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료와 디테일] R의 전쟁
Material and Detail: War of R
시방서에서는 교목의 규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수고H(m)×흉고 직경B(cm)’으로 표시하며 필요에 따라 수관 폭, 수관의 길이, 지하고, 뿌리분의 크기, 근원 직경 등을 지정할 수 있다. 흉고 직경 대신 근원 직경으로 규격을 표시해야 하는 수목은 수종의 특성에 따라 ‘흉고 직경-근원 직경’ 관계식을 구하여 산출한다. 단, 흉고 직경과 근원 직경 사이에 특별한 관련성이 없어 관계식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R=1.2B’라는 식을 이용해 흉고 직경을 환산·적용할 수 있다. 줄기가 흉고부아래에서 갈라지거나 흉고부의 크기를 측정할 수 없는 수목은 ‘수고H(m)×근원 직경R(cm)’ 또는 ‘수고H(m)×수관 폭W(m)×근원 직경R(cm)’으로 표시한다. 고로 R은 나무의 크기를 말한다.
나라장터G2B(Governmentto Business)에서 크기에 따른 나무의 가격을 검색해 보니 이팝나무의 경우 높이(이하 H)가 3.5m, 근원 직경(이하 R)이 10cm일 때 22만 원 정도다. 같은 높이에 R이 12cm인 경우에는 43만 원이다. 매화나무도 H가 3.5m, R이 10cm일 때는 19만 원인데, 높이가 같고 R이 12cm일 때에는 34만 원이다. 겨우 2cm 차이가 날 뿐인데 왜 금액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까. 나도 모른다. 나무의 크기 때문에 굴취에 들어가는 품이라든가 운반등의 부대 비용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실거래 가격을 반영한 것도 아닐 것이다. 나무 가격이 R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실무를 시작한 이래 늘 궁금했던 것 중 하나다. 이런 차이가 실무를 하는 나에게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공사를 위한 도면을 만든 후 예산을 작성하려면 각 공사 목적물에 맞는 일위대가를 작성해야 한다. 식재 공사의 일위대가는 시설물이나 포장 등 다른 공종에 비해 작성이 수월하다. 수량 산출을 하지 않아도 되니 변경도 쉽게 할 수 있다.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
-
[공간 공감] 부르델 정원
Space of Sympathy: Bourdelle Garden
조각이 빠진 조각 정원은 단팥 빠진 찐빵일까? 부르델정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교과서에서나 보던 조각을 눈앞에서 확인하며 느꼈던 두근거림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부르델의 조각이 자취를 감춘 뒤 그 공간에서 맛본일차적인 감정은 공허함이다. 있어야 할 것이 있지 않은 허전함. 그래도 희원을 방문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까닭은 그 자체로도 은근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접한 희원과 대비되는 이국적인 풍모가 눈에 띈다. 샌드스톤이 일차적인 원인 제공자이지만 낙우송과 선향으로 연출된 보스케와 수벽도 분위기를 이끈다. 이국적이지만 이질적이지 않다. 또한 조각 작품의 배치를 위해 서로 간섭되지 않도록 공간이 나눠진 점도 이곳을 거니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몇 년 전에 ‘사이intermission’를 주제로 한 쇼가든을 구상한 적이 있다. 결국 실현되지 못했지만, 지금도 부르델이 빠진 이그릇에 신선한 재료를 담아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단팥이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찐빵은 그 자체로 잔잔한 맛이 있다. 이 잔잔한 그릇 위로 매해 새로운 공간의 맛이 선보이는 기획을 기대해본다. _ 정욱주
경주의 황룡사지나 일본 나라현의 헤이조궁 유적지를 거닐다보면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에 빠지게 된다. 황량한 벌판에 남겨진 조형적인 쓸쓸함에 는 오래 전 사라진 실체에 대한 연민 같은 안타까움이 늘 존재한다. 공간적인 규모나 시간적인 스케일에서 이들과 비교하기가 적절해 보이지는 않지만, 부르델 조각없는 부르델 정원의 느낌도 본질적인 면에서 이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완만한 경사지에 터를 잡은 정원은 조각 작품을 효율적으로 전시하기 위한 전형적인 서구형의 대칭 구조를 가진다. 주변의 지형 환경이 이보다 더 크고 드라마틱한 공간을 만들어 내기에는 적절치 않았으리라. 이미 오래전에 방문했던 터라 당시의 조각 작품들을 희미하게만 기억하고 있어서일까.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
당선작: 효석문화예술촌
효석문화예술촌 조성 건축설계공모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장소다. 메밀꽃 개화 시기에 맞춰 매년 개최하는 평창 효석문화제는 문학, 자연, 전통이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8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평창군은 이러한 관광 수요를 충족시키고 4계절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문화예술촌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공모를 시행했다.
봉평 문화창작지구 내에 위치한 대상지에는 이효석의 생가와 평양집을 재현한 푸른집이 나지막한 구릉에 자리하고 있다. 대상지 주변으로는 흥정천 건너로 소·대형 주차장과 축제 행사장, 가산공원, 봉평 메밀 막국수 거리가 있고, 섶다리를 건너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물레방앗간과 관광 안내소가 있다.
산으로 난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효석 문학관이 자리잡고 있다. 특별히 메밀 축제 기간에는 주변 경작지를 임대하여 메밀 꽃밭을 조성하고 있다.
광역 계획: 3가지 콘셉트, 5개 장소, 4개 테마 길
봉평장에서 이효석 문학관을 거쳐 효석문화예술촌으로 이어지는 광역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안한다. 축제(봉평장과 어우러지는 축제가 이루어지는 지역 거점 공간), 자연(흥정천과 메밀밭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공간), 문학(효석 문학을 체험하는 공간)의 3가지 콘셉트로 입구 이벤트 광장, 안내소 광장, 이효석 문학관, 주차장 대광장, 효석문화예술촌의 5개 장소를잇는 4개의 테마 길은 봉평의 새로운 골격을 이룬다.
배치 계획: 효석의 꿈, 효석의 뜰
대상지가 가진 경관적 잠재력을 존중하여 땅과 건물을 통합한다. 땅의 확장이 건물이 되고, 건물이 확장되어 대지를 이룬다. 목가적인 고향 풍경과 새로운 볼거리가 있는 곳,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와 현실적 즐거움이 공존하는 곳으로 조성한다. 효석이 꿈에 그리던 이상향이 외부 공간, 건축, 전시의 통합을 통해 효석의 뜰에서 재현된다.
공간 및 프로그램 계획
문학, 역사, 자연, 축제 존으로 구분하여 소설 속 서정적 분위기가 공간에 투영되도록 외부 공간, 건축물, 전시 계획을 통합적으로 수립한다.
- 제이에이치와이건축 + 이수 / 제이에이치와이건축 + 이수 / 2016년04월 / 336
-
효석문화예술촌 조성 건축설계공모
Hyoseok Art Village Design Competition
지난해 12월, 평창군은 효석문화예술촌 조성 건축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제이에이치와이건축사사무소(대표사)의 작품을, 우수작으로 건축사사무소 공장(대표사)의 작품을 선정했다. 이번 공모전은 소설가 이효석의 대표작‘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면 효석문화마을에 문화적 감성을 향유할 수 있는 4계절 문학 테마 관광지를 조성하기 위해 평창군이 추진한 설계공모다.
발주평창군
위치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573번지 일원
부지면적17,985m2(부지 내 하천, 도로, 구거 구간 제외 면적)
건축규모연면적 878.77m2
공모기간2015. 10. 7. ~ 2015. 11. 27.
설계기간착수일로부터 90일(공휴일 포함)
추정공사비77억 5,500만원(부가세 포함)
추정설계비3억 6,200만원(부가세 포함)
-
당선작: 봄내공원
춘천시청사 건립공사 건축설계공모
춘천은 강원도의 구심점이다. 지리적으로 행정의 중심이며 청정한 도시로서 여가와 추억의 도시 이미지를 지켜왔다. 산과 물, 안개가 많은 지형과 시간과 계절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풍경이 이미지화되어 춘천 특유의 서정적인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설계를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점은 ‘춘천’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시민이 공유하는 체험적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신청사는 도시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면서 재생과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도 해야 하므로 건축 위주의 환경보다는 시민친화적 장소를 형성해야 했다.
기존의 지형과 도시의 질서로부터 이야기를 읽어내, 시청을 보다 친근한 장소이자 ‘춘천다운’ 공원, 즉 ‘봄내공원’으로 만들고자 한다. 봄내공원으로부터 시작되는 활기가 구도심으로 뻗어 나갈 것이다.
봄내공원
춘천은 소양강과 물안개가 있는 호반의 도시, 봉의산이 어디서나 보이는 분지의 도시, 산자락의 서정적 수묵 풍경이 떠오르는 낭만 도시다. 시민들이 함께 하는 푸른 공원, 이어지는 공원길과 마당 곳곳에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듯 춘천을 담아 경관을 만들고자 했다.
- 해안건축 + 예송건축 + 도담 / 해안건축 + 예송건축 + 도담 / 2016년04월 / 336
-
춘천시청사 건립공사 건축설계공모
Chuncheon City Hall Design Competition
지난해 9월, 춘천시는 춘천시청사 건립공사 건축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의 ‘봄내공원’을선정했다. 1957년 건립된 춘천시청사는 현재 7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다. 공간이 부족할 때마다 인근 건물을매입하거나 가건물을 지어 버텨왔지만, 건물 노후화와 사무 공간 협소, 건물의 분산 배치로 인한 불편이 지속적으로 문제시 되어 왔다.
발주춘천시
위치강원도 춘천시 옥천동 111-1번지 일원
면적27,026m2
공모기간2015. 6. 4. ~ 2015. 9. 1.
설계기간착수일로부터 120일
시설개요
건축규모: 본관동 지하 3층, 지상 10층 이내, 의회동 지하 1층, 지상 3층이내
주차대수: 지하 500대 이상, 지상 100대 이상
추정공사비800억 원(손해배상(보험)공제료, 부가세 포함)
추정설계비40억 4,100만원(손해배상(보험)공제료, 부가세 포함)
-
최우수작: 뒤뜰의 발견
제2회 LH 젊은조경가 조경설계공모
보잘 것 없는 곳에 공원이 놓인다. 도시 언저리의 어딘가, 후미진 곳의 어딘가. 부지의 잔여 공간이 공원으로 조성되는 상황이다. 많은 신주거지의 도시계획이 그렇기에 새로운 일은 아니다. 군포송정 공공주택지구의 공원은 위치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마을의 배후에 공원이 만들어진다. 마을의 뒤편으로 산수화가 병풍처럼 펼쳐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장벽 같은 아파트가 들어선 후, 그 뒤에 공원을 계획하는 일이다. 입지뿐만 아니라 급경사지, 차량 통과 도로 조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지침에 제시된 조건도 지켜야 한다. 조건이 개념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못난 공간의 구조를 성형한다. 그리고 그 공간의 마음을 달래 새로운 숨을 불어 넣는다. 구조의 성형은 열고 잇는 방법으로, 마음을 달래는 일은 새로운 정서를 불어넣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정서에 대한 실마리를 옛집의 뒤뜰에서 발견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옛집의 뒷마당과 뒤뜰은 오묘하다. 생활과 애착, 시간과 생각이 다른 속도와 숨결로 머물고 움직이는 공간이다. 일상의 발걸음과 시간의 발자취가 은밀하게 포옹하는 풍경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 같은 감각의 산물을 공원의 정서로 치환한다. 마당의 깊이, 식물 소재,마당과 마루를 재해석해 방문객에게 뒤뜰의 마음을 전달한다.
설계 개념 1. 열기
입구는 입구다. 입구 없는 공원, 경계 없는 공원을 시도하는 현대의 논리 속에서 진부한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입구를 여는 방법은 중요하다. 마당, 계단과 램프, 도시 광장, 건물의 게이트웨이라는 다양한 방법으로 입구 열기를 제안한다. 입구 열기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공원을 만들기 위해 우선되어야 하는 과제다.
4개의 파크 엔트리park entry: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열린 마당형, 꽃 계단 램프형, 도심 가로 분수형, 생태 게이트웨이형의 매력적인 공원의 입구를 조성한다.
- 조경그룹이작 / 조경그룹이작 / 2016년04월 / 336
-
제2회 LH 젊은조경가 조경설계공모 (군포송정 공공주택지구)
Young Landscape Architect Competition: Gunpo Songjeong Public Housing District
지난 2016년 2월 26일, 제2회 LH 젊은조경가 조경설계공모(군포송정 공공주택지구)의 심사가 진행됐다. LH 젊은조경가 조경설계공모는 조경 설계 산업의 동반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젊고 역량 있는 조경가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4년 12월에 실시된 제1회 LH 젊은조경가 조경설계공모(춘천우두지구)에 이어 제2회를 맞이한 이번 공모의 대상지는 군포송정 공공주택지구다. 이곳에 그린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연 경관을 유지하고 쾌적한 환경친화적인 주거 환경을 형성하는 것이 이번 공모의 주요 과제다.
위치경기도 군포시 대야미동, 도마교동 일원
사업면적513,587.5m2
조경면적104,365.85m2
공모금액3억 6,700만원 이하(관리 용역, 부가세 포함)
추정공사비약 98억원(부가세 및 제잡비 포함)
설계기간2016. 2. ~ 2017. 2.(13개월)
-
예장 자락에 들린 남산의 무게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 설계공모
버스의 폭증으로 야기되는 주차난,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 관광객의 편의에 따른 지역 주민의 불편 등 남산의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 도시재생본부는 남산 내 지하 주차장 확보와 친환경 대체 교통수단(곤돌라)을 계획하고 그 적정 부지를 예장 자락으로 결정하였다.
서울 남산의 북사면北斜面, 중구 예장동 TBS 교통방송국 일대를 아우르는 이 계획부지는 도심보다 지대가 높아 시각적으로는 열려 있지만 사방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사람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지역이다. 그렇지만 배경에는 남산의 숲이, 전방에는 쇼핑의 메카인 명동이 있어 공원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장소다. 게다가 세운상가와 남산 한옥마을이 있는 충무로 일대와도 연계가 가능하며 서울시에서 별도로 추진 중인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재건축 사업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청계천 이남의 관광 거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공모의 설계 지침은 예장 자락이 풀어야 할 과제를 크게 지상부와 지하부, 도로와 교통의 항목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하여 공원 계획, 주차장 및 부대시설 계획, 차량과 보행의 동선 계획을 요구했다. 그리고 각 항목에는 앞으로 예장 자락이 감당해야 할 도시적 기능을 비교적 정확히 제시했다. 다만 지상부 공원에는 ‘남산 능선의 회복’, ‘숲의 생태성 복원’의 요구가 덧붙여졌는데 이로써 지상부 공원은 자연, 생태, 문화, 휴식을 모두 아우르는 목적성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연과 생태라는 지향점이 보통명사 산이 아닌 ‘남산’에 적절한가하는 점이다. 남산은 다른 어떤 산보다 도시적 해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대상지다. 그러나 남산은 산이라는 이유로 ‘고유한 장소성과 역사성 발현’이라는 공모 목적 외에도 공원의 자연·생태적 기능에 더 무게감이 실렸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모 지침에 언급된 ‘창의성’도 산의 자연과 생태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남산으로의 회귀, 숲의 재현
숲을 설계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강정은(에브리아키텍츠), 김현대(이화여자대학교), 근보양앤 파트너스의 ‘예장자락 생태역사공원’이다. 대상지 전면에 지붕을 덮은 지하 주차장 플랫폼을 동서 방향으로 길게 세우고 인권센터(현 서울시청 남산2청사)를 중심으로 한 지상층을 중층으로 걸친다. 플랫폼 지붕층은 여러 선으로 반복 구획하고 선을 따라 대규모 식재를 하여 남산에서 예장 자락으로 흐르는 녹지축을 새롭게 제안한다. ‘남산=예장자락=숲’은 설계가가 이 공간에서 보여주려 한 메시지이고 플랫폼은 그 숙제를 풀어준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플랫폼이 만들어 낸 인공 지반에 남산과 같은 건강한 숲이 조성될지는 의문이다. 도로변에서 5~7m 높이로 서 있는 육중한 구조체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사람들은 과연 플랫폼 위에 떠 있는 나무를 보고 숲이라 느낄지도 역시 생각해볼 문제다. 한편 여기서 제안한 식재 설계과정은 매우 독특한데, 식생에 역사가 표현된다고 보고 남산의 식생을 연대기로 파악하여 그 비율을 팔레트처럼 펼쳐 놓았다. 그러나 이식종, 외래종, 토종 할 것 없이 조사한 식생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나 시대별 식생 비율을 식재 설계로 그대로 반영하는 방식이 생소하다(그림 1).
박희성은 서울대학교에서 ‘당·송대 산수원림’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원림, 경계 없는자연』이 있으며, 전근대 동아시아 도성과 원림, 근대기 동아시아 각국 조경의 영향 관계를 관심 있게 살피고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아시아의 수도를 연구하고 있다.
-
3등작: 도시에 스며든 남산 자락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 설계공모
흔적과 파편, 숲으로 연결된 기억의 집합체
남산 예장 자락은 남산 북사면 끝자락에 돌기처럼 돌출된 지역이다. 조선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뼈아픈 과거의 역사를 묻은 땅이기도 하다. 현재는 주변 맥락을 무시한 대규모 건물들로 채워져 있으며 거대한 교통섬으로 인해 보행 흐름이 단절되어 있다.
따라서 우선 비워내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과도한 것을 비워내는 과정에서 재생될 여지가 있는 파편과 흔적을 선별한다. 그리고 조각난 남산의 녹지 흐름이 도시로 스며들 수 있도록 가장자리를 따라 수목을 연결한다.가장자리를 따라 연결되는 녹지의 흐름은 안쪽으로는 위요된 공간을 만들고 밖으로는 부드러운 완충 공간을 만들어 낸다. 건축은 아주 조심스럽게 마치 마을과 같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또한 공간의 흐름이 대지 안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기존 터널과 길을 이용해 주변 공간과 소통하는 길과 영역을 만들어 외부로 확장하는 공간이 되도록 한다.
- 건일엔지니어링 + 스튜디오 엘 + 공유건축 / 건일엔지니어링 + 스튜디오 엘 + 공유건축 / 2016년04월 /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