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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빌드
작은 비즈니스로 강한 커뮤니티를 만든다
‘빌드(Build)’는 두 가지 문제 인식 속에 설립됐다. 한국은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이기에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 가치 상승분은 대부분 운영자(임차인)와 이용자(지역 주민)가 아닌 소유자(건물주)에게 돌아간다. 이 같은 구조를 바꿈으로써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공간 운영자와 이용자가 부동산을 공동 소유하는 시민자산화 방식을 도입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또 하나는 여성에게 결여된 일과 여가의 균형, 관계 맺음의 기회다. 이는 행복의 필수 요건이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면 쉽게 잃게 되는 요소다. 이같은 문제를 지역 기반의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조금씩 풀어나가고자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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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어반하이브리드
사용자와 지역에 적정한 개발을 통해 지역 사회와 청년을 위한 코리빙, 코워킹 디자인 스튜디오 같은 공유 공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부동산 디벨로퍼
어반하이브리드(Urban Hybrid)’는 도시민들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적정 주택(affordable housing)을 비롯한 일상 공간을 공급하고자 설립됐다. 적정 주택을 개발·운영하고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 전략을 수립·진행하는 영미권의 CDC(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를 모델로 한다.
2012년부터 동대문과 창신동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산업 및 개발 연구와 커뮤니티 활동을 했고, 창신동의 주축 산업인 패션 산업의 쇠퇴를 지역 재생과 개발으로 해결해보고자 2013년 회사를 설립했다. 여러 실험과 이벤트를 거쳐 지역 내 산업 문제는 그 산업에 종사하는 개개인의 역량과 가치를 모아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2015년 코워킹 디자인 스튜디오 ‘창신아지트’를 시작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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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콘텐츠로 재생하는 도시
홍주석 인터뷰
도시 콘텐츠 창작 그룹 ‘어반플레이(Urbanplay)’가 보여온 행보는 남달랐다. 지역 장인이 짜낸 참기름을 파는 카페(연남방앗간)를 만드는가 하면, 연희동의 낡은 주택을 개조해 반려 동식물 애호가들을 불러들였다(연희대공원). 당장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노포를 정성스레 소개하는 잡지(『아는동네』)를 발행하고, 지역 상인 및 크리에이터들과 연합해 동네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마을 축제(연희걷다)를 열기도 했다. 연남동의 작은 작업실에서 시작된 이 스타트업은 따분하고 획일적인 도시에 염증이 난 세대에게 신선한 영감을 선사했다. 어반플레이의 뒤를 이어 비슷한 성격의 그룹이 전국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어반플레이는 뭐 하는 곳인가. 왜 이런 일을 하나.
궁금증을 안고 평일 오전의 경의선숲길을 가로질렀다. 먹고 마시고 걷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한산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분위기의 맛집과 카페가 몰려 있는 연남동, 공방과 단독 주택이 고즈넉한 풍경을 만드는 연희동 사이에 놓인 한적한 공간에 도착했다. 붉은 벽돌 건물에 난 통유리 창으로 커다란 샹들리에와 목조 가구가 보였다. 이 연남장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로컬 라운지다. 어반플레이는 유리 공장이었던 건물을 카페, 전시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개조했다.
1층 라운지에 앉아 홍주석 대표(어반플레이)를 기다리며 프로젝트 리스트를 다시 한번 훑었다. 공간 기획 및 운영부터 행사 기획, 로컬 콘텐츠 제작 등 갖가지 내용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인터뷰의 시작은 산뜻하고 가볍게, 초장부터 형식적인 질문은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홍 대표를 보자마자 사라지고 말았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막 나온 차를 음미할 틈도 주지 않고 첫 질문을 던졌다. “어반플레이는 (도대체) 어떤 회사인가요?” 조급한 인터뷰어와는 달리 인터뷰이는 여유만만해 보였다. 그는 이런 질문이 익숙한 듯 짧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어반플레이의 시작
“한 단어로 말하자면 동네 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회사에요. 지역의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지역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통해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 분야는 크게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분야, 그 콘텐츠를 지역의 유휴 공간에 채우는 분야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어반플레이라는 이름도 독특해요.
“장난스럽게 도시재생을 영어로 직역한 이름이에요. 재생을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이 아니라 플레이play로 본 거죠. 당시 도시재생을 정책적으로만 보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였는데, 정책보다는 사람에 의한 재생,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이 재생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재밌는 프로젝트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 기획사를 세우고자 했습니다.”
-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연남동에 작업실을 차렸어요. 초창기 어반플레이의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문화적인 프로젝트를 통한 도시 문제 해결을 목표로 2012년 지인들과 모여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스타트업 회사로 키울 생각은 없었어요. 수익을 낼 거라고도 예상 못했고요. 초반엔 주로 전시를 기획했어요. 우리 같은 그룹이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였거든요. 콘텐츠 연구 용역이나 마을 아카이브(archive)등 좋은 콘텐츠를 시각적으로 잘 풀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을 했죠. 이후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2014년 지금의 어반플레이가 추구하는 방향을 정립했어요. 도시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같이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보자는 거였죠.”
- 비즈니스로 전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던 참이었고요. 지역 아카이브 사업을 기반으로 IT 서비스와 오프라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그리고 잘못된 생각을 했죠.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웃음) 사업에 대한 개념도 경험도 없을 때라 무작정 덤벼든 거죠. 지금 돌아보면 상당히 이론적인 생각이었어요. 현실은 다르잖아요.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년 조금씩 성장했어요. 운 좋게도, 콘텐츠가 필요한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온 거죠.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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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맘욜루 어반 데크
Hamamyolu Urban Deck
하맘욜루 어반 데크(Hamamyolu Urban Deck)’는 약 2만 5천 제곱미터 규모의 도심 설계 프로젝트다. 터키 에스키셰히르(Eskisehir)주의 가장 큰 자치구인 오둔파자리(Odunpazari)는 지역 고유의 문화적, 역사적, 시각적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해 하맘욜루 거리(Hamamyolu Street)를 도시의 한 부분으로 다시 통합시키고자 했다. 20세기말까지 번화했던 이 거리는 도시의 발전에 따라 공공적 가치를 잃어 갔고, 이에 따라 도시 남북부의 연계도 약화됐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하맘욜루 거리의 입지적 장점을 살려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고, 거리를 시민들과 관광객이 일상을 보내는 활기찬 도심지로 변모시키는 것이었다.
독특한 방식으로 지역을 잇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첫 번째 연결고리는 거시적 연결이다. 끊김 없이 이어지는 보행로를 통해 도시의 남북 지역을 다시 연결했다. 두 번째 연결고리는 녹색 연결이다. 126그루에 달하는 기존의 가로수에 더해 50그루의 피나무, 262그루의 관목, 3,877주의 담쟁이, 3,066본의 지피 식물을 식재했다. 새롭게 조성된 585개의 녹지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그린 벨트를 형성한다. 차도가 지나 보도가 단절되는 곳에는 보행교를 설치해 보행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다리의 일부는 지역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개방형 미술관으로 활용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Yazgan Design Architecture
Architect Yazgan Design Architecture
Structural Erduman Engineering
Mechanical STM Engineering
Electrical RAM Engineering
Infrastructure MPK Engineering
Irrigation Pegasu Engineering
Client Odunpazari Municipality
Location Odunpazari, Eskisehir, Turkey
Area 25,000m2
Installation 2016~2018
Completion2018
Photographs Yunus Ozkazanc, Soner Simsek
야즈간 디자인 건축사무소(Yazgan Design Architecture)는 2003년 케렘 야즈간(Kerem Yazgan)과 베굼 야즈간(Begum Yazgan)이 설립한 건축, 인테리어, 조경, 그래픽 디자인 회사다. 터키 앙카라(Ankara)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건축가, 조경가, 기술 설계가, 그래픽 디자이너, IT 전문가 등 37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지난 16년 동안 19개 국가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다양한 건축, 인테리어 및 조경 프로젝트에 참여해 97개의 국내 및 국제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 Yazgan Design Architecture / 2020년04월 /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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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드게이트 광장
Aldgate Square
‘앨드게이트 광장(Aldgate Square)’은 런던 앨드게이트 구의 고속도로와 공공 영역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런던 시내의 낙후된 공간을 재생하고 인근 다문화 거주자들을 수용하며 지역 간 장벽을 낮추는 오픈스페이스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상습적 교통 체증이 일어나고 주변 미관을 해쳐온 차로를 없애고 오픈스페이스와 보행로 및 자전거 도로를확충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Gillespies
Client City of London Corporation
Location Aldgate, London
Cost £23,000,000
Completion 2018
Photographs John Sturrock
길레스피에스(Gillespies)는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경 및 도시설계사무소다. 영국 내 여러 주요 공공 공간 설계를 진행했고,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호주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마스터플랜부터 조경 및 도시계획, 교육 시설, 의료 시설 등 다양한 스케일과 유형의 설계를 한다. 모든 디자인은 미래의 새로운 유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념으로 지역 사회의 경제 및 문화적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 Gillespies / 2020년04월 /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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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크트 갈렌 자연사박물관 공원
Natural History Museum Park St. Gallen
장크트 갈렌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St. Gallen)과 장크트 마리아 노이도르프(St. Maria Neudorf)교구 교회 사이, 종교와 과학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어우러진 공원이 조성됐다. 대상지는 여러 도시 기반 시설과 목가적인 교외 풍경이 촘촘히 어우러진 스위스 경관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바로 아래로는 차량용 터널이 지나고 운동장, 다세대 주택, 간선 도로가 주변을 두르고 있다. 이 역설적 경관을 배경으로 자연, 역사, 종교를 사유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야 했다. 자연이나 풍경 같은 콘셉트가 의미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인공적 자연스러움, 자연스러운 인공을 주제로 설계를 진행했다.
서어나무와 빽빽한 지피 식물로 일종의 틀을 만들었다. 이 틀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낼 뿐만 아니라 주변의 복잡한 환경을 적절히 가려 방문객들이 공원 그 자체와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된 자연에 오롯이 빠져들게 한다. 공원 중앙에 자리잡은 거대한 콘크리트 징검다리는 보행로인 동시에 전시물로 기능하며 시적, 과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원 곳곳에 파편처럼 흩어져 배치된 요소들은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특정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과 관련된 인용구, 지질학 용어 등을 콘크리트 슬래브에 30mm 높이의 양각으로 새기고, 빙하에 의해 만들어진 화석, 빙하에 의해 퇴적된 바위 옆에 설치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Studio Vulkan
Architecture Armon Semadeni Architekten in cooperationwith Meier Hug Architekten
Client Hochbauamt St. Gallen
Location Rorschacherstrasse 253, 9016 St. Gallen, Switzerland
Area 5,000㎡
Competition 2009
Completion 2018
Photographs Jean-Claude Jossen, Das Bild, Studio Vulkan
슈투디오 풀칸(Studio Vulkan)은 2014년 조경설계사무소 슈바잉루버 출라우프(Schweingruber Zulauf)와 로빈 비노그론트(Robin Winogrond)를 합병해 만든 회사다. 취리히와 뮌헨에 본사를 두고 45명의 전문가가 조경 팀을 이끌고 있다. 조경, 도시설계, 도시계획, 예술, 전통에 대한 전문 지식과 스위스, 독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 Studio Vulkan / 2020년04월 /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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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루미온과 어른의 사정
루미온(Lumion)은 정말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프로그램이다. 1998년의 레이던(Leiden)이었던가. 네덜란드의 두 청년이 새로운 3D 그래픽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회사를 창업했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억들이 헤비메탈과 스타크래프트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던 고등학생의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인지, 후에 설계에 몸담게 된 나의 이중 자아가 만들어낸 과대망상의 편린인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도 루미온은 내게 마치 호머 심슨의 도넛처럼 도파민 가득한 그런 존재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브이레이(V-ray)는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 프로그램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만 하는 어른의 사정을 투영하는 정말이지 대단한 골칫덩어리다. 어른의 사정이란 이런 일들이다. 공허의 심연에서 뭐라도 꺼내 15주의 커리큘럼을 채워야 하는데, 루미온을 설명하고 나면 불과 30분밖에 지나지 않는다.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도 루미온을 설명하며 한 시간을 넘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고나면 왠지 민망해져 낯을 좀 가리다 수업을 일찍 마치게 된다. 아마도 학생들은 일찍 마친 수업을 반기다가도 이내 캠퍼스를 방황하며 내 전문성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다시는 입에 올리기도 싫은 브이레이를 또 장황하게 설명하게 된다. 복잡한 용어를 잔뜩 사용하며 코 묻은 애들 사탕 뺏는 격이다. 별 볼 일 없는 내 자아를 감추며 시간을 때우기에도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하지만 예민한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거짓말이 쌓이면 윤곽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저 모른 척하고 싶을 뿐이지.
로컬 일루미네이션과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자, 렌더링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실시간 렌더링과 오프라인 렌더링. 실시간 렌더링은 말 그대로 루미온이나 트윈모션(Twinmotion)처럼 리얼타임(real-time)(실시간)으로 돌아가는 독립 프로그램이다. 오프라인 렌더링은 스틸 컷(still cu)t, 즉 정지 화면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렌더링 버튼을 누르고 점심을 먹고 오면 되는 브이레이 같은 것들 말이다. 당연히 실시간 렌더링은 직관적이고 빠르지만 퀄리티가 좀 애매하고, 오프라인 렌더링은 퀄리티는 좋지만 시스템이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따라서 루미온과 브이레이 중 어느 것이 더 훌륭한지에 대한 논의는 정말 최고로 신나는 화젯거리다. 이 주제에 대해서라면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음악을 들으며 밤새라도 술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작 술집에 가면 갑자기 화제를 돌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열을 올린다. 진심으로 무언가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조금은 슬픈 일이다.
그림 1은 로컬 일루미네이션(local illumination)(LI)의 예시다. 그림 2는 브이레이를 사용한 글로벌 일루미네이션(global illumination)(GI)의 예다. 렌더링 프로그램을 구분하는 요소는 크게 조도 시스템, 재질, 소스의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조도 시스템’이다. 루미온은 실시간 작업 시 주 조도 시스템으로 로컬 일루미네이션을 사용하며, 렌더링 단계에서 여러 필터를 활용해 그 단조로움을 보완한다(그림 3). 그래서 대체 로컬이니 글로벌이니 하는 게 뭐냐고? 이제 어른의 사정이 이어진다. 아주 장황하게.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한국의 디자인 엘,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한국,미국,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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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잇기] 숨겨진 시간의 이야기
무심히 변해가는 도시
우리는 유럽의 어느 나라를 여행할 때면 부러워하곤 한다. 유럽의 도시는 옛 멋을 간직하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의 이야기를 덧입혀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건축가 유현준은 역사가 깊은 도시들은 마치 여러 장의 트레이싱지 그림이 쌓여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1역사가 깊은 도시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상호 관계를 조절하며 누적된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내 깊은 멋을 더한다. 삶의 흔적을 시대에 맞게 쌓아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우리 도시는 어떨까. 대한민국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도시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평범한 일상이 시간이 지나 추억이 되고 그 이야기가 쌓여 특별한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며 사는 듯하다. 흔히 한국의 도시가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에 비해 건축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이유를 오래된 건축물이 없어서라고 설명한다. 서울은 5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오랜 시간을 거쳐 수많은 트레이싱지에 시대의 켜를 남기며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온,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 숨 쉬던 역사 도시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의 역사를 부정하듯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고즈넉한 골목길을 송두리째 없애며 개발하고 있다.
골목은 ‘땅에 새겨진 문양’이라는 의미의 지문(地紋)혹은 ‘땅의 이야기’라는 뜻의 지문(地文)이라고 했다.2건축가 승효상의 이 말처럼, 골목은 우리 윗세대가 긴 세월 삶을 가꿔온 터전이 있는 곳을 의미하지, 그 땅을 갈아엎은 뒤 새로 지어 올려 장소성이 해체된 아파트 단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시계획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오래된 건물의 경제적 가치는 시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무엇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하다”며, “활기 있는 도시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아 흐르는 세월 속에서 유지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3오래된 공간의 잠재력은 사회·역사적 맥락뿐 아니라 소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기능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공간 속에 새겨진 수많은 시간의 이야기들이 모여 도시의 다양한 지층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 대한 거창한 물음은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동네, 부모 혹은 조부모가 살았던 동네, 아니 자신이 태어난 곳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도시 공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의 켜를 흔적도 없이 파괴하고 또 새로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삶의 흔적
몇 년 전 동네 연구를 하던 중 만난 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재개발이 추진되던 그 동네는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오래된 마을이었다. 주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며 할머니의 일상을 몇 주간 함께하며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는 다세대 빌라에 살고 있었고, 그 빌라가 작은 마당 딸린 주택일 때부터 40년 넘게 같은 터에 거주해온 지역 원주민이었다. 시골에서 시집와 처음 살게 된 서울 집에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자식 셋을 모두 공부시켜 출가시켰다는 자부심이 컸다. 집 앞 골목 한 귀퉁이의 한 평 남짓한 땅에 상추와 깻잎 농사를 지어 이웃과 나눠 먹는 것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었다. 그런데 살아온 집과 동네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과 달리 할머니는 재개발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의문이 든 나는 며칠간 할머니의 일상을 관찰하며 몇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을유문화사, 2015, p.146.
2. 승효상, 『지문: 땅 위에 새겨진 자연과 삶의 기록들』, 열화당, 2009, p.79.
3. 제인 제이콥스, 유강은 역,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그린비, 2010, p.272.
서준원은 열다섯 살부터 대학 졸업 후까지 뉴욕에서 약 10년간 생활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인테리어디자인학과에서 다양한 생활 공간에 대해 공부했고, 한국인의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SOM 뉴욕 지사, HLW 한국 지사, GS건설, 한옥문화원,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등에서 실내외 공간을 아우르는 디자이너이자 공간 연구자로 활동했다. 한국인의 참다운 주거 환경을 위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품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공간 연구를 위해 곳곳을 누비며 ‘공간 속 시간의 켜’를 발굴하는 작업을 긴 호흡으로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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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이타심의 정원, 데카메론
“인간의 척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1재앙이 닥친 듯한 2020년 초, 일상이 멈췄다. 원인도 치료법도 모를뿐더러 언제 어떻게 옮을까 무섭고, 나도 모르게 전파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감염의 공포는 모두를 멀어지게 만든다. 사람들은 과학이든 종교든 믿고 의지할 곳을 찾거나 비방을 일삼고 괴담에 휩쓸려 어리석은 짓을 한다.
한편에서는 전염병을 다룬 문학 작품에서 위로를 찾는다.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든, 허구의 사건이든 작가들은 참담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흑사병이 창궐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페스트(La Peste)』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책 속 194X년 알제리의 오랑에 앞서 이를 겪은 1348년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보자.
『데카메론(Decameron)』2은 이탈리아의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가 1450년부터 1453년 사이에 집필한 책으로, 몇 년 전의 재난을 회고하는 형식이다. 우선 피렌체에서 페스트가 절정에 달했을 때 일곱 명의 여자와 세 명의 남자가 도시를 잠시 벗어나 인근 빌라에 가게 된 연유가 소개되고, 이어 이들이 열흘 동안 지내며 돌아가면서 나누는 백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서 그리스어로 ‘10일 동안의 이야기’라는 뜻을 담은 제목이 유래했다.3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을 담은 백 개의 이야기도 흥미로우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인 정원을 눈여겨보자.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같은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번역을 한다.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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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 정원 공모
5개 작품 선정, 캐나다 퀘백 그랜드 메티스에 6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시
‘2020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The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가 6월 19일 퀘백 주의 그랜드 메티스(Grand-Metis)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는 매년 전 세계의 건축가, 조경가, 디자이너, 예술가를 대상으로 공모를 열어 새롭고 혁신적인 정원을 선보여왔다. 올해의 주제는 메티사주(metissages)다. 캐나다 원주민과 유럽 이주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의미하는 메티스(metis)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주로 인종차별적 용어로 쓰여 왔다. 이 단어를 정원의 형태로 재해석함으로써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메티사주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조경가, 정원 디자이너,건축가, 시각 예술가, 산업 디자이너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협업, 토착 식물과 외래종의 조합, 자연 재료와 인공 재료의 결합 등은 새로운 것의 출현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진행된 공모에 38개국 200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고, 이 중 5개 팀이 정원을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 오는 6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그랜드 메티스의 레포드 가든(Reford Garden)에 전시될 다섯 개 정원을 소개한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