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공간 공감] 명동성당
    한동안의 어색함. 성당을 올라가는 계단 아래 모인 일행 모두는 대체로 그런 느낌이었다. 삼 년 만이라고도 했고 오 년, 아니면 그보다 더 되었다고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오다보니 이 우뚝 높은 종현鐘峴에 세워진 성당을 무심코 지나쳐 버렸다고. 명동은 이제 우리 세대의 기억에서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인지, 상점거리에 넘쳐나는 외국인 관광객들 틈에서 우리말조차 낯설게 들린다. 시가지의 중심을 차지하고서 어느 방향, 어느 지점에서나 랜드마크가 되어주는 유럽의 성당과는 달리 명동성당은 이제 코앞에 다가서서야 비로소그 수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주변을 둘러싼 높은 빌딩들, 그 커다란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광고물들 사이로 백 년이 훌쩍 지난 고딕 성당의 첨탑이 간신히 눈에 들어온다. 1898년, 이 아름다운 연와조 고딕 양식의 성당은 비로소 우리의 역사 속으로 편입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1882년 한미수호조약의 결과로 어느 정도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어, 당시 교구장이던 주교 블랑M. J. G. Blanc이 성당 부지로 여기 종현 일대를 매수하여 성당건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1892년 5월에 정초식을 하고, 앞서 약현성당(지금의 중림동성당)을 설계한 바 있는 프랑스 신부 코스트E. J. G. Coste가 설계와 공사 감독을 맡았다. 그런데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이러한 서양 건축에 대한 기술자가 없었기에 벽돌공, 미장공, 목수 등을 모두 중국에서 데려와 일을 시켰는데 재정난과 청일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 후 종현 일대에는 가톨릭 관련 시설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서게 되어 현재는 사제관, 교구청, 계성여고, 수녀원, 가톨릭회관(구 명동성모병원) 등이 본당 주변을 둘러싸는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 최우수작: 씨실과 날실 낙산공원 재조성
    우리의 도시 무릇 살아 움직이는 것 중에서 고정되고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중한 문화재가 한 자리에 고정되어 남아있다 해도 주변이 변하기 때문에 도시는 결국 늘 변할 수밖에 없고 우리가 기대어 사는 자연도 성장, 진화, 훼손 등 어떤 형태로든지 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도시를 평가할 때 내적 의미나 가치보다는 외적으로 평가해왔다. 내적인 의미와 가치는 계량화하기 어렵고 가시적이지 않아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이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 결과, 높고 화려한 건물이 가득 찬 도시, 넓은 공원과 온갖 첨단 장비로 무장한 도시를 경쟁력 있는 도시이자 우리가 목표로 하는 도시라고 얘기해왔고 우리는 그것이 정답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하지만 진정 그런 도시가 이상적인 것일까? ‘보이는 것’보다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삶’과 ‘오랫동안 만들어온 양식’이 공간에 녹아나며 다양한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시가 아닐까. 낙산의 역사와 공원 조성 낙산은 내사산을 따라 축성한 한양도성 좌측 청룡에 해당하는 곳으로 과거에 낙타산, 낙산, 타락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겸재 정선의 ‘동소문도’를 보면 낙산은 소나무와 잣나무 등 상록수가 바위와 어울려 아름다운 곳이었다. 조선 시대 한양도성은 성내와 성외를 나누는 견고한 물리적 경계이자 사회적 신분을 구획하는 곳이었으나 근대에 접어들면서 견고한 도성에 틈이 생기게 되었다.
    • 안스디자인 / 안스디자인 / 2015년10월 / 330
  • 낙산공원 재조성 기본계획(안) 현상설계공모
    서울의 형국을 구성하는 내사산(남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의 하나로 소중한 자연 환경과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는 낙산에 조성된 낙산공원을 재조성하는 공모전이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진행되었다. 지난 2002년에 조성되어 시설이 노후화되고 안전성이 취약해진 공원을 주변 지역과 연계하여 상생·협력·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낙산과 한양도성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주요 과제다. 지난 8월 27일, 공모전의 최우수작으로 안스디자인의 ‘씨실과 날실’이 선정되었다. ‘씨실과 날실’은 낙산, 한양도성 등 역사 공간 및 현황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바탕으로 역사성이 부각될 수 있는 설계를 지향했다.선형으로 넓게 분포한 낙산공원의 공간 형태를 고려해 구역별로 특화해 설계하고 산의 지형적,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각종 시설물을 배치했다. 또한 서울 시내의 조망 명소를 조사하고 주요 공원 방문자의 특성을 고려해 다른 공간과의 차별성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기존의 낙산공원과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계획했다. 우수작에는 천마이엔씨의 안이 당선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최우수작에 대해 “한양도성에 대한 이해와 기본적인 접근 개념이 양호하며 과거의 흔적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공간 계획과 사업 실행 계획은 다소 추상적”이라며 구체적인 보완을 요청했다. _ 편집자 주
    • 조한결 / 2015년10월 / 330
  • 최우수작: 30 + 30 : 시민의 숲, 다양성의 정원 시민의 숲 공원 재조성
    지난 30여 년 동안 하나였던 숲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성장해왔고 각각 현재와 같은 고유의 특성을 갖게 되었다. ‘30 + 30 : 시민의 숲, 다양성의 정원’은 시민의 숲의 또 다른 30년에 주목하여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의 전략을 채택했다. 양재 시민의 숲 구역에는 ‘숲길, 일상의 숲과 발견의 숲’의 전략을 도입하여 숲과 들, 개울과 물가의 초지, 그리고 정원이 이어지는 짧은 길과 평범한 길을 제공한다. 문화예술공원 구역은 ‘은유의 숲, 구조의 숲’을 테마로 한 경관 식재 기법을 통해 예술과의 조화를 추구한다. 메모리얼 숲 구역은 ‘조용한 경관, 묵상의 숲’의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동선체계와 숲의 구조를 조정하여 번잡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한다. 이와 함께 대상지 전체적으로는 공원에 대한 인위적 스토리텔링을 배제하고 시민의 숲만의 이야기를 더해갈 수 있도록 하는 ‘함께하는 숲과 기록하는 숲’ 전략과 사계의 다양성과 생명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민의 숲을 목표로 하는 ‘숲 틈, 다양성의 정원’ 전략을 도입했다.
    • 지·오 조경기술사사무소 / 지·오 조경기술사사무소 / 2015년10월 / 330
  • 시민의 숲 공원 재조성 기본계획(안) 현상설계공모
    서울시가 주최한 ‘시민의 숲 재조성 기본계획(안) 현상설계공모’의 결과가 지난 2015년 8월 20일 발표되었다. 최우수작(당선작)으로는 지·오 조경기술사사무소가제출한 ‘30 + 30 : 시민의 숲, 다양성의 정원’이 선정되었다. 시민의 숲은 노후화된 공간에 대해 부분적으로 정비를 해오며 조성 초기의 정체성이 훼손되었으며, 생태적 측면과 이용의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상황이다. 이번 공모전은 시민의 숲만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나아가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할 수 있는 소통의 공원으로 재탄생시킬 독창적이고 참신한 공원 재조성 기본계획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했다. 첫 조성 후30여년이 지난 시민의 숲의 다음 30년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 당선작은 대상지의 자연·인문·사회적 환경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과 테마를 부여했다는 점과기존 수림의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한 소극적·단계적관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_ 편집자 주 ※ 우수작은 선정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 양다빈 / 2015년10월 / 330
  • 레퓌블리크 광장 Place de la République
    레퓌블리크 광장은 파리 시 3, 10, 11구의 경계에 위치한 광장으로, 그 면적이 3.3ha에 달하는 대규모 공공공간이다. 광장의 중앙에는 프랑스혁명의 상징인 마리안느Marianne 동상이 서 있고, 그 밑에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드골 장군은 1958년10월 4일 이 광장에서 제5공화국 헌법을 공포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하는 등 레퓌블리크 광장은 정치적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한때 생기 있고 활동적인 도시 광장이었던 레퓌블리크 광장은 현대 이동 수단으로 인한 문제에 직면했다. 대상지에는 매일 114,000명 이상의 지하철 통근자와 관광버스 대열, 주차 중인 택시, 자전거 족, 자동차 운전자, 마을버스 등이 몰려 교통 흐름이 정체되고 단절되어 매우 위험한 교통 환경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지역적 성격과 도시 맥락적 의미를 잃어버렸다. 2010년 베르트랑 들라노에Bertrand Delanoe 파리 시장은 레퓌블리크 광장을 ‘모두를 위한 광장’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공모전을 개최했다. 새로운 광장에 대한 요구 사항을 정리하기 위해 지역 계획 워크숍, 청소년위원회, 지역 장애인위원회, 상인, 장인, 전문가 그리고 주민연합회를 망라하는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의견을 수렴했다. 공모 결과 TVKTrévelo & Viger-Kohler 팀의 안이 선정되었다. TVK 팀의 설계안은 대상지를 지나가는 유동 인구를 지속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상지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더 오래 머물 이유를 제공함으로써 광장의 사회적 기능을 복구했다. 대상지의 이질적인 구역들을 통합하고 광장의 중핵 주변으로 차량 흐름을 재연결함으로써 다양한 범위의 활동과 도시적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기능적 공간을 재창조했다. Landscape ArchitectMSP ArchitectTVK Architectes Urbanistes Associate Landscape ArchitectAREAL ClientCity of Paris, Highways Department LocationParis, France Area3.3 ha Completion2013 PhotographsClement Guillaume 마사 슈왈츠 파트너스(Martha Schwartz Partners)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시조경설계사무소로 35년 이상 세계 20여 개국에서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도시 경관이 지속가능한공간을 만들기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도심활성화 및 재생 프로젝트에 집중해 왔다. 복잡한 도시 환경에 대응하기위해 조경은 물론, 건축·도시계획·원예·시공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상 로컬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려고 한다.
    • MSP Martha Schwartz Partners / MSP / 2015년10월 / 330
  • 파펜부르크 도시 공원 Stadtpark Papenburg
    정원 박람회는 1980년대 독일 및 오스트리아에서 인기를 얻게 된 이래로 삶의 질과 도시 환경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지역적·정치적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도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주로 사회적 혜택이 충분히 미치지 못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지방 정원 박람회의 경우에는 낙후된 고장을 매력적이고 쾌적한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파펜부르크 도시 공원에서는 이러한 정원 박람회의 이점과 혜택을 확장시켜 도시 공원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기능적인 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경관 요소들은 해양 도시인 파펜부르크가 기존에 지니고 있는 모습에 성공적으로 접목되고 있다(파펜부르크는 조선 산업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원예의 중심이기도 하다. 매년 3천5백만 본의 초본 식물과 2천5백만 개의 오이가 파펜부르크에서 재배되고 있다). 박람회장에서 공원으로 새로 도입되는 공원 설계는 이러한 정원 박람회 개최에서 비롯된 지역의 변모를 뒷받침하고 있다. 단순히 이동을 위한 환승 공간에 불과했던 대상지는 이번 도시 공원 조성을 계기로 파펜부르크 도심의 핵심적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새로운 공간 요소의 추가를 통해 해당 지역을 현대적으로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보행 네트워크는 공원의 역사적 구조와 기존의 식생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현대화되었다. 공원 공간의 전반적인 모습은 이러한 주 산책로와 총림을 통해 규정된다. DesignRMP Stephan Lenzen Landschaftsarchitekten ClientLandesgartenschau Papenburg 2014 gemeinn,Durchführungsgesellschaft mbH LocationPapenburg, Germany Area15ha Design2012~2013 Construction2013~2014 PhotographsJuliane Werner RMP 스 테판 렌 젠 조경설계사무소(RMP Stephan Lenzen Landschaftsarchitekten)는 독일의 본(Bonn)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조경설계사무소로 쾰른(Cologne), 함부르크(Hamburg), 만하임(Mannheim)에 지사를 두고 있다. 대상지에서 수집된 정보를바탕으로 설계안을 도출하기에 앞서, 스스로 규정한 ‘정원으로의 회귀(return of the garden)’, ‘지속가능한 도시 경관(sustainableurban landscapes)’, ‘건축의 영역에서 조경의 영역으로(from thearchitectonic realm to the realm of landscape)’, ‘건조된 환경과의 대화(dialogue with constructed space)’라는 개념적 접근법을 적용해 대상지와 조건을 해석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데이터만을 활용한 프로젝트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가치와 기능을 갖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 RMP Stephan Lenzen Landschaftsarchitekten / RMP / 2015년10월 / 330
  • 이민의 정원 Le Jardin des Migrations
    마르세유 연안 지역에서 거대한 도심 재활성화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도시와 바다 사이, J4의 옛 부두 위에 유럽과 지중해 문명 박물관MuCEM이 수평적인 볼륨을 드러냈다. 이 박물관의 ‘수직적 성채vertical casbah’는 생-장St. Jean 요새와 대화하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이다. 요새의 높은 외벽에 위치한 프로젝트는 수용적 태도를 통해 대상지에서 프로그램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감각적이고 변증법적인 정원은 그 안에서 자연사 혹은 인간의 역사를 드러내는 지식의 근거를 발견하기 위해 길을 잃어야 하는 ‘항상 열려있는 책livre toujours ouvert’으로 간주되었다. 비정형적인 정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시간의 두께를 표현하고 있으며, 정원에서의 산책은 마치 여행의 이야기처럼 각각의 날짜나 이름에 상응하면서 역사를 재구축한다. 사람과 식물의 도착지인 마르세유의 항구에 솟아오른‘이민의 정원’은 지중해 일대 문화의 교류와 이를 통해 이루어진 식물의 교류를 상기시킨다. 연속되는 15점의 그림(정원)은 과시적인 장식이 두드러지는 것을 거부하고 각양각색의 이파리와 질감, 향기로 인한 다양한 감각적 경험에 중점을 둔다. 다양한 통로와 층은 주의 깊은 방문자나 산만한 산책자 모두에게 개화기와 상관없이 일 년 내내 흥미로운 요소를 보장한다. 이는 관리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으며 관수나 시비, 혹은 식물 병충해 방제 처리가 전혀 필요 없는 드라이 가든의 맥락에서 지중해 식물의 식물학적 컬렉션에 가치를 부여한다. 15개의 정원-산책로 정원-산책로jardin-promenade는 15개의 그림을 전개한다. 1. 오렌지나무 정원La cour des orangers: 지중해의 이미지, 무와히드 왕조(12세기에 세워진 베르베르 인과 무슬림 왕조, 북아프리카부터 이베리아 반도까지 지배했고, 코르도바와 세비야도 이들의 영토였다) 정원의 첫 번째 안뜰, 코르도바 혹은 세비야의 대 모스크의 오렌지나무 정원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2. 도금양 정원Le jardin des myrtes: 꽃과 이파리에서 섬세한 향기가 나고, 그 이름이 항상 그라나다의 알함브라를 상기시키는 작은 도금양Myrtus communis 정원. 도금양과 석류나무로 경계를 두른 직사각형 소로가 있는 엄격한 디자인은 이제는 사라진 총독의 위용을 드러내는 화려한 정원을 상기시킨다. 3. 요새의 야생 풀Les salades sauvages du fort: 가혹한 환경의 시련을 극복한 재정복reconquest 식물들에 대해 일종의 경의를 표하는 공간이다. 폐허와 같은 환경에서 저절로 싹을 틔우는 풀들을 위한 정원이다. DesignAgence APS EngineeringSitétudes LightingAgence Lumière Régis Clouzet Mediterranean Vegetation ConsultantOlivier Filippi AgronomistVéronique Mure CollaboratorBiotope, Enviroconsult, Antoine Bruguerolle ClientMinistère de la Culture et de la Communication LocationMarseille, France Area15,000m2(Fort), 6,500m2(Planting) Completion2013. 6. 4. Cost6 millions euros PhotographsAgence APS, Agence Lumière 발랑스에 기반을 둔아장스 아페에스(Agence APS)는 베르사유 국립조경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3명의 조경가인 장-루이 니델(Jean-LouIs Knidel), 질 오투(Gilles Ottou), 위베르 기샤르(Hubert Guichard)가 1997년 공동으로 설립했다. 현재 아장스는 조경, 건축, 조명, 생태, 원예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8명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관여(intervention)를 고민하는 아장스 아페에스는 ‘조경가-도시설계가’ 문화를 통해, 프랑스 남동부의 대조적인 지리적 영역에 기꺼이 헌신하면서 다양한 규모의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변화하는 거대한 경관과 토지, 자연, 도시, 혹은 문화재적이고 상징적인 거대한 대상지, 공공공간이 아장스의 시각과 사고를 구축하고 형성하는 영역이다. 그들의 작업은 맥락적, 시적, 감각적인 전개를 중시한다. 이는 생태적이지만 이용과 사회적 실천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기억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 Agence APS / Agence APS / 2015년10월 / 330
  • [칼럼] 공원에서 표정 짓기 Column: Make Expressions on the Park
    “공원엔 잘 가지 않고 산에 다닌다”고 답하고 나서 몇 초 후에 자주 다니는 도봉산이 국립‘공원’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또 다시 몇 초 후 집 근처에 벤치와 간단한 운동기구, 분수, 연못 등이 있는 곳이 ‘초안산근린공원’이라는 사실도 떠올랐다. 거의 매일 걷기 위해 가는 중랑천변 산책로도 어쩌면 공원일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공원에 자주다녔고 공원 가까이에 살고 있는데 왜 공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했는지 스스로 물었다. 나름의 답은 공원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는 것. 우선 공원이라고 하면 큰 규모의 인공 조림이 떠올랐고, 여의도공원이나 선유도공원 또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 같은 곳이 생각났다. 하지만 여의도공원은 가본 지 20년이 넘었고(그러니까 그땐 여의도광장이던 시절), 선유도공원은 5년이 넘었고, 뉴욕엔 가보지도 못했다. 공원에 대한 선입견은 하나 더 있다.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 70대 할아버지가 농구복에 헤어밴드까지 하고 신중하게 드리블을 하다가 슛은 지나가는 사람이 제일 많을 때를 골라쏜다. 통 넓은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30대 여성이 철봉에 매달려 발을 버둥거린다. 길게 매달리지 못하고 이내 떨어지지만 한번 키득거리면 그만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노부부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강아지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기를 바라는 표정이다. 돗자리를 깔고 싸온 음식을 먹는 커플은 그 시간, 그 장소에 같이 있는 것에 만족하는 표정이다.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치들은 관심과 무관심의 적절한 조화를 찾고 있다. 무관심한 표정은 매사에 무기력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고, 지나치게 관심을 갖고 다른 사람을 쳐다보면 오지랖이나 주책으로 보이기 십상인 것을 알고 있다. 분수대에서 놀든 공을 차든 모두 편안하고 여유 있어 보인다. 집 근처 초안산근린공원의 풍경이다. 여유로운 모습은 공원에 있는 사람들이 남들 보라고 일부러 짓는 표정이나, 단순한 선입견이 아닌 공원이 주는 표정이다. 공원이 있기에 생기는 여유다. 나무, 꽃, 잔디, 분수, 벤치, 간단한 운동기구가 주는 표정이다. 이런 것들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젊음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되고, 몸을 움직여 보고 싶은 마음이 되고, 남들에게 관심을 주고 싶은 마음이 되는가 보다. 공원은 이런 이유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규모에 상관없이…. 집 근처 공원에 갈 땐 어떤 옷을 입을지, 뭘 신을지 고민하게 된다. 모두가 여유로워 보이는 공원에 맞는 차림을 하고 싶어서 신경을 쓴다. 운동복 광고지에 나오는 여자처럼은 입지 않되 어쩐지 활동적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여자처럼 입으려 노력하고, 공원에 나가면 이번엔 표정이 신경 쓰인다(사람이 많은 곳에서 지나치게 자신을 의식하는 것은 직업병이다). 공원과 날씨에 어울리는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지만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은은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천성이 아니라, 괜히 혼자 퉁명스러운 표정이 된다. 도대체가 공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공이나 훌라후프라도 들고 나왔어야 한다고 후회할 때도 있다. 그래서 산에 간다. 산에 갈 땐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표정이 없다. 뭘 입을지 뭘 신을지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냥 가장 편안한 옷과 신발, 물 한 통이면 그만이다. 도봉산에 가는 날은 주로 평일 낮이라 산을 오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계속 올라가거나 계속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어딘가 앉아서 누군가를 쳐다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저 발 디딜 곳을 쳐다보거나 멀리 있는 봉우리를 간간히 보며 걷는다. 그럴 때 마음이 편안하다. 몸이 가벼울 땐 도봉산정상인 자운봉까지 가지만 주로 우이암이라는 봉우리까지 쉬지 않고 걷는다. 우이암에는 나만의 자리가 있다. ‘숨자’라고 이름도 붙여 두었다(‘숨은 자리’라는 뜻이다). 숨자는 무심코 지나치면 보이지도 않는, 한 사람의 엉덩이만큼의 빈 공간이다. 다리는 펼 수 없고 아래는 낭떠러지다. 다리를 접어 턱밑으로 바짝 당겨 앉아서 의정부, 상계동, 노원 등의 동네를 내려다본다. 가져간 물을 마시고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으면 참 좋다. 바람이 시원하고 눈앞이 시원하다. 숨자에는 바람이 잘 지나가서 땀도, 근육의 피로도 금세 날아가 버린다. 혼자 산에 오르게 하는 어떤 집착도 잠시나마 날아가고 몸과 마음이 뽀송해 진다. 그럴 때, 숨자에서 혼자서 바람을 맞고 있을 때, 내 표정이 어떤지 모른다. 미간은 펴지고 눈은 평소보다 가늘어지고 볼이나 턱은 밑으로 쳐지고 입은 살짝 벌어져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바람이 당겨줘서 눈 코 입이 평평하게 펴져 있지는 않을까? 숨은 자리에 자주 가고 싶은 걸 보면 본적 없는 그 표정을 제일 편안하게 느끼는 듯하다. 공원엔 가고 싶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숨을 수 있는 빈 공간이 많은 공원이 있는 건 어떨까? 산에 가보면 자신만의 자리에서 얼굴을 수건으로 덮고 누워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공원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닌 듯하다. 공원이 공공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빈 공간이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에게 평일의 국립‘공원’을 추천한다. 평일에 못가는 사람들은 주말 오후 3시 넘어서 가면 한적한 곳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에서 남들도, 자신도 모르는 표정 하나를 발견해 보는 것도 공원이 주는 즐거움일 듯하다. 윤진성은 스무 살부터 연기를 하고 있다. 마흔을 넘기고는 여기저기서 연기 워크숍 강사를 더 많이 하고 있다. 일 년의 반 정도 일을하고, 일이 없을 땐 도봉산 국립공원, 수락산(거의 국립공원 수준이다), 관악산, 제주도의 한라산 국립공원 언저리를 오르거나 걸으며지낸다.
  • [에디토리얼] 당신에게 공원은 무엇입니까? Editorial: What is the Park for You?
    이번 호 특집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는 겨울과 봄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던 어느 오후에 구상되기 시작했다. 벌써 두 계절 전이니 꽤 철저하고 제법 정교한 기획일 거라 오해하시면 안 된다. 답답한 공기와 마감의 긴장으로 충만한 편집실에서 날이면 날마다 배달 음식 시켜먹으며 궁상떨지 말고 우리도 우리가 매달 다루는 근사한 공원 같은 곳에 가서 따스한 햇살 높은 하늘 벗 삼아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자는, 낭만을 빙자한 푸념이 그 발단이었다. 그나마 ‘단톡’으로 나눈, 회의를 빙자한 ‘집단 잡담’의 부산물이다. 요즘은 어느 직장에서건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엄숙하게 앉아서 하는 회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여러 모바일 메신저가 회의용으로도 널리 쓰인다. 심지어 학과 교수 회의도 카톡으로 한다. 장학금 배분, 졸업생 사정, 논문 심사 같은 묵직하고 예민한 안건을 메신저로 다루는 시대! 『환경과조경』도 예외는 아니다. 에디터 모두가 둘러 앉아 진지한 표정 지으며 하는 토론의 횟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뭔가 찜찜한데, 몇 번 하다 보면 대면보다 부드럽고 대화보다 빠른 장점에 이내 길들여진다. 손쉽게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모티콘의 힘을 빌려 표정도 관리할 수 있다. 마샬 버먼의 책 제목을 패러디하자면, “모든 견고한 것들은 카톡 속으로 사라진다All That Is Solid Melts into Kakaotalk.” 논리를 압도하는 재기와 발랄, 숙고를 뛰어넘는 순발력의 진격. 일순간에 휘발되곤 하는 이 과정에서 때로는 ‘득템’을 했다며 서로 흥분하고, 기막힌 아이디어를 건졌다며 기뻐한다. 이런 풍경에 심각한 의문의 부호를 단다면 시대착오거나 촌스러움일까. 진단은 사회학자나 심리학자의 몫으로 돌린다. 정작 우리 편집부에게 중요한 건 이번 특집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가 매우 느슨한 카톡 회의의 생산품이라는 점이다. 치밀한 취재와 치열한 토론을 괄호 안에 잠시 숨긴 기획. 괜찮다! 괜찮을까 괜찮겠지…. 전문 분야로서의 조경은 기능, 미학, 생태, 구조, 운영 같은 무거운 숙제들을 공원의 켤레로 삼아왔지만, 원래 공원은 여유와 여백의 대명사 아닌가. 그래, 공원은 자유로운 곳, 아니 적어도 자유로워야 하는 곳이니까 느슨해도 괜찮을 거야. 다음 문단에서 지난 몇 달 간의 자유로운 ‘집단 잡담’을 대략 간추려 본다. ‘서울에 사는 일곱 사람, 그들의 공원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책 『더 파크』가 나왔다. 케이티 머론이 엮은 『도시의 공원』의 가벼운 한국판 변형? 여행, 도시, 건축을 휩쓸고 간 대중적 유행이 이제 공원으로 옮겨가는 조짐일까. … 라이프스타일 전반이 집에서 길로 향하고 있다. 물론 공원도 넓은 의미의 길이다. 삶이 집을 벗어난다는 건 개발 시대를 지탱시켜 준 가족과 스위트 홈 개념의 변화와 해체를 뜻한다. … 집 안에서 집 밖으로 일상이 옮겨가고 있다. 모든 종류의 만남을 집 밖에서 하며 산다. 여가 시간의 반 이상을 집이 아닌 곳에서 보낸다. 가족 모임도 식당에서, 공부도 카페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대표적인 집 밖 공간인 공원에서 사람들은 실제로 무엇을 하며 사는가. 공원에서의 삶을 소프트하게, 그러나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특집, 괜찮다. 그래, 의미 있다. …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의 1인 가구 비율은 이미 전체 가구의 26퍼센트다. 지금 20대인 사람이 40대가 되는 2035년이 되면 35퍼센트에 달할 전망이다. 1인 가구가 핵가족조차 제치고 가장 많은 가족의 형태가 된다. 이건 문제가 아닌 현상이다. 이런 인구학적 변화에 따라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도시의 형태와 구조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 공유를 키워드로 하는 주거 형식과 주택 형태의 실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공원도 변할 것이다. 변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집, 공원.’ … 박해천, 전상인, 고미숙, 이런 필자들이 좋지 않을까.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의 사회학자노명우도 빼놓을 수 없다. 보스턴에서 열린 전시회 ‘에머랄드 네트워크: 도시 공원의 유산 되살리기’나 일본에서 진행된 설계공모전 ‘공원이 있는/없는 미래 2105’도 엮어 보자. 그렇다, 멋진 기획이 아닐 수 없다. … 아예 단행본으로 돌려서 대박을 꿈꾸는 게 더 낫겠다. 1만 부 돌파하면 동남아, 5만 부는 유럽, 10만 부면 미국 횡단! … 진정하고, 우선은 특집으로 간다. 과연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공원은 무엇인가. 나의 공원, 일상의 공원, 인생의 공원을 묻는다. 제목은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로 간다. … 필자 후보로 올렸던 인문학자나 사회학자 말고 우리가 직접 쓰자. 조경물 오래 먹은 우리만의 시각은 진부하지 않을까. 편집부가 총출동해 여름 한 계절을 온통 투자했지만 반응은 시원찮았던 작년 9월호의 ‘활자 산책’ 특집처럼 되지 않을까. 그래도 간다. 우리 전원이 조경 잡지 에디터가 아닌 동시대 도시를 사는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한 개인의 시선을 가지고. … ‘괜찮다! 괜찮을까? 괜찮겠지’를 다시 몇 달 간 반복하면서 엄청난 양의 말풍선으로 모니터 한 구석이 도배됐다. … 드디어 마감이 코앞이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건 의문문 단 하나다.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 그들의 응답을 듣지 못한 채 몇 시간 후면 발트 해연안의 에스토니아로 떠난다. 유럽조경학교협의회ECLAS 컨퍼런스에서 돌아올 때는 그들의 공원 이야기가 이미 인쇄소를 거쳐 10월호에 담겨 있을 것이다. 대부분 한 개인의 경험과 사정을 바탕으로 풀어낸 이야기지만, SNS를 점령하고 있는 노출증적 자기 취향 고백과는 다를 것이다. 동시대 도시를 사는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이슈가 적지 않게 녹아 있을 것이다. 즐겁게 읽어주시고 독자 여러분도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에 응답해 보시길 기대한다. 본문 속 필자의 글처럼 ‘나의 공원은 없습니다’밖에 떠오르는 게 없으시다면, 이렇게 물음을 바꿔보셔도 좋을 것 같다. 당신에게 공원은 무엇입니까.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2015년10월 / 330
<<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