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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8): 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1
  • 환경과조경 2010년 12월

자원에서 녹색의 구원자로
갑자기 너도나도 녹색시대를 말한다. 마치 주문이라도 외는 성싶다. 녹색이 아니면 이제 말이 아니다. 녹색의 말이 너무 많아서 말이 녹즙이 되어 흐를 것만 같다.
녹색시대라면 식물의 시대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도 녹색이 아니요, 동물도 녹색이 아니고, 돈도 만 원짜리 지폐 빼고는 녹색이 아니니, 녹색시대는 식물의 시대라야 마땅하다. 이제 인류는 녹색에 다시 희망을 걸고 있다. 자원식물로 실컷 쓰고 당연시 여기고 무관심했던 식물들에게 이제 지구의 건강을 책임지우려 한다. 하긴 식물이 아니면 지구와 사람의 건강을 누가 챙기겠는가. 식물의 끝없는 가치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식물이 세상의 주인 자리를 되찾으려나보다. 그런 의미에서도 식물의 자원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식물과 사람과의 긴 역사를 한 번 되돌아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 회에 말한 식물의 족보를 찾겠다는 것은 바로 이 뜻이다.
사람과 식물은 참으로 긴 세월을 함께 했다. 그 긴 세월 속에 식물이 사람에게 단순히 쓰임새 있는 존재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정원은 어떠한가. 정원 속의 식물은 쓸모 있는 식물이 아니다. 아니면 가장 쓸모 있는 식물인가? 정원의 역사가 오래되고 보니 정원 속에서도 식물의 의미가 많이 퇴색해 버렸다. 이제 정원에서도 녹색 주문을 외야 할 것인지.
정원을 만드는 사람들은 정원에 심을 식물들을 선발함에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준을 두고 식물을 선발하는 편이 전혀 무방비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물론 그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정원의 장소성’이라는 것을 식물에게 한 번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식물을 통해 정원에 이야기를 담아 낼 수도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먼저 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식물도감에 나오는 식물학적 지식이나 생태적 특성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식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아주 오래된 과거 속에 묻어두고 왔다. 그 이야기를 들으려면 우선 식물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가야 한다. 그 끝은 아마도 신화의 시대일 것이다. 신화의 시대에 사람들은 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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