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꽃망울이 터지던 어느 날, 편집부 재직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특집을 회상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여전히 남들보다 이른 한 달을 살고 있는 편집자의 목소리는 한동안 놓았던 글쓰기에 대한 부담보다 반가움으로 다가왔고, 선뜻 수락한 책임은 원고에 대한 불안과 마감 임박에 배가된 부담감이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다. 이 불안은 다음 호가 출간될 때까지 내 주변을 배회하겠지.
잊고 있었던 편집부에서의 기억들. 통권 300호(2013년 4월호)를 만들며 500호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졌던 것도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영원히 글쟁이일 줄 알았던 나는 그 사이 다양한 시공간을 지나 조경 식재 전문 면허를 취득하고 뿌리는 같지만 결이 다른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펜을 놓고 삽을 들었지만 내게 『환경과조경』은 열정 가득한 나의 청춘이고, 아련하고 애틋한 고향이다. 대학 시절 학생기자 제도인 통신원을 시작으로 편집부 기자, 편집장, 임원으로 마무리할 때까지 『환경과조경』을 통해 생성된 무수히 많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여 지금의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완의 특집 주제, 용산공원
재직 기간 참여한 잡지를 꼽아보니 통권 146호(2000년 6월호)부터 326호(2015년 6월호)까지 총 181권이다. 15년, 강산이 한 번 반은 바뀌었을 시간이니 기억에 남는 특집은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매호 콘텐츠의 중심이 될 특집을 기획하면서 시사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회의를 했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필자를 발굴하고 원고를 청탁하며 남들보다 앞선 시간을 살았다.
인문학적 감성이 담긴 신선한 구성이라 회자되었던 ‘열 개의 공간, 다섯 가지 시선’(2005년 1월호), 의외로 뜨거운 감자가 되어 매체의 역할에 한층 신중해진 계기가 된 ‘모방과 창조, 그 경계에서’(2006년 10월호)가 기억에 남는다. 선유도공원, 월드컵공원, 서울시청 앞 광장, 서울숲, 청계천, 북서울꿈의숲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다룬 특집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특집 주제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기고나 논의의 반복 빈도도 제일 높았으며, 최근까지도 놓을 수 없는 주제인 용산공원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후략)
* 환경과조경 397호(2021년 5월호) 수록본 일부
백정희는 조경을 전공한 자칭 조경 중독자다. 비전힐스CC, 인천국제공항 등의 조경 현장에서 일하다 2000년 환경과조경에 입사해 2015년까지 근무했다. 이후 예건에서 디자인연구소장 및 본부장으로 재직했으며, 2020년 조경공사업 면허를 내고 가든스토리를 설립했다. 조경건설업을 기초로 한 가든 인포테인먼트 전문 회사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