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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공원 설계공모] 아이코닉 다이어리
참여작
조경그룹이작
양태진, 조혜진, 김창한, 허신형, 윤광일, 김정민, 김근우, 황수지, 이지은, 김기욱, 김혜림, 지윤아, 석주원, 김민호, 이지인
소통의 공원을 향해서
도심의 공원 리모델링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하지만 빈 땅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와 달리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 많았다.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사이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뜻밖에도 대상지는 대대적인 수리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멀쩡했다. 어느 도시공원보다도 붐비고 활기차고 빈틈없이 이용되는 밀도 있는 공원이었다. 따라서 최대한 적게 손대며 고쳐보기로 했다.
기존 공원의 형태와 재료, 구조에서 발견한 값진 것들을 과감히 수용하고, 몇 가지 단순하고 매력적인 장치를 덧대는 작업을 시작했다. 소통이라는 흔하디흔한, 그러나 가장 어려운 목표를 향해 수선 작업을 진행했다.
테라스, 코트형 포장, 꽃밭이라는 세 가지 장치로 소통의 공원을 완성하고자 했다. 첫째, 언덕 위의 높은 테라스 한 쌍을 도시 위에 걸쳐 공원과 손잡게 한다. 둘째, 용도가 모호한 투수콘크리트 포장 광장을 고리처럼 순환하는 활동 마당으로 탈바꿈시킨다. 셋째, 움푹 꺼진 마당에 낭만적인 꽃밭을 들여 밀도 있는 소통을 유도하는 공원의 매개체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공원은 대지를 비롯해 사람들과 수직적·수평적으로 깊이 있는 관계를 맺게 된다. 높이가 다른 층층에서, 확장되는 원의 둘레와 중심에서 만들어지는 소통의 힘을 상상하며 설계를 완성했다.
콘셉트, 작은 공원의 확장성
오목공원은 3층 빌라다. 윗집은 산책, 등산, 커피, 전망 감상을 좋아한다. 아랫집은 조용한 편이고 꽃 가꾸기와 멍 때리기를 즐긴다. 가운뎃집은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 늘 움직이고 놀고 운동하느라 정신이 없다. 2m 높이마다 툭 튀어나온 테라스에서 고개만 삐죽 내밀면 이 이웃들의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즉 테라스는 입체적인 소통의 창구인 셈이다.
빌라는 입체적일 뿐 아니라 동시 발생적이기도 하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채운다. 공간의 단면이 시간의 단면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작은 공간은 이렇게 활용해야 한다. 10평의 공간이 1,000평의 공간처럼 풍부하고 넓어진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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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주최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주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운영위원회, 환경과조경
후원
늘푸른
심사위원장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심사위원
김정윤 오피스박김 대표
김현민 스튜디오일공일 대표
양대모 국토교통부 사무관
이윤주 엘피스케이프 대표
이호영 HLD 대표
정재윤 JCFO 소장
대상
빌드 어 쉴드(Build a Shield)
이성진·오다연·임비아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금상
비정제 대지
유가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김지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은상
수용도시
조수빈·박한별·전소희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은상
소록도 105년, 치유의 첫걸음
배유경·정은선·양예진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동상
커넥티브 커뮤니티(Connective Community)
Jin Biao·Gao Ruilin·Ke Fangni·Yuan Mingwei·William Virgilio Tejeira Restrepo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동상
프로젝트 1.25
김성민·박공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동상
센서리 램프(Sensory Ramp)
임주영·김희주·이수빈 건국대학교 산림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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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개봉작 상영기] 조경N잡러
조경?
조경학을 전공한 나는 이러저러한 연유로 ‘조경은 종합예술과학’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2009년 졸업 후, 10년 갓 넘게 조경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지금의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의 가치 판단’이라는 짧은 문구로 조경을 정의 내리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하고 최근까지도 의문이었던 ‘종합예술과학’이란 단어에 나름의 답을 내렸다. 이 정의가 어려운 이유는 하나하나 정의 내리기 어려운 종합, 예술, 과학이라는 말을 나열해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종합과 예술과 과학이라는 단어를 나누어 생각하고 그것의 합이 조경이라고 단순화해 보았다. 종합은 무엇일까. 짧은 단어 조합을 좋아하는 나는 ‘인간 행위의 단편적인 것들의 합’이라고 답을 내려 본다. 예술은 무엇일까. 라디오 홈페이지(www.ladio.kr)에 적시한 것처럼 ‘복잡다단한 인간사’가 아닐까. 그렇다면 과학은 무엇인가. 과학관리학 박사 변재규의 『과학의 지평』에는 “과학은 인간과 인간의 행위를 포함하는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제반 현상을 관찰하고 법칙적으로 기술하는” 일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즉 과학 또한 인간 활동과 우리 주변을 둘러싼 것들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조경인을 혼란에 빠트린 종합예술과학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바로 인간과 그 삶이다. 그렇다면 조경은 무엇인가. 이과 출신인 나는 단순한 등식을 세워 조경을 제멋대로 정의해 본다. 인간 행위와 그 삶=종합예술과학=조경. 그렇다. 조경은 너의 삶 안에 있는 것이다. 과한 정의라 해도 좋다. 쉽게 이해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이 등식을 따르면 조경학 또한 인문학이라고 어디 가서 이야기하기도 좋다.
N잡러?
N. 정해지지 않은 어떤 만큼의 수. 양자역학적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단어다. 무언가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계산할 때 쓰는, 공평함의 대명사이기도 한 N은 ‘N분의 1하자’라는 관용어로 익숙하다. 이 N에 투잡·쓰리잡의 잡job, 그 잡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인 잡러를 결합해, 마침내 다양한 직업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콩글리시 ‘N잡러’가 된다. 그렇다. ‘조경’과 ‘N잡러’의 정의를 구구절절 내린 이유는 조경 내 다양한 세부 분야의 작업을 하는 내 모습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조경N잡러. 하고 싶은 조경 일을 하기 위해 하기 탐탁치 않은 조경 일 또한 성장의 발판, 수줍음 많은 이의 최대한의 영업이라 생각하고 임하는 사람. (잘은 모르지만) 조경이라는 것의 가치를 조경을 처음 접하거나 알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부족한 실력이지만) 어떻게든 알리기 위해 설계 일이 아니더라도 임하는 사람. 또는 같은 조경 일을 하고 있는 이에게도 스스로가 생각하는 조경 이상의 조경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모임에 참여하며 망상에 가까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그런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조경N잡러’라고 칭하고 두 번째 연재의 제목으로까지 삼은 이유는 외부 공간 기획, 조경설계, 수량 산출·내역, 자문·컨설팅, 공모, 디자인 감리, 대민 활동, 민원 중재, 강의, 농공고 선생님들의 선생, 정원 작가, 강변북로 수목 조사자, 현장 식재 및 소운반 인부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고,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고 해결하며 크디큰 기쁨을 얻는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미개봉) 작업 또한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밥벌이가 된다면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아니더라도 어디서 ‘나 조경하오’라고 당당히 말해도 된다고 알리기 위함이다. ‘조경이 뭐야?’라는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넌 조경도 모르니?’라고 반문하여 조경을 스스로 알게 하자.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김지환은 영남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씨토포스와 스튜디오엘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조경작업장 라디오의 대표다.스스로를 작업반장,설계공이라 칭하듯 설계와 시공 사이의 중재자(신호등)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해 그 관계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려 노력한다.사회적 대기업을 만들어 도시 내 모든 디자인을 손대고 싶어 하는 야망과 유명 건축가와 조경가의 작업을 보며 절망과 환호를 즐기는 이상주의적 성향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고 믿는다.때론 못다 한 말을 해시태그로 덧붙이기도 한다. #라디오에이스#정원작가#은근히낯가려요#조경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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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들] 교도소 담장 바깥으로 관계를 잇는 조경
어느덧 마지막 글이다. 최대한 다양한 이들과 다양한 커뮤니티 디자인 이야기로 연재를 꾸리려 했다. 그런 면에서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Iowa State University) 조경학과 줄리스티븐스(Julie Stevens) 교수는 마지막 인터뷰이로 아주 적합하다. 스티븐스는 여성이자 어머니로서 조금 독특한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고민해왔다. 그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시기에 아이오와 여성 교도소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8년간 학부 스튜디오 주제로 다루어지며 여성이자 수감자라는 특수 취약 계층을 이야기했다. 가장 최근 진행한 여성 교도소 프로젝트는 2018년에 지은 방문자를 위한 정원 프로젝트다. 교도소 외부 공간에 벤치, 플랜터, 미끄럼틀, 정글짐을 놓아 동네에 있는 어린이공원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 수감자들은 순환하는 산책로에서 방문자와 짧은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어린 자녀들은 세발자전거를 탈 수도 있다. 사시나무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낮은 목재 펜스를 두른 정원은 교도소 안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교도소라는 비일상적 공간에 가장 일상적 공간을 선물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조경학과의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자연과 만들기를 좋아해 조경의 길에 접어들었고, 조경학과 학부생일 때 여러 좋은 스승의 학문적 에너지에 매료되어 교직으로 오게 되었다.
대학에서 디자인/빌드 스튜디오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여성 교도소ICIW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처음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ICIW가 대상지에 새로운 건물을 계획할 때였다. 단계별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1단계에 약 6,800만 불(한화 약 800억 원), 2단계에 2,200만 불(약 260억 원)의 예산이 잡혀 있었다. 당시 교소도 디렉터는 넓은 대지에 수감자의 치유를 돕는 외부 공간을 조성하고 싶어 했다. 작은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지방 교도소라 도시 안의 시설과는 다르게 외부공간이 매우 넓다. 디렉터는 이 외부 공간의 잠재성을 높게 보았고, 함께할 이를 찾는 과정에서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내가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이 공간 설계를 맡게 되었다.
아주 초기부터 계획에 관여하게 된 셈인데, 시작은 어떠했나.
2011년도 봄 학기 스튜디오를 통해 여러 아이디어가 담긴 마스터플랜을 제안했다. 사실 교도소 쪽에서는 우리의 역할을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기도 했다. 한 학기 동안 다양한 구상안을 그려주는 정도 말이다. 교도소 측은 조경이라는 행위를 통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냥 보통 교도소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공간이 만들어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우리가 환경심리학 이론이나 치유 정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교도소 측도 조경의 역할을 좀 더 폭넓게 생각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교도소와 진행한 프로젝트는 2018년에 완공됐다. 8년 동안 네 개의 규모 있는 정원을 조성했는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정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제일 처음 만든 정원은 디자인/빌드 스튜디오 초반에 진행한 마스터플랜 수업에서 비롯됐다. 교도소 행정관과 대화하며 어느 공간을 먼저 공사할지 결정했다. 그 과정을 통해 진행하게 된 첫 프로젝트는 야외 교실로, 상담사들이 건물 안이 아닌 바깥에서도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교도소 건물에는 대부분 창이 없어 수감자들이 긴 시간 동안 형광등 아래에서 바깥 풍경을 보지 못하고 지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일대일 상담 수업을 진행할 공간과 대규모 강의나 졸업식 같은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원형 극장을 조성했다. 학습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공간이 탁 트여 있고 아름다운 식물과 충분한 좌석을 갖추고 있어 수감자들의 마당으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가장 많은 휴식 시간을 보낸다.
이듬해 여름에는 교도소 직원을 위한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 이어진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장애인이 거주하는 간호동에 치유 정원을 만들었다. 급성과 아급성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이기에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또 다른 한 해에는 교도소의 텃밭 정비에 힘썼다. 건물 확장 공사가 진행되며 많은 텃밭이 철거되거나 훼손된 상태였다. 이를 재정비하면서 동시에 면적을 더 확보했다. 공사로 굳어진 토양을 회복시키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2018년에 지은 방문자를 위한 정원은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다. 어린이 정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감자를 방문하는 가족이나 자녀와의 연대를 키워주고자 마련한 공간으로, 방문자를 위한 정원에서만큼은 수감자가 아닌 엄마나 언니, 이모, 할머니, 친구라는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랐다.
*환경과조경 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줄리 스티븐스(Julie Stevens)는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조경학과 부교수로, 디자인/빌드 커뮤니티 서비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8년간 학생들과 함께 아이오와 여성 교도소에 조성한 다양한 치유 공간은 미국조경가협회(ASLA) 사회봉사 부문에서 최우수상을받았다. 스티븐스는 ASLA의 ‘환경 정의를 위한 전문가 네트워크(Environmental Justice Professional Practice Network)’의창립자로, 모든 이가 평등하게 건강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환경정의의 이슈를 조경 교육, 연구, 실무 분야에 접목하고 있다.환경 정의란 세대 간, 국가 간, 계층 간 환경 배분의 형평성을 실현하자는 개념이다. 자연환경은 공익성이 강하므로 환경에서 오는 다양한 이익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누리게 하고 환경 파괴를 줄여건강한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취지다.
조성빈은 유년 시절을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보냈고,공간과 도시에 매료되어 한국과 노르웨이에서 건축과 조경을 공부했다.늘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 살아와 깊이는 부족해도 본질에 관심이 많고,관계에서든 공간에서든 진정성을 추구한다.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조경작업소 울에서 놀이터와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고 있다.
김연금은 서울 옥수동에서 태어나 살고 있고, 2009년부터 옥수동 옆 약수동에서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다.『텍스트로 만나는 조경』,『커뮤니티디자인을 하다』,『소통으로 장소만들기』,『우연한 풍경은 없다』등 다양한 집필 작업을 해왔다. 2020년에는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인 이규목 교수를 비롯해 여덟 명의 조경가의 글을 엮어『이어 쓰는 조경학개론』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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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자락 식재 탐험기] 숲자락 식물 이야기
화단에 심은 식물이 죽었어요. 왜 그럴까요? 식물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많은 이가 화단에 심은 식물이 몇 해 지나지 않아 시들시들하다 죽은 것을 발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점은 ‘그 식물이 자생하는 환경과 현재 키우고 있는 장소의 환경이 비슷한가’다.
식물은 저마다 선호하는 환경이 있다. 좋아하는 빛의 양, 습도, 토양, 온도, 나아가 이웃하며 즐겨 어울려 자라는 식물이 다르다. 식물이 생존하고 자라기 위해 최소한으로 충족해야 하는 환경적 요건들이 있다. 우리가 식물을 정원에 초대할 때 알아야 하는 필수 정보다. 그래야 식물이 건강히 자랄 수 있고, 심고 기르는 우리도 식물에게 보다 떳떳한 조경가가 될 수 있다.
정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물론 다양한 정보가 있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된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그 식물이 자라고 있는 자생지에 가서 한 번 살펴보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자연 속에서 자라는 식물 옆에 나란히 앉아 햇빛 한 줌과 딛고 있는 땅의 감촉을 느껴보고 촉촉한 공기의 질감을 함께 호흡해보는 그 시간이 커서가 깜빡이는 모니터 속 정보를 읽는 것보다 훨씬 큰 공부가 된다.
식물탐험대의 숲자락 식물 탐험은 실제로 식물이 어디서 살아가는지, 어떤 식물들과 벗하고 어떤 빛 아래, 어떤 조건에서 살아가는지 관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탐험을 통해 모은 자료를 이번 글에 소개한다. 총 42명의 식물탐험대가 한 달 동안 찾은 숲자락 식물 자료를 수집하고 일곱 명의 집필진이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고 다듬었다. 그중 ①숲자락에 서식하는 여러해살이풀, ②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월동 가능한 내한성이 강한 식물, ③자생식물, ④정원 적용에 적합한 식물의 네 가지 기준에 따라 80종의 식물 목록을 선정했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식물탐험대는2021년 봄,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의 식물적용학 수강생42명이 결성한 그룹이다.강보경,김은정,김장훈,노진선,오세훈,이양희,정은하 등42명의 대원들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집필진은 정원·조경 분야의 실무자와 학계,수목원·식물원의 연구자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이들로 이루어져 있다.숲자락의 단면을 정원에 도입하기 위해 떠난 흥미롭고 유익한 탐험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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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인류세를 위한 동화 『나무를 심은 사람』
코로나19로 인간이 발걸음을 끊자 다시 살아나는 환경이 전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자연을 가꿔 소생시킨 이들의 일화가 새로운 영웅담으로 등장한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수식어가 ‘현실판 나무를 심은 사람’인데, 그 원작인 『나무를 심은 사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1953)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나무를 심은 사람』은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Jean Giono)의 단편 소설로, 현대의 고전 중 하나다.(각주1)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고산 지대를 여행하던 화자가 홀로 묵묵히 도토리 열매를 심는 목자를 만났고, 그의 평생에 걸친 작업을 통해 숲이 만들어지고 다시 삶터가 소생하게 되었다는 회고담이다. 정독을 해도 30분이 걸리지 않을 이 작품이 이토록 오래도록 널리 회자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20대의 ‘나’는 고산 지대로 도보 여행을 떠났다. 마을에는 물이 말라붙었고, “낡은 말벌집” 같은 버려진 마을과 먹이를 앞에 둔 “짐승들”처럼 으르렁대는 바람이 분다. 이런 곳을 몇 시간이나 홀로 걷다 양치기를 만나 목을 축이고, 그의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머문다. 양치기는 밤마다 도토리 자루를 가지고 와 씨알 굵고 금 간 데도 없는, 상태가 완벽한 도토리 100개를 고른다. 다음날 이 도토리를 물통에 담그고 양떼를 몰고 나간다. 초지에 이르면 양떼를 개에게 맡겨두고 그는 산등성이에 도토리를 심는다. 그 땅이 사유지인지 공유지인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저 날마다 도토리 100개를 정성스럽게 심는 게 중요하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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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나무를 심은 사람』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완역본(김경온 역, 두레, 2018; 김화영 역, 민음사, 2009)과 프레더릭 백의 삽화가 포함된 판본(햇살과나무꾼 역, 두레아이들, 2002) 등이 있다. 프랑스 출신의 캐나다 애니메이터 프레더릭 백의 ‘나무를 심은 사람’의 영상은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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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옥상 정원이 전하는 공생 이야기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서울대공원 깊숙한 곳, 청계산과 관악산에 아늑하게 둘러싸여 있다. 이 미술관의 옥상에 주변의 풍부한 자연과 조응하는 원형정원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가 조성됐다. 2층과 3층 사이 원형의 옥상에 만든 달뿌리 정원은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의 작품이다. 황지해는 정원을 원예와 조경의 한계를 넘어선 더 확장된 가치의 예술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정원을 만들어왔다. 원형정원 프로젝트에서는 미술관 주변 산야의 식생을 정원에 들여 자연환경과의 공존을 제안하고, 종의 보존과 고유한 유전자원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달뿌리는 한국 하천가에서 자생하는 달뿌리풀에서 따온 말이며, 대상지에 대한 황지해의 첫인상을 담은 단어이기도 하다. 그는 원형정원 한가운데 놓인 원통형의 엘리베이터 시설이 식물의 줄기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 정원이 하늘의 달을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정원에 달뿌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낙지다리, 노박덩굴, 단양쑥부쟁이, 때죽나무, 배초향, 섬개야광나무, 큰바늘꽃, 한라부추를 주요 수종으로 삼아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한국적 경관을 연출했다. 한반도의 자연환경에서 적응하며 진화한 자생 식물군으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원초적 상태를 재연한 것이다. 주요 수종으로 선정된 식물들은 한국 자생종일 뿐 아니라 멸종 위기에 처해있거나 독특한 특성이 있다. 그 예로 습지 식물인 낙지다리는 개발로 인해 자생지가 파괴되고 있고 단양쑥부쟁이, 섬개야광나무, 큰바늘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에 속한다. 노박덩굴의 열매는 수컷 멋쟁이새의 붉은 깃털 색을 유지하는 먹이이며, 한라부추는 세계적으로 분포역이 좁은 한국 특산 식물로 주로 한라산과 지리산에서 자란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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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우리 곁의 조경
가장 어려운 일은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대상이 많을수록 고민의 시간이 길어진다. 고민의 시간이 길다고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어떨 때는 타고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런 이유로 이 사진을 빼고, 저런 이유로 저 사진을 제외하고 남는 사진이 단 한 장이면 좋으련만 그런 경우는 없다. 늘 몇 장의 사진이 남는다. 어떻게든 선택해야 한다. 우선 머리를 맑게 비운다.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 보았다가 잠시 그 사진들을 잊는다. 그러다가 꼭 이 사진이어야 하는 이유를 궁리한다. 왜 저 사진이 부적합한지를 스스로에게 되뇐다. 납득시키고자 애쓴다. 그렇게 한 장의 사진이 남는다. 때론 인쇄소에 송고하기 직전까지 고민하고 망설인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요즘 들어 결정의 시간이 확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잡지든 단행본이든 표지 사진을 고르는 것은 늘 어렵다. 포스터의 메인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세상 모든 에디터와 디자이너들은 정답 없는 취향과 맞서고 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제4회 파주건축문화제 ‘우리 곁의 조경’(각주1) 전시장에 들어서서 여섯 개의 키워드에 눈길을 주다가 만난 “지구상의 모든 뭍은 그 끝에 이르면 결국 물을 만난다”란 문구 앞에서 이 문장을 골랐을 이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많고 많은 문장 중에서.
전시는 조경이 다루는 근본 요소인 땅, 물, 식물, 시간, 사람 그리고 도시라는 키워드를 화두로 여섯 개의 공간을 펼쳐 보인다. 하나의 키워드마다 하나의 문장이 달렸고, 예닐곱 개의 사례가 순백의 하드커버에 혹은 하나의 사례가 한 편의 영상, 한 장의 패널, 하나의 모형에 오롯이 담겼다. 그러다가 주신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가 찍은 사진 한 컷이 이 구역의 키워드가 ‘땅’임을 혹은 ‘물’임을 웅변하기도 한다. 직업병 탓이겠지만 하늘거리는 재질의 패브릭에 인쇄된 문장 앞에서 서성거리다 셔터를 눌렀다. 그것도 각도를 달리해서 여러 번. 전시는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뉜다. ‘땅’을 밟고 ‘시간’을 거스르다 보면 그 사이에 여러 장의 하늘거리는 ‘식물’들이 걸음을 느리게 한다.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그러다가 맞닥뜨리는 밝은 조명을 배경으로 그 문장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지구상의 모든 뭍은 그 끝에 이르면 결국 물을 만난다.” 그런데 유독 이 문장에만 출처가 없다. 어쩌면 그래서 한 번 더 곱씹어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전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그 문장을 (그 문장이 프린트된 패브릭을) 들어 올리곤 물을 주제로 한 인터뷰 영상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했다. 누가 쓴 문장일까, 누가 저 문장을 골랐을까. 검색창에 문장을 입력했다. 또박또박 띄어쓰기도 신경 써서. 하지만 뭔가 검색되리란 기대는 없이. 결국 전시를 총괄한 큐레이터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문장은 누가 골랐나요?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졸업생인 김희원과 재학생 손영호, 조경설계 서안에 재직 중인 김정인이 키워드별로 여러 개의 문장과 작품 후보를 골랐어요. 저 문장에만 출처가 없어요. 의도인가요? 사실은 실수입니다. 앗, 그렇군요. 출처를 물어봐도 될까요?
“조경은 정원과 공원, 길과 광장처럼 빛, 바람, 땅, 비, 식물과 같은 자연을 만나고, 휴식과 놀이와 만남의 공간을 만들며,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명 윤리와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건강한 삶의 터전을 가꾸는 지구적 실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곁의 조경’을 통해 자연과 도시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우리 삶 속에 스며있는 자연과 풍경, 그리고 조경 공간을 만드는 창작의 과정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전시장 입구에 고딕체로 쓰여 있는 김아연의 글이다.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이란 단행본의 보도자료 카피를 정리할 때가 떠올랐다. 조경의 가치를, 의미를, 역할을 몇 문장으로 어떻게 축약해야 할까? 고심하던 시절이었다.
“여의도 샛강을 주차장으로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막 눈앞이 캄캄한 거에요. 그래서 샛강을 큰돈 안 들이고 물고기도 살고 풀도 사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지요.” ‘물’을 주제로 한 영상이 쉼 없이 재생되던 모니터 옆에 새겨져 있는 정영선(조경설계 서안 대표)의 말이다. 글이나 문장이나 문구가 아닌 말. 그것도 진심이 느껴지는 말.
마음속으로 밑줄을 그으며 전시장을 나왔다. 참, 출처는 독립출판 방식으로 제작된 『박승진 텍스트_북』 374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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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이 전시 이외에도 강연, 영화 상영, 어린이를 위한 일일클래스, 영화마을 오픈하우스 등이 11월 14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장소는 파주출판도시 서축공업기념관 1층, 총괄 큐레이터는 김아연 + 이진형(조경설계 서안 소장). ‘노 플라스틱’을 지향하여 전시품들은 모두 종이와 나무와 천으로 제작되었다. 골판지 책꽂이며 지관으로 주상절리를 표현한 전시물 등 흙 색깔을 닮은 종이 전시품이 모두 근사하다. 여섯 개의 키워드를 구성하는 프로젝트는 ‘도시: 파주출판도시의 풍경, 시간: 서울숲, 땅: 제주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사람: 소년문제해결 디자인프로젝트 ‘마음풀’, 물: 여의도 샛강 프로젝트, 식물: 베케정원과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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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이맘때면 귀신처럼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진다. 옷장을 뒤엎어 정리하며 생각했다. 올해도 수능한파가 만만치 않겠구나. 십 년도 더 지났지만, 수능 하면 손안을 가득 채웠던 말랑말랑한 귤이 생각난다. 시험 응원을 온 동아리 후배가 핫팩과 함께 준 것이었는데, 건네받을 때 닿았던 손은 차갑기 그지없었으면서 귤에는 따끈한 기운이 가득했다. 과일은 무조건 차갑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였지만, 그날만큼은 그 따뜻한 귤이 너무 좋았다. 점심 도시락을 비운 뒤, 그 작고 말랑말랑한 동그라미를 아껴가며 까먹었다.
시험 한 번 망친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참 많이 떨었다. 그래서인지 작은 응원이 어마어마하게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뜻밖의 위로가 또 있었다. 언어 영역(지금은 국어 영역으로 바뀌었더라) 시험지 상단에 적힌 필적 확인 문구가 그것이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2006학년부터 도입된 제도인데 모든 수험생은 12~19자 사이의 짧은 문구를 답안지에 자필로 적어야 한다. 그해의 문구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한 구절이었다.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워낙 유명해 수도 없이 본 문구가 갑자기 낯설게 읽힌 까닭은, 시험지를 빼곡하게 채운 수많은 글자 중 이 열두 자만이 문제 풀이를 위한 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의도, 숨은 뜻 같은 것을 다 내던지고 시를 시로, 소설을 소설로, 수필을 수필로 만날 수 있는 순간. 그게 뭐라고 마음이 찡하고 서러웠다. 물론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이 다시 나를 지문으로 뒤덮인 전쟁터로 내몰았지만.
애석하게도 무언가를 발견하겠다고 갈망하며 들여다보면 오히려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마포새빛문화숲(14쪽)을 찾은 건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 한창 뜨거운 볕이 바닥을 달구던 여름이었다. 한강과 홍대 사이,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발전소를 모토로 계획된 공원은 1930년 건설된 한국 최초의 화력발전소가 있던 곳이다. 상수역에서 나와 걸으면 멀리서부터 복잡해 보이는 발전 시설과 높은 철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버려진 공장을 되살린 뒤스부르크-노르트 공원과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테이트 모던을 생각하니 심장이 동동 뛰었다.
1단계 부지만 완성된 터라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잔디광장을 뺀 다른 곳은 지형이 역동적이라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며 숨을 헐떡여야 했다.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이만하면 볼 만큼 봤으니 돌아갈까 할 즈음이면 노란 크레인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개비온이 나무 뒤쪽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좀 쉬었다가 둘러보면 될 걸, 그날의 나는 알 수 없이 초조해 쉼 없이 공원을 돌았다. 무언가를 발견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결국 절여진 배추처럼 축 늘어져 그늘진 곳으로 들어섰는데, 웬걸 거기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한강의 풍경이 있었다. 두어 개의 도로가 직선으로 흐르고, 뒤편으로 너른 면이 된 강이 어물거리고 있었다. 눈높이에서 차도가 지나고, 그 아래로는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는 이를 위한 또 다른 다리가 있다. 시선을 아래로 당기면 잠깐 강이 나타났다가 곧장 버려진 파이프나 용도를 알 수 없는 시설의 조각들이 등장하고, 이어 비탈을 따라 웃자란 식물이, 땅을 딛고 선 내 두 발이 보인다. 자동차와 자전거와 사람이 각기 다른 빠르기로 달리고, 잔잔한 한강은 그와 상관없이 느긋하게 제 속도를 유지하고, 산업 시설의 잔해는 천천히 낡아가고, 그 사이를 막 자라나는 식물들이 채운다. 시간의 층위, 그런 상투적인 표현을 눈으로 확인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흔히 숲을 가까이 둔 아파트가 그 녹지를
앞마당이라고 홍보하니, 지금 눈 앞에 펼쳐진 한강도 마포새빛문화숲의 것이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이 풍경을 공원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라 이야기해도 될까. 고민하다 내가 느끼기에 그렇다면 맞는 거지 뭐 하고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공원을 빠져나올 때 지하에 발전 시설을 품고 있다는 잔디마당 위에 가만히 서보았다. 발밑에서 진동이 느껴지지 않을까 잠깐 기대했는데 잠잠했다. 아쉽지는 않았다.
이제 밤에도 늘 빛나던 발전소의 불빛은 없지만 산책과 운동, 작은 공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이곳을 밝힐 것이다. 지면을 편집하며 마포새빛문화숲의 야경에 오래전 맛본 찰나의 ‘별빛이 내린 언덕’을 겹쳐보았다. 대학에 입학해 한동안 잊고 살았던 필적 확인 문구를 동생이 수험생이 된 해에야 다시 만났다. 동생이 만난 문구는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황동규, ‘즐거운 편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질 무렵이면, 그때의 작은 위로를 회상해본다. 2021학년도의 필적 확인 문구를 소개하며 글을 닫는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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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오리온햄프로
노인용 운동기구 보급해 노인 공간 복지를 선도하는 기업
오리온햄프로는 보다 밝고 건강한 사회 만들기라는 비전으로 1997년 설립된 헬스·레저·스포츠기구 및 용품 전문 기업이다. 헬스기구에 대한 독자적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헬스장의 개념을 야외로 확장한 시설물을 개발하고 이를 조경 시설물, 조합 놀이대와 접목해 차별화를 모색해왔다.
최근 야외에서 휠체어를 타고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고,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되는 기구를 개발해 놀이터에 적용하는 등 독특한 기획력을 가미한 특화 제품을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신체 건강에 초점을 맞춰 길러온 전문성은 현재 노인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신체 능력 향상을 돕는 ‘한국형 노인 야외운동기구’ 개발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 가정 부양 부담, 복지 비용 증가, 노인 우울증 발생 등으로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의 다양한 여가 욕구에 부합하는 장소와 프로그램의 부재도 문젯거리다. 현재 노인의 활동 공간은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 등 정적 활동 중심의 실내 시설에 치중되어 있다. 이들의 활동을 야외로 끌어내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으로 ‘노인놀이터’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에 호응해 서울시는 2025년까지 노인을 위한 ‘시니어파크’를 전 자치구에 설치하겠다고 발표를 하는 등 그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오리온햄프로는 노인놀이터와 시니어파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전부터 전문가와 긴밀히 협업해 노인을 위한 기구와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오리온햄프로의 조합 놀이기구, 야외운동기구 및 편익 시설 브랜드인 아트앤드는 유럽 등 해외 사례를 토대로 개발한 제품을 설치한 후, 이용자 대상 현장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제품을 한국형으로 개선한 엘디핏ELDYFIT을 출시했다. 또한 제품 제조, 생산뿐 아니라 공급, 사후 관리까지 가능한 체계를 구축했다.
엘디핏은 노인 공간 복지 실현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노인용 야외운동기구다. 계단 오르기, 물건 옮기기 등 일상에 필요한 움직임을 운동에 적용해 노화로 인해 약화된 균형 감각, 유연성, 민첩성을 기르고 근량을 증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야외 활동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뿐 아니라 인간관계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함장영 대표는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데 그들이 갈만한 장소가 없다.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 경로당은 규모가 작고 늘어나는 노인의 수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적인 노인 공간을 만들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엘디핏의 개발 배경을 풀어놓았다.
유럽형 노인용 야외운동기구는 주로 외나무다리 건너기, 손가락 계단 오르기 등 정적 운동을 유도한다. 이에 반해 엘디핏은 계단 오르기, 앉았다 일어나기, 앉아 균형 잡기, 서서 균형 잡기 등 좀 더 동적인 운동을 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어린이놀이터와의 연계성을 고려하고,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설치해 체온, 심박수, 호흡수를 확인할 수 있는 질병 예방 솔루션을 더한 점이 특징이다. “유럽의 노인용 야외운동기구는 주로 인지 능력을 높이는 정적 활동 기구로 구성된다. 한국 사용자들은 이와 달리 좀 더 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구를 원했다.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길 원하기도 한다. 인지 능력 발달과 기본적인 운동 기능뿐 아니라 동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는 것이 함 대표의 설명이다.
엘디핏은 어깨와 팔의 기능을 높이는 ‘팔 벌리기+어깨 돌리기’, 비탈이나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바르게 걸을 수 있도록 균형 감각을 자극하는 ‘외나무다리 건너기+스텝바 건너기’,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근력과 감각을 길러주는 ‘앉아 균형 잡기+서서 균형 잡기’,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단 오르기+앉았다 일어나기’, 손을 사용해 물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링 작게 이동하기+링 크게 이동하기’, 손목과 손가락 사용 능력을 높여주는 ‘손목 움직이기+손가락 계단 오르기’의 여섯 가지 기구로 구성된다. 이를 공간의 특성과 목적에 맞추어 변형해 설치할 수 있다.
함장영 대표는 아파트 단지에 어린이놀이터가 의무적으로 설치되듯 노인놀이터 역시 제도적으로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기존의 놀이터 영역을 공유하거나 확장해 조성되는 복합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미 민간 시장에서도 기존 놀이터를 노인을 배려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고, 연구 자료를 공유해줄 수 있느냐는 문의도 많이 오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인놀이터의 지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기구를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유아기, 아동기, 청장년기, 노년기의 각 특성을 반영한 제품군을 갖출 수 있었고, 제품 간 보완을 통해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놀이터를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오리온햄프로의 제품을 사용하면 노인놀이터인 동시에 어린이놀이터인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성격이 다른 운동 기구가 서로를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는 커뮤니티 케어를 위한 필수 사회 시설이며, 노인놀이터가 지향해야 할 지점이다.”
TEL. 02-2602-5750 WEB. ehampr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