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리스트
- [에디토리얼] 의자가 공원을 살린다
- 이달 지면에는 꼼꼼히 살펴봐야 할 근작들이 넘친다. 이미 여러 매체의 주목을 받은 ‘타임워크 명동 공유정원’은 정원 문화의 감각적 경험과 그 가치를 공유하는 장소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획자 조영민(앤로지즈)과 조경가 최영준(랩디에이치)의 협력이 낳은 이 창의적 공간이 도심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촉매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늦봄 완공된 뉴욕 허드슨 강변의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는 물 위에 세운 정방형 공원이다. 물 위에 떠 있는 구릉지에 여유롭게 앉아 머무르며 지형을 감각하는 경험이 맨해튼 경관의 역동성과 극적 대조를 이룬다. 부두 교각의 형태에서 착안한 튤립 꽃봉오리 형상의 132개 기둥은 구조체이자 플랜터이며 공원의 표면이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경계를 허물며 미와 성능을 동시에 성취한 기술력이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지명 초청 형식으로 열린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의 제출작들은 동시대 공공 정원의 가치와 조경가의 역할을 재점검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유승종(라이브스케이프)의 당선작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은 살아 있는 생명의 세계에 가까이 개입해 미시적으로 관찰하는 섬세한 공간 해법을 제안한다.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이라는 막연한 개념을 요구한 설계 지침을 비판하는 것처럼 읽힌다. 편집자의 눈을 오래 머물게 한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제출작 ‘21×129×298’은 한층 더 비판적이다. 21개 원형 패치에 129그루 나무를 심고 298개 의자를 흩어놓은 게 전부인 이 작품은 ‘설계로 쓴 비평’이다. “봐야 할 것은 많고 다리는 아프고 그늘도 부족”한 이 대상지에 필요한 건 “실용적 쓰임새와 (사회적) 가치를 갖는 공간”이라는 박승진의 설명은, 장소 맥락이나 지형 조건과 무관한 거대 서사나 피상적이고 낭만적인 주제를 일관되게 지향하는 최근의 정원박람회 경향에 대한 비평과 다름없다. 이 설계안의 핵심은 298개의 의자다. “앉을 수 있는 장치는 휴식의 질을 좌우한다.……의자는 디자인 이전에 인권이며 보편적 복지의 출발점이다.” “공원의 의자는……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따로 상석이 없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의자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에 놓음으로써 공원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그가 제안하는 가볍고 단순한 디자인의 흰색 의자는 특정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앉고 싶은 곳, 바라보고 싶은 곳을 향해 의자를 두고” 공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빈 의자, 누군가 앉아 있는 의자, 가까이 놓은 의자, 멀찍이 혼자 놓인 의자, 둥글게 대형을 이룬 의자, 등을 돌린 의자, 사람이 없는 의자”는 각자의 표정으로 말을 걸며 우리와 관계 맺는다. 내가 어느 도시의 시장이라면 당장 박승진의 설계를 살 것이다. 도시를 걷다 마음 편히 앉아본 적이 있는가. 화려한 상업 가로는 물론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뜨고 있는 그 많은 ‘핫플’ 골목길 어디에도 눈치 안 보고 잠시 머무를 나의 자리가 없다. 카페에 아메리카노 한 잔 값 내지 않는 한, 편의점에 들어가 생수라도 사지 않는 한, 나를 반기는 빈 의자가 없다. 마음대로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의자는 의외로 공원에도 많지 않다. 캠핑용 의자를 챙겨가지 않는 한, 걷기를 멈추고 숨을 돌릴 수 있는, 쪽잠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노을을 즐길 수 있는 나의 자리가 공원에조차 없다. 공원의 의자는 걷는 사람을 멈추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머무르게 한다. 공원의 의자에 기대앉으면 숨을 고를 수 있다. 느긋하게 다음 걸음을 준비할 수 있다.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고, 날씨의 변화를 살갗으로 느낄 수 있다. 원하는 곳으로 의자를 옮기면, 나무 그늘 밑에도, 잔디밭 한복판에도, 호숫가에도 나만의 온전한 시공간을 만들 수 있다. 걷기는 공원에 자유를 주고, 앉기는 여유를 준다. 편하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은 좋은 공원의 필요조건이고, 여유롭게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는 충분조건이다. [email protected] **다양한 잡지에서 취재와 편집을 경험한 금민수 기자가 이달부터 『환경과조경』에 합류했다.눈치채셨겠지만, 2022년에는 작품 지면에 인터뷰나 비평을 함께 배치하는 기획을 늘려보려고 한다.이달에는 타임워크 명동 공유정원의 조영민과 최영준을 금민수 기자가 만났고, IFLA 기념정원의 유승종을 김모아 기자가 인터뷰했다.리틀 아일랜드를 다룬 평문은 뉴욕에서 활동 중인 조경가 최지수(SOM)가 맡아주었다.
- [풍경 감각] 환상을 믿어요
-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작가를 만난다. 작품에서 느낀 섬세한 온기와 달콤한 다정함, 바람결 같은 기발함을 바탕으로 작가의 모습을 그려본다. 때때로 작가를 실제로 만나게 되면, 마음속에서 늘 그렸던 이와 달라 놀라기도 한다. 작품 속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 크고 깊었던 것일까. 그 낙차에서 오는 충격이 상처를 주었던 걸까. “작품을 보고 사람에 대한 환상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풍경 속의 작가를 믿는다. 작품에 오롯한 진실을 담을 수 있을까. (못나고 부끄러운 점을 포함한) 작가의 모든 면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작품은 진실의 결정체가 아니라, 자신의 가장 예쁜 모습을 나무 가꾸듯 오래 보듬어 만들어낸 것이다. 그 환상을 뿌리처럼 굳게 믿고 싶다.
- 타임워크 명동 공유정원
- Work in Green 제안 공모에서 주어진 조건은 명확하면서도 모호했다. “입주사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고, 타워부의 호텔과는 무관하니 최대한 유연하게 디자인해 주세요. 간단히 말해서 유연하게, 아시죠?” 건물의 주인은 한정된 시기를 소유할 그 누구도 아닌 자본 그 자체였다. 명동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건물 입주자도 예측이 불가능했다. 감사하게도 지명공모에서 최종 설계안으로 선정됐다. 첫 미팅에서 담당자는 ‘압도적 녹색’을 요청했다. 1, 4, 7층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옥상 정원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녹색을 강조했다.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건물의 성격을 보완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조경가로서 반가운 제안이지만, 이와 유사한 ‘건축물 조경’을 작업했을 때 시공 후 유지와 관리 문제가 생겼던 경험이 있었다. 노련한 건물주들은 아예 처음부터 고관리의 정원식 식재는 빼고, 간소화된 조경을 요청했었다. 미팅 중 우려를 전달했고, 녹색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발주처는 녹색이 지배적인 이미지를 원했으며, 실현을 위한 구조 검토를 비롯해 최대한의 노력을 약속했다. 보여 주기용 식재 디스플레이로 끝내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공유정원을 운영할 방안도 고려하고 있었다. 발주처, 설계자, 운영 관리자의 균형 잡힌 노력이 있다면 새로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Walk in Green 7층까지 시민들이 올라오게 하고, 장소의 본질적인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콘셉트가 바로 ‘걷기’였다. 명동은 보행 명소이자 쇼핑거리다. 그 걸음이 정원 걷기로 연속되는 정원 거리의 개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 4, 7층에 불연속 되어있는 정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걷는 경험이었다. 공유정원은 사유정원도 아니며, 완전한 공공정원도 아니다. 도심 속에서 잠시 짬을 내어 정원을 향유하며, 가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결국 이 공간의 본질은 정원에서 걷는 경험이다. 정원에서의 걸음(walk in green)을 큰 줄기로 잡고 세부 사항을 정했다. 각 층의 특성에 맞추어 구체화한 세 가지 주제 문구가 각 걸음의 경험을 설명한다. 7층은 관목을 심기에도 부족한 토심이지만, 풍성하고 너른 초지를 펼치고, 그것을 가로지르는 걸음을 의도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하는 초지의 경관은 방문자를 정원으로 초대하고, 잔디밭과 몇몇 쉼터에서 잠시 멈춰서 식물과의 교감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탁 트인 남산의 전망을 볼 수 있다. 4층은 업무용 오피스가 위치할 3~6층 근무자들이 잠시 쉴 수 있는 테라스로 조성했다. 마치 연속된 징검다리를 건너 테라스를 찾아가는 듯한 경험을 콘셉트로 삼아 몇 개의 연속된 정원 소로를 놓았다. 1층은 전면 도로인 남대문로와 후면의 명동3로를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로서의 거리 경관을 의미한다. 세 가지 주제 정원을 따라 걷는 걸음과 1층 카페 앞 카페거리의 경험을 제안했다. Mix in Green 토심이 거의 확보되지 않고, 미비한 배수 조건과 더불어 생태적 연결의 지원이 어려운 초고도 도심 생태계에서 생명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열악한 조건에서 생육이 가능한 식물 재료의 배열과 조합을 가장 많이 고려했다. 단단하지 못한 식재 기반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면 기본적 미기후 조건이라도 충족해야 한다. 일조량에 맞는 식재 배열과 배수의 촉진을 돕는 원칙이 필요했다. 현장 방문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된 대각선은 모든고려 사항의 중심선이 됐다. 건물 숲 사이에서 고층의 호텔 타워부가 드리우는 그림자는 대략 점심시간 이후부터 7층 옥상 가로세로 30m 정방형의 공간에 사선을 그린다. 오후 5~6시경의 일몰 시간대까지는 밝은 영역과 어두운 영역이 또렷하게 나뉘었다. 대각선에 따라서 양지에서 반음지, 음지로 이어지는 일조량의 순서는 식재 수종 그룹화를 자연스럽게 도와주었다. 방향성 없이 곡류 순환하는 동선 구조 위에 단방향의 식재 질서를 부여하고, 위치 선정을 못 하고 표류하던 잔디 마당과 테마정원의 주소를 양지쪽으로 정해주는 방향타가 됐다. 미기후 조건을 만족하는 식재 그룹은 2~3가지 보조 그룹으로 나눴다. 그 보조 그룹들을 선형 질서 안에서 무작위로 섞이도록 배치했다. 얕은 토심에서 자라게 될 키 낮은 초화류가 한 지점에 몰리게 되어 볼륨감이 옹색해지거나, 양감의 리듬이 상쇄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조합했다. 한 계절에 두드러지는 효과가 집중되지 않게끔 사계절의 연출을 시도했다. 집수정을 지나가는 몇 개의 띠는 자갈 배수로다. 계곡과 같은 역할을 하며 집중 호우 시 배수 촉진을 도울 수 있도록 했다. Hidden in Green 인공 지반 식재의 구현에는 태생적 딜레마가 따른다.자연의 식재가 무성한 느낌을 구현하고 싶지만, 인공미를 완벽히 덜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토양과 배수층의 식재 기반 확보를 위해서 플랜터의 수직적 요소는 불가피하다. 7층의 경우 최적의 플랜터 높이를 찾기 위해 숱한 수정을 거쳐야 했다. 전반적으로 플랜터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인공의 인상은 줄이고, 자연 소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조형적인 노력과 인지적 효과를 고민했다. 일단 플랜터의 노출을 최소화했다. 교목 식재를 위해필요한 높은 단은 2단으로 처리하여 플랜터의 옆면이 높더라도 아랫단의 식물이 최대한 보이도록 했다. 입면상에서 길고 지루하게 노출되는 수평으로 긴 플랜터의 경우에는 적절한 지점에서 끊었다. 한쪽의 플랜터가 앞쪽으로 길어지면서 지면으로 수렴하게 하여, 두 갈래로 나뉜 플랜터 사이에 약간의 식재 틈이자 긴 호흡을 쉬어가게 하는 작은 요소를 고안했다. 몇 가지 원칙도 정했다. 보기에 편하고, 걷고 경험하는데 가장 부담이 적은 무릎 높이 이하의 설계가 첫 번째 원칙이었다. 다음은 모든 시설의 두께감을 줄여서 인지되는 무게감을 줄이고, 어두운 색을 써서 존재감을 줄여 후퇴하는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진회색 화산석 멀칭과 흑색 스테인리스 플랜터 소재의 색상 매칭을 통해, 플랜터와 멀칭재 등 식물을 제외한 모든 다른 요소들은 뒤로 보내고, 자연 소재의 질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전략이었다. 의자도 존재감을 최소화하고 식물과의 조화에 초점을맞췄다. 융화된 외관과 더불어 정원 안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벤치형보다는 ‘닷 스툴(Dot Stool)’이라 이름 지은 동그란 1인용 의자를 플랜터 경계 위에 띄우고 기둥은 경계 뒤에 감췄다. 7층의 ‘이벤트 파빌리온’과 4층의 ‘그린 컨퍼런스 룸’도 자연 질감을 강조하고 식물을 적극적으로 품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조영민, 최영준 인터뷰 도심 속 아름다움을 공유하다 공유정원은 무엇인가? 조영민(이하 조)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광고 전문가로서 브랜딩콘텐츠를 오랫동안 만들었다. 전공의 영향인지 회사를 관둔 후 도심 속 유휴 공간을 활용해서 시민들에게 정원 문화를 체험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유정원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지만, 정원 문화를 같이 누릴 수 있는 장소다. 바라만 보는 정원에 그치지 않고, 가드닝이나 요가와 같은 클래스를 체험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관혼상제와 같은 행사가 이루어지고, 삶의 희로애락이 담겼던 한국의 마당과 비슷하다. 마당놀이를 벌이듯 이곳에서 온 모든 이들이 즐거운 경험을 가지고 돌아 가기를 희망한다 왜 명동이었나? 조 체험하는 정원의 기쁨을 도심 속에서 맛보는 모습을 늘 상상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도심의 여러 군데를 찾아다녔다. 우연히 비슷한 뜻을 가진 발주처를 알게 되었고, 명동이 가진 역사적 맥락이 좋았다. 다산 정약용이 시를 읊고 정원을 가꾸던 곳이 바로 명동이다. 또한 조선 시대부터 말과 마차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번화가였다. 청년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문화 예술인이 모여서 활동한 곳이기도 하다. 낭만과 풍류가 가득했던 옛 시절의 명동처럼, 현시대의 공유정원이 그러한 정서적 가치를 갖기를 바랐다. 전체 콘셉트인 ‘워크 인 그린(Walk In Green)’은 어떤 의미인가? 최영준(이하 최)브랜드 녹녹(NockNock)의 원래 이름이 워크 인 그린이라고 들었다. 녹색 안을 걸어간다는 말이 참 와닿았고 장소적 맥락의 영향도 있었다. 예전부터 명동은 보행 명소로 유명하고, 역사적으로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한 곳이다. 코로나19 이후 번화가의 명맥이 옅어지고 있지만, 광화문 지하 통합화 등을 통해 보행자 우선 환경이 조성된다면 새로운 목적지로 또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바라만 보는 정원이 아니라, 굴곡진 길을 걸으면서 체험하는 정원이 몰입도와 재미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도면과 스케치, 모델에 담을 수 없는 경험을 사용자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발주처가 압도적 녹색을 요청했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나? 최 공모 당시 발주처에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당선된 이후에는 압도적 녹색을 요청했다. 원래 제안했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험에 가까웠고, 유지 관리 문제도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소들이 많았다. 압도적인 녹색보다는 녹색 정체성을 강조하되 유연한 공간 이용이 가능한 그린 캔버스(Green Canvas) 콘셉트를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압도적 녹색과 그린 캔버스의 중간 지점을 방향으로 잡으려고 했지만, 발주처는 녹색이 많이 구현된 이미지를 원했다.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발주처가 예산의 규모를 늘려주고, 녹녹이 원하는 정원의 이미지와 그에 따른 조성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준 덕분에 실현할 수 있었다. "정원 그 자체로피사체가 되는 것도 좋지만, 정원과 사람이 어우러져 하나의 배경으로 오롯이 남기를 원한다." 발주처, 운영사, 설계자. 삼각 구조의 소통이 이뤄졌는데, 어려운 점은없었나? 조 우선 나는 조경계 밖의 사람이기 때문에 늘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조경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고, 엉뚱하지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도 있었다. 이러면 보통 반응은 두 가지다. ‘네가 뭘 아냐?’, 혹은 ‘해보자’. 최 소장은 후자였다. 외부인의 시선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늘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 많이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발주처, 운영사, 설계자 모두가 이 공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차별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한마음으로 노력을 많이 했고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최 일을 하면 관성적으로 하는 순간이 온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현실 가능성 때문에 주저할 때가 많다. 하고 싶은 것과 새로운 시도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을 찾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조 대표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대나무 식재를 추천하는 모습에서 기획자 관점에서 대상지를 보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조경가이지만 사실 식재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이번에 공유정원을 위한 사계절 혼합 식재를 계획하며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원하는 식재 설계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발주처의 도움도 크다. 전체적으로 소통이 원활했던 프로젝트였다. 완성된 공유정원이 마음에 드는가. 아쉬운 점이 있나? 조 도시인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자연과 계절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공유정원을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였다. 관리가 쉽지는 않지만 사시사철 푸른 것보다는 잎이 떨어지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경관들. 건물 사이 빛에 따라서 보이는 대조적인 풍경. 이러한 입체적인 숲을 원했고, 생각대로 잘 구현된 것 같다. 조경 작품은 완성이 됐지만, 정원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정원의 진짜 풍경은 이 생명력이 가득한 공간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최 좋은 점과 아쉬운 부분을 딱히 꼽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 바람은 있다.준공은 됐지만, 관리가 생명이자 본질이다. 사실 공간의 완성은 사람이다. 사람의 온기가 더해질 때 그 공간의 가치가 비로소 빛을 발한다. 정원 그 자체로 피사체가 되는 것도 좋지만, 정원과 사람이 어우러져 하나의 배경으로 오롯이 남기를 원한다. 사람의 온기가 더해지면 이 공간은 또 어떻게 변할까? 이런 상상을 늘 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내년, 내후년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우리의 삶에서 공유정원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조 공유정원의 장점은 접근성이 좋고, 몰입도가 높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소적 맥락과 요가나 가드닝과 같은 콘텐츠들이 더해지면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앞으로 공유정원은 사적인 아웃도어 공간으로서 주목받을 것이다. 명동처럼 특별한 장소적 맥락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두 번째 공유정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다음 공간으로 강남을 염두에 두고 있다. 녹녹이란 이름의 뜻처럼 공유정원이 언제든 자연에 노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최 삶에서 아름다운 순간이 몇 번이나 있을까?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과 방식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가 아름답다고 정의하는 것은 대체로 좋은 감정을 가지는 순간이다. 나는 정원에 가면 아름다움을 느낀다. 특히 잘 가꿔진 곳일수록 더 큰 아름다움을 느낀다. 정원의 동의어는 노동이라 생각한다. 완성도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식물을 가꾸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든다. 큰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공유정원은 이 노동을 다른 이가 대신하여 가꾼 정원이다. 정원을 돌보며 얻는 보람은 느낄 수 없을지라도, 늘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까이 할 수 있는 자연을 제공해준다. 아름다움은 나눌수록 커진다. 값어치가 떨어질 걱정이 없는 가치가 그 곳에 있다고 본다. 진행 금민수 디자인 팽선민 "녹녹이란 이름의 뜻처럼공유정원이 언제든 자연에 노크할 수 있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글 최영준 랩디에이치 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 설계 랩디에이치(Lab D+H) 관리 운영 앤로지즈(Androses) 건축 설계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 벽면 녹화 창조원 발주 이지스자산운용 면적 2,802m2 완공 2021. 9.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하고자 하는 조경 중심의 디자인 그룹이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문화를 기반으로 정원부터 마스터플랜까지 다채로운 성격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의 서울, 중국의 상하이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조영민은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스쿨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브랜드의 국내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제작을 담당했다. 현재는 조경 정원 플랫폼 스타트업 ‘앤로지즈’ 대표로 공유정원 서비스 브랜드 ‘녹녹’을 운영 중이다. 최영준은 서울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피스박김,PWP, SWA 그룹 로스앤젤레스 오피스 등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2014년 디자인을 통한희망적 가치와 사회적 책무 구현을 목표로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를 공동 설립했으며, 2018년 서울 오피스를 세워 국내외 다양한 조경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 리틀 아일랜드
-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는 허드슨 강(Hudson River) 수변에 마련된 세 개의 공연장을 갖춘 공공 공원이다. 사람과 야생 동식물 모두를 위한 안식처인 이 공원은 조형적 화분들에 의해 물 위에 떠 있다. 공원에서 빠져나와 조금 걸으면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Lower West Side)에 닿을 수 있다. 자선 사업가인 베리 딜러(Barry Diller)와 허드슨 리버 파크 트러스트(Hudson River Park Trust)가 맨해튼 남서쪽에 신설될 새로운 부두를 위한 파빌리온 설계를 요청하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장식적 조형물을 설계하는 대신 부두의 본질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했다. 구조물의 형태보다 경험에 주목했는데, 사람들이 깊게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창출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공 공 간을 만들고자 했다. 물 위에 머무르는 색다른 기분, 도시를 떠나 녹색 자연 속에 파묻히는 기분에 대해 고민했다.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하는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통적으로 부두는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평평한 형태다. 그 형태에 의문이 들었다. 맨해튼의 평평한 도로와 대조를 이루는 뉴욕을 위한 새로운 지형을 설계하고자 했다. 고민 끝에 다양한 성격의 공간을 창출해낼 수 있는 지면 위로 솟아오르는 지형을 구상했다. 처음 떠올린 이미지는 물 위에 떠 있는 구부러진 잎사귀였다. 잎사귀의 잎맥들은 바람으로부터 공간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가장자리에서 갈비뼈와 같이 솟아오른다. 구조물 위에 공원을 얹는 아이디어는 맨해튼 해안선에놓였던 수많은 교각의 잔해, 즉 나무 기둥에서 얻었다. 과거의 부두를 지지했던 기둥들을 보존해 해양 생물의 서식지로 역할하게 했다. 뉴욕을 위한 역동적 공연장 새로운 부두는 하나의 완결된 경험을 선사한다. 서로 관계없는 여러 요소를 한데 뭉쳐 놓은 것이 아니라 일관성 있는 단일한 공간으로 계획됐다. 부두를 지탱할 새로운 기둥이 필요했는데, 이 기둥 자체가 부두가 되기를 바랐다. 기둥이 연장되어 화분이 되고, 화분이 모여 공원의 표면을 형성하도록 했다. 다양한 높이의 기둥으로 공원에 높낮이를 만들고, 구석 부분을 들어 올려 햇빛이 해양 서식지까지 다다르게 했다. 서서히 낮아지는 가장자리는 언덕과 조망 지점을 명확하게 만들 고, 자연스럽게 원형극장이 형성된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글Heatherwick Studio DesignHeatherwick Studio Design DirectorThomas Heatherwick Group LeaderMat Cash Project LeaderPaul Westwood, Neil Hubbard Technical Design Leader Nick Ling Project TeamSofia Amodio, Simona Auteri, Mark Burrows, Jorge Xavier Méndez-Cáceres, John Cruwys, Antoine van Erp, Alex Flood, Michal Gryko, Ben Holmes, Ben Jacobs, Francis McCloskey, Stepan Martinovsky, Simon Ng, Wojtek Nowak, Giovanni Parodi, Enrique Pujana, Akari Takebayashi, Ondrej Tichý, Ahira Sanjeet, Charles Wu, Meera Yadave Making TeamJordan Bailiff, Einar Blixhavn, Darragh Casey, Hayley Henry, Hannah Parker, Luke Plumbley, Jeff Powers ClientHudson River Park Trust (HRPT) & Pier 55 Project Fund (P55P) Main ContractorHunter Roberts Construction Group Landscape DesignMNLA Structural EngineerArup Executive ArchitectsStandard Architects Mechanical EngineeringArup Marine EngineersMRCE CostConsultant Gardiner & Theobald LocationNew York, United States Area11,000m2 Completion2021. 5. PhotographsT imothy S chenck, A ngela Weiss_Getty Images, AlexiRosenfeld_Getty Images, China News Service_Getty Images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는 런던 중심부에 있는 공동 워크숍과 디자인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건물, 공간, 마스터플랜, 오브제, 기반 시설을 만든다.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우선한다. MNLA(Mathews Nielsen Landscape Architects)는 사려 깊은 장소 만들기와 경관의 변화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생태 디자인 해법을 선보인다. 에이럽(Arup)은 건설 계획, 엔지니어링, 설계 및 컨설팅을 수행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로 기술적 우수성, 혁신 및 가치를 추구한다
- 리틀 아일랜드의 사계
- 고풍스러운 브라운스톤 건물과 울창한 가로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동네만 부지런히 걸어 다녀도 디자인 영감이 수없이 떠오르는 뉴욕에는 갈 곳이 참 많다. 센트럴 파크, 브라이언트 파크, 하이라인 같은 유명한 공원은 물론이고 동네 공원이나 놀이터, 뮤지엄이 도시 곳곳에 있다. 주말마다 가야 할 곳 목록을 더하고 지우기 바쁜 중에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 개장 소식이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뉴욕의 베셀(Vessel)과 상하이 엑스포의 UK 파빌리온 등 독특한 형태의 건물 디자인으로 유명한 헤더윅 스튜디오, 뉴욕을 기반으로 한 조경설계사무소 MNLA, 구조를 담당한 에이럽(Arup)의 협업으로 뉴욕 허드슨 강변 피어 54에 놓인 공원.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보이는 리틀 아일랜드는 이름 그대로 허드슨 강변에 떠 있는 인공의 작은 섬이다. 다양한 공원 프로그램과 더불어 약 7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수변과 수직을 이루는 인근의 다른 부두와는 다르게, 도로와 도시 격자의 연장선으로 일정 각도를 틀어 자리 잡았다. 리틀 아일랜드는 휘트니 뮤지엄과 첼시 마켓, 하이라인과 함께 뉴욕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투어 장소가 되었다. 피어 빌딩의 일부로 남아 보존되어 있는 스틸 아치를 지나 남쪽 다리를 건넌다. 콘크리트 기둥을 웅장한 대문 삼아 튤립 지붕 아래를 지나면 2.4에이커의 공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앉아 쉴 수 있는 잔디와 야외 테이블이 잔뜩 놓인 광장이 보이고, 간단한 음료 및 스낵 트레일러에 새긴 귀여운 튤립 모양 아이콘들이 공원을 받치고 있는 구조물을 다시 상기시킨다. 일관성 있게 브랜딩하고 디자인한 공원 곳곳의 안내판이 설계자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그늘막 아래 무지개색 의자에 잠시 앉아 목을 축이고 콘크리트 기둥이 만든 인공 언덕을 줄지어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허드슨 강을 바라보는 공연장에서는 한창 공연 리허설 중이다. 다음에는 공연을 보러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남서쪽의 가장 높은 전망대를 향해 구불구불 길을 따라 걷는다. 플랜터 역할을 하는 코르틴스틸의 붉은 갈색과 그 벽을 따라 흐르는 초록 식물의 조화가 도드라진다. 플랜터와 난간의 디테일, 다양한 식물을 구경하며 다다른 전망대에서는 허드슨 강변 남쪽의 전망이 펼쳐진다. 잠시나마 시원한 강바람을 느껴본다. 기존의 부두를 받치고 있던 낡은 나무 기둥은 새롭게 솟아오른 콘크리트 기둥과 대조를 이루며남아 있다. 강 아래 기둥 주변의 생물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그대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와중에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피어 54를 비롯해 뉴욕의 여러 부두가 피해를 보았다. 그 때문에 리틀 아일랜드의 구조물도 최초 계획안에서 점점 높아져 해수면에서 4m 이상 높게 설계되었다. 물 위에 떠오른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아이콘 측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고, 넓은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형의 높낮이가 역동적이며 다양한 공간과 식물로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어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적, 생태적 측면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디자인 해법은 없었을까.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는 경험과 더불어 가까이 접근해 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고려했다면, 사람들이 수공간의 생태계와 식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최지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이컴(AECOM), 하그리브스(Hargreaves Jones)를 거쳐 SOM 뉴욕 오피스에서 조경설계를 지속하고 있다. 건축, 도시, 구조,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조경가의 역할을 유연하게 정립하고자 한다.
- 미야시타 공원
- 휴식과 활동을 위한 새로운 접근 일본 도시에서는 밀집된 형태의 도시 개발이 진행되어 왔다. 특히 다양한 도시 기능이 동일한 토지를 공유하는 상황에서 공공 및 편의 시설을 개선했는데, 이는 시민들이 공원과 같은 공공 공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들어 공공 공간이 상업 시설로 변모하고 상업 시설이 공공 공간의 성격을 가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공원, 상업 시설, 호텔을 하나로 연결해 휴식과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야시타 공원(Miyashita Park)은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공공 공간의 이상적 형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도쿄 시부야(Shibuya) 구에 위치한 미야시타 공원은 1964년에 개장한 공원을 재개발하기 위해 민간 협력 방식을 통해 만든 복합 건물이자, 철로 옆 공영 주차장 윗부분에 위치한 공원이다. 재개발 이전의 미야시타 공원은 오랜 세월로 인한 퇴화와 인공 지반의 노후화 등으로 지진에 취약한 상태였으며,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설 또한 충분하지 못했다. 공원 인근의 상업 지역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면서 편의 시설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공원과 공영 주차장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4개 층의 상업 시설과 18층의 호텔을 공원과 통합하는 동시에 공간 이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했다. 캐노피를 갖춘 새롭고 상징적인 공간 도심 상업 지역에서 보기 드문 공공 공간에 시부야 다운 공원 활동을 제공하고자 했다. 인접한 철도에 나무가 추락하는 위험을 방지하고 그늘을 확보하기 위해 덩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아치형 캐노피를 계획했다. 곡선 형태의 캐노피는 시부야의 도시 경관을 대표하는 새로운 상징이 되어 공원과 상업 시설을 하나로 결합한다. 이른바 인스타그램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이 연출되어 ‘#미야시타 공원에 왔다(#cometoMiyashitapark)’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글Nikken Sekkei Lead ArchitestsTakenaka Corporation Project ArchitestsNikken Sekkei(Concept Design, Schematic Design, Review of design at subsequent phases) ConstructionTakenaka Corporation Project OwnerMitsui Fudosan Number of Floors18 floors above ground North block: 2 floors below ground South block: 4 floors above ground Max. height75.1m(North block), 21.4m(South block) LocationShibuya, Tokyo, Japan Total Floor Area46,000m2 Site Area10,740m2 Completion2020 PhotographsShin Shasin Kobo, Nacása & Partners Inc. 타케나카 공무점(Takenaka Corporation)은 1610년에 창립하여 목수 정신을 바탕으로 건축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최적의 설계로 사회에 공헌하고자 힘쓰며, 1960년부터 전 세계의 국제 공항과 스포츠 아레나, 초고층 빌딩, 호텔, 연구 생산 시설, 미술관 등 수많은 랜드마크를 설계했다. ‘인간의 마음을 형태로 구현하여 미래로 이어간다’는 철학을 주축으로,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조성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니켄 세케이(Nikken Sekkei)는 건축 설계 및 감리, 도시설계 및 리서치, 기획, 컨설팅을 수행하는 전문 서비스 기업이다. 1900년에 창립해 가치 있는 일을 통하여 사회에 공헌한다는 이념으로 보다 나은 사회 환경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 중국, 동남아, 인도, 중동, 러시아, 스페인 등에 사무소를 두고 세계 곳곳의 각종 프로젝트에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 헤닝 G. 크루세스 광장
- 에스비에르 음악당과 미술관(Musikhuset Esbjerg and Esbjerg Kunstmuseum)의 사이매틱 풀(cymatic pool) 주변으로 모임과 소통을 장려하는 활기 넘치는 마당이 조성됐다. 새로운 헤닝 G. 크루세스 광장(Henning G. Kruses Plads)은 도시와 바다의 관계를 기념하며, 에스비에르의 바다에 얽힌 긴 역사와 헤닝 G. 크루세스(덴마크의 석유 및 가스 생산에 큰 기여를 한 개척자. 2016년 에스비에르에 본사를 둔 비영리 자선 재단 ‘헤닝 G. 크루세스 펀드’를 세웠다)의 삶을 보여준다. 바닷가에 인접한 에스비에르의 입지 특성은 1874년 항구가 열린 이래 도시의 역사와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에스비에르는 덴마크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했으며, 북해에서 진행하는 여러 에너지 프로젝트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에스비에르에서 다양한 문화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이 광장은 그중 하나로 음악당과 함께 시민들에게 헌정되었다. 광장은 예른 웃손(Jørn Utzon)이 설계한 음악당 건물의 연장으로 계획됐다. 실내 로비와 하운네가(Havnegade) 워터프런트를 연결하는 기둥은 광장의 백자작나무와 함께 성장하는 듯 보이며 음악당 내외부 사이에 부드러운 전환을 만들어낸다. 음악당 앞마당은 사이매틱 풀이 설치된 백자작나무 숲이 되어 방문객이나 길을 지나는 행인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이매틱풀은 지름 10m의 원형 수공간으로, 바다를 상징할 뿐 아니라 도시와 바다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치다. 건물 내 공연장의 음악에 따른 진동이나 프로그래밍된 진동을 이용해 수면에 패턴을 만들어 물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한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ArchitectBjarke Ingels Group PartnersIn ChargeBjarke Ingels, David Zahle Project LeaderSøren Martinussen Landscape DirectorUlla Hornsyld TeamMilan Moldenhawer, Matea Madaros, Vladislav Saprunenko, Yue Hu CollaboratorsBrinck Entreprenører, Aqua-Teknik A/S ClientEsbjerg Musikhus, Henning G. Kruses Fond LocationEsbjerg, Denmark Area1,000m2 Completion2021. 8. PhotographsRasmus Hjortshøj BIG(Bjarke Ingels Group)는 코펜하겐, 뉴욕, 런던, 바르셀로나, 선전에 사무실을 두고 건축, 도시계획, 조경, 인테리어 및 제품, 리서치, 개발 분야에서 활동하는 그룹이다. 비용과 자원을 절약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공공 공간과 프로그램을 창조하며 도시 개발로 야기되는 문제에 대응해왔다. 유럽, 북미, 아시아, 중동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대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 길음 롯데캐슬 클라시아
- 길음 롯데캐슬 클라시아는 노후 주택이 밀집된 길음동 일대를 19개 동, 2,029세대 규모로 재개발한 단지다. 북한산 자락에 놓인 단지는 칼바위 능선까지 이어지는 성북올레길(길음로 구간)을 비롯해 북측의 근린공원, 서측의 소공원 등 풍부한 녹지 인프라에 둘러싸여 있다. 산자락이라는 부지의 특성상 단지 내에 큰 단차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 단차를 활용한 특색 있는 테라스 정원을 기본 설계 개념으로 삼고, 블루 웨이브(blue wave)라는 개념을 더해 주요 동선을 따라 다양한 수경 테라스 정원을 조성했다. 길을 따라 거닐면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물소리가 하나의 큰 물결을 이루게 된다. 단차가 있는 곳에 다양한 수공간(블루테라스, 플로잉가든, 블루밍가든, 스프링스팟, 워터스크린, 생태연못, 산수첨경원)을 배치했다. 결절점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 조성한 테마 정원(트리뷰가든, 스텝가든, 편백나무숲, 조각공원)은 공간에 독특한 특색을 부여해 넓은 오픈스페이스가 부족한 대상지에서도 다채로운 경관을 만나게 한다. 더불어 인조 잔디 산책로, 대왕참나무길, 남서를 가로지르는 현무암판석 산책로를 두어 단지를 순환하는 작은 둘레길을 조성했다. 클라시아 스케이프 주 출입구가 있는 대상지 남측은 2차선 도로와 접해있다. 도로를 건너면 백화점과 상가, 주택 단지가 펼쳐진다. 많은 사람이 오가고 단지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 하는 곳인 만큼, 화려한 문주만 설치하기보다 조경 개념을 축약해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마련했다. 소나무를 모아 심고 이를 산수첨경원과 석가산, 폭포, 암석원과 연계해 입체적 경관을 조성했다. 산의 능선처럼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수목의 캐노피가 문주와 함께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했다. 옹벽 앞쪽으로는 수형이 곧은 소나무를 심고, 아래에는 색색의 화산석으로 물줄기가 흐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클라시아 스케이프를 완성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글조아라 롯데건설 조경팀장 사진유청오 조경 기본 설계우리엔디자인펌 조경 특화 설계제이티이엔지 시공롯데건설 조경 시공아세아종합건설 시설드림월드, 스페이스톡, 원앤티에스 위치서울시 성북구 숭인로8길 80 일원 대지 면적70,385m2 조경 면적33,947m2 완공2022. 1.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 2022년 8월 31일, 광주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협회IFLA 총회가 개최된다. 1998년 서울, 경주, 무주에서 IFLA 총회를 개최한 지 30년 만의 일이다. 1948년 영국에서 설립된 IFLA는 77개국, 2만5천여 명의 조경가가 참여하는 세계적 조직이다. 인류 번영을 위해 지속가능하고 균형 있는 생명 환경을 창조하고자 힘쓰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전 세계를 순회하며 IFLA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IFLA 한국총회 조직위원회는 성공적인 총회 개최를 위해 업무 협약을 맺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1년 8월 30일, 산림청은 ‘IFLA 기념정원 조성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 온실 앞 전시원 일대다. 수목원 입구에서 사계절 온실로 가는 주요 동선에 위치하고 있으며, 건너편으로는 방문자센터와 축제마당이 있다. 공모에 초청된 고정희(에지고크리거 대표)·송민원(엠더블유디랩 소장), 김봉찬(더가든 대표),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 유승종(라이프스케이프 대표), 송지은·로리 듀수아르(케네디 송 듀수아르)는 약 2,900m2의 부지를 ‘정원 유산’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IFLA의 정신을 반영하고 동시대 한국 조경의 가치를 담은 계획안을 제출해야 했다. 세종수목원 내 존치 정원으로서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도 주요 과제였다. 11월 5일 화상 발표 심사를 진행했으며, 유승종 팀의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은 대상지 안에 자연과 인간이 관계를 맺고 어우러질 수 있는 원형 울타리를 제안했다. ‘자연의 정원’으로 명명된 울타리 속에는 무분별한 침범으로 작은 생물의 세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지형과 시설이 자리한다. 울타리 바깥의 ‘사람의 정원’에는 ‘자연의 정원’에 설치된 관수 설비를 작동시키는 동작 감지 센서가 있어 ‘자연의 정원’의 변화에 간접적으로 사람들을 개입시킨다. 낮은 높이의 CCTV를 설치해 정원의 모습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했다. 심사위원회는 당선작은 ‘조경과 조경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만드는 것과 지키는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답한다고 총평했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IFLA의 지향점과 미래성에 부합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이며, 만드는 것과 지키는 것에 대한 균형을 표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2022년 6월 말 정원 완공 시점에 맞춰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진행된다. 더불어 당선작과 초청작, 초청 조경가 인터뷰집을 IFLA 총회 행사장에 전시할 예정이다. 당선작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 유승종 초청작 21×129×298 박승진 초청작 IFLA 사바나 고정희+송민원 초청작 겹겹의 의도 김봉찬 초청작 추억 여행 송지은+로리 듀수아르 주최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위치 세종시 연기면 수목원로 136 일대(국립세종수목원 내) 면적 2,900m2 공모 방식 지명공모 예정 공사비 4억6천5백만원(제경비 및 부가세 포함) 설계 및 감리비 3천5백만원(제경비 및 부가세 포함) 설계 기간 착수일로부터 3개월 공사 기간 2022. 3. ~ 2022. 6. 예정 준공일 2022. 7. 시상 내역 당선작(1점): 설계권 계약 체결 우선협상권 초청작(4점): 지명 보상비 3백만원 운영위원 박은영(중부대학교 교수, 운영위원장) 박영석(플레이스온 대표) 최윤석(그람디자인 대표) 최재혁(오픈니스 스튜디오 대표) 최혜영(성균관대학교 교수) 심사위원 박은영(중부대학교 교수, 심사위원장) 정욱주(서울대학교 교수)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주열(산림청 도시숲경관과 과장) 이유미(국립세종수목원 원장) 이진욱(한경대학교 교수, 예비 심사위원)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산림청, 참가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
- 유승종 livescape(유승종, 윤상원, 안성민, 최지은, 안준석, 김유빈) 정원가의 일은 살아 있는 것들의 세계를 펼치는 일이다. 울타리 안에 관조적 공간을 조성하는 일이 아니라 울타리 너머 생명 창조의 가능성을 넓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세계의 일원으로서 지금 우리 시대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이다. 전략 인간의 활동이 주춤하며 멈출 때 자연은 놀라울 정도로 스스로 작동하며 성장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버려진 통나무 틈새에서 자라난 균들이 버섯이 되고, 버섯이 또 다른 작은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생명들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개입하며 관찰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한다. 공간과 동선 계획 작은 울타리를 만든다. 이곳에 울타리 너머의 무한한 이야기를 담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사람의 정원과 자연의 정원은 울타리로 분리되어 있지만 함께 어우러진다. 사람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자연의 정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데 개입한다. 단, 이때의 개입은 작은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며, 두 정원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식물의 흐름만으로 위요된 공간을 만든다. 기존 시설의 동선과 포켓쉼터, 어린나무의 정원, 흔들리는 바람의 정원이 한데 어우러져 위요된 포켓형 휴게 공간이 형성된다. 동선은 정원과 면한 세종수목원 전시 관람 도로와 보조 동선에서 출발한다. 내부에는 산책로와 휴게 공간을 건너다닐 수 있는 브리지를 둔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21×129×298
- 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승진, 최상민, 장수연, 오지훈, 고희선) 숲 숲은 생명의 근원이다. 나무와 풀을 기반으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숲에 모여 산다. 우리는 숲에서 왔고 결국 숲으로 돌아간다. 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해진다. 숲에 머무는 행위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활동이다. 하지만 우리는 숲의 위기를 실감하며 살아가는 세대다. 지금의 도시들은 숲을 베어낸 자리에 들어섰다. 도시가 확장되었고 숲은 사라졌다. 우리 삶의 기반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시는 성장했으나 삶의 질은 쇠퇴했다. 위기의 도시에 해법을 제시한 것은 조경이었다. 조 경가는 정원에서 배운 자연의 기술을 도시로 가져왔다. 공원은 이식된 자연이며 재생된 숲이기도 하다. 만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은 조경가의 책무이며 지금도 유효한 과제다. IFLA 기념정원은 이 같은 조경가의 사회적 책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실용적 쓰임새와 가치를 갖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기념 정원의 장소, 앉는다는 행위 정원의 면적은 활동 프로그램과 경관적 효과와 연관된다. 약 2천m2의 대상지는 수목원의 중심 시설인 사계절 온실에 접한다. 관람객 대부분은 이 기념정원을 지나 이동하게 된다. 축구장 65개 면적에 달하는 수목원은 바쁘게 걸어도 한 시간, 여유 있게 둘러보려면 세 시간이 걸린다. 봐야 할 것은 많고 다리는 아프고 그늘도 부족하다. 기념 외에 정원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앉는다는 행위는 가장 기본적이며 보편적인 인권이다. 휴식에는 앉는 행위가 동반되며, 의자 등 앉을 수 있는 장치는 휴식의 질을 좌우한다. 노동자에게 앉는 권리는 지금도 싸워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의자는 디자인 이전에 인권이며, 보편적 복지의출발점이다. 의자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시대가 있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공원의 의자는 다르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따로 상석이 없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의자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에 놓음으로써 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IFLA 사바나
- 고정희+송민원 GO&KRIEGER(고정희, Mark Krieger) MWDlab(송민원, 김현근, 나준경) Cassian Schmidt(Geisenheim University) 지속가능한 풍경 전 세계 조경가의 공통 언어는 바로 풍경이다. IFLA 기념정원이 정원 풍경에 관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풍경은 시대에 따라서 변했다. 21세기의 정원 풍경의 가장 큰 축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생태적 시스템이다. 풍경을 빚는 디자이너의 미학적 관점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과거에 속한다. 생태학이 출범한 뒤 조경 디자이너들은 생태 시스템이 내재하는 풍경을 추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풍경, 즉 책임질 수 있는 풍경은 자연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 참나무 숲 속의 빈터 ‘IFLA 사바나(Savanna)’가 풍경의 이름이라면, 그 풍경의 정체는 ‘참나무 숲 속의 빈터’다. 사바나는 유라시아, 북미,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모든 대륙에 고루 분포한다. 지구 전 표면적의 15%를 차지하는 기후대이자 식생대다. 사바나라고 하면 대개 바싹 마른 사막을 연상하지만 그렇지 않다. 강수량 500~1,500mm 사이의 아열대 기후대에 나타난다. 건조 사바나, 습지 사바나, 참나무 사바나 등 나타나는 양상이 여러 가지다. 다만 공통으로 일정한 건기가 존재한다. 온대의 일부가 아열대가 됐으며 한국도 그에 속한다. 특히 겨울철 기후가 극심하게 건조하다. 세종시가 위치한 중부 내륙 지방의 겨울철 강수량은 거의 0에 가깝다. 긴 겨울의 건기와 사막에 가까운 도시 기후를 견뎌낼 수 있는 풍경으로 참나무 사바나를 제시했다. 이 사바나는 성근 숲이 있고 하부에 키 큰 초본류 군락을 형성하는 식생대다. 참나무속의 나무들은 모든 대륙에서 서식한다. 한국 식생대의 극상림은 참나무속의 신갈나무 군락이다. 극상림의 시스템은 매우 안정적이다. 참나무 사바나는 우리 도시에 필요하며, 전 세계의 도시공원이 공유할 수 있는 대표적 풍경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겹겹의 의도
- 김봉찬 더가든(김봉찬, 손석범, 박선영, 지소희, 김소연) 야생을 위한 집 대상지는 지형과 식생이 단조로워 생명의 다양함을 담아내지 못한다. 땅의 조형을 통해 새로운 야생을 위한 집을 제안한다. 평편한 지형 한가운데를 1m 내외로 파 웅덩이를 만들고 파낸 흙을 쌓아 둔덕을 만든다. 이러한 역동적 지형 변화는 공간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다양한 미기후를 형성하여 생명이 살아갈 기반을 만든다. 동서 방향으로 길게 패인 지형은 전체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경관축이자 다양한 생명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이다. 이 축을 중심으로 양쪽에 파낸 흙을 쌓아 올려 언덕을 조성한다. 언덕에는 숲 정원과 초지 정원을 만들어 자연성을 더하고 좌우가 대비되는 경관을 만든다. 점, 선, 면의 중첩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점, 선, 면으로 구성된 하나의 덩어리다. 땅은 면이자 그 자체로 큰 덩어리다. 바위가 부서져 모래가 되고 모래가 퇴적해 암석이 되는 것처럼 자연의 덩어리는 작은 덩어리에서 큰 덩어리로, 큰 덩어리는 다시 작은 덩어리로 순환한다. 식물은 어떤 사물보다 점과 선 그리고 여백이 풍부한 덩어리다. 공간에서 점과 선의 중첩은 가늘수록, 작을수록, 약할수록, 흐릿할수록 심오한 깊이감을 더한다. 빗줄기나 나무줄기의 중첩 같이 작고 가늘며 부드러운 선과 점이 중심이 되는 공간은 리듬감, 깊이감, 변화감이 더해져 다양한 감성을 자극한다. 그라스 정원은 미세하고 가녀린 점과 선의 집합체로, 약하고 흐릿해서 지면과 큰 대비를 이루어 땅과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추억 여행
- 송지은+로리 듀수아르 Kennedy Song Dusoir(송지은, Rory Dusoir) 한국인은 여전히 자연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 관계는 특이하면서도 세심한 방식으로 식물과 얽혀 있는 음식 문화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강남 가로수길에서 은행을 줍는 할머니들이나 다양한 야생 나물을 곁들인 산채 비빔밥을 보면, 우리는 어디서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알고 있다.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 자연 보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이 관계의 결속력은 사회가 도시화될수록, 젊은 세대일수록 약화될 위험이 크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자연환경을 재현함으로써 이를 기념하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정원을 디자인했다. 이를 위해 다양하고 익숙한 자생 식물이자 음식 재료로 사용되는 식물을 선정했다. 관람객이 이 식물을 보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거나 세대 간 대화를 나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은 성과가 될 것이다. 자연주의 경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더 살펴보고 싶고, 휴식과 사색으로 이끄는 공간을 제안한다. 부드러운 윤곽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경사를 만든다. 대상지 북쪽에 위치한 소나무 숲의 지형이 점차 높아지면서 반대편에 있는 기존 숲과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가로수 길을 형성한다. 남쪽으로는 언덕을 만들고 그 위에 수목을 식재해 미기후를 조절한다. 넉넉한 크기의 벤치들을 새로운 지형에 맞게 그리고 수목과 가까이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작은 자연의 세계를 인지하게 만들다
- 어느 동네마다 있을 법한 작은 근린공원 뒤편에 라이브스케이프가 있다. 입구의 작은 앞마당, 소품인지 실제로 사용하는지 알 수 없는 벽에 기대놓은 커다란 갈퀴를 눈으로 훑으며 안으로 들어서자 카페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벽면을 두른 짙은 고동색 책장과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테이블. 한구석에 이번 공모전 당선작 모형이 놓여 있었는데, 자연의 정원의 복잡한 지형을 몇 번이고 다듬었는지 울타리 안에 채워진 찰흙에 손자국이 가득했다. 설계안을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곳에서 유승종 소장을 만나 당선작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공모 주제가 정원 유산이다.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에 따라 IFLA의 정신을 기리고, 동시대 한국 조경의 가치와 의미를 담는 정원이 요구되었다.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에는 어떤 한국성이 담겼나. 설계는 수학 문제를 풀 듯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 길로 들어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는 식의 선형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그런 상황을 전제로 두고서라도 더욱 솔직히 말하면, 한국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은 아니다. 내가 한국인이니 설계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부분이 드러날 것이라 여겨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설계는 논리의 세계라기보다 직관의 영역에서 많은 수의 통찰력이 결합되는,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의 실을 잇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따금 설계안의 완성과 설계 논리가 동시에 만들어지거나 동시에 바뀌기도 한다. 한국성을 염두에 둔 설계가 아니었다면, 핵심 전략은 무엇이었나. 평소 전략을 만들기 위해 애쓰기보다 직관이 이끄는 대로 가는 편이다. 이번 공모도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경쾌하게 풀어나갔다. 평소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구분을 떠나 자연을 일상과 다른 특별한 경험 속에서 인지하게 하는 데 관심이 많다. 다양한 나무와 초화를 어우러지게 배치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것도 자연을 인식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자연 경관을 모사하는 일반적인 정원 조성 방식과 달리,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꽃이나 이슬처럼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감각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이 이번 공모 대상지의 상황과 만나게 됐고, 나는 거기에 반응한 것일 테다. 상상하기 편하도록 설명하자면, 대상지 안에 두 개의 정원을 만든다. 하나는 자연의 정원, 또 다른 하나는 사람의 정원이다. 사람의 정원 한가운데 울타리를 두르고 자연의 정원을 만든다. 통상적 정원이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특별한 사람을 위해 조성된 모사된 자연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동그랗게 두른 울타리는 그 안팎의 관계를 역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물론, 이 역시 설계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임을 고백한다). 달리 말하면, 사람의 정원 한가운데 아주 깊은 자연의 생태계를 만들고, 그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차이가 의미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속세가 있어야 성역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고, 시끄러움이 있어야 고요함이 그 의미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의 세계에서 자연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힘들게 등산할 필요 없이 그저 내 앞에 충격적인 대비로 자연이 그 성격을 드러낸다면 어떨까.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머나먼 정글에서 자연의 자연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세계 한복판에 생명의 복잡성이 증대되고 깊은 자연의 세계가 들어와 있다면, 그 자체로 미추의 경관을 떠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유승종은 경계를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라이브스케이프의 소장으로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어떤 디자인 오피스] 안마당더랩
-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질 수 있는 것을 원한다. 대상 자체에 집중하는 대신 가치에 집중한다. 인간과 자연의 균형, 구성 요소 간의 관계성, 규칙 안의 변주를 찾고자 한다. 형태보다는 분위기를 살리고, 따뜻하지만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질감, 시간의 흔적, 그림자처럼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은 요소들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아가 우리의 스타일을 규정하고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본질에 접근하고자 한다. 존재 이유를 묻다 2016년 안마당더랩을 설립하고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달려왔다. 4년쯤 됐을 때 회의감이 생겼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안마당더랩이 만드는 공간이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의 존재 이유를 찾고 싶었다. 조경, 정원설계사무소는 많고, 우리보다 설계 능력이 뛰어난 곳도 많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도 안마당더랩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안마당더랩을 유지해야 하나.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으나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배운 것이 조경이고 그 기술로 돈을 벌고 있지만, 반드시 조경, 정원설계로 생계를 이어나갈 필요는 없다. 그때 답을 얻고자 우리만의 고유한 핵심 가치를 설정했다. “현재 우리는 매우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앞으로 수많은 정보와 가치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쉽게 잊힌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미적인 정원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의 작업을 통해 공간을, 일상의 질을, 넓게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상생의 가치 상생(相生)은 공생의 의미도 있지만 공생과 다르다. 상생은 순환을 의미한다. 자연이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것과 비슷하게, 우리도 지속가능성을 키우기 위해서 상생을 핵심 가치로 정했다. 상생은 너와 나, 이쪽과 저쪽이라는 이원론적 이야기가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다원론적 이야기이다. 어떤 행동 하나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만족하게 하는 것, 상생이라는 용어 속에는 그러한 뜻이 담겼다.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 지구 환경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지속가능성이 필요한 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가치의 지속가능성에 공통으로 필요한 요소는 균형이다. 무엇이든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균형이 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안마당더랩이 가장 우선하는 디자인 철학은 균형이다. 정원 설계 의뢰를 받으면, 설계 공간에 공존하는 많은 가치를 파악하고 그 가치들이 서로 상생하며 균형을 찾을 방법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상업 공간의 경우 심미성을 비롯해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가 있지만, 수익성과 회전율을 염두에 둔 테이블 개수를 반영한 계획이 균형 잡힌 설계안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 지구 환경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지속가능성이 필요한 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가치의 지속가능성에 공통으로 필요한 요소는 균형이다. 무엇이든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균형이 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안마당더랩이 가장 우선하는 디자인 철학은 균형이다. 정원 설계 의뢰를 받으면, 설계 공간에 공존하는 많은 가치를 파악하고 그 가치들이 서로 상생하며 균형을 찾을 방법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상업 공간의 경우 심미성을 비롯해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가 있지만, 수익성과 회전율을 염두에 둔 테이블 개수를 반영한 계획이 균형 잡힌 설계안이 될 수 있다.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 완성도 디자인할 때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맥락 속에서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을 우리는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표현한다. 설계에서 단순하게 호오(好惡)를 따지면, 그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라서 바른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판단이 어렵다. 가령 이도커피 사유점의 경우 브랜딩 단계에서부터 이름 그대로 ‘사유하다’라는 콘셉트가 정해져 있었다. 정원도 ‘사유’의 개념 안에서 설계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도커피 사유점의 정원은 중정이었고, 모든 좌석이 정원을 바라보게 배치되어 있었다. 중정을 바라보며 사유하게 만들 방법을 찾고자 했다. 방문객이 알게 모르게 자연을 느끼다 돌아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숲(자연)은 하나의 객체가 중요한 공간이 아니다. 전체의 장면을 하나로 느껴지게 하는 것이 이곳의 중요한 방향성이었다. 숲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의 선정이 매우 중요했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생존을 위한 경쟁으로 수관 폭이 좁고 위로 웃자라는 형태를 띤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나무가 필요했다. 중정의 크기에 적당하고 이식하기 좋으며 생장 속도가 빠르지 않은 나무여야했다. 발품을 팔아 나무를 직접 찾아다녔다. 우연히 소사나무를 발견했는데, 나무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찾았다!’라고 외쳤다. 12주의 소사나무를 수형의 특성을 살려 자연스럽게 배치하기 위해 계속 자리를 바꿔가며 숲의 장면을 만들어 갔다. 건축의 제안으로 미스트 장치를 설치해 이른 아침 안개 낀 숲의 모습을 연출했다. 미스트 장치가 작동하는 빈도는 식물의 생육에 지장이 없도록 계절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된다. 이 장면을 더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오래전에 봤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생각났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나비가 나온다. 이 나비는 영화를 시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더 나아가 나비에 관련된 이야기 ‘장주지몽’을 떠올렸다. 장주지몽은 자신이 꿈속에서 나비가 됐는지, 원래 나비였던 본인이 꿈속에서 장주가 됐는지 알 수 없게 됐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물아일체의 경지를 주제로 하는 얘기다.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이 더 깊게 사유할 수 있도록 나비를 불러보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소사나무 하부 식재 수종은 나비를 불러오는 흡밀 식물을 식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어프로치 커피(Approach Coffee) 프로젝트는 영국식 브런치 카페를 론칭하는 작업이었다. 자연스럽게 영국식 정원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 사항으로 시작됐다. 초기 조사 분석 과정에서 첼시 플라워쇼, 코티지가든 등 영국 정원의 방향성을 살필 수 있는 자료들을 수집했다. 어느 순간 그 사례들이 영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오래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을 다시 꺼내 봤다. 흔히 생각하는 영국 정원의 이미지는 오래된 전통 정원 혹은 대부분 지방에 위치한 시골 정원의 모습이었다. 도심인 런던의 모습과는 달랐다. 서울과 용산이라는 도심의 한복판에 세워지는 영국 브런치 카페라면 런던 도심의 모습을 담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런던 도심 속 풍경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다. 공통점은 검은색이었다. 특히 오래된 양식의 건물과 석재 포장이 주를 이루는 구도심에서도 간판, 표지판, 각종 시설물 대부분 검은색을 사용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오래된 건축 양식과 대비되는 검은색,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초록 식물들의 조화가 런던의 이미지라는 생각으로 공간의 컬러 가이드를 만들어 설계를 진행했다. 손으로 만드는 과정 설계를 진행하면 3D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을 많이 한다. 빠르게 공간감을 검토할 수 있고 클라이언트의 이해를 돕는 이미지를 다른 방법보다 손쉽게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는 과정을 거치려 한다. 그 이유는 모델을 만들거나 일대일 목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깨닫는 것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를 경험담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새로 지어지는 현대식 한옥의 난간과 전통 공간에서 쓰인 취병을 재해석해서 풀어본 프로젝트다. 창덕궁 후원에 가면 볼 수 있는 취병의 본래의 쓰임은 관목류 덩굴성 식물 등을 심어 가지를 틀어 올려 병풍 모양으로 만든 울타리다. 밖에서 내부가 보이는 것을 방지하고 공간을 분할하는 역할을 하면서 경관을 조성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취병을 설계에 반영했는데, 전에 만든 경험이 없었기에 공사 전 대나무 살의 간격과 매듭 방법을 목업을 통해 검증하고 도면에 적용해 공사를 진행했다. 이 아이디어로 건축이 설계했던 유리 난간을 대신하게 됐다. 두 번째는 지형 조작이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공간의 크기가 작아 실제로 미리 지형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 프로젝트는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형을 검토했는데, 지형의 공간감을 실제 스케일로 느껴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직접 흙을 파내면서 지형을 먼저 미리 만들고 공간감을 느낀 다음 그 지형의 높이를 레벨기로 측정해 도면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물론 주변 환경까지 모형으로 만들 수는 없기에 현장에서의 공간감은 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을 통해 설계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은 확신했다. 디자인 빌드를 하는 이유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효율성과 생산성이 중요하다. 현대인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업무를 분업화했다. 이로 인해 보람은 잃었다. 그렇다면 보람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 ‘내가 했다’ 또는 ‘우리가 했다’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철저하게 분업화한 과정(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데 기획, 설계, 시공이 분리 발주되는 과정)을 통한 결과에서는 보람을 느끼기 어려웠다. 정말 가치가 큰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수많은 전문가와 실무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 안에 우리 것은 없었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실무자들의 이름도 남길 수 없었다. 오로지 발주처의 것이었다. 분업화의 효율성은 인정하지만 그 안에서 더 큰 가치와 의미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들기의 중요성에 관해 묻는다면 공간을 만드는 전 과정에 참여했을 때 조금 더 보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직접 식물을 심고 돌봄을 통해 식물의 생활사를 보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도 한다. [email protected] 안마당더랩(Anmadang the Lab)은 상생의 가치 아래 균형, 단순, 조화, 대비, 스토리, 실용성, 합리성 등 다양한 디자인 철학을 담아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이다.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것에 관심이 많다. 좋은 공간이 우리의 삶을 개선시킨다고 믿는다.
- [모던스케이프] 혼란과 잡거의 도시
- 한국의 인천과 부산, 중국의 상하이와 칭다오, 일본의 요코하마와 나가사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도시 여행자에게 외국인 거류지가 만든 ‘이국적인 근대 풍경’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개항장이라고 불리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인데, 서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외국인이 국가 경계를 넘나들고 거주하려면 국가 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조선의 경우 1876년 조일수호조규 체결을 시작으로 11개국의 열강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으면서 국경의 빗장이 열렸고, 이후 미국과 영국, 러시아, 독일 등 아홉 국가의 공사관 또는 영사관이 서울 정동 일대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 양국은 다른 서구 열강과 달리 정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일본은 조선과 가장 먼저 조약을 체결했지만, 조선 정부는 공사관은 물론 일본인이 도성 안에 주거하는 것조차 불허했기 때문에 일본 공사관은 돈의문 밖에 자리해야 했다. 그러다 임오군란 때 공사관이 화재로 소실되고 일본 측 피해 보상 문제를 다룬 제물포 조약을 맺으면서 비로소 도성 안으로 입성하게 된다. 1896년 현재 신세계 백화점 본점 자리에 영사관을 신축하고 진고개(지금의 충무로2가)와 주동注洞(남산 예장자락 일대)을 중심으로 일본인의 거주가 허가됐다. 남산 북사면에서 시작된 일본인 거류지는 훗날 용산과 이촌까지 확장된다. 반면 중국인이 서울에 정착한 배경은 또 다르다. 그들은 수백 년간 지속한 양국의 관계를 명분으로 가장 먼저 들어와 가장 오래도록 남아있는 부류였다. 19세기 말 서구 열강이 우리나라와 교섭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청국은 자신들과의 오랜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통적 사대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군대와 상인을 이용해 조선에 대한 새로운 주도권을 잡고자 했다. 청국 군대가 임오군란 등의 폭동 진압을 돕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정부에 초권력 행세를 했다면, 화상華商은 자국 군대와 결탁해 조선의 국가 재정에 개입하고 상권을 장악하는 역할을 했다. 화상들은 뒷배에 군대를 두고 있어서 조선인 중심의 기존 상권을 파고드는 데 거침이 없었다. 그들은 종로 등 기존 상권을 점거하면서 조선인들과 종종 마찰을 일으켰지만, 결국 중국 공관인 총판조선상무위원공서(總辦朝鮮商務委員公署, 이하 상무공서)를 중심으로 거대한 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1883년 9월 지금의 주한중국대사관 자리에 건립된 상무 공서는 원래 무위대장(武衛大將) 이경하(李景夏)의 집이었으나, 상무공서의 초대 상무위원인 진수당(陳樹棠)이 매입하여 지은 것이다. 그 이전에는 조선 후기에 중국 사신을 접대하고 숙소로 이용했던 남별궁(이후 환구단 자리)에서 영사 업무를 처리했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박희성, “1910~1920년대 경성부 華僑 토지 소유 분포와 변화 양상”, 미발표 논문. 강진아 외, 『개항기 서울에 온 외국인들』, 서울역사편찬원, 2016.
- 공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광화문
- 광화문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경복궁 정문, 이순신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장, 초고층 빌딩이 줄지어 있는 왕복 10차선 거리 등 갖가지 풍경이 생각난다. 하나의 장면으로 정리할 수 없다. 광화문은 조선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역사의 목격자이자 주요 무대였다. 조선 왕조의 중심이라는 역사성, 대한민국 정치·행정·외교의 중심이라는 정치적 상징성, 시민의 문화 활동과 집단적 의사 표현이 이루어진 군중 집회 현장이라는 공공성이 혼재된 공간이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광화문 일대 풍경이 수시로 바뀌었고 이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겹겹이 쌓였다. 차곡차곡 적층된 이야기를 전시 ‘공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광화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개 기관이 마련한 시리즈 형식의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는 광화문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탐색하고자 연 협력 전시다. 첫 번째 전시는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주최 서울역사박물관)로 조선 건국 이후 광화문 앞에 조성된 육조거리의 모습과 현재의 광화문 광장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조명한다. 두 번째 전시는 ‘고궁연화古宮年華’(주최 국립고궁박물관)로 경복궁 복원의 목적과 의미를 알리고 경복궁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았다. 세 번째 전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공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광화문’이다. 광화문이라는 창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이해하고 현대 한국인의 기억이 지닌 중층적인 현대의 의미를 역사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공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광화문’ 전은 ‘다시 찾은 광화문’, ‘광화문 거리 개발과 건설’, ‘광화문 거리의 현대적 재구성’, ‘광화문 공간의 전환’의 네 가지 소주제 로 전개된다. 각 주제별 색깔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전시를 관람하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일상의 모든 순간을 영화처럼
- “세상에서 잊히기를, 별거 아닌 사람으로 남기를 바랐다.” 사울 레이터(Saul Leiter)의 작은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사울 레이터의 팬들이 인스타그램에 그의 시그니처 사진을 오마주해 해시태그(#SaulLeiterInspired)를 달아 올리고 있다. 영화감독 토드 헤인즈(Todd Haynes)는 ‘캐롤Carol’(2015)의 섬세한 감정과 시대적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레이터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창문을 통해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레이터처럼 상점 쇼윈도를 이용해 연 출한 모호한 분위기와 감각적 구도, 회화적 색채를 캐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터는 “대단한 철학은 없다. 카메라가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왜 그의 작업이 오래도록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여러 예술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것일까. 피크닉에서 열린 전시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는 국내 최초의 레이터 회고전이다. 사진뿐 아니라 아직 연구 중인 미공개 슬라이드 필름과 1950~1960년대 패션 화보, 그림을 통해 다양한 범주에 걸친 그의 예술적 자취를 쫓을 수 있다. 레이터는 1923년 피츠버그의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학교에 진학했지만 스물셋이 되던 해 학교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떠났다. 이스트빌리지에 정착한 그는 그림을 그리고, 35mm 라이카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컬러 사진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컬러 사진의 시대가 열린 1970년대보다 훨씬 이른 1940년대에 컬러 필름을 사용했다. 당시 컬러 사진은 색상 재현에 한계가 많아 ‘진실을 왜곡한다’는 폄하를 받았지만, 레이터는 동조하지 않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며 계속 컬러 사진을 찍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매달 보내는 답장
- 잡지는 희곡으로 말하자면 ‘동창생1’과 같았다.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가끔 보면 재밌는 종이였다. 월간지 『전원생활』 애독자였던 엄마 덕분에, 집 곳곳에 잡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엄마는 늘 정독했지만, 나는 낄낄거리면서 끄트머리에 있는 별자리 운세나 유머 꼭지를 읽었다. 시간이 흘러 까까머리 군인 시절엔, 시간이 멈춰 버린(?) 그곳에서 잡지를 정독하는 일이 잦았다. 특히 월간지 『PAPER』 애독자였는데(현재는 계간지로 바뀌었다), 밤삼킨별 작가가 쓰는 꼭지를 매우 좋아했다. 아름다운 사진과 더불어 감성적인 글귀가 실리는 연재물이었는데, 맘에 드는 구절은 편지에 인용하거나 몰래 페이지를 찢어서 편지 안에 동봉해서 보내기도 했다. 작은 일탈이자 소소한 낙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 진로를 정한 친구들과 달리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주위에는 공기업 적성 검사를 보거나, 대학원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위해서 노량진 학원에 들어가는 이들이 많았다. 공부는 수능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사실 수험 생활을 버틸 재간이 없었다. 다만 읽고 쓰는 건 예전부터 좋아했기에, 합법적으로 일을 빙자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직업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잡지계로 흘러들어왔다. 군대 시절 종이를 찢은 값만큼 종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한(?) 합리화를 시도했던 것 같다. 밖에서 보던 잡지와 안에서 경험하는 세계는 달랐다. 보수는 적었고, 고용 관계는 불안정했으며, 폐간의 불안을 감수해야 했다. 마감 시기엔 약속을 잡지 못해서, 친구들의 서운함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흰 바닥을 검은 글씨로 채우는 건 늘 막막했다. 섭외의 실패가 두려웠고,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는 인터뷰는 설레는 동시에 긴장됐다. 탈고를 마친 원고는 어쩐지 미련이 남지만, 마감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허둥지둥하다가 간신히 시간에 맞춰 원고를 넘겼다. 이 사진이 진짜 좋은 사진인지, 이 문장이 적확한 것인지, 늘 반복하는 일이 었으나 매번 괴로웠다. 한때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었는데, 때마침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스팸 메일을 지우는 것이 일과의 첫 순서였는데, ‘독자 000입니다’로 시작하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신종 해킹 메일인 줄 알고 삭제하려다 호기심이 생겨서 클릭했더니, 의외로 정성스러운 육필 편지를 찍은 jpg가 있었다. 키보드 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손 편지로 대신한다며, 내가 연재하는 꼭지를 잘 읽고 있다는 글이었다. 뜻밖의 편지에 놀라는 동시에 기분이 내심 좋았다.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바빠서 답장은 하지 못했지만, 그분이 보내준 마음은 오래 남았다. 사실 엄살을 길게 늘어놓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눈처럼 쌓인 원고를 마주할 때는 눈앞이 캄캄하지만, 그것을 싹 해치웠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고된 이사를 마치고 맛있는 짜장면을 먹는 기분이라고 할까.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물을 매달 받아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매달 나오는 잡지는 자라는 키를 재기 위해서 벽에 칠하는 눈금과 같았다. 아쉬울 때도 많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좋아진 점을 발견할 때면 기분이 좋았다. K-리그2(2부 리그)에서 뛰는 일본인 선수 이시다 마사토시(이하 마사)는 지난해 해트트릭을 달성한 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축구 인생은 패배자였다. 그래도 매번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경기가 있다. 어쨌든 승격, 그것에 인생을 걸고 합시다.”1라고 말했다. 어눌한 한국어였지만 그의 진심은 많은 팬에게 큰 울림을 줬다. 2월호 인터뷰이로 만난 조영민 대표는 “황량한 겨울을 끝으로 여기기 쉽지만, 겨울에서 다시 시작될 봄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잡지 시장도 2부 리그나 황량한 겨울처럼 쉬운 여건은 아니다. 나 역시도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가늠이 잘 안 된다. 하지만 마사처럼 매달 조금은 간절하고 성실하게 임하다 보면 언젠가 봄과 같은 희망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인생 잡지를 만 들기 위해서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그 잡지를 이름 모를 독자에게 보낼 답장이라고 생각하면서. [email protected] 각주 1. 이정호, “팬들과의 약속…승격에 인생을 건다”, 「경향신문」 2022년 1월 18일.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정원은 실패를 배우는 곳
- 나의 정원은 지름 반 뼘, 높이 두 뼘에 살짝 못 미치는 유리 화병. 3년 전 방이 너무 건조하다는 이유로 들였던 스킨답서스가 자란다. 소박한 정원 앞의 선반은 엄마를 위한 숲이다. 다육 식물과 선인장, 미인초, 이름 모를 난이 들쑥날쑥 서 있다. 주말이면 엄마는 허리가 아프다면서도 화분을 모조리 욕실로 옮겨 흠뻑 적신다. 물이 어느 정도 빠지면 다시 끙끙거리며 해가 잘 드는 곳에 화분을 일렬로 세운다. 그 모습을 구경하며 역시 게으른 나에게는 스킨답서스가 제격이구나 생각한다. 스킨답서스 돌보는 법은 간단하다. 화병에 물을 보충한다. 2주에 한 번은 화병을 닦아 물을 새로 채우고 그 김에 잔뿌리를 정리한다. 잎이 심하게 많아졌다 싶으면 마디 아래 부분을 잘라 물꽂이 해주면 끝. 병해충에 강해 걱정할 일이 없고, 가끔은 너무 잘 자라서 벅찰 정도다. 공유정원, 처음 보는 낯선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다 의문이 생겼다. 공공적 성격도 띠지만, 일정 금액을 내고 일시적으로 사유하는 정원이 겨울에도 작동할 수 있을까. 대체로 겨울의 정원은 쓸쓸하다. 봄과 여름을 채웠던 잎이 떨어지고, 땅을 덮었던 가을 낙엽마저 바람에 흩어지면 앙상한 가지와 퍼석한 흙바닥이 드러난다. 계절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지만 황량하다는 감상을 지우기 힘들다. 상록 식물을 가득 심으면 겨울 풍경은 따스해질지 모르지만, 일 년 내내 비슷비슷한 모습을 마주해야 한다. 타임워크 명동 공유정원에 오른 날은 영하 10도의 한파가 닥친 날이었다. 마스크를 써도 코끝이 빨개질 정도로 추웠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그런데 정원의 풍경은 예상처럼 추워 보이지 않았다. 갈색으로 변했지만 잎과 열매를 떨구지 않은 키 큰 그라스가 바람에 느직히 몸을 흔들고, 연녹색의 작은 식물이 낮게 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하나의 식물이 일정 영역을 차지하도록 군식해 볼륨감을 주었는데, 수종마다 키가 다를 테니 그에 따른 리듬감이 생긴다. 플랜터는 날렵한 띠 형태다. 식물 사이에 깐 화산석과 색이 비슷해 멀리서 보면 그 존재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겨울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정원은 신기하게도 추위가 가신 이곳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인터뷰 중 최영준 소장(랩디에이치)은 금민수 기자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정원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전 노동이라 생각해요. 정원은 계속 손을 대야 하는 곳이에요. 관리가 생명인데, 바쁜 삶을 이어나가며 정원을 돌볼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죠.” 이곳과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그래도 푸른 나의 정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진 조영민 대표(앤로지즈)의 말에는 목덜미가 빳빳하게 굳었다. “도시인에게는 접근성이 높고 몰입할 수 있는 자연이 필요해요.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죠. 하지만 자연은 가상 세계로 옮길 수 없어요. 삶에서 물리적이고 인공적인 것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질수록 자연을 향한 사람들의 욕구는 더욱 높아질 거예요. 겨울이 오면 정원의 식물이 다 죽은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봄이 되면 거짓말처럼 싹이 돋아요.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하는 풍경이라고 생각해요. 정원은 실패를 배우는 곳이 될 수 있어요. 모든 게 끝난 것 같고 다 죽은 것 같아도, 삶은 계속되고, 생명은 다시 태어나요.” 실패하지 않는 나의 정원을 떠올렸다. 늘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양의 빛을 받고 비슷한 초록을 유지하는 그 정원에는 계절이 없다. 새 잎이 돋아 크게 자라는 모습은 볼 수 있지만, 꽃이 피고 지거나 낙엽을 떨구진 않는다. 한 번도 아쉬워한 적 없는 것들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더 큰 정원을 꾸릴 엄두는 나지 않는다. 덧없는 상념의 끝은 결국 공원에 가닿았다. 도심 곳곳의 정원도 좋지만, 이왕이면 더 큰 자연의 변화를 맛볼 수 있는 공원이 더욱 좋은 공간이 되기를. 조영민 대표의 말이 문득 부러워졌다. “임대 시장에서 입주민을 만족시킬 어메니티를 갖춘 곳은 이미 많아요. 미국의 경우, 라운지 서비스와 더불어 정원, 조경처럼 환경 요소가 건물의 값어치를 바꾸는 요소가 되고 있어요. 건물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 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도시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의 선두에 잘 가꾸어진 공원이 놓여있기를, 그 방법도 모르고 막연히 꿈꿔본다. [email protected]
- [PRODUCT] 내 집 속 작은 정원 ‘LG 틔운’
- 삭막한 도심 속 나만을 위한 정원, 누구나 상상해본 적 있지만 실현하기 쉽지 않은 꿈이다. 우선 정원을 꾸릴 땅, 식물을 가꾸는 데 필요한 여러 장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조건을 갖추더라도 자칫 실수하면 공들여 키운 식물이 시들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LG 전자가 신개념 식물 생활 가전 ‘LG 틔운 오브제 컬렉션’(이하 틔운)을 출시했다. 틔운은 누구나 꽃, 채소, 허브 등 다양한 식물을 손쉽게 키우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이다. 초보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복잡한 식물 재배 과정 대부분을 자동화했다. 틔운 내부 선반에 씨앗 키트를 창작하고 물과 영양제를 넣은 후 문을 닫기만 하면 원하는 식물을 편리하게 키울 수 있다. LG 씽큐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면 모바일 기기를 통해 틔운에서 자라는 식물의 성장 단계와 환경을 확인할 수 있으며, 물과 영양제 보충이 필요한 시점에 알림을 받을 수도 있다. 정서적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식물이 처음 싹을 틔우는 발아부터 떡잎을 맺고 성장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LG 오브제 컬렉션 색상인 네이처 그린, 네이처 베이지를 사용해 어떠한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틔운’이라는 이름은 식물과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싹을 틔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틔운 안에서 자라는 꽃의 성장 과정을 감상하거나 허브를 키워 수확해 차나 향신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직접 키워 믿을 수 있는 채소는 샐러드나 쌈채, 주스로 즐길 수 있다. 틔운에서 성장한 식물을 옮겨 사무실 책상이나 침대 협탁 등 일상 속에서 보다 가깝게 감상할 수 있는 액세서리 ‘LG 틔운 미니’를 개발해 식물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할 계획이다. TEL.02-3777-1114WEB.www.lge.co.kr/lg-tii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