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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ock Alameda Creek
Resilient by Design
자연적인 만의 지형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살아있는 인프라스트럭처(living infrastructure)’다. 하지만 만을 형성하는 퇴적물은 골칫거리로만 인식되어 왔다. 퍼블릭 세디먼트(Public Sediment)는 퇴적물을 공공의 자산으로 전환시켰다. 이 팀은 연안 지대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강가에만 주목하지 않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고자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서 발생하는 퇴적물 부족 현상에 주목, 상류의 퇴적물을 끌어와 갯벌과 습지를 복원하는 전략을 제안한 것이다. 일대의 가장 큰 분수령이었던 앨러미더 하천(Alameda Creek)을 다시 개방해 퇴적물을 축적하고, 물고기 떼를 산란지로 연결하며, 하천 주변으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다. 이로써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해안가를 보호하고 지역 주민에게 하천을 되돌려주어,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물을 위한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왜 퇴적물을 공급해야 하는가
과거 앨러미더 하천 일대는 여러 지류가 모여 퇴적물이 충분히 쌓여 있던 거대한 선상지였으나, 농업 혁명과 도시화로 현재 4개 도시가 들어선, 50만 명이 사는 주거지가 되었다. 한때 갯벌에 퇴적물을 공급하던 앨러미더 하천은 인근 도시를 침수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로 수로가 변경되고 상류에는 댐이 건설됐다. 이로 인 해 물의 흐름이 지연되고 퇴적물이 댐과 수로에 쌓이게 되었다. 만의 습지와 갯벌은 서식지를 제공하고 폭풍과 큰 조수 간만의 차로부터 연안을 보호하지만, 지반 침하와 해수면 상승으로 습지와 갯벌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2100년까지 해수면이 1m가량 상승할 경우, 현재의 퇴적물 공급량으로는 지금의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앨러미더 하천 주변 도시인 프리몬트(Fremont), 유니언 시티(Union City), 뉴어크(Newark)의 경계는 해수면 상승에 상당히 취약한 지역이다. 퇴적물이 없으면 이곳은 더 큰 침수를 겪게 될 것이며, 생태계뿐만 아니라 여가 공간, 식수 공급, 에너지 및 운송 시스템에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퍼블릭 세디먼트(Public Sediment)는 퇴적물을 샌프란시스코 만 복원의 핵심으로 여기는 종합 설계 팀이다. 스케이프 조경설 계사무소(SCAPE Landscape Architecture), 아카디스 디자인 컨설팅(Arcadis), 준설 공동 연구소(the Dredge Research Collaborative), 티에스 스튜디오(TS Studio), UC 데이비스 캠퍼스 인간 생태·디자인학과, 예술가 사이 키너(Cy Keener), 건축 생태 연구소(Architectural Ecologies Lab)가 한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앨러미더 카운티(Alameda County) 홍수 조절 및 수자원 보존 구역, 사우스 베이(South Bay) 염습지 복원 프로젝트, 앨러미더 하천 연합, 이스트 베이(East Bay) 지역 공원 지구 등 프로젝트와 관련된 다양한 단체와 활발한 협업을 도모했다.
- Public Sediment / 2018년07월 /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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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보스턴과 찰스타운 해안 리질리언스 솔루션
Coastal Resilience Solutions for East Boston and Charlestown
‘이스트 보스턴(East Boston)과 찰스타운(Charlestown)해안 리질리언스 솔루션’은 보스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두 곳을 홍수로부터 보호하는 장단기 전략을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는 보스턴 시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 중인 ‘보스턴 기후 변화 대응 계획(Climate Ready Boston)’을 특정 지역 단위에 적용한 첫 번째 사례다. 이는 『보스턴 기후 변화 대응 계획 보고서(Climate Ready Boston report)』(2016)의 권고 사항에 대한 직접적 대응으로 “보스턴 시가 직접 나서 지구 단위 홍수 예방책의 실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연구”하고, “취약 지역의 기후 리질리언스를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지구 단위의 기후 변화 대응력을 뒷받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러 지역 중 연간 1% 확률 해안 범람 지역(1% annual chance coastal flooding)과 취약 가구 및 주요 기반 시설이 집중적으로 위치한 이스트 보스턴과 찰스타운이 연구 대상지로 선정됐다.
설계 팀은 보스턴 시 각 부처의 담당자, 지역 사회 구성원, 민간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리질리언스 향상 전략을 개발했다. 전략에는 일련의 평가 기준, 장단기 계획을 위한 권고 사항, 비용(order of magnitude cost), 지역 사회 보호를 위한 기획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 가는 과정을 돕는 로드맵 등이 포함된다. 또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다층적 홍수 통제 방식과 녹색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이득과 가치를 창출하고, 건강한 도시와 항구의 혜택을 향상하고자 했다. ...(중략)...
Design TeamKleinelder, Stoss, ONE Architecture and Urbanism, Woods Hole Group
Client City of Boston
Location Charlestown, East Boston, Massachusetts, USA Area 500ac
Completion 2017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스토스(Stoss)는 도시의 사회적 공간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경의 생산적인 역할을 추구하는 설계사무소다. 조경가 크리스 리드(Chris Reed)를 주축으로 하는 스토스는 기본적으로 공공의 영역과 관련된 일을 한다. 공원이나 캠퍼스 및 오픈스페이스, 지역 및 도시 조성 전략, 다양한 스케일의 경관 기반 시설, 개발 및 재개발 등 여러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 창의적이면서 실용적인 동시에 아름다우면서 기능적인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으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간단하지만 효율적인 기술적 접근을 시도하고 하이브리드적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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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산 어항 타운
Dongshan Fishery Harbor Town
둥산 어항 타운(Dongshan Fishery Harbor Town)은 중국 민난(Minnan)지역의 주요 어항인 다오(Daao)와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지닌 둥산 섬의 북동부에 있다. ‘둥산 어항 타운 프로젝트’는 전략적 기획과 공간 재구성을 통해 둥산 섬의 어업과 생태 관광이 더불어 성장할 수있는 기회를 창출한다. 이를 위해 둥산 섬의 독특한 자연 자원과 오래된 어장의 문화적 특징을 부각하고 자 변화, 보존, 연결, 상호 작용, 섬의 통합 등의 전략을 세웠다.
이 프로젝트는 개발과 환경 보호, 자연 자원의 보존과 관광 산업의 발전, 지역민의 거주지와 리조트 부지의 공존 등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도전적 작업 이다. 하지만 동시에 둥산 섬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과 목표를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63호(2018년7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Team Stoss
Client Fujian Tian Yi Harbor Development Co.
Location Port of Dongshan, Dongshan, China Area 26.2km2
Completio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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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열용량
Thermal Mass, Seoul
토양이 지닌 열용량, 열을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토양의 능력은 향후 수십 년간 경관 설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지구에서 둘째로 큰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토양의 열 보유력은 지구의 전반적인 기온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의 초청 전시작 ‘열용량Thermal Mass’은 열용 량이 식물과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멀티미디어를 통해 분석한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우리가 사는 도시 환경에서 토양과 열용량에 대해 인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 대부분의 토양이 포장으로 덮여 있으며, 일반적 으로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햇빛, 그늘, 바람 등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토양의 열 보유력을 간과하기 쉬운 것이다. 따라서 새롭고, 예상치 못한 방식 으로 토양에 대해 보여주고자 했다. 도시의 일상적 삶에서 열용량이 갖는 함의를 보여주고자 토양 그 자체를 전시물의 한 부분으로 활용했다. 전시장 벽면을 빽빽한 토양층으로 덮어 방문객이 토양과 직접 마주할수 있게 하고, 동시에 추가 연구를 위한 기본 매체로 기능하게 했다. ...(중략)...
Design Team Stoss
Client 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2017
Location Donuimun Museum Village, Jongnogu, Seoul, Korea Type
Installation Completion 2017
Photographs Kyungsub Shin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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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를 재구성하는 법
크리스 리드 인터뷰
스토스(Stoss)를 이끄는 크리스 리드(Chris Reed)는 경관과 도시의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끄는 연구자이자 전략가, 교수이며 디자이너다. 특히 생태와 경관, 인프라, 사회 공간 및 도시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보스턴, 댈러스, 아부다비, 중국, 미국 중서부 전역의 리질리언스에 관한 도시 경관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리질리언스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이스트 보스턴과 찰스타운 해안 리질리언스 솔루션’이 2018 WLA의 개념 설계 부문(conceptual design award)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크리스 리드와 김세훈 교수가 폭넓게 나눈 대화를 옮긴다. _ 편집자 주
Q 보스턴이라는 도시에 대한 단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자. 최근 많은 계획이 보스턴에서 진행 중이다. 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는 고속 도로를 지하화한 빅 딕(Big dig)프로젝트 준공 이후 사우스 보스턴 개발, 이스트 보스턴 워터프런트 계획, 포트 포인트 해협(Fort Point Channel)주변의 해리슨-알바니 회랑(Harrison-Albany corridor)계획, 하버워크(Harborwalks), 보스턴 기후 변화 대응 계획(Climate Ready Boston)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미 프레더릭 옴스테드나 케빈 린치 등 조경과 도시설계의 풍부한 전통을 갖고 있는 보스턴이라는 도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보스턴은 풍부한 경관 유산을 가진 도시다. 과거 옴스테드의 사무소는 브루클린 인접 교외 지역에 있었다. 그는 에메랄드 네클러스(emerald necklace)라 불리는 일련의 공원과 수목원, 각종 오픈스페이스를 설계하면서 서로 다른 도시 기능을 잇고 홍수 예방 등 복합 기능을 하는 그린 인프라를 조성했다. 이러한 전략은 19세기 후반 찰스 엘리엇(Charles Elliot)이 지역 하천과 각종 자연환경을 연결함으로써 그 효과가 더욱 증폭되었다. 이러한 유산은 18~19세기 미국의 산업 도시 중 하나인 보스턴을 현대적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세기 들어 보스턴은 여러 도시 정비 기법을 통해 역동적인 커뮤니티를 대규모 재개발로 대체하는 과정을 겪었다. 물론 도시의 조각난 부분을 서로 이어주고자 린치와 서트Sert같은 선구자가 혁신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비교적 제한적인 효과를 내는 데 머물렀다. 그럼에도 도시계획가들은 대단위 계획안의 부정적 효과를 경계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커뮤니티의 인식도 높아지면서 점차 적정 규모의 개발을 지향하게 되었다. 결국 작은 규모의 잘 계획된 프로젝트가 누적되어 좋은 도시 조직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개발 지향적 도시 만들기가 정말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공공성’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기후 변화 대응과 적응의 필요성은 보스턴 도시 기본계획 수립에 있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도시를 바꾸는 데 경관의 회복력(resilience)을 그 논의의 중심에 둔다. 기후 변화 문제는 한 번에 한 곳에서 다룰 수 없다. 복합적인 환경 시스템 속에서 어떤 융복합적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지, 특히 경관을 기반으로 시간성과 복잡성을 포괄한 접근법이 중요하다. 보스턴이라는 도시는 이러한 측면이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우리와 같은 조경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팀이 구성되어 도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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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롯데캐슬 더 퍼스트
안산 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주거 지역의 중심에 위치하며, 북측으로 선부공원, 동측으로 화랑유원지와 인접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다. 4개 동, 469세 대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산시에 들어서는 최초의 롯데캐슬로 ‘더 퍼스트’라는 상징적 명칭이 붙었다. 이 이름에 걸맞은 단지로 거듭나기 위해 조경 트렌드를 파악하고, 입주민의 입장에 선 설계를 통해 특색 있는 조경 공간을 조성했다.
네 개 주동에 둘러싸인 중앙 광장에 소나무, 석가산, 계류가 어우러진 산수정원을 조성했다. 위요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자 수목 배식에 변화를 주었다. 키가 큰 소나무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군식해 자연스러운 스카이라인을 연출하고, 둘레에는 낮은 관목을 심었다. 정원 내부에는 현무암 판석을 놓아 산책로를 조성했는데, 이 산책로가 어린이 놀이터까지 이어져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장된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의 거점이 될 티하우스를 배치하고, 산수정원을 좀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수변 데크와 목교를 놓았다. ...(중략)...
*환경과조경363호(2018년7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주)우리엔디자인펌
건축 설계 (주)장원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롯데건설(주) (현장: 장상복 과장/본사: 정재혁 부장, 김승태 사원)
조경 식재/시설물 경원필드(주)
휴게 및 놀이 시설 (주)드림월드
발주 안산군자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위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선1로 56
대지 면적 21,061㎡
조경 면적 9,309㎡
완공 201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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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스케이프] 10년의 기록
“2007년 봄부터 매주 만들어낸 주간 스케줄 표가 어느새 570여 장이나 쌓이게 되었으니, 축적된 시간들을 공간으로 치환하면 10평 정도의 크기를 가지게 되었다.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고, 욕심을 버린다면 방 한 칸의 집을 올릴 수도 있겠다.”
강산도 바뀐다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긴 시간 동안 설계 작업을 꾸준히 기록한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요. 조경가 박승진은 2007년 사무실을 연 이후 꾸준히 주간 스케줄 표를 만들고, 또 작업 과정과 결과를 사진으로 기록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록을 최근 『도큐멘테이션(Documentation)』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고, 내친김에 소박하지만 꽉 찬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을 만날 즈음에는 전시회가 막을 내린 후라는 게 무척 아쉽네요.)전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위치한 ‘하 루.순’이란 아주 매력적인 장소에서 열렸습니다. 전시장 이름치고는 조금 낯설게도 보일 수 있는데, 1일을 뜻하는 ‘하루’와 새싹이란 의미의 ‘순’을 합쳐 만든 이름이라고 합니다. 전시장 이름과 전시 주제가 묘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 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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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설계하는 법] 분위기, 맥락, 주제
고민 끝에 연재를 맡은 뒤 이 꼭지의 제목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 이목을 끌 만큼 흥미로운 동시에 그 자체로 토론을 불러일으킬 만한 문구다. ‘그들’과 ‘설계하는 법’으로 나누어 보자. 아마도 ‘그들’은 협의로는 ‘조경 설계가’, 광의로는 우리가 마주 하는 환경과 관련된 유무형의 산물을 디자인하는 ‘조경가’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작 어렵고도 중요한 질문은 그 다음이다. ‘설계하는 법’이란 무엇이고, 과연 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이 앞선다. 아직 짧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하는 법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설계하는 법은 다양하고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 세상의 수많은 조경가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공간을 설계하고 구현해 나간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그 방법은 대상지에 따라 변화무쌍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설계하는 법’을 어떻게 논의해야 할까? 크게는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할 것 같다. 첫 번째는 여러 조경가로부터 다양한 설계 방법론을 수집하고, 이로부터 동시대의 설계 방법론을 귀납적으로 유추하는 방법 이다. 두 번째 접근 방식은 설계를 이끄는 설계 기저의 것, 즉 설계 관점을 논의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특정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설계 프로세스를 논의하는 방식에 비해 개념적일 수 있지만, 한층 더 본질적인 것 을 다룰 수 있다.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한 조경가의 설계 방법과 이를 관통하는 설계 관점(또는 설계 철학)은 대개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 이다.
나는 표면적인 설계 방법을 예시하기보다는 그 밑바탕을 이루는 설계 관점을 논의함으로써 설계하는 법을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3회의 연재를 통해 주관적 설계 관점에 대해 밝히고 필요에 따라 프로젝트를 예시할 예정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임을 밝힌다. 다양하고 다른 시각이 가능한 만큼, 생산적인 비평과 풍성한 담론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잠재성의 발견과 실재화
연재의 첫 번째 순서인 만큼 설계 관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설계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설계가는 현실 공간의 조건과 맥락을 바탕으로 각자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그려 나간 다. 이는 잠재적인 상태로 존재하지만, 일이 잘 풀리는 경우(아마도 설계공모에 당선된다거나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에는 설계-시공-감리와 같은 산업적 시스템을 통해 실재 하는 공간으로 드러날 것이다. 만들어진다고 표현하지 않고 ‘드러난다’고 한 것은, 설계가가 이미 현실 속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잠재적인 공간(설계안)의 실마리를 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설계가가 감지한 그 어떤 것이 이미 현실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시원한 그늘이 될 수도, 미묘하게 변화하는 빛일 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웃고 즐기는 모습일 수도 있다. 좋은 설계란 현실 공간 안에서 그와 같은 잠재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재화하는 설계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잠재성을 감지하지 않은 채 책상 위에서 종이 속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고 짓는 일은 진정성 있는 설계 행위라고 보기 힘들다.
개념과 실재, 방향성
올해 대학에서 설계 스튜디오 수업을 하면서 설계,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설계하는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는 설계 행위가 개인의 미적 취향을 따르는 주관적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내가 보기엔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복잡다단한 설계의 사고 과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설계에 갓 입문한 학생에게 그런 사고 과정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비유하자면 설계의 과정은 개념적 요소와 실재적 요소가 표류하는 생각의 바다를 떠돌면서 그들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행위다. 이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피라미드 다이어그램을 살펴보자.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최재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조경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정원과 조경 설계 실무를 익혔다. 수상 경력으로 제8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상, 제3회 대한민국 신진조경가 대상 설계공모전 대상, 2017 코리아가든쇼 대상 등이 있다. 2017년 한강예술공원 시범사업의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으 며, 같은 해 스튜디오 오픈니스(Studio Openness)를 창업하여 생태적 관점을 바탕으로 정원, 공공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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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박명호, 홍동우 공장공장 공동설립자
도시가 청년의 답이다
요즘 청년들은 외롭다. 외롭다는 의미가 단지 개인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사회가 청년을 버렸다는 극단적 인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가 아닌, 직업과 생계를 통한 사회와의 관계 맺기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고도 성장기 산업 사회에서 일과 직업은 자존감과 자긍심의 원천이었고, 때로는 애국적 행위로까지 간주됐다. 청교도적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은 드물었지만 인생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가이드임은 분명했다. 나 또한 일에서 구원을 바란 이전 세대의 일원이었고, 일에 파묻혀 살다 보면 그것이 곧 여가고 친구였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지적한 대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낮은 자존감과 우울은 성숙한 성과주의(meritocracy) 사회의 이면이다. 학연, 지연, 혈연이 힘을 잃고 더욱 평등하고 공정해진 듯 보이는 세상이지만 인생의 우연과 운은 예나 지금 이나 다름이 없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표현은 뒤집어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실패자는 단지 불운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의 동정도 받을 수 없는 루저(loser) 가 되는 시스템이다. 이쯤 되면 청년의 외로움은 상당한 근거를 가진다. 모든 것을 각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사회는 당연히 외로울 수밖에 없다.
상대적 열패감은 흔히 물질의 획득으로 측정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알랭 드보통이 말한 대로 우리 사회는 물질을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연결된 가치와 보상, 그리고 사랑의 감정에 목말라 있다. 물질은 단지 고립 탈출을 가능케 해주는 수단인 것이다. 최근 상대적으로 좁아진 일의 기회와 동시에 풍족해진 물질과 여가 상황은 단순히 기업과 고용인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일 자체에 대한 회의와 점검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공장공장’의 박명호, 홍동우 대표는 20대부터 그런 고민을 헤쳐 온 사람들이다. 돈보다 행복을 우선순위에 두는 건 불가능할까? 그에 대한 해답으로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기업, 함께 만들어 가는 여행, 함께 만들어 가는 도시를 내놓았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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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탐독] 여성과 정원
지금으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겠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문명에서 정원 문화는 귀족과 남성의 전유물 이었다. 정원 문화 속에서 여성의 역할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활동이 밖으로 드러나지 못했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국의 에드워드 시대(Edwardian Era)(1890~1914) 에 이르면 정원에서 여성의 바람이 거세게 일어난다. 이 시기를 주도한 여성으로는 정원 디자이너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1843~1932), 정원 역사 이론가 얼리샤 애머스트(Alicia Amherst)(1865~1941), 정열적인 원예 재배사 엘런 윌모트(Ellen Willmott)(1858~1934), 그리고 여성 정원사를 위한 대학을 설립한 교육자 프랜시스 울슬리(Frances Wolseley)(1892~1936) 등이 있다. 이들은 당시 서로 친분으로 엮여 있었고, 서로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영향을 주면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정원 문화를 만들어 갔다.
이들이 일으킨 정원 문화는 정원사의 큰 축을 바꾸었다. 이론, 학문, 원예, 디자인 분야에서 동시다발적 협업이 이뤄지면서 부와 취미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정원을 그 시대의 핵심적 문화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영향은 영국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호주로 건너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세계적으로 ‘가드닝 문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불고 있는 정원과 가드닝에 대한 관심은 결코 느닷없이 불어 닥친 유행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성에 의해 선도된 정원 문화는 그 이전의 시대와 어떻게 달랐고,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또 앞으로 어떤 길을 찾아갈 것인가.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어쩌면 우리보다 한 세기 전에 태어나 정원을 위해 산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정원생활자』,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