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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기록과 기억
그녀가 속삭였다. “조경 잡지라고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조경 이야기만 해대면 재미없어. 읽는 사람들이 현기증 나지 않겠어. 좀 다른 이야기를 해봐. 머리는 쥐어뜯으라고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아예 다른 방향으로 궁리를 시작하다가, 문득 그를 떠올렸다.
어느 해, 아버지가 한 단체의 장을 맡게 되었다. 돈이 되는 감투가 아니었고, 도리어 돈과 시간과 노력을 봉사의 마음으로 쏟아 부어야 하는 자리였다. 대학에 다니던 아들은 휴학을 하고 막 공익근무를 시작한 때였고, 딸은 그 해 갓 대학에 입학했다. 아버지는 자신도 결과적으로 공익근무를 하게 된 셈이라며, 잠시 다른 일을 하더라도 원래의 본분을 잊지 말자며 한 가지 제안을 한다. 800쪽에 달하는 앤디 워홀의 일기를 나누어 번역하자는 것. 아들이 400쪽을, 딸이 250쪽을, 아버지가 150쪽을 맡기로 공평하게(?) 분량 분담도 마쳤다. 그리고 아들은 약속대로 1년 만에 자신 몫의 번역을 마쳤다. 하지만 딸은 다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반수를 하느라, 아버지는 단체의 회장 일에 치여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아들이 1년의 시간을 더 투자해 800쪽의 번역을 혼자 마무리해냈다.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1년 동안 앤디 워홀처럼 일기를 쓰겠노라, ‘다시’ 약속을 했다. 그리곤 약속을 지켰다. 꼬박 1년 동안 200자 원고지 5,000매에 달하는 일기를 써내려갔고, 한 권의 두툼한 일기장이 완성된 지 4년 만에 그 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가로 165mm, 세로 210mm인 그 책의 두께는 무려 45mm에 달한다. 거의 『환경과조경』 4권의 두께와 맞먹는다. 편집된 분량은 총 845쪽, 그러나 책값은 놀랍게도 19,500원.
200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365일 중에서 꼭 3일이 빠지는 362일의 기록을 담고 있는 그 책은 2009년 3월 10일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란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일간지에도 블로그에도 꽤 많은 리뷰 글이 실려 있어, 아마 직접 읽어 본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출간된 지 4년 후, 일기가 쓰인 시점으로부터는 꼭 10년 만인 2013년에 읽기 시작했다. “읽기 시작했다”고 표현한 것은 약간 색다른 읽기 방식을 취했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점심식사 후 1시부터 해당 날짜의 일기를 읽어나갔다. 즉 2013년 3월 2일에 2004년 3월 2일 대목을 읽었다. 3월 3일의 내용이 궁금해도 참았고, 어떤 날은 내용이 너무 짧아 아쉬움에 입맛만 다셨다. 월요일에는 이전 주의 토요일과 일요일 치를 한꺼번에 읽었다. 하지만 이 경건한(?) 책 읽기 의식은 열두 달 내내 지속되지 못했다. 일단 출발이 1월이 아닌 3월이었고, 11월 중순경 사무실을 옮기면서 그 책을 집으로 옮겨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11월 하순과 12월의 일기는 아주 빠르게 눈으로 훑고 말았다. 물론 중간에 빼먹은 날도 부지기수다. 책의 지은이는 홍지웅, ‘열린책들’이란 출판사의 대표다. 출판인의 일기이니, 당연히 예상되는 책의 기획 과정과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세세한 편집 및 마케팅 과정에 대한 언급도 빼곡히 담겨 있지만,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고, 심지어 점심값을 얼마나 지불했고, 부조금을 얼마 냈는지까지, 2004년을 살아낸 한 사람의 시시콜콜하고 내밀한 일상이 담백하게 담겨 있다. 게다가 미술은 물론 건축에 대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이 상당한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2004년에 파주출판도시의 열린책들 사옥과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 서울북인스티튜트의 건축 과정에 그가 관여한 덕분이다. 특히나 서울북인스티튜트는 부지 선정 단계부터 일기에 담겨 있어, 때론 흥미로운 건설지처럼 읽히기도 한다. 참고로, 앤디 워홀의 일기는 아들의 단독 번역으로 『앤디 워홀 일기』(홍예빈 역, 미메시스, 2009)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여기까지 써놓고 교정을 보느라 마무리를 미루어 놓았는데,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는다. 멍하니 뉴스 속보를 클릭하는 횟수만 잦아질 뿐…. 2014년 4월 16일의 일기엔 무엇을 써야 할까? 아니 무엇인가를 쓸 수 있을까? 막막하고 먹먹하다. 처음엔 어느 출판인의 1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기억을 돕는 기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아무리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해도, 또 개인의 사소한(?) 기록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유의미하고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려 했다. 조경가들의 (프로젝트) 기록도 공유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도 쓰려 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과 같은 디자인 노트뿐만 아니라, 중요 프로젝트의 일지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되고 공유된 다면 유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기록이 넘쳐나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기록도 기억도 아닌 ‘기적’뿐이다. “그럴수록 더 꼼꼼히 기록하고 기억해야 해. 잊지 말아야해”라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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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의 서재] 책 속의 풍경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읽던
첫 번째 책.1 주문은 모른다. 어쩌다 날게 되었다. 조지는 다섯 개의 꽃이 그려진 낡은 마법 침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이 신기하다. 달님이 쟁반만한 노오란 밤, 등불을 들고 침대 주위로 온 난쟁이들과 요정들 모두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붉은 빛이 도는 까만 밤하늘을 깃털처럼 날아 조지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길 잃은 호랑이와 지친 기러기, 보물을 숨긴 해적을 그 여행길에서 만났고, 돌고래를 타고 수면 위를 튀어 오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랬나. 침대가 젖곤했다. 마녀들은 또 얼마나 유쾌한지. 그 모든 게 중고가게에서 사온 마법 침대 덕분이다. 혹 모른다. 당신도 당신 침대의 주문을 알아낸다면 조지처럼 누워서 멀리멀리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두 번째 책.2 구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산길, 앨버트는 발을 헛디뎠다. “만지작 반지작 번지작 호 이!” 또는 “배뱅글 비빙글 빙구리 세 니!” 그도 아니면 “차카치 키키키 파티티 넘 디!” 구름 위에 내려앉았다. 구름 침대에서 자고, 밥 먹고, 비구름 타고 올라 뛰어 내리기도 하고, 천둥이라도 치면 힘껏 떠들며 노래했다. 빗속을 수영하는 구름 나라. 앨버트는 달빛 흐린 청동 빛 하늘에서 불빛 가득한 도시를 내려다보며 엄마 아빠가 보고팠고, 구름 나라의 여왕은 바람에게 부탁해 앨버트를 집으로 돌려 보내준다. “히 호 번지작 반지작 만지작” 아니면, “니 세 빙구리 비빙글 배뱅글”도 아니면 “디 넘 파티티 키키키 치카치”라는 주문으로…. 엄마 아빠에게 돌아왔지만, 가끔 앨버트는 혼자서 주문을 읊조리고는 한다.
세 번째 책.3 어지러운 배관 사이로 마녀와 새, 고양이와 부엉이, 꽃과 구름, 말 탄 기사와 성,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풍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토끼들이 있다. 이 즐거운 배관 위에 셜리의 목욕탕이 있다. 셜리는 엄마가 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까무룩 엄마의 잔소리가 멀어진다. 장난감 오리를 타고 수챗구멍으로 빠져나와 멋진 갑옷을 입은 기사와 황금 왕관을 쓴 왕, 나풀거리는 고깔모자를 쓴 왕비가 사는 성으로, 흰 꽃이 만발한 숲과 노오란 들판을 가로질러 갔다. 연꽃이 한창인 못 위에서 오리배를 타고 왕비와 왕을 물에 빠트리며 놀았다. 왕은 못에 빠지면서도 빙그레 웃어주었다. “이런, 온통 물투성이네!” 욕조의 물 위에는 점박이 오리와 빗, 거품비누 병이 여전히 둥둥 떠 있고, 엄마는 셜리를, 셜리는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네 번째 책.4 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동트는 어둑한 아침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지만 하수구를 빠져나온 악어를 만난다. 가방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악어와 지각과 거짓말을 했다고 벌주는 악어 입을 가진 선생님. 여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해가림한 등교길에서 바지를 물어뜯는 심술쟁이 사자를 만나 지각을 한다. 학교에서는 사자보다 더 크게 소리치는 선생님이 있다. 가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다리위에서 집채만한 파도를 만났고, 거인처럼 커져버린 선생님에게 벌을 받는다. 겨울,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잿빛 풍경을 가로질러 무사히 등교했지만 선생님은 털북숭이 고릴라에게 붙잡혀 있었다.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 다음 날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선다.
다섯 번째 책.5 보통 꼬마 에드와르도는 콧수염 아저씨로부터 버릇없다는, 파마머리 아줌마로부터 시끄럽다는, 노란머리 엄마로부터 심술궂다는, 안경 쓴 할아버지로부터 사납다는, 머리띠 두른 할머니로부터 엉망이라는, 곱슬머리 아저씨로부터 지저분하다는 꾸중을 듣고 세상에서 제일가는 말썽쟁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에드와르도는 화분을 찼고, 개한테 물을 끼얹고, 창밖으로 물건을 버리고, 파리떼를 피해 물에 빠지고, 아이를 밀쳤지만. 정원을 잘 가꾼다고, 동물을 잘 돌본다고, 방을 잘 치운다고, 깨끗하다고, 아이들을 잘 돌본다는 칭찬을 듣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었다. 에드와르도는 보통 아이다.
이수학은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이원조경에서 4년 동안 일했다. 프랑스 라빌레뜨 건축학교와 고등사회과학대학원이 공동 개설한 ‘정원·경관·지역’ 데으아(D.E.A.) 학위를 했고, 현재 아뜰리에나무를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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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박물관 개관 &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2014. 3. 28.~2014. 6. 8. 안양예술공원 일원
기억과 소통의 매개체
네 번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가 시작됐다. 지난 3월 28일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약 2개월에 걸쳐 ‘퍼블릭 스토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행사가 진행된다. 총 27개 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24개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최근 리모델링을 완료한 김중업박물관을 중심으로 펼쳐져 눈길을 끈다. 이번 APAP가 김중업박물관에 무게를 두고 박물관 개관에 맞춰 개막식을 연 것은 주로 신작을 소개하는 기존 공공예술 행사와 달리 리모델링과 리스토리텔링을 통해 안양이라는 지역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그 가치를 작품에 담아 공공예술 본연의 기능을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려 했던 주최 측의 고민이 엿보인다. 김중업박물관은 유유산업 공장을 리모델링한 건물로, 1세대 건축가로 잘 알려진 김중업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담은 김중업관과 안양의 역사를 담은 안양사지관 등 5개 건물이 예술 작품과 어우러지며 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 거장의 작품을 만나는 기회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를 배우는 장이 마련되어 있어, 안양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 작품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살아 움직이는 예술 작품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표는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만큼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 먼저 안양 파빌리온 내에 예술 작품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일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을 마련하고, 전문 해설사를 양성해 APAP의 지난 8년간의 작업들을 관람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4회 APAP에서 선보이는 작품의 특징은 생명력을 가지고 곳곳에서 시민들과 호흡한다는 점이다. 후지코 나카야Fujiko Nakaya와 더블네거티브스 아키텍처doubleNegatives Architecture의 작품 “무MU”가 대표적이다.
김중업박물관 마당에서 발굴된 고려 안양사 터 위로 펼쳐지는 안개를 연출한 것으로, 손바닥 위를 구르는 수은의 형체와 움직임을 모방했다. 이 안개는 장소의 지형과 기상 정보에 따라 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특별한 작품으로 인식되기보다 공간 속에 녹아 풍경을 만드는 요소로 인식되며, 아이들에게는 자연 현상을 체험하는 놀이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보물과 역사, 운명으로 통하는 입구와 다리 그리고 비법을 찾아 성스러운 광야를 헤매다”(오노레 도Honoréd’ 작)라는 조금 긴 이름의 작품도 사람이 접근하면 움직임을 보인다. 모래자루와 주차 차단기를 이용해 접근을 제한하는 유적지와 사람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다리를 만들었다. 이 모래자루로 이루어진 다리를 이용하면 차단기가 길을 막기도 하고 열어주기도 한다.
김중업박물관의 문화누리관 안팎과 박물관 마당 등 총 세 군데에 설치되어 유적지의 과거와 안양의 현재를 이어주고 있다. 이외에도 김중업박물관과 안양파빌리온을 비롯한 안양예술공원 주변 곳곳 실내외에서 생동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도시에서 시민과 함께하다
지난 2005년 첫 선을 보인 APAP는 이후 다양한 영역의 공공예술을 안양과 접목하려 시도했지만,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명맥을 이어왔다. 이번 APAP는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의 연계를 한층 강조했다. 예술 작품이 안양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지역이 가진 가치를 재발견해 시민들에게 와 닿도록 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더불어 감상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활동의 기회로 다가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했다.
행사 일정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APAP가 그리는 긴 여정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서는 도시의 변화와 시민의 요구를 민감하게 감지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에서 공공예술이 어떻게 진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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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 커뮤니티 디자인 네트워크
타이완에서 제9차 컨퍼런스 개최
2014년 3월 타이완에서 개최된 제9회 PRCDNPacific Rim Community Design Network1에는 미국, 캐나다, 홍콩 등 환태평양 지역 여러 국가에서 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 및 계획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계획가, 디자이너, 활동가 등 수백여 명이 참여하였다.
컨퍼런스는 3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는데, 참가자가 사전에 관심이 있는 네 개 주제의 워크숍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동일한 워크숍 참가자 그룹이 한 팀이 되어 담당 코디네이터들과 3일(14~16일)동안 현장 방문, 워크숍, 발표, 토론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필자는 워크숍 2(New ruralism experiments)에 참가하였는데 체험 프로그램과 발표, 토론 시간이 꽤 다양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과 경험과 생각을 상세히 공유할 수 있었다. 이후 17~18일에는 국립타이완대학교 국제컨퍼런스홀에서 참여자가 모두 모여 빅 테이블Big Table 행사를 진행했다. 각 그룹별로 참여자 전체가 3일간 함께 토론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여 다른 그룹의 내용을 서로 공유할 수 있었다. 이밖에 기조강연, 포스터 전시, 각종 부대 행사가 함께 펼쳐졌다.
컨퍼런스는 “매력적인 풀뿌리: 사회 정의와 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와 네 가지 세부 주제를 바탕으로 한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Workshop 2의 주제, 새로운 농촌주의
필자가 참여했던 워크숍 2의 주제는 “새로운 농촌주의 실험들New ruralism experiments”이었다. 그룹의 대표인 쉥린창Shenglin Chang 교수는 뉴 어바니즘New Urbanism으로 불리는 정책보다는 오히려 지역을 보존하고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은 일련의 사회문화적인 변화는 뉴루럴리즘New ruralism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도시농업, 타이베이 시내의 해피 팜
타이완 타이베이 시에서는 개발 예정 부지나 임시적으로 비어있는 도로, 유휴공간, 옥상, 주차장 등 공공 오픈스페이스를 주민들이 창조적으로 개입하여 변화시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리닝 스팟Greening spot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타이완대학교, NGO, 청년계획가, 전문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여,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지역과 주민들의 역사(삶)까지도 디자인에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언제든지 휴식 시간에 공원에 오면 잔디벤치에 누워 책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나, 서점의 마크를 바닥면에 디자인하여 흥미를 유발한 점, 서점지도를 공원에 배치하여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을 홍보한 것,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식물 소재를 공원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식재한 것 등은 모두 마을에 독서 분위기가 퍼지길 바라는 주민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또한, 해피 팜Happy Farm에서의 농업 활동은 지역 주민에게 공동의 관심사를 제공하였고, 지역 주민들이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모일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지역 사회가 소통하고, 세대가 소통하고 있었다.
URSUrban Regeneration Stations = YOURS
도시 재생과 문화적 창의성, 지역성이 결합된 URS 공간은 타이베이 시내에 총 7곳이 조성되어 있다. 타이베이 시의 UROUrban Regeneration Office에서 2010년에 URS 계획을 수립한 뒤 공간을 제공하였고, 2012년에 URS의 효율성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URS 파트너 계획을 세워 시민, 전문가, 민간 단체 등이 도시 재생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건축물이 밀집된 타이베이 구도심의 건조 식품, 중의학 약초, 섬유 판매상 등이 몰려있는 상업 공간에 문화·예술 관련 상점들이 유입되고 있는 과정에서 URS는 그 거점이 되고 있다. URS 공간은 현존하는 지역의 역사적 산업인 중의학 약재, 건조 식품, 패브릭 상점 등을 함께 운영하기도 하고, 디자인·건축·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창작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오픈스페이스, 문화·생활공간(도서관, 갤러리, 스튜디오, 극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URS 27은 상업 지역의 폐선 부지로, 현재는 개발 전까지 다양한 주제로 전시 공간 연출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도시농업을 주제로 건축자재를 재활용하여 만든 ‘타이베이 그린팩토리’ 파빌리온을 전시하고 있었다.
블루 맥파이 티애그리컬처, 핑린
핑린Pinglin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2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차 산업이 쇠퇴하자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과 경제를 살리고자 블루 맥파이 티애그리컬처Blue Magpie TEAgricultur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블루 맥파이는 이 지역에 자생하는 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역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 디자인, 마케팅, 지역투어, 장기 계획 수립, 자원 활동 계획, 지역 차 농사에 대한 직업 훈련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산업화하고 있다. 또한 방문객을 대상으로 DIY 방식의 차 만들기, 마을을 돌며 차 상점에서 스탬프 받기 등 지역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연구자들이 단순히 컨설턴트 입장에서 제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이 지역에 직접 들어가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연구한 결과를 하나의 모델(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만들어낸 점이다. 여기에서 생산된 차는 인근 시내의 카페들과 연계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 사례지로 ‘두 티Do Tea’ 카페를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전통적인 차를 주재료로 한 음료를 판매하면서 현대적인 문화(브레이크댄스, 레게 댄스 등의 무료 강습)를 결합시켜 이색적인 복합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마치며
도시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가져온 전반적인 사회 가치와 도시개발 패러다임의 변환 속에서 양적 추구에서 질적 추구로, 문제 해결형에서 구조 개편형으로, 생산 기반 중시에서 생활 환경 중시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답사에서 도시 재생 및 관리 측면에서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다양한 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 사례, 신 농촌주의 관점에서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과 현대의 문화·예술을 결합한 사례 등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회적인 움직임들이 곧 도시를 더욱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고,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리라 생각된다.
장진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바이오환경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초등학교 내 체험학습용 스쿨팜 연구”를 3년간 수행하며 『초등교과 연계형 학교텃밭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과 『스쿨팜 매뉴얼』을 발간하였고, 서울시의 “서울시 도시농업 마스터플랜 연구”, “학교폭력 대처를 위한 도시농업 활용 연구” 등 도시농업 분야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 장진 / 동국대학교 생태계서비스연구소 / 2014년05월 /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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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학회, 2014년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대회
차기 학회장에 김성균 교수 선출
지난 3월 29일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 “2014년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정기총회에 앞서 진행된 제22대 회장선거에서는 김성균 교수(서울대학교)가 차기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또한 수석부회장에는 김남춘 교수(단국대학교)가 추대되었으며, 김창환 교수(전북대학교)가 감사로 선출됐다.
내년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김성균 차기 학회장은 ‘해외 협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조경지원센터’를 설립해 조경업계의 해외진출을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의 연계 및 아시아문화경관학회ACLA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세계조경가협회IFLA 총회 재유치를 추진하고,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김한배 회장은 올해 정원학연구센터와 조경정책연구센터를 설립해 조경 발전을 위한 싱크 탱크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정원 이론 연구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조경 분야가 추진할 중장기적인 정책과 법제들의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것. 이들 센터는 향후 조경 제도의 체계적인 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이며, 앞으로 본격적 연구소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한국조경학회는 이를 바탕으로 환경조경발전재단과 함께 국토교통부의 공조를 얻어 조경산업진흥법 제정을 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총회에서는 2013년 사업 결과 보고 및 2014년 사업계획과 예산 계획 심의가 이루어졌으며, 10월에 열릴 임시 총회는 대구대학교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어 우수 논문상, 우수 저술상, 우수 졸업생 시상이 진행되었으며, 2013년 우수 논문상은 “인간 열환경 지수를 이용한 생기후지도 작성 및 도시·조경계획및 디자인에의 적용방안”(박수국, 제주대학교), “치유경관의 개념을 적용한 병원 옥외공간 조경설계: 창원경상대학교 병원을 사례로”(민병욱, 계명대학교), “영양 서석지원의 경관요소를 통한 외원 규모 추정 및 프랙탈 구조”(길승호·양병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등 3편이 수상했다. 우수 저술상은 진양교 교수(홍익대학교 건축대학원)가 저술한 『건축의 바깥』(도서출판조경, 2013)과 이상석 교수(서울시립대학교)가 저술한 『조경재료학』(일조각, 2013)이 각각 선정됐다.
총회 이후에는 이재준 제2부시장(수원시청)이 강사로 나서 ‘새로운 도시정책의 플랫폼’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이 부시장은 조경과 대중 간의 호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중이 원하지 않는 곳에는 예산이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대중의 욕구를 기민하게 읽어나가고 같이 호흡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경 분야에 당부했다.
이날 총회는 ‘교수 연구 및 업체 기술 발표’ 시간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정엽 대리(삼성물산 빌딩사업부 조경 ENG파트)가 ‘건설기술과 조경: 삼성물산 수행프로젝트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최현길 과장(현대건설건축토목조경)이 ‘공동주택 주요 하자 사례 및 하자 저감 방안 연구’를 주제로 각각 기술 발표를 진행했으며, 질의응답을 통해 실무자 간 정보를 교류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뿐만 아니라 한국조경학회에서 수행한 ‘지속가능한 생태관광 중장기 발전방안 마련 연구’(김현단국대학교 교수)와 ‘도시공원 확충을 위한 생활공원정비 5개년 계획 수립 연구’(안승홍 한경대학교 교수)내용도 소개돼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춘계학술대회는 총 5개 분과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총 38편의 논문과 7개 작품이 발표되었다. 이날 발표된 논문 중 우수 논문은 “블로그를 통해 본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한 인식과 시사점”(장민지·최정민, 순천대학교), “창덕궁 주합루 취병 재현사업의 경위와 개선방안”(정우진·심우경, 고려대학교), “스마트폰 수목검색 어플리케이션 시스템 개발 연구”(채승우·박석곤, 순천대학교), “식물바이오필터의 실내공기정화 효과”(권계정·박봉주, 충북대학교)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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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농업 자원,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지난 4월 1일 우리의 전통적 농업 자원이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지정되었다. 이번에 지정된 농업유산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하는 국가중요농어업유산 제 1, 2호(2013년 1월 지정)인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밭담’이다. 이는 우리 농업 자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것과 동시에 사라져가는 전통적 농업 시스템, 전통적 농촌 생활 시스템 및 생물다양성 등을 제대로 계승·보전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농업유산이란?
농업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다른 점은, 그 대상이 보전되고 있고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농어업 활동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경관 측면과 더불어 그 공간에서 농어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생물이 존재함은 물론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 문화 시스템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이란?
세계중요농업유산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 GIAHS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2002년에 창설한 제도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열망과 환경과의 동반 적응을 통해 진화되어온 생물다양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토지이용 시스템과 경관’으로 정의 된다. 즉 차세대에 계승해야 할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업 시스템이나 생물다양성, 경관 등을 가진 농업 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과는 개념적으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문화적 경관의 개념에 농업활동으로 형성된 토지이용시스템과 생물다양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기준과 지역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기준은 첫째 식량·생계수단의 확보 및 건강과 영양, 둘째 생물다양성 및 다양한 유전자 자원의 보전, 셋째 전통적 지식 체계와 농업 기술의 계승, 넷째 농업 문화의 문화적 다양성, 다섯째 경관적 다양성과 미적 가치 등 총 5개로 나뉜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이번에 지정된 한국 농업 유산과 더불어 현재까지 27곳이 지정되었고, 지정 현황 분포를 보면 아시아 지역 19곳(한국 2, 중국 8, 일본 5, 필리핀 1, 인도 3), 아프리카 지역 6곳(알제리 1, 케냐 1, 모로코 1, 탄자니아 2, 튀니지 1), 남미 지역 2곳(칠레 1, 페루 1)이다.
한국의 세계중요농업유산,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 밭담
청산도 구들장논은 농사에 필요한 토지가 부족한 구릉지에 인공적으로 경작지를 조성하면서 만들어졌다. 계단식 논의 형태에 구들을 놓아 석축을 쌓고 흙을 다져만든 논으로, 상부의 논에서 집수된 물을 수로를 통하여 하부의 논으로 배수함으로써 농업 용수를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한 형태(연속 관개 구조)이다. 이 밖에 논주변에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며 얕은 토심에 적합한 농기구,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는 전통 사상 등이 있다.
1천 년의 역사를 가진 제주도 밭담은 총 길이 22,108km에 달하며 개간과 농업 활동 속에서 캐낸 돌(현무암)을 이용하여 바람과 토양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담이다. 바람이 많은 제주의 불리한 농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독특한 농업 시스템으로 작물 보호는 물론, 토양과 씨앗의 비산 방지, 우마들의 농경지 침입 방지 및 소유지의 구획을 표시하며 이 돌담을 통하여 척박한 자연 환경과 맞서 싸운 제주도민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향후 다양한 농업 유산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농업 유산을 어떻게 보전하고 계승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에 비해 등한시되고 있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이 시급하다.
- 이영옥 / 충남발전연구원 농어업6차산업화센터 연구원 / 2014년05월 /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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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옙의 뉴 암스텔 스홀윈의 정문
Entrance gates for the New Aemstel Schooltuin
2014년 2월, 1959년부터 어린이 공원으로 이용되던 Dr L. 알마 스홀윈Alma Shooltuin이 암스텔 스홀윈Aemstel Schooltuin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암스텔 스홀윈은 9살에서 11살까지 약 500명 이상의 초등학생들이 방문하여 자연에 대해 학습하고 직접 식물을 기르기 위한 새로운 학습 정원school garden으로, 풍광이 아름답고 풍부한 문화적 역사를 가진 암스테르담의 칼피슬란Kalfjeslaan에 위치한다.
암스테르담 남부 시 의회Stadsdeel Zuid는 암스테르담의 디자인 회사 티옙Tjep.을 초빙하여 암스텔 스홀윈의 새로운 정문 디자인을 선보였다. 두 세트로 된 기념비적인 정문은 암스텔 스홀윈의 입구를 지키며, 이 역사적인 정원에 현대적 요소를 더해 주고 있다. 정문의 한쪽은 칼피슬란에서 나오는 출구이며, 다른 한 쪽은 암스텔딕Amsteldijk으로 연결되는 길 위에 세워지게 된다.
1636년에 만들어진 풍차, 리커몰렌Riekermolen이 바로 옆에 서 있는 이 정원의 부지는 바로 렘브란트가 감탄하고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던 곳이다. 티옙의 디자인은 정원과 그 주위 환경의 풍부한 동식물상, 고전주의 시대의 요소들, 그리고 동시대 도시의 그래피티graffiti 구조물을 통합하여 참조한 것이다. 이 정문에 요구된 기능은 식물을 해치는 악명 높은 토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티옙의 설립자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프랭크 티옙케마Frank Tjepkema는 “이 디자인을 통해 공원 안쪽에서는 빼곡하게 들어찬 식물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패턴을 볼 수 있다. 설치 당시 이 문은 폭 8m, 높이 4m로 세워졌으며, 사람들을 도시에서 역사적 풍경 너머로 안내하는 입구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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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몬트 호텔의 유기농 채소 정원 프로그램
Organic Rooftop Gardens at Fairmont Hotels & Resorts
캐나다의 고급 호텔 체인 페어몬트Fairmont Hotels & Resorts는 20여 년 전부터 세계 곳곳의 호텔과 리조트에서 채소 정원vegetable garden을 운영하고 있다. 요리사들이 직접 키우고 관리하는 이 채소와 허브 정원은 현재 28곳에 달한다. 지금은 레스토랑에 부속된 채소 정원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니지만, 몇몇 진보적인 요리사들이 주도하여 페어몬트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 농약과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채소를 직접 재배해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매우 생경한 것이었다. 최근 페어몬트 샌프란시스코Fairmont San Francisco 호텔은 지역 농가의 컨설팅을 받아 벌통을 두고 연간 1,200파운드의 꿀을 수확해 VIP를 위한 특별식과 자체 브랜드의 맥주 발효, 칵테일 등에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1998년부터 14층 옥상에 채소 정원을 가꾸어 온 페어몬트 로얄 요크 토론토Fairmont Royal York Toronto 호텔은 매해 여름이면 오후 티타임 시간 동안 호텔 투숙객들에게 정원을 개방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2012년에 캐나다 정원 관광 모범 사례Canadian Garden Tourism Initiative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특별히 제작된 17개의 플랜터에는 로즈마리, 라벤더, 타임, 차이브, 파슬리, 바질, 강낭콩, 딸기, 체리토마토 등이 재배되고 있다.
1991년에 시작된 페어몬트 밴쿠버 워터프론트Fairmont Vancouver Waterfront 호텔의 옥상 정원은 60여 가지의 채소와 식용 꽃, 과일과 허브를 재배한다. 온화한 기후 때문에 일 년 내내 수확이 가능한 이 정원은 20년 넘게 수석 요리사들의 특별한 관리를 받아왔다. 이 호텔은 산책로와 옥상 정원을 결합해 설계하여, 투숙객들이 향긋한 허브 향을 즐기고, 신선한 과일을 따보기도 하고, 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몇몇 테라스 객실은 프렌치도어를 통해 채소 정원에 앞마당처럼 진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22층 규모의 퀸 엘리자베스Fairmont The Queen Elizabeth 호텔은 점적 관수를 통해 자동 관리되며, 매년 300파운드에 이르는 신선한 채소를 수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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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누가 식물을 두려워하는가
#12
초본식물, 통제 불가능한 디바들
시시포스Sisyphos의 신화가 공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닌 듯하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정원과 조경에서 식물을 다루어 온 과정을 곰곰이 살펴보면 시시포스가 받은 형벌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식물 중에서도 가장 작고 연약해 보이는 초본식물은 고대로부터 많은 정원사로 하여금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게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바위를 밀어 올리는 조경가들이 있는가하면 바위를 내동댕이치고 가버린 신기능주의자들도 있다. “정원은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의 상징”1이라는 토포텍의 도발적인 발언은 여러 가지 여운을 남긴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겐 잡초와의 전쟁도 전쟁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전쟁을 겪어 본 세대나 식물을 정원과 조경 공간의 기본적인 요소로 여기고 있는 많은 이들은 토포텍의 철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겉멋만 든 게으른 포스트-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궤변이라고 조경 축에 끼워주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그럼에도 토포텍처라는 식물 없는 조경 공간은 두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우선 조경 개념이 새로운 국면에 도달했음을 말해준다. 19세기 말 옴스테드가 정원이라는 개념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활동 영역을 설명하기 위해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도시 공원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조경의 과업 범위는 사유지에서 공공 공간으로 점차 이동해 왔다. 20세기 후반부터는 도시 공간이 주 관심사가 되었고 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의 개념까지 만들어졌다. 이제 옴스테드의 개념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바니즘이 랜드스케이프를 아직 불변의 상수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토포텍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랜드스케이프라는 굴레조차 벗어버리고자 한다. 수천 년 동안 정원과 조경의 근간이 되었던 랜드스케이프를 버리자 훨훨 날아갈 것 같은 디자인의 자유가 얻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랜드스케이프를 버렸다는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결국 통제가 불가능한 식물과의 싸움을 포기했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조경가로서 별로 고백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정원 식물들이란 변덕스러운 디바Diva들 같다. 특히 19세기 이후 정원을 점령한 초본식물들이 더욱 그렇다. 아름답고 매혹적이고 사랑스럽고 향기로운 이 존재들은 아무리 공을 들여도 결국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모든 변수를 감안해서 완벽한 식재 계획을 세웠어도 날씨에 따라 토질에 따라 출신 성분에 따라 늘 예상을 뒤엎는 일이 발생한다. 충성스러운 매니저처럼 항시 옆에 붙어서 공들여 가꾸지 않으면 이 디바들은 원하는 장면을 연기해주지 않는다.
개인 정원이라면 디바들의 변덕을 받아들여가며 충분히 공을 들일 수 있겠지만 조경가들의 활동 범위가 거의 백퍼센트 도시 공간으로 이전된 요즘엔 도시 외부 공간을 합리적인 기능 공간으로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 공간에서 식물을 간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피해가는 신기능주의자들이 오히려 현명할 지도 모르겠다. 식물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어서 가로수와 회양목, 잔디밭으로 레퍼토리를 한정시킨다. 도시 공간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되고 관리된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글로벌한 금융 사고 이후 경제적 위기에 처한 많은 국가들이 제일 먼저 조경 분야에서 예산을 삭감했다. 관리비,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모던한 감각을 충족시켜주는 토포텍처적 해법이 발주처의 관심을 점점 끌 수밖에 없다.
한편 1870년에 윌리엄 로빈슨William Robinson이 식물에게 자유를 되찾아 준 이후, 그리고 칼 푀르스터Karl Foerster 등의 육종가들이 무수한 초본식물을 만들어 ‘심을 거리’를 늘여 준 이후, 생태주의자들까지 합세하여 도시 공간의 생태화를 지지하면서 가로수와 회양목과 잔디밭 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도시생태 네트워크라거나 비오톱 지수 등의 도입으로 도시 속의 식물은 그저 식물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를 이루는 근간으로서 생태 지수가 되어 숫자로 둔갑했다. 그러므로 도시 공간을 조성하는 담당자들은 운영관리비 절감과 생태 지수, 시민들의 요구사항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도시 속에서의 식물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조경가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은 불변의 원칙일 것이다. 이들은 생태 지수나 비오톱을 떠나서 로빈슨이나 푀르스터 식의 비전을 도시 공간 속에서도 실현하고 싶어 한다. 그 결과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야생화 화단을 갖춘 도시 정원이 드물지 않게 조성되었지만 이들의 운영과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빨리 도달하였고, 1970년대 후반부터 조심스럽게 ‘간소화’ 기법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지만 관리가 쉬운’ 도시형 식물 적용법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으며 실제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의 볼프강 외메로 대표되는 뉴웨이브 스타일과 독일의 뉴저먼 스타일이 그 대표적인 예다. 벼과 식물을 위시하여 몇 종의 강인한 우점종 야생화를 선발하고 이들을 특정한 기법에 의해 배치함으로써 최상의 장면을 연출함과 동시에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는 기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식물이 어떻게 통제되고 관리되어 왔는가라는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도 정원과 조경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 약초원, 채소원 등 실용 정원으로 출발했을 때는 수확이 관건이었다. 고대의 정원사들은 밭을 만들어 질서정연하게 심고 길러야만 원하는 수확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수확을 얻기위해 시작된 통제와 관리의 전통이 디자인형 정원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절실해졌다. 디자인한 대상들이 제멋대로 장면을 만들어 간다면 디자인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서양 조경사에서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부터 정원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때부터 식물의 통제가 본격화되었다는 뜻이 되겠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사는 식물의 속성을 파악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배치하여 원하는 장면을 연출해내는 마스터였으며 프랑스의 바로크 정원사는 실로 완벽한 식물 통제사였다.
고정희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 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를 비롯 총 네 권의 정원·식물 책을 펴냈고, 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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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201, 설계를 다시 생각하다] 그림 안 그리기
조경가로서의 재능
조경학만큼 그 정체성이 모호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어느 학교에서는 원예학과, 산림자원학과와 나란히 농대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토목공학과, 건축공학과와 함께 공대의 일원이기도 하다. 학교에 따라서는 미대에 들어가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과 나란히 디자인 계열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런데 설계 수업 첫 시간에 선긋기 과제가 나가는 순간부터 소속 대학이 어디든 간에 조경 설계만큼은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조경학과… 너, 그림 그리는 곳이었구나. 그리고 일 년 정도 학교를 다녀보면 막연했던 감은 더욱 확신으로 변해간다.
제대로 미술학원 다녀본 적도, 그렇다고 그림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 나는 일단 설계에 소질이 없구나. 학점은 형편없지만 설계 시간만큼은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친구야. 너에게 한국조경 설계의 미래를 맡기마. 너는 조경가가 되어라.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는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일찌감치 건설사를 준비해야겠다.
그림을 잘 그리면 설계를 할 때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조경을 처음 접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사실 설계의 능력과 조경가로서의 재능은 그림을 그리는 능력에 달려있지 않다. 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아도 좋은 설계는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야만 좋은 설계가 가능할 때도 있다.
자연을 설계하다
<그림1>은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가장 유명한 절경으로 꼽히는 터널 뷰Tunnel View다. 300만 년 동안 빙하가 거대한 화강석 덩어리로 이루어진 대지에 새겨놓은 흔적인 요세미티 계곡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은 인간의 창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경관은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옴스테드가 센트럴파크를 설계했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어도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옴스테드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864년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자연공원법인 요세미티 공원 법안이 만들어지고, 당대 최고의 조경가인 옴스테드가 포함된 조사단이 요세미티에 파견된다. 그리고 그는 요세미티의 자연 경관을 보존하여 공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관리 방안과 계획안을 제시한다. 그후 옴스테드는 미국의 많은 자연 경관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안을 만드는 데 앞장서게 된다.1 미국이 자랑하는 요세미티의 대자연은 옴스테드의 계획이 없었더라면 자칫 광산이나 채석장으로 개발되어 흉물로 남아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옴스테드가 단지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자연 보호 구역을 설정한 것만은 아니다.
와워나 로드Wawona Road는 남쪽에서 요세미티 계곡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이 길을 따라 오는 사람들은 요세미티 계곡에 들어서기 직전 와워나 로드의 한 지점인 터널 뷰의 장관을 만날 수밖에 없다. 옴스테드는 요세미티를 방문하는 이들이 이 경관을 놓치지 않기를 원했다. 이후 와워나 로드가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면서 터널이 생기게 되는데 바로 터널이 끝나는 지점에서 이 장관이 나오도록 도로가 계획된다. 지루하게 장시간 운전을 하다 컴컴한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바로 이 대자연이 펼쳐지도록 동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옴스테드가 구상한 자연의 경험은 후대에 들어 더욱 극대화 된다. 터널 뷰에서 볼 수 있는 엘 캡틴El Captian 봉이나 하프 돔Half Dome 봉, 그리고 브리달베일 폭포Bridalveil Fall는 자연의 힘이 만든 절경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와워나 로드의 동선을 계획하고 터널 뷰라는 전망 지점을 찾아낸 것은 옴스테드의 계획이다. 옴스테드의 계획의 핵심은 자신이 상상한 공간의 형태를 그리고 그대로 조성하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이 지닌 최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최대한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있었다.
우리의 곁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듯한 자연의 풍광들도 알고 보면 사람들의 개입을 전제로 한다. <그림2>는 가장 아름다운 신록으로 유명한 봄의 내장산 국립공원이다. 우리가 흔히 자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모습은 사실 한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한 경관은 아니다. 국립공원은 엄연히 공원이다. 요세미티처럼 내장산도, 모두 사람들의 이용이 전제가 되는 자연인 것이다. 지금도 내장산의 자연은 인간의 개입을 조절하면서 관리를 함으로써 유지 된다. 이러한 경관에서 새로운 그림은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그림을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그림3>은 섬진강 유역의 모습이다. 자연이 아름답고 생태적 가치가 있다고 해서 모든 자연을 보존할 수는 없다. 수많은 마을들이 강에 인접해 자리 잡고 있는 200km에 달하는 섬진강 같은 경관은 더욱 그렇다.2 자연은 동시에 인간이 오랫동안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터전이기도 하다. 이럴 때 조경에서 설계의 가장 첫 단계는 그림이 아니라 오히려 그림을 그리지 말아야 할 곳을 찾는 것이다. 그림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 법을 제대로 배운 후에야 그릴 수 있다.
김영민은 1978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조경과 건축을 함께 공부하였고 이후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SWA Group에서 6년간 다양한 조경 설계와 계획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USC 건축대학원의 교수진으로 강의를 하였다. 동시대 조경과 인접 분야의 흐름을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읽어내는 데 관심이 있으며, 설계와 이론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펴나가고 있다. 역서로 『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이 있으며, 『용산공원』 외에 다수의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