를, 과습 피해와 곰팡이를 막으려면 서큘레이터를 돌려야 했다. 웃자라는 식물에는 생장용 전등도 달았다. 도시가스를 때고 화석 연료로 생산한 에너지를 아낌없이 쓸수록 아름답게 자라나는 식물들. 어느새 이 풍경을 좋아할 자신이 없어졌다. 이제 내 방 안에 온실(2021년 9월호)은 없다. 남은 식물은 별다른 요구 없이도 잘 자라는 10종 남짓이다. 앞으로 식물방에 따로 보일러를 틀지 않을 생각이다. 식물 전구는 중고 마켓에 팔고, 서큘레이터와 가습기는 작업실에서 쓰기로 했다. 50개쯤 되던 화분이 쓸쓸히 사라진 자리를 보니, 즐기는 것이 미덕인 취미에 또 쓸데없이 오래 고민하고 있는건가 싶다.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친환경적이기는 어려운 일. 여전히 어느 쪽으로도 손을 들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영남권 연수원
되돌이 지난 4년간 가르친 수업 중 하나가 ‘코어1’이라 불리는, 건축 등의 설계 교육을 받은 적 없는 학생이 입학 첫 학기에 듣는 필수 설계 과목이다. 15주 동안 학생들은 주 3회, 매 4시간씩 강의를 듣고 총 3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60페이지에 달하는 강의계획서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강도 높은 수업을 통해 개념 잡기, 대상지 답사, 각종 표현 방식, 여러 스케일을 넘나드는 접근 방식 등을 배운다. 수업의 별칭이 말해주듯 그야말로 조경 설계의 ‘코어’를 가르친다. 이 수업에서 가르치는 설계 과정은 상식적이고 단순하다. (1) 설계 문제의 이해, (2) 대상지 답사 및 분석, (3) 평면과 단면을 통해 개념 잡기, (4) 다양한 스케일과 종류의 드로잉을 통해 개념 발전시키기, (5) 여러 리뷰를 통해 피드백 받기 (6) 최종 결과물을 주어진 시간 내에 만들고 발표하기. 그런데 학생들이 그 수업을 거치며 배우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설계 과정이 절대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수차례 앞의 단계로 되돌아가고, 때로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개념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물론 주어진 시간의 한계는 명확하지만) 과정이 주는 스트레스에 지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설계로 만드는 기회로 삼는 학생이 좋은 성과를 내고 두 번째 학기로 넘어가게 된다. 오피스박김의 지난 18년의 설계 과정 또한 다를 바 없다. 클라이언트와 첫 대화를 하고, 대상지를 답사하고, 개념을 만들고, 여러 미팅과 보고를 거친 뒤 납품을 하고, 시공 현장에 나가 감리를 하는데,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난 뒤 과정을 돌이켜 보면 저 단순해 보이는 과정에 한 방향의 화살표보다 훨씬 많은 수의 루프들이 있다. 다시 개념으로 돌아가고 다시 현장을 나간다. 시공 현장에서 선형을 바꾸고 재료를 바꾼다. 공사비 절감을 위한 취사선택의 과정에 이르러 클라이언트에게 다시 개념을 설명해야 하고 꼭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해 설득한다. 아마도 이것이 코어1 강의계획서 두 번째 페이지에 언급된 ‘설계의 방식(methodology)’ 중 첫 항목인 ‘되돌이(iteration)’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오피스박김이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는 각기 다른 성격과 강도의 되돌이 과정을 거쳤는데, 어느 단계에서 어느 앞 단계로 돌아갔고 어느 단계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고, 그 후 어떤 모양새로 앞으로 나아갔는지가 해당 프로젝트의 공간과 완성도를 설명한다. 2015년에 시작되어 2019년에 완공된 현대자동차 영남권 연수원 설계 또한 수많은 되돌이를 거쳤는데, 이 지면을 통해 프로젝트의 되돌이 과정 중 중요했던 순간들을 반추해볼 수 있었다. ‘현대적’ 쉼 필자가 유학생이던 시절, 아시아의 또 다른 경제 강소국 출신의 친구가 이렇게 말했었다. “한국은 정말 대단해. 제철, 자동차, 조선 등 중공업의 강자잖아. 우리나라는 열심히 하지만 전부 경공업이라…….” 이 친구의 진심 담긴 부러움을 받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점이었다. 한국의 이 근대적 자부심의 중심에 기업 ‘현대’가 있다. 대상지는 본래 운동장의 비중이 매우 큰 현대자동차 연수 시설이 있던 곳이다. 아마도 울산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연수 기간에 머물며 축구나 집단 운동으로 단합하는 근대적 형태의 쉼과 배움을 즐겼을 것이다(다시 말하지만, 필자는 한국의 근대를 높이 평가한다. 근대적이라는 표현을 전혀 부정적으로 쓰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현대적(기업 현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쉼을 가능케 하는 외부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설계와 시공 과정 중 되돌이가 일어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진 여러 질문 중 하나였고, 그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이 쌓여 설계가 공간이 되었다. 첫 단서는 대상지 답사 중 찾았다. 2015년 11월에 직원들과 함께 방문한 대상지에는 그야말로 야생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연수 시설은 모두 철거된 상태였고, 당시 유행하던 재선충으로 인해 잘린 소나무들이 외부 반출을 위해 톱밥으로 갈리고 있었다. 해발 30m 높이 해변에 위치한 대상지에서 동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 대상지와 바다 사이의 두툼한 갈대숲이 따뜻하면서도 찬 가을 햇볕을 받아 금빛으로 넘실거리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때 든 확신은, 시선을 바다로 유도하고 대상지와 바다를 구분 짓는 어떤 인위적 장치도 배제함으로써 연수원 이용자와 자연 간의 직접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근대적 연수 프로그램이 단합과 운동에 초점을 두었다면, 현대의 현대(contemporary Hyundai) 구성원의 연수는 개인의 쉼과 그합, 그 둘 모두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건축 설계의 주안점과도 일맥상통했다. 그 당시 목격한 야생의 아름다움이 폐허와 방치로부터 온 것이었다면, 설계를 통해 탄생하는 외부 공간에서는 세심하게 안무된 물성의 배치를 통해 야생미를 만들어야 했다. 이 프로젝트의 조경 설계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건물과 대상지 경계 사이의 공간과 건물 내부의 중정들이다. 건물과 대상지 경계 사이의 외부 공간은 건물에서 바다로 향하는 큰 방향 안에서 거대한 주름이 공간을 만드는 지형으로 설계했다. 오피스박김의 여러 프로젝트에서 이렇게 큰 제스처의 지형이 전반적 공간의 틀을 잡는 경우가 많다. CJ 블로썸 파크(2016년 9월호)나 현대캐피탈 배구단 복합훈련캠프(2014년 1월호)의 외부 공간이 그 예다. 사실 조경 설계 과정에서 되돌이 루프를 일으키는 요인 중 절대적으로 빈번한 것이 바로 공사비 삭감인데, 지형으로 큰 면을 채우며 스케일감을 만드는 방식은 시설물이나 비싼 나무를 빽빽히 넣는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경제적이다. 더구나 이 프로젝트에서처럼 절성토 균형을 너무 잘 맞춰버렸을 때는 탄소발자국의 최소화 효과까지 있다. 시공 중 현장 감리를 통해 기반 공사 중 발생된 흙을 이동시켜 쌓으며 지형의 요철을 만들었다. 벤치 등 휴게 시설물을 영구적으로 설치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가구를 들고 나와 일시적인 휴게 등의 이벤트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역할이 바로 지형의 설계였다. 건물과의 관계를 살피며 3차원 설계 프로그램에서 지형의 고저 방향, 서로의 관계를 수없이 테스트하며 등고선을 변경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형은 한편 육중한 매스를 갖는 강한 형태의 건물에 스케일 감을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건축의 입면은 외부 공간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차로 진입하는 모든 방문객은 이 외부 공간 너머로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지형의 주름들 이 건축의 육중한 스케일을 완화한다. 건물 내부의 중정들은 필연적으로 내부 지향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시선이 재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물성을 통해 각 공간의 성격을 정의하되 최대한 비우고, 평탄한 기반 위에 배치함으로써 재료 자체가 뿜어내는 거침의 아름다움을 존중했다. 즉 나무를 심을 때는 그리드를 따라 한 가지 수종을 식재해 단순하면서도 밀도 있는 숲을 연출했고, 진입 공간에는 너른 수면이 만드는 반사의 경관이 방문객을 맞이하도록 했다. 매우 단순한 건물의 입면이 수면에 비추어지며 극화되는 순간이다. 중정 설계에 사용된 거친 돌, 마사토, 판석, 잔디, 물 등은 조경 설계에서 흔히 쓰는 재료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배치와 담는 공간의 모양에 따라 그 공간감과 경험이 천차만별이 된다는 점이다. 글과 함께 실리는 사진들이 실제 모습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연수원 완공 직후, 인류사에 유례없는 전 지구적 전염병이 돌았다. 현대는 갓 구워진 빵과 같은 이곳을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시설로 공유했다. 진정한 ‘혼자만의 쉼’이 필요한 사람들의 장소로 쓰인 것이다. 오피스박김이 설계한 ‘현대적’ 쉼이 동시대 쉼 문화에 일조하기를 기대해본다. 담담한 마음 박윤진 인터뷰 거대한 건물을 둘러싼 녹색 구릉이 인상적이다. CJ 블로썸 파크, 양화한강공원을 비롯해 그간 여러 프로젝트에서 지형을 다듬는 ‘지형술’을 이용해왔는데, 현대자동차 영남권 연수원(이하 현대차 연수원)에서도 같은 전략을 사용했나. 지형술은 대상지의 기능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혹은 가장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설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양화한강공원에서는 뻘을 잘 안착시키기 위해 호안 지형을 만들었고, CJ 블로썸 파크의 경우 훼손된 사면을 복원하기 위한 입체적 블레이드 지형을 제안했으며, 서울공예박물관의 지형은 나무를 기념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그를 향해 나아가는 계단의 역할을 한다. 현대차 연수원에서는 현장 흙의 외부 이동 없이 절성토 토공량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근간으로, 건물의 스케일을 완화 혹은 더욱 강조할 수 있는 지형을 구현하고자 했다. 부드러운 형태로 과장된 스케일을 구현하려 했으니, 오피스박김의 또 다른 ‘지형술’로 구분해도 괜찮을 것 같다. 구릉의 높이가 상당히 높다.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할텐데, 특별한 노하우나 공법이 있나. 안식각을 지키고, 절토량과 성토량의 비율을 맞추는 데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구릉의 높이가 높지만, 진입 시 건물의 수평적인 매스가 배경이 되어 장쾌한 경관을 연출한다. 물론 기능적으로 배수와 사면 안정화 유지·관리를 위한 굴곡의 형태이기도 하다. 급경사를 만들거나 다른 기능이 필요한 경우, 지형틀(서울공예박물관의 완만한 언덕에 설치된 선형의 콘크리트로 지형에 미세한 차이를 드러낸다. 2021년 10월호 참고) 등 몇 가지 기법을 통해 조작을 한다. 지형틀의 경우 현장의 문제와 여건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찾게 된 공법이다. 현장 조건에 맞는 테스트와 감리를 통해 기술적 성취를 한 셈이다. 퇴계로, 만리재로 보행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서는 새로운 포장을 찾기 위한 배합과 비율, 깊이를 목업 작업을 통해 탐구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재료와 공법을 발견하는 일은 늘 흥미롭고 즐겁다. 서울공예박물관에 사용한 지형틀은 현재 한국물가정보에 등록되어 있다. 이 넓은 구릉에 숲처럼 가득 심은 나무나 벤치, 테이블, 퍼걸러 같은 시설이 보이지 않는다. 이 외부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감각하기를 바랐나. 이로써 건물과 지형은 어떠한 관계를 맺게 되는가. 큰 열린 경관, 그 자체로 무엇이 되기보다 사람들 혹은 여러 현상들을 초대할 수 있는 경관을 만들고자 했다. 공간을 무엇이라고 규정하기보다, 자유롭게 열어주고 빈 곳을 만들어줌으로써 사람들이 어디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기를 바랐다. 연수원은 교육하고 학습하는 공간인 동시에 해방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장소다. 실내에서 느끼던 압박감에서 벗어나 몸과 정신을 이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쉼이라는 개인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발현되기 위해서는 잘 조직된 의도된 비움이 필요하고, 이러한 공간은 최근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지형과 건물의 관계는 상당히 전략적이다. 거대한 건물의 부피감을 큰 압도감을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의 지형이 부드럽게 완화하고, 이 대비를 통해 현대차 연수원의 정체성이 완성된다. 크게 열려 있되 재료의 대비를 이용해 영역을 구분하고, 시원한 쾌를 줄 수 있는 경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경관을 만들었다. 현대의 기원, 고 정주영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담담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경관이라고나 할까(담담한 마음을 가집시다. 담담한 마음은 당신을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만들 것입니다. 고 정주영 회장 친필 글씨 중). 특정 기업의 연수원인 만큼, 기업의 철학이나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이 요구되지는 않았나. 특별한 요청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리서치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기업 문화와 특성을 이해하고자했다. 제조업인 만큼 공장 같은 큰 스케일의 공간, 기능적인 공간이 어울린다고 판단했고 해안 경관이 펼쳐져 있는 대상지와도 잘 부합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울산에 공장을 두고 있을 시절, 직원과 함께 휴식하던 곳이 지금 현대차 연수원 터다. 그렇다면 현대에 맞는 새로운 여가의 경관은 무엇일까? 현대는 한국 제조업에서 선구적 역할을 한 기업이고, 제조업은 한국 근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굉장히 중요한 산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종묘의 평면을 다시 보게 되었다. 현대차 연수원의 평면과 많이 닮아 있었다. 정방형의 정전들이 미세하게 높이가 다른 지형에 둘러싸여 있고, 지형과 건물이 만나 생기는 빈 공간도 상당히 유사했다. 근대적 여가의 기원은 이러한 빈 공간에서 동시대와 조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차 연수원의 비움은 레저와 휴식 기능도 제공하지만, 한국의 전통 공간 구조와도 닮아 있다. 단 이때의 비움은 막연한 빈 공간이 아닌,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물, 돌과 같은 재료에 의해 현상학적으로 바뀔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또한 장쾌하게 빈 공간은 다양한 물성을 드러내는 데 유리하다. 전통, 근대, 그리고 동시대는 시계열로 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자연의 경험과 외부 공간을 다루는 조경 행위를 통해 확인 가능하며, 조경의 본질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비워져 있는 공간 중 유일하게 채워져 있다고 생각한 곳이 중정 속 나무 숲이다. 경관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머무르기 적합한 곳이 바로 나무 숲 중정이다. 부드럽고 투과성을 갖는 요소인 나무를 심어 하나의 레이어를 더 만듦으로써 중정의 오목함과 아늑함을 강조하려 했다. 중정에 숲이라는 필터를 하나 두어 거대한 건물이 주는 부담감을 덜고, 그 밑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쉬거나 만나게 한 것이다. 숲 아래는 흙으로 포장했는데 언제든 의자를 가져와 쉴 수 있고 토론회도 열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홈페이지를 보니, 현대차 연수원에 전통적인 소재를 사용하려 했다는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이라는 지역성이 드러나는 소재를 찾는 건 늘 오피스박김이 해온 일이다. 또한 실용적 이슈를 무시할 수 없다. 공법, 공사비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가 현장에서 사용한 발파석은 화강암 포장의 1/5 가격에 불과하지만, 현장 설계 혹은 감리만 잘한다면 크기와 거친 정도 그리고 놓은 방식 등에 따른 다양한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 더 거칠게 깬 돌을 놓기도 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비우고, 언덕 대신 납작한 잔디밭을 두기도 하고, 중정 사이에 나무 숲을 만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 전통 공간과 다를 바 없는 고전적 언어를 사용했지만, 물성을 대상지에 맞춰 극화하고 더 합리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크지 않은 직사각형 틀에 잔디와 깬 돌을 채워 넣었는데, 어떤 기능을 하는 공간인가. 주변 석산에서 나온 돌을 사용한 것으로, 거친 돌은 배수를 원활하게 하고 단단하고 매끈한 바닥과 대비되어 미묘한 질감이 느껴지게 한다. 현대차 연수원에서는 거대한 건축물을 둘러싼 유리 매스와는 대비되는 방식으로 거친 질감을 만들어낸다. 부드러운 잔디와 매끄러운 돌, 거친 돌의 물성을 이용해 공간의 영역을 만들어보려 한 것이다. 낮은 옥상에 설치한 직사각형 틀은 바다를 향한 일종의 제스처다. 이 공간을 쉼터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건물에서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주변 건물이 매끈하기 때문에 그와 다른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작지만 개방감을 안내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건물 안팎이 하나로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 단절된 안과 밖이 서로 교호하면 묘한 긴장감이 만들어지고, 작은 공간이라도 건물 내부에서부터 시작된 질감이 바깥으로 이어지면 공간의 깊이감이 더해진다. 현대차 연수원을 비롯해 여러 프로젝트에서 주로 고인 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기능적 이유가 큰데, 한국의 경우 겨울이 길어서 물을 사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서 얕은 물을 주로 사용한다. 평소에는 포장 공간이지만 언제든 수경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든지, 물이 사라져도 아름다울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한다. 또 최대한 과장된 효과를 낼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한다. 현대차 연수원의 경우 건물 앞 가장자리에 길게 반사못을 놓았는데, 광장인 동시에 물이 담기는 공간이다. 수면에 비친 건물을 보면 그 규모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건물 진입구 쪽에도 해가 뜨는 모습과 바다의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수공간을 두었다. 고정되어 있기보다 계속해서 변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의 공간을 만드는 게 오피스박김의 일관된 태도다. 이는 한정된 한국의 땅과 도시의 밀도를 의식한 것으로, 만약 대상지가 캘리포니아였다면 전혀 다른 설계를 했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연구와 설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어떤 이슈에 주목하고 있나. 사실 나의 가족은 지금 보스턴에 있으므로, 나는 서울을 방문하고 있는 이방인인 셈이다. 서울과 보스턴을 오가며 감각하는 시차는,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흥미로운 기제가 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조경은 그 자체로 사회적으로 선하고, 환경적으로 매우 이타적인 분야다.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선을 만들며 이를 공간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또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보다는 새로운 생활 방식, 사회 구성원 개별 모두가 존중받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현상과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호, “이론과 실천과 교육을 가로지르다, 오피스박김의 2030”에서 오피스박김의 새로운 비전과 연구 과제로 ‘새로운 황야’를 이야기한 바 있다. 비록 2년이라는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새로운 황야를 탐구한 성과가 있을까(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미국에 있어 인터뷰에 함께하지 못한 김정윤 소장이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었다). 2020년 5월호가 발간된 직후, 하버드 GSD 학장에게 제출한 연구 제안서가 채택되어 ‘열한 개 중위도권 도시들의 잃어버린 자연(Lost Nature of Eleven Mid-Latitude Cities)’이라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 보스턴, 마드리드, 파리, 뉴욕, 상하이, 비엔나, 베를린, 런던, 도쿄, 헬싱키가 각각 도시화를 겪으며 잃어버린 자연의 요소는 무엇인지, 도시화 이전의 상태와 현재의 상태를 교차 맵핑하는 방식으로 알아보았다. 올 가을 새로 시작하는 세미나 수업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이미 만들어진 평면 맵과 짝 지을 수 있는 단면 맵핑을 진행해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지상, 지하의 자연적·인공적 자원의 재배치 공간 전략을 만들 계획이다. 우리의 서울, 강남에 대한 탐구를 세계로 확장시키는 데 오피스박김의 설계 아젠다인 ‘산수전략’과 ‘대체자연’이 프리즘 역할을 했다. 1960년대까지 논밭이었던 강남이 현재 90%에 달하는 불투수성 표면을 가진 도시가 되면서 매년 도시 홍수와 열섬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서울만 겪는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전제하에 다른 도시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서울대학교 류영렬 교수, 배지환 박사팀의 연구를 접해 강남 지표면 2~3m 아래에 유기 탄소 비율이 높은 흙이 풍부히 매장되어 있고, 이는 이 지역의 과거 토지 이용과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도시에서도 그 지역의 과거와 현재 목격되고 있는 문제들의 연관성을 알아보고 싶었다. 이러한 연구가 궁극적으로 ‘조경적 방법’을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계 전략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스케일과 지상, 지하를 넘나드는 시스템의 설계가 바로 잃어버린 황야의 기능을 부활시키는 새로운 황야(대체자연에서 발전된)가 아닌가 한다. 언제나 설계를 통해 ‘실질적 해결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 실행자이기에, 학교에서의 나의 연구가 오피스박김이 구현하는 공간의 전략으로 쓰여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 해결에 작은 부분이라도 기여하는 것이 전문인으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설계 총괄 및 감리 오피스박김(박윤진, 김정윤) 설계 담당 오피스박김(박협, 구재영, 장민지) 시공 현대엔지니어링 건축 건축사사무소 mpart 발주 현대자동차그룹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화서리 738-1 면적 124,957m2 완공 2020. 2.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열었다.
공원, 고쳐 쓰기
물건이 낡듯 공간도 낡기 마련이다. 오래되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건물을 부수어서 다시 짓고, 주거 환경이 심각하게 낙후된 지역은 재개발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반면 공원은 고요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도시 한복판에 처음 모습 그대로 놓인 도시공원의 모습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도심 속 공원은 복잡하고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삶과 도시에 숨통을 틔어주는 여백이다. 언뜻 주변 도시와 단절된 녹색 섬처럼 보이지만, 지역과 지역을 잇는 연결로이자 주변 지역에 필요한 콘텐츠를 담는 빈 터이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구심점이기도 하다. 주변 도시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공원은 점점 기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공원도 수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원은 어떻게 고쳐 써야 할까. 단순히 노후 시설을 교체하고 생육이 불량한 수목을 다시 심는 것을 공원 리모델링이라 부를 수 있을까.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듯 공원의 모든 것을 밀어버리고 새로운 녹지를 얹는 것이 바람직할까. 공원을 고쳐 쓰는 일을 다양한 시각으로 탐색해보고자 한다. 도시공원의 가치, 오래된 공원의 역사 자원을 보호하며 리모델링한 프리웨이 공원 사례,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 설계공모의 기획 의도와 당선팀의 설계 노트, 리모델링 공원 산책기를 살펴보며 도시공원 고쳐 쓰기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도시공원의 보존, 변화와 연속성 사이 길지혜 공원을 공원답게, 프리웨이 공원 고쳐 쓰기 심지수 공원의 리노베이션,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의 경우 온수진 일상적 기억의 장소, 양천공원 산책기 손은신 양천공원, 시간과 일상의 배려 황용득(동인조경마당) 파리공원, 기억과 시간을 품은 공원 김영민(VIRON+김영민) 오목공원, 고쳐 쓰기 혹은 업그레이드하기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목마공원, 모두를 위한 공원 이상수(VIRON+스튜디오201) 신트리공원, 다음 세대의 공동체 정원 이남진(VIRON+스튜디오201)
[공원, 고쳐 쓰기] 도시공원의 보존
도시공원을 보존 대상으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를 꽤 오랜 기간 머릿속에서 되물어왔던 것 같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원은 동시대의 필요를 수용하는 공공 공간으로서 가치가 크기에, 시대에 맞추어 변화하고 진화하는 공간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파리공원과 아시아공원 등 최근의 공원 리모델링1 사업들은 공원을 보존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설계안에 반영되어 있어 반갑다. 도시공원을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주목하게 된 것은 국제적으로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뉴욕 센트럴파크는 일찍이 1963년 ‘국가 역사적 랜드마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고 201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도 등록됐지만, 일반적인 도시공원 보존에 대한 논의는 20세기 말이 돼서야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지속해 온 도시공원의 장소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와 도시공원을 마치 디자인되지 않은 유보지로 다루고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도시공원에 적합한 보존과 관리 원칙이 필요하다는 여러 논의가 이어졌다. 문화유산 분야에서는 2017년 ‘역사적 도시공원에 대한 ICOMOS-IFLA 문서’2를 공원 보존 가이드라인으로 채택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도시공원에는 지역 사회에서의 사회적·무형적 가치, 공원 디자인의 심미적 가치, 원예와 생태적 가치, 시민 사회의 가치가 오랜 기간 누적되어왔기 때문에 공원의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장소 의미가 함께 보존되어야 한다. 이렇듯 많은 국가에서 문화유산으로서 오래된 공원 보존에 대한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됐고, 실제 공원 리모델링 계획에서도 변화와 연속성 사이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해외 도시공원 사례를 통해 우리가 하는 비슷한 고민에 어떻게 대응했고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살펴본다. 오랜 기간 계속되는 공원 리뉴얼 갈등 헬싱키 카이사니에미 공원 카이사니에미 공원(Kaisaniemi Park)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공원으로 200년 역사를 자랑한다. 1827년 독일 건축가 카를 루트피히 엥겔(Carl Ludvi Engel)이 처음에는 궁정 양식의 정원과 구릉지와 해안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원으로 계획했으나, 이 부지로 대학 식물원을 옮기게 되면서 계획안이 대폭 수정됐다. 이후 카이사니에미 공원은 식물원과 함께 연못, 개울, 고목이 잘 어우러진 지역 주민의 산책 명소로 많은 사람이 추억하는 공간이 됐다. 1910년 공원 리뉴얼 필요성이 불거졌다. 그 과정에서 핀란드 도시 정원사 스반테 올손(Svante Olsson)과 핀란드 건축가 베르텔 융(Bertel Jung)이 작성한 두 가지 계획안이 나왔는데, 공원 보존에 대한 해석 차이가 커 ‘카이사니에미 전투’라 불릴 정도로 논쟁이 활발했다. 결과적으로 오래된 공원 옛길을 바꾸는 것이 공원 보존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융의 계획안이 현대 도시에 더 적합하다고 여겨져 당선안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실행되지 못하고 계획안만 헬싱키시 아카이브에 전해진다. 카이사니에미 공원 개선 논의는 1990년대 후반 다시 시작됐다. 헬싱키 시는 1999년부터 ‘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주제로 국제 지명 설계공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01년 공모전 우승작이 나왔지만, 공원의 주요 축을 변경하고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수공간과 자작나무길을 없애고 공원에서 활용도가 높았던 스포츠 경기장을 잔디밭으로 교체하는 등 공원 역사성과 현재 활용되는 공원의 기능을 모두 간과했다는 측면에서 조경 전문가와 역사학자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고,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논쟁은 앞으로의 공원의 지향점을 설정하는 데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헬싱키 시는 공원의 조성 방향 설정을 위해 여러 차례 포럼을 개최했고, 그 과정에서 공감대가 조금씩 만들어졌다. 이후 헬싱키 시는 공원 계획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세웠다. 공원의 역사적 가치 보존과 함께, 도심 속 매력적인 공원, 보행자를 위한 공원, 레저 공원, 지역 스포츠 공원과 같은 일상적 공원의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랜 논의 뒤 치러진 2007년 설계공모전에서는 공원 보존과 리뉴얼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었다고 평가된 핀란드 조경가 그레텔 헴고르드(Gretel Hemgård)의 설계안이 채택됐다. 헴고르드는 기존 수공간을 지속하되 형태를 새롭게 바꾸고, 카페 신축, 새로운 진입로 개방, 스포츠 시설 개선안을 제시했다. 리뉴얼 요소들이 도입됐지만, 오랜 기간 공원이 지역 사회에서 담아온 역사적 층위를 보존하고 그동안 도시에서 수행해온 기능을 지속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하지만 아직 공원 리뉴얼은 실현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이번에는 공원 리뉴얼에 앞서 지역 차원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공원 북쪽 도로의 확장 계획으로 공원의 가치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과 인접한 철로의 방음벽 설치 계획이 공원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다른 사업과의 관계에서 공원 리뉴얼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카이사니에미 공원 보존과 리뉴얼에 대한 논의는 보존에 대한 해석을 서로 맞추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아울러 어느 방향이 더 적합한지 판단하는 근거는 공원 역사에 관한 연구와 여러 이해 당사자 간 논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공원 내부 공간뿐 아니라 인접한 주변 환경과의 관계 정립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새로운 갈등을 겪는 공원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 미국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Battery Park City)에는 수많은 주거, 상업, 업무 건물 사이에 약 145,686m2에 이르는 면적의 공원과 오픈 스페이스가 세심한 계획에 따라 통합되어 있다. 그중 1996년 문을 연 와그너 공원(Robert F. Wagner, Jr. Park)은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중요한 결과물로 평가되며, 배터리 파크 시티의 관문이자 마지막 종착지로 상징성이 강하다. 처음 개장했을 때 건축평론가 폴 골드버거(Paul Goldberger)는 「뉴욕타임스」에 “뉴욕이 적어도 한 세대 동안 본 최고의 공공장소 중 하나”라고 평하며 “복잡함 속의 고요함(lush void)”을 지닌 14,160m2 규모의 공원이지만 4백만m2의 땅처럼 풍요롭고 감성적이며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와그너 공원과 배터리 파크 시티는 조성한 지 5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등록하려는 노력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보존의 주요 가치로 ‘경관 조화(landscape ensemble)’를 손꼽으며, 당시 공원 실무자들이 남아있지 않고 설계 회사도 존재하지 않으며 담당한 여러 전문가도 이제는 활동하지 않기에 빨리 보존노력이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파크 시티 관리단(Battery Park City Authority)이 진행하는 와그너 공원 대상 리질리언스(resilience)계획으로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 문화경관재단(The Cultural Landscape Foundation)은 랜드슬라이드(Landslide) 프로그램3을 통해 본 사업이 공원 보존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해당 계획은 공원 중앙을 차지하는 벽돌 파빌리온을 철거하고 더 큰 구조물로 대체하고, 상승하는 물을 막기 위해 벽을 지지할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경관재단은 배터리 파크에 가해지는 기후변화 위협은 경계해야 하지만, 와그너 공원은 저지대 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와그너 공원의 건물은 허리케인 샌디에도 침수되지 않았고, 공원 자체가 100년 홍수 예상 범위보다 더 높은 지대에 조성됐기에 해안가 통합 홍수 방지 솔루션에 와그너 공원을 포함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트 사이드 리질리언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미국 조경가 로라 스타(Laura Starr)는 “디자인도 리질리언스 계획의 중요한 구성 요소”임을 강조하며 모든 사람이 공학적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의견을 낼 수 있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장벽을 세우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에 최상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고려한 공원 리노베이션 계획은 그 시급성 때문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공원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놓치지 않고 의미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설계 원칙 도출을 위한 협의 셰브데 보울롱네르스코겐 도시공원 스웨덴 셰브데(Skövde)의 보울롱네르스코겐 도시공원(Boulognerskogen Urban Park)은 약 140,000㎡ 면적의 공원으로, 19세기 중반 전국에서 이곳에 와 온천수를 마시고 입욕으로 치유하는 유명한 휴양지였다. 공원에는 독특한 지형 내 연못과 함께 다양한 식물 자생지, 레스토랑과 호텔 등 상류층을 위한 시설이 있었다. 1930년대에는 노동자들을 고려한 시민공원으로 변모하면서 다양한 시설이 도입되었다. 1933년에는 인공 연못이 조성되어 여름에는 수영장,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공원은 1960~1970년대 많은 부분 쇠퇴했고 연못 수질도 좋지 않아 입수가 금지되었다. 황폐해진 공원은 방문하기에 안전한 장소로 인식되지 못했다. 셰브데 시는 공원을 복원하고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 2012~2014년 설계공모를 진행했고 2015년 공사를 마쳤다. 복원 사업에서 중시했던 점은 디자인에 시민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지역 정치인들도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일련의 협의 과정을 통해 다음의 설계 원칙을 도출했다. (1) 공원 경계를 수목 울타리로 둘러싸도록 구분, (2) 공원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7개의 새로운 진입로 건설, (3) 근처 노인층을 위한 전망대 제공, (4) 연못의 복원, (5) 물 순환을 통해 신선함을 유지하는 분수와 굽이진 산책로가 있는 모래사장 조성, (6) 해안가를 따라 반 차광된 보행자 산책로 조성, (7) 일광욕을 할 수 있는 길게 뻗은 테라스 공간 조성, (8) 가지가 풍성한 산벚나무 열식. 셰브데 시는 넓은 평야 지대로 하천이나 바다로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다. 따라서 보울롱네르스코겐 공원 연못의 복원은 50년간 잃어버렸던 공원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해준 변화 사례로 높이 평가된다. 해당 지역 커뮤니티의 요청 사항을 충분히 수렴해 공원 공간이 구 성되었다는 점, 그리고 원래의 공원 기능이 현재도 유효해 복원이 중시되었다는 점에서 공원의 역사성과 현재의 요구가 공존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커뮤니티가 설계에 참여하는 방식 시애틀 프리웨이 공원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프리웨이 공원(Freeway Park)은 약 5.2에이커(약 21,000㎡)의 면적으로, 1976년 조경가 로렌스 핼프린(Lawrence Halprin)과 앤절라 다나지에바(Angela Danadjieva)가 설계한 공원이다. 문화경관재단은 10여년 전 프리웨이 공원에서 분수 두 개와 옹벽 일부를 철거해 공원의 시각 및 공간 구성을 변경하려는 계획에 맞서 사업을 무산시킨 바 있다. 이후 시애틀 시는 공원 관련 비영리기관인 프리웨이공원협회(Freeway Park Association)와 협력하여 공원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리웨이 공원을 조성한 지 45년이 지나면서 수목도 많이 자랐고 주변에 컨벤션센터와 새로운 빌딩들, 공공 공간, 진입로들이 조성되면서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프로젝트는 역사적 요소의 보존뿐 아니라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 21세기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편의 시설 추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45년 된 고가 도로 위에 위치한 공원인 만큼 인프라 유지·관리에 대해 먼저 고려했고 이후 여러 이해 관계자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자 했다. 공원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은 공공의 참여였다. 공원 주변의, 그리고 공원을 이용하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를 공원 계획에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가기 전 2017년 프리웨이공원협회는 조경가와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현장 워크숍을 진행했다. 공원의 가치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가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세 차례의 회의와 디자인 부스(Seattle Design Fest Booth)설치 기회를 마련했다. 2019~2022년 동안의 기본계획과 설계 단계에서는 세 차례의 오픈 하우스, 패널 회의, 설문 조사 방식으로 대중의 참여 기회를 마련했다. 여러 의견을 모은 뒤 예산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하는 단계가 되었을 때 다시 오픈 하우스와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우선순위는 대중, 자문위원회, 디자인위원회, 공원협회, 경찰국 등 이해 당사자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였는데, 이를 취합해 먼저 진행할 1차 사업을 추출하였다. 우선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야간 조명 설치와 안내 체계 개선이었고, 그 외도 조경, 관개, 배수 체계 개선, 상부 잔디 보강, 화장실 개조, 세네카 광장의 확장, 포장, 좌석 배치, 식재, 유지·관리 시설, 분수로의 접근성 향상 등이 있었다. 기본계획과 설계 과정에서 진행한 여러 회의 내용은 시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되어 당시 발표 파일, 설문 조사 결과, 홍보 포스터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시애틀 시의 노력 덕분에 2019년 말 프리웨이 공원은 ‘국가사적지’ 목록에 등재됐다.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원 보존과 개선 방향을 함께 고민하면서 양쪽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모든 공원이 보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중요성이 높고 대상지에 적합한 설계안을 보여주며 여러 사람의 기억과 추억이 가득한 공원은 보존에 있어 많은 동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공원의 변화와 연속성, 즉 공원 보존과 활용에 대해서도 이전의 다른 문화유산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많은 갈등과 논의가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긴 호흡으로 공원의 역사와 중요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지역 주민과 전문가가 서로의 의견과 계획을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여러 해외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점이었다. 공원이라는 특성상 여러 이해 당사자의 소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화유산 관점에서 본다면, 건조물과 다르게 공원의 보존은 그 변화 과정을 해석하여 미래의 변화를 주도하는 특성이 있다. 공원의 복원은 물리적 형태 복원의 의미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의 회복이라는 의미로 더 크게 다가온다. 보존과 복원이 실제 삶에서 맞물려 해석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변화와 연속 사이의 어딘가를 계속 선택해 나가게 될 것이다. 일련의 공원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우리 시대에 만들고 이용해온 공원들이 앞으로도 그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고 미래 세대에 잘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각주 1.공원 리모델링은 리노베이션(renovation), 리뉴얼(renewal), 개선(improvement)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본고 에서는 공원별로 사용하는 용어를 기준으로 기술한다. 2.ICOMOS-IFLA Document on Historic Urban Public Parks, 2017 3.문화경관재단은 1998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유산으로서 경관의 가치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재단은 2003년부터 랜드슬라이드(Landslid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공원, 정원, 경관 등 여러 요인으로 위협을 받는 대상에 주목함으로써 해당 유산 보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위협을 가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로 공원 리노베이션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 참고 자료 • The Nordic Association of Architectural Research, Built Environment and Architecture as a Resource Proceeding Series 2020-1 , 2020, pp.153~180. • www.icomos.org • www.landezine-award.com/boulognerskogenrestoration-of-an-historic-park • www.archpaper.com/2017/05/wagner-parkremodel/ • www.freewayparkassociation.org/improvementproject/ • www.seattle.gov/parks/about-us/projects/freewaypark-improvements • www.tclf.org/ 길지혜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성부연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근대기 서울 주택정원 연구’를 수행했으며, 도시공원 기록물 아카이빙에 관심을 두고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와 함께 공부하고 있다. 문화유산 보존, 세계유산도시의 거주적합성 향상, 문화재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공원, 고쳐 쓰기] 공원을 공원답게
모든 공간은 낡는다. 공원도 마찬가지다. 최초로 고속도로 상부를 덮어 만든 공원1이자 고속도로가 남긴 도시의 상흔을 치유한 공간2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시애틀의 프리웨이 공원도 공간의 의미가 퇴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3 많은 이의 노력으로 공원을 조성한 지 47년이 지난 지금, 공원을 공원답게 만들기 위해 다시 많은 이가 모였다. 그간의 경과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2019년 프리웨이 공원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같은 해 프리웨이 공원을 개선하는 사업의 디자이너가 선정됐다. 곧 개선을 위한 계획이 수립되었고 세부 설계가 진행 중이다. 내년 착공 예정인 새 프리웨이 공원은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혁신의 공간에서 어두운 공간으로 변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 공원을 왜 고쳐야 하는지 이야기하려면 공원의 시작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리웨이 공원의 시작은 고속도로였다. 1956년 연방고속도로법(Federal Highway Act)이 제정되면서 고속도로가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도시를 빠르게 잠식한 이 거대한 회색 기반 시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즉 고속도로를 보는 또 다른 관점을 생산했다. 당시 로렌스 핼프린(Lawrence Halprin)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해 ‘운동의 시대’로 명명하며 거대하고 복잡한 고속도로가 도시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부주의한 개발에 굴복하는 대신 도로를 도시 경관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고속도로가 주는 고유한 특성을 길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4 시애틀의 주간 고속도로인 I-5의 존재에 대해서 시애틀 건축가 폴 티리(Paul Thiry)는 고속도로의 건설부터 반대했다. 폴 티리의 반대는 사회적으로 큰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고속도로가 건설된 이후, 고속도로가 지역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부를 덮자는 의견은 프리웨이 공원이 조성되는 데 일부 기여했다.5 이후 변호사 제임스 엘리스(James R. Ellis)는 포워드 트러스트(The Forward Trust)를 설립하고 시애틀의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한 목록을 만들면서 I-5가 지나는 지역 일부에 작은 광장인 세네카 광장(Seneca Plaza)을 조성하게 된다. 엘리스는 세네카 광장을 보며 이 공간을 고속도로를 가로 지르는 공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시장이었던 플로이드 밀러(Floyd Miller)는 엘리스의 제안에 즉각 지원을 약속했고 시 의회는 고속도로 상부를 공원으로 만드는 개념을 승인했다. 주 고속도로를 담당했던 조지 앤드루스(George Andrews)는 이 개념을 구체화 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공원 조성을 위한 자금 299만 달러를 확보했는데, 그중 90%는 연방 정부가 나머지 10%는 주 정부가 부담했다. 계박람회의 시애틀관 조성에 참여했기 때문에 1970년 8월 핼프린의 회사는 공원 디자인을 위한 후보군에 들어갔다. 같은 해 12월, 시는 핼프린의 회사와 계약했고, 핼프린은 수석 디자이너로 앤절라 다나지에바(Angela Danadjieva)를 임명했다. 1970년 10월 13일 과업 지시서에는 1단계로 대기 오염, 소음, 풍향, 날씨, 그림자에 대한 환경 연구가 포함됐다. 또한 식재 패턴과 식재 수종에 대한 사항들과 현장의 전망에 대한 분석, 지형, 접근성, 차량 이동 및 보행 패턴에 대한 평가도 넣었다. 마지막으로 주변 지역의 이용자 행태에 대한 설문 조사가 진행됐다.6 콘크리트 공원의 변신 이 공원의 주된 요소는 콘크리트다. 총 12,000큐빅야드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정돈된 목재 질감으로 공원의 전체 뼈대를 만든다. 콘크리트를 주된 재료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앤절라 다나지에바는 시애틀의 도시 경관이 만드는 질감은 콘크리트이며 고속도로 자체도 도시를 따라 흐르는 콘크리트와 같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원 전체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경로를따라 구성됐다. 다나지에바는 공원의 디자인에 대해 전체 공원의 요소는 기하학적 구조물과 부드럽고 무성한 식물 재료 간의 대조에 있다고 봤다. 식재는 공간의 가장자리를 채우며 공원의 위요감을 만들고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도시의 피난처로서 공원의 역할을 강화했다. 공원이 처음 소개된 뒤, 많은 이의 이목이 프리웨이 공원에 몰렸다. 고속도로를 덮고 만든 공원, 콘크리트 구조물이 만드는 연속된 공간은 프리웨이 공원을 혁신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공원은 빠른 속도로 변화를 겪었다. 어린이와 부모로 가득했던 분수는 가동을 멈췄고7, 공간의 위요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수목이 성장하면서 공원 내 시야를 차단하고 수목의 그림자는 공간을 더욱 어둡게 했다. 거리의 노숙자들이 가장 먼저 이 변화를 알아차렸다. 프리웨이 공원은 곧 약을 거래하고 약에 취하는 공간이자 노숙자의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이즈음이었다. 프리웨이 공원이 가진 장소의 의미를 처음 논의한 문서는 PPS의 2005년 보고서다.8 이 보고서는 프리웨이 공원의 핵심 요소인 폭포와 분수 시설의 노후화, 수목의 성장으로 인한 공원 전체의 어두운 환경과 시야 확보의 어려움, 좁고 복잡한 출입구로 인한 접근성 미비 등을 공원이 가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공원을 다시 공원답게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는 공원의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의 확보, 기존 디자인 요소를 고려한 공원 개선, 공원 내 활동성 개선, 접근성 개선, 지역과 관계 개선 등을 제안했다.9 2017년 문화경관재단(The Cultural Landscape Foundation)은 프리웨이 공원을 위협받는 문화유산에 해당하는 랜드슬라이드(Landslide) 목록에 포함시켰고, 같은 해 워싱턴 주 컨벤션 센터는 공공 기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프리웨이 공원 개선 사업에 총 1,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10 2019년 프리웨이 공원은 미국 문화유산에 등재됐고, 같은 해 프리웨이 공원의 개선을 위한 계획이 시작됐다. 프리웨이 공원 개선 사업을 이끄는 워커 메이시(Walker Macy)는 조명과 표지판 교체, 공원 내 시설 개선, 수목의 캐노피 관리, 출입구 및 접근성 개선을 중심으로 전체 공간을 개선하고, 분수 등 관개 시스템 보완, 화장실 및 카페 설치 등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있다.11 조명은 조명의 역할에 따라 높은 곳에서 비추는 간접 조명, 보행자를 위한 조명, 수목을 위한 포인트 조명으로 레이어를 구분하고 각각의 전략을 제시했다. 공원의 시설과 관련해 가장 중점적인 부분은 의자다. 새 의자는 공원 내 콘크리트와 목재로 만든 기존 의자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약간의 변주를 더해 공간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도록 디자인됐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수목이다. 총 536주의 수목 중 106주를 과감하게 제거해 기존의 공원 내 조망점을 되살리고 시야를 확보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공원을 좀 더 쉽게 찾기 위해 출입구를 넓히고 개방감을확보했다. 간단하고 분명하다. 워커 메이시는 계속해서 지적되어 온 문제점이자 사용자가 경험하는 불편을 최소한의 개입으로 개선하면서 프리웨이 공원 고유의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남겼다. 공원을 공원답게 고쳐 쓰는 방법은 어쩌면 간단할지도 모른다. 프리웨이 공원은 미국의 200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이하여 개장한 공원이자 최초로 고속도로 상부를 덮은 공원으로, 공간이 갖는 의미가 분명한 곳이다. 시간의 흐름은 프리웨이 공원의 의미를 변하게 했지만, 프리웨이 공원 개선 사업은 프리웨이 공원을 다시 공원으로 복권하고자 한다. 프리웨이 공원은 고속도로의 등장과 이로 인한 도시 공간의 변화에 콘크리트 공원으로 답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공원을 고쳐 쓰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제 우리를 바라볼 때다. 우리가 고치는 공원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각주 1. 시애틀의 프리웨이 공원은 세계 최초로 고속도로 상부를 덮어 만든 덮개공원(lid park)이다. 2. 프리웨이 공원을 조성할 때 도심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상처로 보고 이를 치유한다는 의미에서 ‘상처의 치유(heal the scar)’를 공간의 조성 이념으로 봤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주변 지역은 소음 공해, 단절, 대기오염 등의 피해를 받기 때문에 고속도로 공원화 사업을 피해의 보상으로 보기도 한다. 3. 프리웨이 공원은 시애틀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5번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5, 이하 I-5) 상부에 조성된 공원이다. 1966년 개통한 I-5는 분산된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지만 시애틀 도심을 동서로 단절시켰다. I-5의 6번가와 7번가 상부에 조성된 프리웨이 공원은 미국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1976년 7월 개장했다. 프리웨이 공원은 혁신의 공간에서 어둠의 공간으로 빠르게 퇴색했다. 4. Lawrence Halprin, Freeways , New York: Reinhold, 1966, pp.5~12. 5. Alison B. Hirsch, “The Fate of Lawrence Halprin's Public Scape: Three Case Studies”, Thesis of Master of Science in Historic Preservation , University of Pennsylvania, 2005. 6. 앞의 논문. 7. 공원 내 분수에 물을 공급하는 3개의 펌프가 있었지만(한 번에 2개 사용, 세 번째 순환), 지금은 2개의 펌프만 남아 있으며 한 번에 하나의 펌프만 물을 공급한다. 펌프 하나의 용량은 원래 설계의 분당 28,000갤런에서 시간이 흘러 분당 9,500갤런에 가까운 상대적 세류로 감소했다. 그러나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공원 유지·관리 예산이 감소하면서 현재는 작동을 멈췄다. www.tclf.org/landscapes/freeway-park 8. PPS(Project for Public Space)는 1975년 설립된 미국 비영리기관으로, 살기 좋은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9. Project for Public Space, “A New Vision for Freeway Park”, 2005. 10. www.fhwa.dot.gov/ipd/projec t _ prof iles/wa _freeway_park_improvements_project.aspx 11.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및 시애틀 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총 220명이 응답한 1차 온라인 설문 조사와 530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를 통해 마스터플랜과 세부 디자인 전략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Walker Macy, Freeway Park Design Improvement Presentation, 2021. 심지수는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버지니아 공과대학 건축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경관 계획을 가로지르는연구를 하고 있다. 『경관이 만드는 도시』(한숲, 2018)를 번역했다.
[공원, 고쳐 쓰기] 공원의 리노베이션
원고 청탁서에 고쳐 쓰기, 수선, 리모델링이란 단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리모델링보다 리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끌린다. 변화에 대응하는 공원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상상하기에 더 적합해 보인다. 같은 범주로 행정에서 쓰는 용어는 ‘정비’와 ‘재조성’이다. 둘 다 기존 공원을 상정한다. 공원 재조성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례는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1990)이다. ‘어린이대공원 환경공원 계획’(1996)이나 ‘보라매공원 재정비 사업’(2002)도 있지만, 인상적 사례가 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정비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건이 상이하지만 낡은 놀이공원이었던 드림랜드가 북서울꿈의숲으로 변신(2009)한 것이 제법 선명한 사례에 속할 수도. 공원은 오래될수록 좋다. 처음 심은 작은 나무가 자라 거목이 되고 서로 어울려 숲을 이루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나무는 크지만 시설은 쇠한다. 주기적으로 포장을 교체하고, 벤치도 수리를 거듭하다 바꾸고, 설비도 개조한다. 하지만 공원의 변신이 필요한 이유는 ‘시설’이 낙후해서가 아니라 ‘이용’이 낡아서다. 고착된 시설로 인해 몸과 생각이 고정되어 새로운 이용을 상상하기 어려워 이용도 낡아간다.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이 준공된 지 35년이 지났다. 도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소득 수준, 주민 구성, 건축물과 상업 시설 증가, 지역의 기능 변화 등 공원 주변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도시가 달라진 만큼 도시가 공원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의 시작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을 촉발한 계기는 ‘양천공원 베이비존’(2017)과 ‘통합놀이터 조성 사업’(2018)이었다. 나무는 훌쩍 컸지만 시설과 이용이 뜸했던 양천 공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녹지대에 400m2 잔디밭과 영유아 시설을 설치한 베이비존을 조성했다. 베이비존은 예산 1억 원에 준공까지 40일을 들인 작은 변화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아빠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가서도 잠시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소개되어 ‘아빠 공원’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베이비존에 탄력 받아 곧바로 기획한 통합놀이터 조성 사업은 노후한 놀이터를 연접한 야외무대까지 확대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자연형 놀이터로 재조성하는 것이었다.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2018년 5월 개장해 주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각종 수상과 보도도 이어졌다. 이러한 공원의 작은 변화가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2018년 6월에 진행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의 공약으로 구체화되고, 같은 해 11월 5개 공원에 대한 기본계획이 총 83억 원의 예산으로 수립된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온수진은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1999년 서울시청에 임용되어 푸른도시국에서 월드컵공원, 선유도, 남산, 관악산, 노들섬, 서울로 7017 등에 참여하면서 도시의 모든 문제에 공원과 녹지를 대입하는 공원주의자가 되었다. 2020년에 『2050년 공원을 상상하다』(한숲)를 출판했고, 현재 양천구청에서 공원녹지과장으로 일한다.
[공원, 고쳐 쓰기] 일상적 기억의 장소
좋은 공원의 조건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공원의 이미지는 녹색 나무가 우거진 도심 속의 휴식처, 시민들이 다양한 여가를 즐기는 공공 공간일 것이다. 구글에 공원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지난 4월의 날씨 좋은 어느 토요일, 산책기를 쓰기 위해 찾은 양천공원의 첫인상이 그러했다. 공원 한가운데 광장과 놀이터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뛰어놀고, 나무 그늘 아래 벤치와 평상에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놀이터 옆에 위치한 공공 도서관은 쾌적했고, 곳곳에 앉아 책을 즐기는 아이와 어른들로 조용하게 북적였다. 여느 조경설계 패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상적인 풍경이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아한 건 양천공원이 리모델링을 통해 최근 재개장한 공원이라는 점이었다. 리모델링한 공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막연히 공원의 정경을 상상했을 때,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 사례처럼 낡은 외관이나 재료를 살리는 작업을 통해 남은 오래된 흔적을 공원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공원을 돌아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오래된 공원의 리모델링은 오래된 건축물의 리모델링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었다. 오래된 공원에 가면 키가 크고 수관 폭이 넓어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나무는 공원의 연식과 함께 나이를 먹는데, 이 살아있는 식물은 자라고 울창해지면서 공원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양천공원 산책은 공원과 함께 성장한 나무에서부터 시작한다. 작은 근린공원 외곽은 야트막한 둔덕을 쌓고 그 위에 심은 수목에 둘러싸여 있어, 어느 곳으로 진입하든 나무와 나무 그늘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낮은 언덕 위 숲 사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공원 중심부로 다시 내려갈 수 있는 언덕을 만나게 된다. 언덕 위 나무 그늘에 평상과 벤치,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날씨 좋은 4월의 봄날이어서인지 자리마다 어김없이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공원 중앙의 광장에는 원형의 잔디가 깔려 있는데 자전거 타는 아이들, 캐치볼하는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양천공원에 아이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잔디광장 바로 옆쪽에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아치형 구조물 아래에는 미끄럼틀, 정글짐 등 놀이 시설이 결합된 배 모양 구조물이 있고 그 주변을 모래 놀이터가 다시 둘러싸고 있다. 지하에는 아이들의 아지트를 의미하는 ‘키지트’라는 이름의 실내 놀이터가 운영된다.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요즈음,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주말에 밖에 나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을까. 많은 부모가 모래 놀이터 바깥 퍼걸러 아래에 자리를 펴고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편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꿈마루 놀이터가 개장한 것은 2018년으로, 양천구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 사업 이전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기존에 있던 노후 야외무대와 놀이터를 연계해서 설계한 도시재생형 통합놀이터로, 성별이나 연령, 국적,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손은신은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했고, 현재 건축공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도시의 물리적 경관에 표현된 추상적 기억을 담은 ‘기억 경관’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소의 기억이 남겨진 도시 경관에 관심이 많다.
[공원, 고쳐 쓰기] 양천공원
양천공원은 지역 주민의 생활 공간인 근린공원이다. 또한 구청과 이어져 있어 녹색 정책 의지를 보일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공원으로, 청사의 변화를 꾀할 시 공원과 연계한 통합형 청사 개발의 모델로 의미를 갖게 된다. 2010년대부터 주거 공간을 대상으로 활발히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됐지만, 오래된 공원의 리모델링은 그 범주에서 벗어나 간헐적, 단편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현실에서 양천구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의 첫 번째 사업인 양천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의미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양천공원 리모델링의 성패 여부가 후속 파리공원 리모델링은 물론 전국의 수많은 노후 공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도시재생이 주로 골목길 정비, 담장 개선 같은 소극적 부분에 국한되다보니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대부분 그 성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 반면 공원은 오래되고 낡은 시설의 교체나 보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대적 개조 작업이 비교적 용이해 공원 이용자에게 더 큰 변화와 실질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공원 재생은 여타 골목길의 재생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앞으로 도시재생은 가급적 오래된 공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러한 점에서 양천공원의 재생 과정을 유심히 분석해볼 가치가 있다. 오랜 기간 이용된 공원의 리모델링을 위해 계획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기존 흔적의 보존과 폐기 여부, 특히 오랜 기간 성장해온 수목의 존치와 이식 혹은 제거를 비롯해 단단해지고 용탈된 표토층의 처리 등 물리적 환경과 구성 요소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했다. 근린공원의 성격상 주민의 삶의 일부분이었던 공간이 어느 날 갑자기 가림막으로 둘러져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점과 그들이 이용하던 공간이나 활동이 변화되는 상황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매우 중요했다. 조성 시점의 공원 기능 변화를 고려해 중앙광장의 아스콘을 과감히 걷어내고 다목적 잔디광장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사라진 농구장을 별도의 전용 공간을 조성해 대체했다. 인접 대형 건축물에서 버려지는 지하수를 끌어들여 공원 용수로 활용했다. 기존 수목의 위치를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변화를 꾀하고자 했으며, 표토를 보충하고 다양한 지피 식물을 도입했다. 외곽 산책로를 정비하고 공원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확보하기 위해 여러 보안 시설을 보강했다. 더불어 오래된 화장실을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기능 공간인 도서관 형식의 책쉼터를 조성했다. 대부분의 공간과 구성이 변했지만 공원을 방문하면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공원 조성 초기부터 자라온 수목 대부분을 제자리에 두고 리모델링을 진행하고자 한 초기 구상을 일관되게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황용득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한주택공사 조경과장으로 일했다. 1996년 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을 설립해 미래지향적인 유연함이 있는 열린 마당으로서, 다양한 조경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원, 고쳐 쓰기] 파리공원
파리공원 재설계는 한국 조경가라면 부담스러우면서도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파리공원은 현대 한국 조경의 역사에서 공원이 처음으로 기능적 도시 기반 시설이 아니라 설계 작품으로 인정받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제 오랜 시간이 지나 부분 보수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그리고 원 설계자도 말한 바 있듯 기술적으로, 행정적으로, 시기적으로 당시 파리공원이 완벽한 조건을 갖춰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모든 공원의 리노베이션이 그러하겠지만, 파리공원 고쳐 쓰기의 우선적 목표는 이용자의 새로운 요구 반영, 노후 시설 보수,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따른 공간 업그레이드였다. 여기에 더해 파리공원에는 여느 공원과 달리 특별히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공원의 상징적 의미다. 파리공원은 목동의 근린공원이면서 프랑스 수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 공원으로 만들어졌다. 기념 공원이라는 기획 의도에 당대 최고의 조경가들이 설계에 참여하며 현대 한국 조경의 문을 연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처음에는 이러한 이중적 상징성을 새로운 공원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원안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그 의도를 여러 번 되새기며 읽어보니 오히려 상징성의 문제에는 특별한 해법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35년 동안 한국인들이 다르게 인식하게 된 나라도 있지만,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을 손님을 맞이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주인으로 생각하고, 프랑스를 손님으로 존중하되 과하게 치켜 세우려 하지 않았던 원 설계자들의 해석은 지금도 유효한 훌륭한 개념이었다. 굳이 애써 프랑스의 문화와 파리라는 도시의 상징성을 새롭게 공원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 본래의 상징성과 공간적 틀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파리공원이라는 이름이 가진 이중의 상징성과 기념성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 오히려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부분은 공간 구조와 상징성을 보존하면서 현실적으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점이었다. 흔히 공원을 고쳐 쓴다고 하면 사람들이 찾지 않아 버려졌다가 리노베이션을 통해 도시의 명소가 된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 재생 모델을 떠올린다. 그런데 한국의 공원은 이러한 외국의 재생 모델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거꾸로 공원을 너무 대책 없이 잘 써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리공원 역시 리노베이션을 한다고 했을 때 왜 잘 쓰는 공원을 쓸데 없이 다시 고치냐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로 이용이 활발한 공원이었다. 물론 이용률이 높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균열이 생긴 분수의 바닥, 더 이상 페인트칠과 보수로는 버티기 어려운 휴게 시설, 체계적 관리가 되지 않아 너무 무성해지거나 빈약해진 수목, 거의 닳은 바닥 포장과 조금씩 떨어져 나가 안전 위험이 있는 담과 벽. 이런 문제는 시설을 바꾸고 기능적으로 해결하면 될 쉬운 과제들이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김영민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다. 세종상징광장, 광화문광장, 파리공원 재설계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주요 설계자로 참여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번역했으며, 『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공원, 고쳐 쓰기] 오목공원
공원의 나이가 30살쯤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파트 재건축은 대략 30~40년 정도의 시간을 요구한다. 제법 쓸 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부수고 다시 짓는다. 서른을 갓 넘은 공원은 아직 건재하다. 나무는 크고 푸르며, 공놀이 금지라는 안내문에도 아이들 노는 소리는 여전히 우렁차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회사원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경쾌하다. 어르신들은 오늘도 진땀을 흘려가며 운동 기구에 매달려 있다. 사방 150m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공원의 형태는 주어진 운명이었을 것이다. 격자형 도로망에 의해 규정지어졌으니 더욱 그렇다. 30년 전 공원 설계자의 생각을 되짚어본다. 중심 상업 지구에 놓여 있고 주변이 높은 건물로 채워질 테니 바깥쪽으로 키 큰나무를 심어야겠다. 가운데는 ‘오목’하게 비워서 일종의 중앙광장을 만든다. 지평면보다 살짝 낮은 이 선큰 광장에 시선을 끌 장치가 필요했고, 벽천이라는 꽤 매력적인 아이템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 유명한 맨해튼의 페일리 파크(Paley Park)부터 조경가 로렌스 핼프린의 걸작 러브조이 플라자(Lovejoy Plaza)까지 여러 공원이 유용한 레퍼런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원의 기본 틀이 정방형 구조이니 뭔가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고, 원형의 농구장이나 포켓 쉼터가 등장한다. 비교적 단순한 형태인 오목공원의 매력은 높게 자란 나무들이다. 벽천은 멈췄고 도로의 차량 소음은 더욱 심해졌지만, 건물 3~4층 높이까지 훌쩍 자란 나무들의 녹음은 오래된 공원의 큰 자산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없애도 좋을지, 결론은 쉽게 내려졌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나무 아래로 숨어든다. 큰 나무 아래 작은 나무들이 자랄 틈이 없는 이유다. 나무 그늘 속 벤치는 운이 좋아야 차지할 수 있다. 조금 오래 앉아 있으려니 눈치가 보인다. 긴 의자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또 눈치가 보인다. 광장의 크기를 줄이고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늘리기로 했다. 비를 피하고 안정적인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커다란 구조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정원을 바라보며 산뜻한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좋겠다. 무겁고 딱딱한 공원 벤치가 아니라 원하는 곳으로 옮겨 삼삼오오 앉을 수 있는 ‘힙’한 의자가 필요하겠다. 피곤한 몸을 기대어 잠시 꿈나라에 다녀올 만한 편안한 소파도 생각해 보자. 작고 예쁜 꽃집이 있으면 어떨까. 미니 책방이 있어도 좋겠다. 이런 걸 공공 라운지라고 부르면 어떨까. 오목공원 리모델링의 핵심은 공공 라운지라는 프로그램 공간을 공원에 삽입하는 것이다. 30년간 잘 자라 준 나무들은 그 자체로 공원의 녹색 자산으로 유지되고, 동시에 공공 라운지의 두터운 경계로 기능한다. 나무 아래 하층 식생을 강화하면 숲의 볼륨이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 도시는 성장한다. 목동 일대는 머지않은 시기에 용적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도시공원의 기능도 변화한다. 소극적 도시숲의 기능에 더해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도시 활동에 대응하는 공공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낡아서 고쳐 써야 하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좋은 것은 안고 가면서 더 필요한 프로그램을 더하는 업그레이드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박승진은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설계를 공부했다. 조경설계사무소 서안에서 오랫동안 설계 실무를 했고, 2007년에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겸임 교수로 조경학 관련 수업을 맡고 있다.
[공원, 고쳐쓰기] 목마공원
공원 리모델링 설계의 시작 신도시의 공원은 주변 주거 단지가 자리 잡기 전에 조성되므로 주민의 의견과 요구를 반영하기 힘들다. 근린공원은 주민의 보건, 휴양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조성하는 공원으로, 해당 공원만의 특수성을 담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으며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변 단지에 주민들이 입주하고 공원은 도시의 변화와 주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개성을 지닌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렇기에 신도시 공원 리모델링은 공원이 변화하는 과정과 원인을 해석하고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행태와 요구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목마공원은 다른 목동 중심축 5대 공원과 같이 도로의 소음과 분진을 막기 위해 만든 언덕과 완충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주거 단지와 인접해 조성된 다른 공원과 달리 서측은 도로 램프, 북측은 열병합발전소, 남측은 이대목동병원, 동측은 폭 30m의 안양천로에 에워싸여 있어 도시로부터 고립된 형태다. 특히 서측 양평교와 연결된 도로 램프는 1980년 후반 공원이 조성되고 2~3년 뒤에 설치된 도로 구조물로, 당초 목동 도시계획의 목표 중 하나인 중심축의 보행 연결을 막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목마공원은 지난 30년간 주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공원이었다. 내부에 추가로 조성된 게이트볼장은 고립된 공원의 이용성을 높이는 앵커 시설의 역할을 하지만, 동호회 등 특정 주민이 공원을 사유화하는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목마공원을 둘러싼 완충 녹지는 작지만 울창한 숲으로 자라났고, 단절의 문제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목마공원만의 개성이 되었으며, 동측에 연접한 안양천의 변화는 목마공원이 수변 공원과 연결되는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잠재력이 되었다. 신도시 공원 읽기: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 신도시를 조성하며 여러 건축가가 시도했던 소셜 믹스, 세대 간 통합 등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도시 공간 내에서 다양한 계층이 공유하는 물리적 공간은 대형 마트와 공원 두 곳뿐이며,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논의의 중심이 아니었던 공원이 오히려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은퇴 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잠시 휴식하는 청소년들, 어린 아이와 산책하는 젊은 부부 등 아파트로 둘러싸인 목동의 공원에서는 잃어버린 공동체 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 속 공원은 단순히 휴양의 기능을 넘어 세대 간, 계층 간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동체 회복의 장이 될 수 있다. 숲과 정원이 만드는 공원의 매력과 공통의 관심을 담은 프로그램은 공원 본래 기능을 넘어 도시 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또 다른 해결법이 될 수 있다. 어린이 놀이터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함께 섞여 뛰어놀 수 있는 장소이자 젊은 부부와 어르신이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공통의 관심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체험정원은 청소년, 환자, 성인, 어르신 등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꽃과 식물이라는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책쉼터는 은퇴한 어르신이 아이에게 삶의 지혜를 이야기로 전해주는 장소이자 맞벌이부부의 아이를 위한 방과후 데이케어 센터가 될 수 있다. 도시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책임지는 기능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 회복의 장으로서 공원의 가능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이상수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조경학을 복수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화컨설팅과 씨토포스를 거쳐 스튜디오101을 공동으로 창립했으며, 2016년에 스튜디오201을 설립했다. 서남권 국회대로 상부공원 설계공모,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목마·신트리 공원 리모델링에 공동 당선되며 조경가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원, 고쳐 쓰기] 신트리공원
2021년 7월의 어느 늦은 오후, 처음 방문한 신트리공원에서 동네 주민들이 저마다의 루틴에 따라 공원을 알차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은퇴 후 주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잠시 휴식 시간을 즐기는 청소년들, 퇴근 후 아이들과 산책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은 가장 동시대적인 목동의 풍경이다. 도시계획을 통해 조성된 공원을 가장 일찍 경험한 목동 주민들은 도시의 일상 속 공원 녹지가 여가 공간으로서 얼마나 큰 행복과 위로를 주는지 지난 30년 동안 경험해왔다. 그래서인지 낡은 신트리공원을 고쳐 쓰기 위한 새로운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것은 아주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오래돼서 낡은 가죽 신발이지만 그 어떤 신발보다 편안하고 나름의 멋이 있어서 그대로 신고 싶은 주인의 마음이 바로 목동 주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비전문가인 그들에게는 지금의 공원이 최선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새로 고친 공원이 새 가죽 신발을 신은 것 마냥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이 공원에 얼마나 많은 불편과 위험 요소가 있는지. 지금 보이는 풍경이 결코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잠깐의 상상을 통해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신트리공원 리모델링 계획의 첫 번째 전략으로 ‘리스펙트respect_지금을 받아들이다’ 를 세웠다. 거창하고 새로운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유치하기보다는 현재의 공원 골격과 프로그램을 존중해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제시한 가장 중요한 방향성이다. 지난 30년간 이곳에 누적된 공동체 문화는 신트리공원의 가장 큰 정체성이며 다음 세대를 통해 이어져야 할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지역의 삶과 문화, 자연이 그대로 담길 수 있는 넉넉한 그릇으로서 공원이 계속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전략은 ‘리–어레인지먼트re–arrangement_다시 구성하다’다. 현재의 틀을 유지하되, 그동안 임기응변식 시설 추가로 무질서하게 널려 있는 프로그램을 재배치해 새로운 변화가 유입될 수 있는 여백을 만들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텃밭과 장미정원, 장기판 전용 퍼걸러, 지압 보도, 생활 체육 시설, 논습지 등은 언뜻 보면 공존하기 어려운 프로그램 같지만 이미 주민들에게 검증된 프로그램이다. 설계자에게만 어색해 보이고 공원을 사용하는 이들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더 나은 구성을 제시하고 현재의 조합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새로운 공간의 유입을 위한 틈을 만들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심원조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다. 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카이 공원
기반 시설, 건축, 도심 경관의 결합 중국 선전(Shenzhen)의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스카이 공원(Sky Park)은 사용되지 않았던 건물 옥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여가 공간이다. 지난 40년간 선전은 작은 어촌 마을에서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인구 규모 역시 수천 명에서 1,700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하며 선전은 번영하는 초거대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평균 연령 30세 이하의 젊은 부부가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여가와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공간과 도시공원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1년 내내 쾌적한 기후 덕분에 야외 여가 공간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선전 난산(Nanshan) 지방 정부가 제안한 대상지는 선전남부터미널과 선전 지하철 1호선 건물 옥상에 있는 1.2km 길이의 부지였다. 이곳은 페리, 버스, 자동차, 기차를 타고 이웃한 홍콩으로 갈 수 있는 서커우(Shekou)와 연결되는 교통 요충지다. 스카이 공원의 목표는 쓰임새 없이 방치된 옥상을 최대한 활용하고 건물을 촘촘히 짜인 주변 환경과 잘 통합시키는 것이었다. 설계 전 과정에서 21세기 도시 디자인이 갖는 시민 친화적 기능을 끊임없이 재고했다. 다양한 해결 과제 중 하나가 여러 사용자 집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인근 학교의 체육 교육 질을 높이고, 지역 주민이 여가 스포츠를 즐길 장소를 제공해야 하며, 프로 스포츠 행사와 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야 했다. 더불어 건물 내부의 선전 지하철 2호선 차고지를 재정비하고자 했다. 공원을 완성하는 세 가지 요소 도시 기반 시설의 일부를 토대로 레크리에이션 공원을 조성하고, 이와 결합된 다수의 스포츠 시설을 연속적으로 배치했다. 스카이 공원은 파편화된 도시 환경을 하나로 잇는, 다양한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다. 공원을 완성하기 위해 세 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맥락의 일관성: 대규모, 중규모, 소규모 층위에서 전반적 도시의 맥락(대규모)을 검토하는 데서 설계를 시작했다. 이후 인근의 교육, 상업, 주거 시설을 강변 및 해변 지역과의 접근 및 연계의 관점(중규모)에서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주차장을 포함한 기존 터미널 건물에 대한 재평가(소규모)를 실시했다. 대상지는 1.2km 길이의 길게 뻗은 건물 단지의 옥상이다. 높이 15m, 너비 50~70m의 건물 단지는 인근지역에서 해변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는데, 심미적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기능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옥상에 조성될 스포츠 레저 공간을 주변 환경과 결합하고 이를 인근의 주거 및 교육 시설과 연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고가 횡단 도로, 교량, 회랑 등 초기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시설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옥상과 함께 개방된 구역, 실내 구역을 함께 다뤄 레크리에이션, 자연 감상 등 정적이고 차분한 활동과 스포츠, 경기 등 역동적 활동이 함께 일어나도록 계획했다. 크로스바운더리즈의 공동 창립자이자 파트너인 둥하오(Dong Hao)는 “중국의 기반 시설과 교통과 관련된 부지는 정부의 소유다. 따라서 공공을 위한 활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곳의 기다란 지붕은 쓸모 있는 공원으로 변신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사용함으로써 주변의 도시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잘 짜인 프로그램: 지역 주민, 테니스와 배구 등 지역 내 스포츠 클럽, 선전난산 외국어학교, 선전베이 학교(Shenzhen Bay School)가 스카이 공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상지를 이 사용자 그룹을 위한 3개의 프로그램 영역으로 세분화했다. 지역 주민이 사회적·문화적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 인근 학교를 위한 교육 공간, 훈련과 더불어 관중 참여가 가능한 경기가 열리는 스포츠 공간을 계획했다. 이 세 가지 활용 시나리오가 동시에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였다. 별도 공간을 설정해 제한된 관중만이 입장할 수 있게 하거나, 특정 시기에는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개방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다. 스포츠, 여가, 부대시설 및 서비스 공간(탈의실, 코치 및 심판 대기실)과 녹지 공간을 다채롭고 균형 있게 어우러지도록 배치해 일체감 있는 스포츠·놀이 공간을 탄생시켰다. 길쭉하게 구획된 스포츠 공원 형태는 인접한 교육 기관의 영향을 받았다. 옥상은 총 5개 구역으로 분할했는데, 북쪽부터 차례대로 선전난산 외국어학교 시설, 스포츠 경기 및 훈련 구역, 선전베이 학교의 북쪽 캠퍼스와 남쪽 캠퍼스 시설, 시민을 위한 레저, 운동 및 녹지 공간을 배치했다. 이 공간들은 다양한 사용자 그룹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인근 지역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선형 레크리에이션 허브로 자리 잡게된다. 학교 체육 활동을 위해 두 곳의 파이브 어사이드(five-aside) 구장, 다섯 면의 테니스장, 육 면의 농구장을 조성했다. 460m, 160m, 200m 길이의 육상 트랙도 곳곳에 마련했다. 프로 스포츠 선수를 위한 공간은 두 곳의 잔디 구장, 여섯 면의 테니스장(연습장 및 클레이 코트), 두 곳의 배구장으로 구성된다. 커뮤니티 구역에는 축구장을 비롯한 녹지가 자리 잡고 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경험: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선택지를 제공하는 스포츠 공간은 도시의 매력 요소가 된다. 다양한 배경과 연령의 다채로운 이용객들이 공원을 오가며 활기를 더할 것이다. 또한 기다란 공원은 선전의 스카이라인, 베이 지역 등 주변 도시 경관을 즐기는 전망대가 되고, 인근 주거 단지 주민이 내려다볼 수 있는 하나의 풍경이 된다. 교육 기관과 지역 사회를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경관을 통해 결합하는 것이 공원의 주요 콘셉트 중 하나였다. 바다를 향해 열린 지역 경관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을 경험하게 했다. 높이가 달라지는 레크리에이션 산책로는 다양한 시설을 하나로 통합할 뿐 아니라 대회와 훈련 장면을 관람하거나 베이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사람다움과 다양성 추구: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다양한 활용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기능적인 틀, 소재의 선택,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원칙 등 인간적인 설계 요소를 통해 독창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공원 전체에 목재, 녹지, 빛, 건물과 교량 및 난간을 위한 투과성 건축 구조 등을 적절히 활용했다. 산책로를 따라 놓인 녹지는 그늘을 제공하고 배수를 도우며 미기후 형성에 기여한다. 이러한 설계 접근법은 활기차고 역동적인 선전에 적합한 도시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녹색공간을 만들어낸다. 옥상 공원은 도시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며, 기반 시설과 밀접하게 연결된 동시에 주위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경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크로스바운더리즈의 공동 설립자인 빙케 렌하르트(Binke Lenhardt)는 “이 직선형 공원은 이웃한 커뮤니티를 서로 연결해줄, 사라졌던 퍼즐 조각과 같다”고 설명했다. “공원은 도시의 복잡한 조직과 해변 사이에 필요한 물리적·시각적 상호작용을 촉진할 만남의 장소가 선전에 만들어졌다. 공원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공간에서 교육 효과를 높이고 스포츠 및 복지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접근성과 연결 옥상 공원으로 이어지는 6개의 출입구는 기능이 각기 다른 구역에 배치되어 불필요한 번잡함을 예방한다. 북쪽과 남쪽 건물 끝 지상에 설치된 수직 연결로를 통해 공원에 오를 수 있다. 옥상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면 인근 학교의 옥상에 다다른다. 지상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세 곳의 보조 출입구와 연결되어 사람들의 유입을 돕는다. 옥상 공원의 동선은 때때로 교차되고, 연결되고, 다른 기능을 발전시키는 레저 경로, 보행자 경로, 스포츠 경로(달리기·스케이팅)로 구성된다. 세 경로는 소재를 통해 구분되는데 보행로 대부분은 돌로 포장된 반면, 레저 탐방로는 목재로 덮여 있으며 스포츠 트랙은 고무로 마감됐다. 인간 스케일의 방향성 제공 스카이 공원과 같이 긴 부지에는 경로 탐색을 용이하게 하고, 엇비슷해 보이는 풍경의 반복을 극복할 수 있는 길 찾기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규모, 중규모, 소규모로 나누어 표지 시스템을 설계했다. 입구에 설치되는 대규모 표지판은 입구성을 강조할 뿐 아니라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공원을 쉽게 알아보게 한다. 중규모 표지판은 기다란 부지를 따라 배치되어, 사람들이 긴 선형 플랫폼에서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0m마다 설치되는 이 중규모 표지판에는 지도와 함께 인근에 위치한 시설이 표시되어 있어, 사람들은 자신이 북쪽 및 남쪽 출입구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상단에는 100, 200, 300 등의 숫자가 있는데, 이를 통해 방문객 자신이 얼마나 걸어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소규모 표지판에는 장소의 이름이 쓰여 있는데, 벤치, 조명 큐브, 쓰레기통으로 쓰이는 동시에 만남의 장소가 되어준다. 글 Crossboundaries Landscape/Architecture/Interior/Signage Design Crossboundaries Partners in Charge Binke Lenhardt, Dong Hao Team Design Phase Alan Chou, TAN Kebin, Fang Ruo, Hao Hongyi, Yang Gao, David Eng, Xiao Ewan, Wang Xudong Team Competition Phase Tracey Loontjens, Yang Gao, Libny Pacheco, Aniruddha Mukherjee, Tan Kebin, Yu Chloris, Alan Chou, Kim Dahyun, Wang Xudong Cooperative Designer Beijing Architectural Design and Research Institute Shenzhen Branch, Shenzhen Boliyang Landscape and Architectural Design Client Shenzhen Nanshan District Government Investment Project Preliminary Work Office Location Nanshan District, Shenzhen, China Roof Total Length 1.2km Roof Width 50~70m Planned Total Area 77,000m2 Design 2016. 5. ~ 2017. 7. Construction 2018. 3. ~ 2021. 6. Completion 2021. 7. Photography and Video Footage Yu Bai, Shenzhen Luohan Photography Studio 크로스바운더리즈(Crossboundaries)는 도시계획, 건축, 인테리어부터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래밍, 교육, 이벤트 기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다학제 디자인 사무소다. 영역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대화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함으로써 참여하고, 진화하고, 적응하는 것이 목표다. 주요 관심사는 사람이며, 창의적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과대학 입구
이스라엘 하이파(Haifa)에 위치한 테크니온 공과대학(The Technion-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이하 테크니온)의 입구를 새롭게 기획했다. 이 출입문은 탁월함과 혁신의 상징인 테크니온의 가치를 표현하고, 동시에 안전하고 통제된 진입 과정을 보장하는 관문이 될 것이다. 새롭게 조성한 출입문을 통해 서로 단절됐던 두 개의 산책로를 연결했다. 하나는 도시에서부터 테크니온 입구 앞까지 이어지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캠퍼스 입구에서 캠퍼스 역사 센터로 향하는 산책로다. 흔히 출입문을 장벽이나 분리대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녹색 산책로를 통해 도시와 캠퍼스를 잇는 교량의 역할을 하는 출입문을 보여주고자 했다. 테크니온은 건물과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 및 감수성과 함께 학생, 교수진 및 졸업생 등 인적 자산을 소중히 여겼다. 탁월함과 차별성은 이들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테크니온의 오래된 입구는 테크니온의 가치관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다 기능적으로도 유용하지 못했다. 학생과 방문객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번잡한 보도를 통해 학교로 진입했는데, 이러한 등교길은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제공했으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됐다. 공간의 잠재력 이 공간의 잠재력을 다섯 개로 정리했다. 첫째, 테크니온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기존의 캠퍼스 산책로는 그늘이 많으며 캠퍼스 중앙에서 끝난다. 둘째, 캠퍼스 입구 앞에서 도시 산책로가 끝난다. 셋째, 교차로와 경사로가 함께 있는 독특한 지형을 이용해 기존 도로에 사람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선적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넷째, 근거리 및 원거리 전망이 가능하다. 다섯째, 녹색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학생과 방문객을 위한 새로운 공공 공간을 조성해 도시와 캠퍼스를 연결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Schwartz Besnosoff Architects Landscape Architect Raviv Tal Architects Schwartz Besnosoff Architects Partner in charge Gaby Schwartz Project Architects Omri Schwartz, Nir Ovadya, Tomer Kopel Competition Team Schwartz Besnosoff Architects, Studio Rolka Structure Rokach Ashkenazi Engineers & Consultants Traffic Yehuda Eshed Lighting Design Orly Avron Elkabetz Parametric Modeling Paragroup Electricity Liebu Shtadlan Project Management Nitzan Inbar Construction Rolider Steel Manufactory Isaa Houry Client The Technion-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 Location Haifa, Israel Area 1,500m2 Completion 2020 Photographs Amit Geron, Guy Mador 슈워츠 베스노소프 아키텍츠(Schwartz Besnosoff Architects)는 건축과 도시설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스라엘 소재의 건축사무소다. 1994년 이스라엘 하이파(Haifa)에 사무실을 열었고, 건축가를 비롯한 3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수년 동안 다양한 규모의 국제적인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스라엘 건축상인 레히터 상(Rechter Prize)과 이스라엘 디자인 대상(Israeli Design Awards), 디진 상(Dezeen Awards) 등을 수상했다.
리비에라 해변 공원
리비에라 해변 공원(Riviera Beach Park)은 러시아 소치(Sochi)에 들어선 현대적 공공 공간이다. 소비에트(Soviet) 시절 리비에라 해변은 소치의 인기 해변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곶까지 연결되는 산책로가 부족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기반 시설이 황폐해졌다.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과 이곳에서 훈련을 하는 소수의 운동선수만 해변에 찾아오곤 했다. 소치 강을 가로지르는 보행자용 다리를 건설하고 산책로를 만들려는 시 정부의 개발 계획에 따라 리비에라 해변 지역에 대한 재개발 필요성이 대두됐다. 2022년 소치 강의 제방을 포함한 리비에라 해안 전 지역의 재개발이 완료되어 새로운 원형 산책로가 탄생하게 된다. 1단계 프로젝트 재건축 프로젝트는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2020년 1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해안 지역 중 저지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공원 핵심 요소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목재 야외무대다. 폭포수를 닮은 좌석을 24m 높이의 계단과 결합했다. 야외무대 인근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곳곳에 소규모 건축물들을 배치했다. 조명이 설치된 다층 목재 패널로 구성된 야외무대는 공개 토론과 공연이 열릴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명상을 하거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 일몰이 보이는 구조물은 태양의 이동 궤적이 건축 전체의 기하학을 미리 결정지었던 고대 그리스 콜로세움의 공간 논리를 따른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좌석 사이에 조화롭게 더해 따뜻한 계절에 인기가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갖춘 이 공원은 해안에 현대적 공공 공간이 얼마나 많이 필요했는지를 증명했다. 재개발 후 리비에라 해변은 다양한 연령의 사람은 물론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었고, 크라스노다르(Krasnodar) 지역의 인기 있는 해변 1위로 선정됐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ab2.0 Landscape Architect and Supervision Architectural Bureau ab2.0 Design and Construction Management Metropolis Company Landscape and Construction Design Architectural Bureau ab2.0 Engineering Architectural Bureau ab2.0 Client Metropolis Company Location Sochi, Russia Area 2.5ha Completion 2020(1st Phase), 2021(2nd Phase) Photograph Dmitry Chebanenko 아키텍추럴 뷰로 ab2.0(Architectural Bureau ab2.0)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해 있으며 10년 동안 공공 조경 프로젝트, 관광 기반 시설, 재건축 및 재개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오그니 소치(Ogni Sochi) 기업이 추진한 주택 개발 사업인 캐스케이드 주거 단지 건설, PIK 크라스나야 폴야나(Krasnaya Polyana) 아파트 호텔 건축 등에 참여했다. 독창적인 인테리어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러시아 전략 구상청(Agency for Strategic Initiatives)이 개최한 러시아 지역 레크리에이션 클러스터 공모전 멘토로 활동했다.
광명 철산 롯데캐슬 &amp SK VIEW 클래스티지
광명 철산 롯데캐슬 & SK VIEW 클래스티지는 광명철산주공7단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으로 롯데건설과 SK건설이 공동 계획한 단지다. 부지 남서측은 어린이 공원과 완충 녹지가 접해 있고, 남측에 위치한 교회와 단지의 큰 레벨 차로 인해 생긴 경사면을 자연스럽게 풀어낼 설계가 필요했다. 주 진입구 및 부 진입구 3개소와 보행자 진입구 4개소 등 7개 입구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고 두 건설사의 아이덴티티를 적절히 살리면서 통합되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하고자 했다. 단지 한 가운데 위치한 오픈스페이스는 중심 공간으로서 상징성을 가진 사회적 커뮤니티 장소로 계획했다. 단지 전체를 순환하는 동선 체계를 구축하고 산책로와 만나는 공간을 특화했다. 더불어 옥상 정원을 적극 활용해 특색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흐르는 풍경 광명시를 대표하는 세 가지 요소인 안양천의 물과 도시를 에워싼 숲, 광명의 빛을 디자인 요소로 차용했다. 단지 내에서 이 세 가지 요소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르는 풍경’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다. 단순한 재료와 완성도 높은 디테일, 수려한 곡선 형태의 차용, 선형의 조명으로 디자인 개념을 구현했다. 클래스티지 파크 중심 공간은 단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입주민의 사회적 커뮤니티와 옥외 활동 장소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이다. 중심 공간을 크게 커뮤니티 공간, 놀이 공간, 잔디 공간, 물의 공간으로 구분한다. 네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주변 어린이 공원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클래스티지 파크는 물을 이용한 생동감 있는 곳이며 공간과 공간을 연결한다. 석가산을 축조해 공간을 입체화하고 떨어지는 물소리로 주변의 소음을 자연의 소리로 바꾼다. 다양한 높이의 잔디밭은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해 경관성을 높이고 주민들을 위한 옥외 활동 장소를 제공한다. 잔디를 따라 형성된 공간에는 하절기에 물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수로와 물길을 디자인하고 동절기의 모습을 고려한 디테일 적용했다. 이 물길을 따라 가면 자연스럽게 주변 어린이 공원과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를 만나게 된다. 다양한 곡선으로 디자인된 클래스티지 파크는 밤이 되면 선형을 따라 설치된 조명에 의해 펼쳐지는 야경으로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2개 층으로 조성된 티하우스는 입주민들의 커뮤니티를 담는 시설이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클래스티지 파크의 테마인 물이 물놀이터까지 이어지도록 해 공간에 활기를 더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홍성재 아텍플러스 부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 기본 설계 디담 조경 특화 설계 기술사사무소 아텍플러스 시공 롯데건설, SK건설 롯데캐슬 조경 시공 아세아종합건설 놀이 시설 원앤티에스 휴게 시설 데오스웍스 SK VIEW 클래스티지 식재 SK임업 시설 현디자인 놀이 시설 아르디온, 청우펀스테이션 휴게 시설 원앤티에스 위치 경기도 광명시 시청로 50 대지 면적 48,999.7m2 조경 면적 19,242.81m2 완공 2022. 3.
[어떤 디자인 오피스] 엘피스케이프
엘피스케이프(이하 LP)는 디자이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긴다. 연장 근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완성도 높은 설계를 지향하기에 공모전이나 프로젝트 마감 때의 연장 근무는 피할 수 없다. 2018년 11월 20일 LP를 열기 전 박경의·이윤주 대표는 해외 저명 조경가가 운영하는 회사(Rainer Schmidt, Martha Schwartz)에서 수년간의 실무 경험을 쌓았다.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으로 연장 근무를 참 많이 했었다. 사실 비자에 발목이 잡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아웃을 겪지 않았던 것은 보장된 휴식(주말, 공휴일, 연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특히 설계 관련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주말을 100% 보장하는 데는 운영상의 위험이 따른다. 관행이란 게 참 무섭다. 자칫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대응이 잘 되지 않는 회사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디자이너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차별화된 설계사무소를 지향하며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우수한 설계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꿈과 열정을 가진 인재들의 열정이 소진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이야기를 소속 디자이너들의 시선으로 담아봤다. LP의 정체성은? SHR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서로를 잘 챙기고 소통이 원활하다. 자율적이지만 모두 책임감이 강하다. SHP 공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제스처를 갖는 디자인을 지향하며 설계 방법과 아이디어에서도 제약이 없고 자유로운 방식을 추구한다. DHL 각 프로젝트에 ‘모두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모토가 스며들어 있다. HYK 시설물 디자인부터 정원, 공원, 도시재생, 도시계획 등 조경의 경계를 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한 확장을 보여준다. DCJ 해외 사례의 국내 도입이라 생각한다. 외국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대표를 필두로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디자인을 과감하게 이용한다. YSC 모두가 자유롭게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HSK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다채로운 시점으로 조경 공간을 구성한다. 다른 설계 사무소와 차별화된 LP만의 작업 방식은? HSK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디자인을 제안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SHR 다 함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며,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나의 결과물을 발전시킨다. SHP 유연한 인력 활용이 장점이다. 프로젝트의 성격, 일정, 개인의 역량에 따라 프로젝트와 팀에 고정된 직원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고 순발력 있게 직원들의 역량을 활용한다.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과 함께하는 작업 방식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디자인 철학,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나 가장 흥미롭게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위례 근린공원 1호(수변) SHR 부분 특화로 시작됐지만 결국 대부분의 공원을 다시 디자인하게 됐다. 공사 중에 진행한 프로젝트의 특수성 때문에 현장과 계속 소통하며 설계를 진행했고, 덕분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범일동 주상복합아파트 HKN 계획 초기에 결정한 콘셉트를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도 유지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점이 좋았다. YSC 자유로운 디자인을 할 수 있었고, 입사 이후 처음 참여한 프로젝트이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DJK 일반 판상형 아파트와는 다른 주상복합아파트 설계라 더 흥미가 생겼고, 주변 분석을 통한 콘셉트와 디자인이 제일 잘 녹아 있는 프로젝트였다. DHL 손 스케치로 시작되었고 현재 라이노를 이용해 3D 베이스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자연과 비정형을 설계에 적용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조성계획안 변경 HYK 대한민국 1호 국가 공원 조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HKN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대규모 공원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최초 공모 당선안의 콘셉트를 놓치지 않고 끌고 가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운다. 모두가 사랑하는 공원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금천 폭포공원 명소화 사업 SHP 조형미를 강조해야 했던 프로젝트라 여러 가지 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나의 아이템으로 단편적인 활용도를 갖던 폭포 공원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DCJ 프로젝트에 많은 디자이너가 참여했고,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특이한 디자인이 많이 적용됐다. 구미 공동주택 기본 및 실시설계 DHL 처음으로 프로젝트 전반부터 참여할 기회를 가지게 됐고, 심의에도 참여했는데 건축 심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반포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대안설계 DCJ 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아파트 설계 프로젝트였고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특화 설계라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오목공원 맞춤형 리모델링 지명 설계공모 YSC 합리적인 공간 구성과 LP만의 자유로운 선으로 디자인한 공모전이었다. HSK LP만의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여러 디자인과 시도가 담긴 공간이다. HYK 설계 전 과정에 걸쳐 LP가 추구하는 논리적 접근 방식을 통한 콘셉트 도출, 전략에 기반한 공간 구상과 예술적 형태의 조형물 및 공간 등이 가장 잘 드러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조경을 시작하면서 나만의 추억이 쌓여 있는 익숙한 공간을 설계해보는게 막연한 꿈이었는데, 비록 당선은 안됐지만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의 익숙한 공원을 설계해보며 꿈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치동 복합시설 기본설계 SHR 작은 규모지만 재미있는 요소들을 밀도 있게 담아 LP의 색깔을 잘 드러냈다. 넓은들어린이공원 리모델링 사업 DCJ 주민과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서 뿌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시 창의놀이터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본다. 2021 서울국제정원박람회 YJL 적은 예산 내에서 작가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해외 설계사무소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대가의 작품을 서울시민들이 경험할 기회를 만드는 데 일조해 감회가 새로웠다. 해외 프로젝트 SRM 한국과 다른 기후, 자연, 문화를 가진 나라를 이해하고 국내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YSC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었다. 국내 프로젝트와 달리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접하며 공간을 디자인한 뜻깊은 경험이었다. HSK 조경의 역할과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현재의 나는 정해진 틀에서만 생각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 프로젝트였다. SHP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스케일의 공간과 콘셉트의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미래의 조경설계 분야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와 그 이유는? HKN 가상 세계 혹은 우주 어딘가의 조경. 언젠가 일반적으로 상상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 계획에 참여해 보고 싶다. SHR 광역 스케일의 도시설계. 내가 생각하는 도시를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것 같다. DCJ 서울시가 주최하는 다양한 공모 사업. 과거 한강변 공모전 등 아픈 경험도 있고 이를 딛고 일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공모 프로젝트에 당선되는 것이 필요하다. HSK 해외 프로젝트. 국내와 다른 생태 환경, 역사 등을 해석해보고,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접근 방식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HYK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대형 미술관 프로젝트. 평소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미술관 내부의 경험이 외부 공간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설계해보고 싶다. DJK 꽃이 가득한 주택 정원. 클라이언트와 직접 긴밀하게 소통해 더 큰 만족감을 전하고 싶다. 큰 프로젝트와는 다른 접근 방법을 시도해 정원 공간을 조성해보고 싶다. 조경가로서 추구하는 방향과 LP의 지향점을 디자인 관점에서 비교할 때,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HKN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는 점이 같다. 개인적으로는 정적이고 미니멀한 공간 디자인도 좋아하는 편이다. SHR 같고 다른 점은 잘 모르겠다. 항상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SHP 분야 구분 없이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조경가로서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다만 공간의 디테일에 있어 선호하는 색깔, 재료, 질감 등은 개인적인 취향과 일부 차이가 있다. DHL 자연의 요소들을 활용하는 점은 같다. 다른 점으로, 형태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설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보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아이디어 제안이나 기본, 실시설계 단계를 거쳐 가며 디자인 접근과 풀이 방법이 다양해질 수 있었다. YJL 대상지의 특성을 반영해 맥락을 이어오는 공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같다. YSC 사람들 사이에서 조화롭게 녹아들 수 있는 자연을 조성하는 일이 곧 조경이라고 줄곧 생각해왔고, 우리는 최대한 주변 환경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HYK 자연과 예술적 형태의 인공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같다. DJK 창의적인 생각과 새로운 시각으로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조경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점에서 같다. 엘피스케이프(LPSCAPE)는 맥락 분석과 이해를 근거로 한 해석을 통해 부지의 고유성을 찾아내고, 재해석을 통해 고유성을 극대화하여 그 장소만의 상징적 가치와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차별성을 가지되 주변 환경과 균형을 이루며 조화될 수 있는 디자인을 강조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조경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 융복합 시대에 순응하며 확장된 조경 디자인과 함께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한다.
[모던스케이프] 제국시대의 경마
19세기 인상파 회화의 감상 포인트는 빛을 고려한 화사한 색감과 생동감 있는 붓 터치에 있지만, 화폭에 담긴 사람들과 풍경을 보는 재미도 특별하다. 빛을 쫓는 데 진심이었던 인상파 화가들은 실내에서 그림을 그리는 대신 이젤을 들고 야외로 뛰쳐나갔고, 화폭에는 마치 사진을 찍듯 포착한 순간의 장면이 담겼다. 그들의 그림에는 일출과 일몰의 장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풍경 등 오묘하고도 역동적인 자연 경관의 모습도 있지만, 증기 기관차가 들어오는 기차역, 거대한 배들이 가득한 항구, 군중이 가득한 공원 등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도시의 풍경도 종종 등장한다.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 에드가 드가(Edgar De Gas, 1834~1917) 등이 즐겨 그린 파리 볼로뉴 숲의 롱샹 경마장(l’hipodrome de longchamp)도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낯선 근대의 풍경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경마가 더 이상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적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제국 시대부터 시작된 경마는 유럽에서 왕족이나 귀족 자신들이 소유한 마필(馬匹)의 능력을 견주는 데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 이후 경마가 하나의 오락으로 여겨지면서 경마장은 부르주아 시민 계급이 모이는 사교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제국주의 시대가 열린 나폴레옹 1세 때는 군사력에 직결되는 마종 개량이나 혈통 보전, 마필 산업 육성 등이 중요했기 때문에, 전쟁에 투입될 빠르고 힘 좋은 말을 선별하는 것이 경마의 최우선 목적이었다. 그러나 경마는 박진감 넘치는 속도감에 경쟁이 라는 흥미진진함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이어서 경마장은 유희 시설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 크고 중요한 경주가 열릴 때면, 사람들은 잔뜩 꾸민 화려한 모습에 부푼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경마장을 찾았고 이곳은 패션과 유행을 선도하는 문화 중심지가 됐다. 유럽에서 진화한 경마장의 이중적 기능, 즉 군마 개량과 위락 기능을 적절히 수용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11세기부터 제전경마祭典競馬라고 하여, 궁중 의례나 종교 의식을 할 때 말과 함께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구식 경마는 이런 전통과는 무관하게 오직 위락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경마를 도입한 주체가 거류지의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첫 서구식 경마는 1962년 봄 요코하마의 명승지 슈히벤텐샤(洲干弁天社) 뒤 서쪽 해안 매립지에 있던 무사의 마장에 환형의 트랙과 경주를 위한 정식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곳은 오직 거류 외국인이 즐기기 위한 곳이었다. 내국인을 위한 경마장은 1866년부터 1867년까지 요코하마 네기시(根岸)에 조성된 것이 시초다. 막부에 의해 계획·준공된 서구식 경마장인 ‘네기시경마장’을 시작으로, 관영 종묘 회사인 미타육종장(三田育種場)의 미타경마, 우에노공원의 시노바즈노이케(不忍池) 호안에서 실시된 공동 경마 등 전국의 마산지(馬産地)마다 다양한 경마장이 속속 생겨났다. 그러나 서양 경마를 도입한 직후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는 경마장을 단순한 위락 시설로 보았기 때문에, 마산지마다 다양한 경기를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는 많지 않아 대부분 흥행에 실패하여 경영난을 겪었다. 참고문헌 한국마사회, 『한국경마60년사』, 1984. 山崎有恒, “近代日本の植民地と競馬場”, 『第85回 學術大會 韓國日本硏究團體 第1回 國際學術大會』, 2012, pp.222~225. 박희성, “신설리경마장 건설과 1920-30년대 동대문 밖 도시개발”, 『서울학연구소 심포지엄 발표자료』, 2018. "대규모의, 8만 9천 평 되는, 경성에 大競馬場, 기본금은 60만 원으로, 경마장은 청량리나 의정부?”, 「매일신보」 1910년 6월 18일.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신의 눈으로
어떤 현상을 마주할 때 우리는 선택을 한다. 전체적인 구조를 볼 것인가, 작은 디테일을 살필 것인가. 모두를 눈에 담기에 순간은 너무 짧다. 하지만 찰나를 포착하는 사진이라면 어떨까.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는 거시적 형태와 미시적인 디테일을 동시에 다루는 사진가로 불린다. 관객을 압도하는 그의 거대한 사진은 주로 현대 사회의 장대한 풍경과 인간의 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자연 현상을 담고 있는데, 사진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서면 사회와 자연의 구조 속에 가려진 미미한 인간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 3월 31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국내 최초로 거스키의 개인전(‘안드레아스 거스키’ 전)이 열렸다. 인류와 문명에 대한 통찰을 담은 거스키의 대표작 40점과 처음 공개되는 두 점의 신작 ‘얼음 위를 걷는 사람(Eisläufer)’과 ‘스트레이프(Streif)’가 전시됐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거스키는 1955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상업 사진 작가인 아버지와 초상 사진가로 활동한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다양한 사진 기법을 익혔다. 하지만 거스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상업 사진도, 초상 사진도 아니었다. 포토저널리스트를 꿈꾼 그는 1977년 에센에 있는 폴크방슐레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독일 주관주의 사진 작업의 대가인 오토 슈타이네르트(Otto Steinert)를 만난 그는 사물을 지각하는 법, 포토저널리즘의 시각과 다큐멘터리적 방법론을 배웠다. 1981년에는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 들어가 독일 현대 사진의 미학과 전통을 확립한 베른트 베허와 힐라 베허(Bernd and Hilla Becher) 부부에게 가르침을 받은 거스키는 ‘유형학적 사진’의 기초를 다졌다. 세상을 꼭 닮은, 세상에 없는 풍경 세상의 수많은 소재 중 거스키의 이목을 잡아끈 것은 산업화의 산물들이었다. 공장, 크루즈 선박, 아마존 물류 센터 내부, 미국 대형 소매점 같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대표하는 사물이나 장면을 유형학적 시선으로 포착해 사진에 담았다. 그의 사진은 세상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풍경이다. 거스키는 완벽한 수직, 수평 구도를 원했다. 파리 최대 규모의 아파트 건물을 찍은 ‘파리, 몽파르나스’(1993)는 건물 건너편 두 군데 시점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조합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거스키는 소실점을 제거해 모든 창문의 크기가 같아 보이도록 연출했다. 그 결과 거시적이면서도 건물의 내부 디테일과 균일한 격자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이미지가 탄생했다. 미색과 검은색의 수평선이 반복되는 ‘벨리츠’(2007)는 독일 벨리츠의 유명한 아스파라거스 밭을 촬영한 것이다. 하늘에서 수직으로 땅을 내려다보는 시점은 직선 구조를 부각하고, 관람객의 머리에서 지평선의 존재를 휘발시켜 버린다. 하지만 수평선이 어긋나는 곳을 살피면 아스파라거스 수확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의 존재가 보인다. 그 순간 기하학적 패턴으로 보이던 이미지가 다시 사진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전체와 디테일을 한 번에 담아내는 그의 사진은 관람객과의 거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매체가 된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한강 수변 공간 재편
지난 5월 9일, 서울시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강변 공간구상’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주요 내용은 한강변 주요 거점 간 연계 방안 및 통합 구성안 마련, 한강 일대 교통 인프라 및 녹지 생태 도심 확충 방안 구상, 한강변 간선도로 개선과 연계한 신규 공간 확보 및 활용 방안 마련이다. 이를 통해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을 보완할 계획이다. 한강은 서울의 중심을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어 구조와 기능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비전 2030’에서 수변 중심 도시 공간 구조 개편을 통해 한강의 수변 공간을 새로운 활력 거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22년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서도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 강화하기 위한 6대 공간 정책 중 하나로 ‘수변 중심 공간 재편’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을 통해 한강을 중심으로 주요 중심지 간의 상호 연계를 강화하고, 수변 공간을 활성화 하는 등 한강 중심의 도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효과적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의도~용산, 성수~잠실, 마곡~상암 등 한강변 주요 거점 간 기능적·공간적 연계 및 통합 방안을 구상하고, 주요 거점의 특화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수변 거점 조성 방안을 주요 정비 사업과 연계한다. 또한 한강을 활용한UAM(Urban Air Mobility) 등 미래 교통 수단 운영 방안, 수상 교통 기반 등 교통 인프라, 시민 여가·문화 공간 활성화를 위한 생태 거점 조성 등 녹지 생태 도심 연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강변북로 등 한강변 간선도로 관련 계획을 검토해 유휴 공간을 파악하고,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수변 공간 구상도 함께 추진한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서울 동북권 도시 공간 재구성
서울 동북권을 관통하는 주요 지천인 중랑천 일대가 문화, 휴식,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수변 거점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5월 16일, 서울시는 ‘간선도로 입체화 연계 중랑천 일대 공간구상’(이하 중랑천 공간구상) 용역을 공고하고 7월부터 계획 수립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중랑천 공간구상 사업은 ‘서울비전 2030’에서 제시한 미래감성도시 전략의 핵심인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중 하나로 추진된다. 서울시 최상위 공간 계획이자 서울의 도시 공간 미래상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6대 공간 정책 중 하나인 ‘수변 중심 공간 재편’과도 연결된다. 중랑천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으로 인해 기반 시설과 공간 구조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중랑천 공간 구상을 통해 여가·문화 공간으로서 수변 공간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인접 지역과 한강을 연계해 경제·문화·여가 거점을 발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대규모 개발 예정지에서 중랑천과 연계한 정비 계획을 수립하도록 ‘대규모 개발 사업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중랑천과 주변 지역을 하나로 통합하게 되면 하천의 잠재력을 높이고 활력을 인접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 중랑천 인근에 있지만 도로와 제방에 막혀 수변을 여가 공간으로 누리지 못하는 인근 저층 주거지에 대한 특화 정비 방안도 담긴다. 수변과 어우러진 저층, 저밀 형태의 특색 있는 수변 마을을 조성한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기웃거리는 편집자] 연결을 기다리는 모스 부호
다독가는 아니지만, 책 수집을 좋아한다. 수집하는 책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헌책이거나, 헌책이 될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 새 책이다. 헌책은 사장님이 직접 타 주시는 맥심 커피가 어메니티(?)로 나오는 단골 헌책방에서 주로 구매하는데, 이유는 제각각이다. 사장님의 책 광고에 혹하거나, 제목에 끌려서, 아니면 책에 적힌 낙서가 웃겨서 구매했었다. 헌책이 될 예정인 새 책은 주로 시집이나 잡지가 대부분이다. 책장에 나열된 시집의 시적인 제목만 읽어도 뭔가 시인이 된 것 같다. 월별로 정리된 잡지를 보면 그것에 깃든 동업자의 노고를 잘 알기에, 전자책으로 살 수도 있지만 늘 종이 잡지로 본다. 설령 내가 만들지 않았을지라도. 수집가라고 했지만, 실상은 나일론 수집가에 가깝다. 안 그런 이들도 있지만, 보통 수집가들은 자신의 물건을 귀하게 여기고 잘 팔지 않는다. 이와 다르게 현실적인 이유로 꾸준히 책을 팔아야만 했다. 나의 작고 소중한 책장은 많은 책을 감당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휴지통 비우듯이 한 번씩 꽉 찬 책장을 비워야 할 때면 그간 안 읽었던 책을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벼락치기로 허겁지겁 읽었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벼락치기는 약간의 후유증을 동반하는 것 같다. 매번 이러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새해에 다짐하는 금연 약속처럼 부질없다. 최근 나일론 수집가가 아닌 진짜 수집가의 집에 다녀왔다. 바로 정릉의 최만린미술관이다. 최만린 작가는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로 불렸으며, 2020년에 타계했다. 미술관은 그가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작업실 겸 집으로 썼던 정릉 자택을 개조한 곳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술관은 아니라서, 30분이면 모든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아담한 연못과 빨간 벽돌로 세운 담을 에워싸고 있는 초록빛의 나무들. 조경에서 자주 쓰이는 언어로 표현하면 위요감이 충분했다. 특히 2층 오픈 아카이브 방이 좋았다. 수집에 대한 최 작가의 세심한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평생에 걸쳐 최 작가가 수집해온 자료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영수증, 설계도, 사진, 잡지 및 신문 기사 등 각종 자료가 가지런하게 파일철로 정리 되어 있었고, 맨 아래 칸에는 최 작가와 관련된 글이 실린 잡지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글이 실린 잡지의 지면에는 일일이 책갈피를 꽂아두었고, 책등에는 해당 지면의 쪽수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두었다. 『환경과조경』도 그중 하나였다.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동창을 지하철역에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다행히 열람이 가능해서, 후배 동업자(?)로서 기쁜 마음으로 1990년대의 『환경과조경』을 읽다가 왔다. 집에 돌아오면서 문득 잡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봤다. 흥미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종이 잡지는 비인기 장르다. 대기업 중고 서점에서는 잡지가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왜 잡지를 만들어야 할까?’ ‘종이가 종교도 아니고, 무조건 종이 잡지를 예찬해야만 하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늘 답을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진짜 수집가의 집에 다녀오고 나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물론 디지털 기술이 더 방대하고, 간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종이를 넘기고, 책갈피를 꽂고, 메모를 하는 것은 기술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수집가의 손때는 다른 이가 짧은 시간 내에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잡지는 살아있는 아카이브이자, 누군가와의 연결을 기다리고 있는 모스 부호일지도 모른다. 일면식 없는 최 작가와 내가 잡지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됐던 것처럼. 조경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했던 『환경과조경』은 올해 7월 40주년을 맞이한다. 우리의 아카이브가 시간을 넘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모스 부호가 되기를 바라며 마친다. [email protected]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너무 바삐 이별하느라 못한 말이 있어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엄마는 상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욕심부릴 엄두도 못 낸 대학교는 엄마보다 다섯 살 어린, 집안의 장손이 대신 갔다. 그 시절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다들 그렇다는 사실이 충분한 위로가 될리 없었다. 못다 이룬 학업에 대한 꿈은 자식만큼은 질릴 정도로 공부를 하게 만들겠다는 열망이 되었고,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바쁘게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학교를 다녀와 복습하고, 학원을 다녀오고, 예습하고, 잠시 TV를 보고, 학습지를 풀고, 책을 읽으면 밤이 됐다. 그래서 불행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고, 그 덕에 뜻밖의 취미를 갖게 됐다는 이야기다. 당시 유행하던 영어 학습지는 테이프를 들어야만 풀 수 있었다. 마이마이는 내가 처음으로 갖게된 휴대 전자 기기였다. 그때 라디오의 존재를 알게 됐다. TV는 허락받아야 볼 수 있었지만, 라디오는 몰래 들어도 티가 안 났다. 친구들이 흥얼거리는 대중가요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도 전부 라디오로 알게 됐다. 공테이프를 사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잽싸게 녹음을 했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DJ의 목소리가 같이 섞여 들어갔다. 처음에는 망쳤다고 괴로워했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테이프를 재생하니 노래에 얽힌 사연이 함께 떠올라 오히려 즐거웠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집중이 더 잘된다는 핑계로 심야 라디오를 들었다. 하늘이 회보라빛에 가까운 새벽, 그즈음 흘러나오는 방송은 낮과 달리 차분하고 축축했다. 가끔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서러워졌다. 라디오는 조금 이상하고 그래서 재밌는 우체국 같았다. 수많은 이가 보낸 사연을 가득 쌓아 두고, 누군가에게 대신 말을 전하고, 위로나 조언의 말을 건네기도 하고, 덧붙여 노랫말을 답장처럼 들려주는 곳. 신기하게도 그 사연에는 주인이 없어 보였다. 누구누구 씨 하고 이름을 불러도, 그게 모두의 이름 같아서 DJ가 들려준 말과 노래들을 내것으로 삼곤 했다. 약속된 시간이 되면 주파수를 맞추는 작업이, 나와 같은 많은 사람을 만나러 갈 준비를 하는 일 같았다. 그래서 깊은 밤에도 외롭지 않았다. 나무요일 뉴스레터를 보낼 때 라디오 DJ가 된 기분에 젖곤 했다. 특히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듯한 문장을 쓸 때는, 더 그랬다. 뉴스레터 발행 목표를 두 가지로 설명하자면, 첫째는 정성껏 만든 잡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것이었고, 둘째는 독자들의 삶에 좀 더 가벼운 형태로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을 지나 조금 나른하다 느낄 때쯤 울리는 새로운 편지가 도착했다는 노크 소리. 알림을 듣고 ‘일에 집중도 잘 안되고 졸린데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열어보는 데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일상의 루틴으로 각인되는 편지가 되기를 꿈꿨다. 봉투 뜯는 게 귀찮아 내버려 둔 잡지를 뉴스레터를 보고 펼쳐봤다, 기대한 바와 다르겠지만 잡지 콘텐츠는 종이 잡지로 보는 게 더 편하고 뉴스레터용 콘텐츠만 읽고 끈다 등 소소한 피드백을 받을 때면, 오랫동안 기다린 답장을 받은 것 같아 기뻤다.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즐거운 와중에도 고민을 계속했다. 뉴스레터가 잡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데 효과적인지, 오히려 『환경과조경』의 모든 채널을 섭렵하고 있는 독자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 자신이 없다. 때마침 온라인 서비스 개편과 함께 나무요일 뉴스레터는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채 10이라는 숫자도 채우지 못하고 5호에서 안녕을 말하게 되어 아쉽지만, 딱 반절 왔으니 나머지 반을 더 나은 모습으로 채우겠다고 약속드린다. 라디오와 닮았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시청한 TV 프로그램이 ‘이소라의 프로포즈’와 ‘윤도현의 러브레터’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프로그램은 느릿하게 주고받는 편지 같았다. 초 단위로 달리는 댓글과 달리 일주일 내내 사연을 읽고, 그 사연을 생각하고, 사연자에게 보낼 음악을 고심하는 가쁘지 않은 소통. 이소라의 프로포즈 첫 회에서 소개한 엽서 한 장을 잠시 이별하게 된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보내는 인사말로 대신한다. “당신, 지금 뭘하고 계세요? 제가 없는 가을은 쓸쓸하지 않나요? 슬프지 않나요? 전에, 제가 달리는 차 속에서 당신께 불러드린 노래 기억하나요? 너무 바삐 이별하느라 못한 말이 있어요. 사랑해요. 일산에서, 이소라.” [email protected]
[COMPANY] 일진글로벌
일진글로벌은 식물을 소재로 조경 기획부터 설계, 제작 및 시공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조경 전문 회사다. 전시 기획, 꽃 조형물, 빛 조형물 등 전시 조경과 관련된 노하우를 수년간 축적해왔으며 다양한 조경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꽃이나 빛 축제 등의 기획부터 시공과 유지·관리를 책임지는 전시 기획 사업, 축제나 행사시 홍보나 랜드 마크로 활용할 수 있는 꽃 조형물 사업, 실·내외 조경과 더불어 화훼류 재배 등 조경 및 조경 자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일진글로벌은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 듯 세심한 정성을 들여 조형물을 만든다. 2016년부터 매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2016년에 선보인 작품은 신한류와 세계의 융합을 만남에서부터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비유했다. 신한류라는 콘셉트에 담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서 전통 혼례를 올리는 여성상을 화단으로 연출했다. 당시 다양한 시각 자료를 찾아보며 가장 한국적인 여성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힘썼다고 한다. 또한 매력적인 전시 조경의 콘셉트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7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는 ‘꽃으로의 초대’를 테마로 각기 다른 소주제를 가진 2개의 화단을 이어주는 알록달록 정원을 조성했다. 높이가 점점 작아지는 10개의 아치는 꽃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고, 플라워 볼과 조명 볼을 통해 꽃들의 품속에 안긴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야간의 은하수 조명과 조명 볼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팬더믹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하여 인천광역시(계양공원사업소)에서 발주한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 사계절 꽃이 피는 시민들의 뜰’ 조성사업을 수주하여 시공하였다. ‘시민의 사계 with 꽃길’이라는 주제로 7개의 화단과 조형물이 포함된 포토존을 만들었다. 각 화단에는 데이트로 설레는 봄, 한여름 밤의 꿈, 코로나19 극복 등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화단과 조형물을 연출했다. 계절별 다양한 수종을 즐길 수 있도록 1년간 총 4회 식재와 즉각적인 보식, 유지·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길을 밝히는 등대의 이미지를 활용해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도시 브랜드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를 위해 본관 계단에는 한국 최초의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를 연상시키는 조형물과 함께 등대 모양의 화단을 연출했다. 현재 일진글로벌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방면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다. ‘가드닝’과 ‘풀멍’이 2022년 트렌드로 부상 중인 만큼 조경이 필요한 사업 분야에서의 협업과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조형물 설치뿐만 아니라 임대 서비스 사업도 진행 중이다. 쾌적한 삶을 위한 토탈 솔루션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글 금민수 사진 일진글로벌 TEL. 032-566-6611 WEB. www.iljinglobal.co.kr
[PRODUCT] 도심에서 즐기는 스마트 힐링, 스마트 티하우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이스톡이 공간 디자인에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휴게 공간을 출시했다. 스페이스톡은 2002년 설립 이후 조경 시설, 놀이 시설 등 다양한 시설물을 제작해왔으며, 지난해 스마트 공간 솔루션 ‘넥스트톡Nexttalk’을 선보였다. 넥스트톡은 각 공간에 스마트 기술을 융합한 라잇플Life+(휴게 공간), 핏플Fit+(운동 공간), 플레잇플Play+(놀이 공간) 솔루션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라잇플은 편안한 휴식 생활을 지원한다. 특히 스마트 티하우스는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스마트한 힐링 공간이다. IoT 기술을 바탕으로 쾌적한 실내 휴게 환경을 구현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도심 속 문화 커뮤니티 공간의 가치를 더한다. 탑재된 스마트 에어 센서는 실내 공기 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스마트 에어 커튼은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스마트 그린 월은 식물 기반의 친환경 공기 청정기 역할을 한다. 또한 유용한 정보와 더불어 휴식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서 재생되는 미디어 콘텐츠와 터치를 통한 별풍선 터뜨리기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시간별 맞춤 오디오 재생을 통해 여유롭게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날씨, 뉴스, 광고 등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도 이용 가능하다. 이 모든 기능은 스페이스톡 통합 제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 티하우스의 기술은 다양한 휴게 공간에 적용된다. 등·하교 시 안전하게 차량과 학부모를 기다리는 스마트 키즈맘 스테이션, 냉·난방 조절과 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갖춘 스마트 버스 정류장, 주차장 쉼터와 같은 스마트 셸터, 스마트 북카페·키즈 셸터 등 쾌적한 휴게 공간이 필요한 곳에 모두 활용 가능하다. TEL. 02-525-3274 WEB. www.spacetal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