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잠깐만요. 지금 원고 써달라고 전화한 거 맞죠?” 『환경과조경』이 곧 400호를 맞는다며 전화를 건 기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감이 왔다. 낯선 이와 통화하는 어색함을 과장된 어조와 다소 들뜬 억양으로 무마하고, (이왕이면 한 번에 성공하면 좋을) ‘부탁’이란 걸 할 때의 부담과 초조를 적당한 넉살로 이겨내야 하는 순간! 익숙한 느낌에 원고 청탁 전화라는 걸 금세 눈치채고 말았다.
특집 제목과 기획 의도를 듣고 나니 의아했다. 그 내용과 형식이 요즘 『환경과조경』이 보여주고 있는 기조와 사뭇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 정해놓고 하는 청탁이라는 걸 잘 알기에 일단 원고를 쓰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더 부담이 되었다. 특히 내가 근무했던 2000년대 초반은 조경 분야는 물론 『환경과조경』 자체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던 시기인지라 이 변화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점점 고민이 되었다. 자칫 ‘라떼는 말이야’하는 고루한 회고로 흘러갈 수도 있기에 글의 형식을 정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원고 청탁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스스로를 인터뷰하는 글이다. 400호를 기념하기 위한 특집이니 혼자서라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북 치고 장구 치는 잔치를 벌여보고자 한다.
이번 특집의 의도는 예전 『환경과조경』 편집자의 시선으로 당시의 지면을 다시 살펴보는 데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기사를 꼽는다면?
재직 시절 나는 자칭 수상작 전문 기자였다. 글을 쓰기보다 설계공모 당선작의 패널이나 보고서를 보는 일이 더 잦았고, 이를 잡지에 싣기 위해 워드프로세서보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마디로 취재 기자보다는 편집 기자에 가까웠는데, 그렇다고 취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작품 중에서 꼽아본다면 ‘광화문광장’이 떠오른다. 지리적 맥락이 워낙 중요하기도 하고, 특집(‘광화문광장과 세종로’, 2008년 2월호)을 통해 아이디어 공모(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아이디어 현상공모)부터 최종 설계안(광화문광장 조성사업 당선작)까지 편집해 소개했으며 이후 완공작을 직접 취재해(‘광화문광장’, 2009년 9월호)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작품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개최한 집담회(‘광화문광장 집담회’, 2009년 9월호)는 당시 편집부 나름의 새로운 시도였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