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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정원 산책, 제이드가든을 거닐다
본지 주최, 독자 40여 명과 함께 떠난 수목원 답사
‘수목원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숨어든 따스한 햇살. 너무 푸르름이 뿜어내는 아찔한 산뜻함 … 혼자 걷는 이 기분 아주 그 만인 걸. 늘 그대 인생 푸른 날만 있도록 빌어줄게. 나정말 편한 맘으로 찾아온 수목원에서.” 수목원에서 노래 ‘수목원에서’를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지난 10월 25일, ‘환경과조경’에서 주최한 ‘저자와 함께 떠나는 가을날의 정원 산책’이 강원도 춘천시 제이드가든 수목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제이드가든 소개와 답사 안내를 위해 수고해 준 노회은 가드너는 “노래 가사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수목원에서의 하루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며 윤종신의 노래 ‘수목원에서’를 소개하는 것으로 제이드가든 안내를 시작했다. 따뜻한 노랫말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수목원에서.
가을 단풍이 절정을 맞이한 제이드가든
‘환경과조경’이 주최한 ‘저자와 함께 떠나는 가을날의 정원 산책’은 『테마가 있는 정원 식물』의 출간을 기념해 기획됐다. 『테마가 있는 정원 식물』은 환경과조경의 출판 브랜드인 ‘도서출판 한숲’에서 펴낸 단행본으로, 그라스원, 만병초원, 봄정원, 침엽수원, 화단정원, 드라이가든, 겨울정원 등 7가지 테마 가든에 어울리는 식물 정보를 담은 도감이다. 제이드가든의 7명의 가드너(김종근, 정대한, 정우철, 노회은, 신귀현, 권순식, 손상용)가 의기투합해 수목원을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날 탐방은 크게 제이드가든에 대한 소개와 가드너와 함께 하는 제이드가든 답사로 구성되었다. 두 팀으로 나뉘어 노회은, 권순식 가드너와 함께 수목원 구석구석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책에서 소개된 드라이가든, 만병초원, 그라스원, 겨울정원, 화단정원 등의 테마 가든이 제이드가든에 조성된 모습을 직접 살펴보며 정원을 가꾸는 팁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참가자들은 겨울에도 아름다운 정원을 꾸밀 수 있는 꽃보다 아름다운잎과 수피를 가진 수종, 다양한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만병초의 실제 효과, 드라이가든의 조성 배경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가드너의 설명에 집중했다. 한창 절정을 맞이한 단풍도 참가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제이드가든은 긴 선형의 경사진 형태의 땅에 조성되어 수목원 입구의 반대편에 있는 웨딩가든에서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화려하게 물든 전체 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화살나무, 블루베리, 은행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만들어 낸 형형색색의 단풍을 배경으로 셀카봉을 높이 치켜들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오랫동안 눈에 담아두기도 했다.
저자와 함께 떠나는 답사 프로그램, 내년에도 지속
이날 행사에는 SNS, 블로그, 전화 등을 통해 참가 신청한 40여 명의 독자가 함께 했다. 조경학과 교수, 조경회사 임직원, 조경학과 학생, 시민조경아카데미 수료생등 소속도 다양했다. 행사 공지 후 10여 일 만에 참가신청이 마감되어 ‘환경과조경’이 주최하는 답사 프로그램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유정옥 씨(55)는 “단순히 수목원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책의 저자가 직접 책을 쓰게 된 동기부터 제이드가든 조성 과정과 주요 공간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소개해주어 자유 답사에서 결코 얻을 수 없는 큰 소득이 있었다. 자유 답사 시간이 짧았던 점을 제외하고는 무척 알찬 프로그램이었다”고 참가 후기를 전했다. 본지의 박명권 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해 “내년에도 ‘저자와 함께 떠나는 답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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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대한민국 조경대상
6개 부문 11개 기관 수상
대한민국 조경대상 시상식이 지난 10월 27일 서울시립대학교 21세기관에서 개최되었다. 2012년에 이어 7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한민국 조경대상은 지난 5월 28일 시행 공고를 시작으로 6월 25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아 진행되었다. 평가는 2012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수행한 단일 사업 또는 프로젝트 수행 실적 및 2014년 내 실시된 사업 등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출품작에 대한 평가는 2단계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1단계 평가는 조경정책, 공원녹지, 생태조경, 문화관광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보고서 및 현지 실사로 진행했고, 2단계는 부문별 상위 3개 기관을 대상으로 부문별 평가와 단체 및 기관장 면담을 통해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이 평가는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으로 구분되어 진행되었으며, 총 11개 기관이 6개 부문에 걸쳐수상했다. 조경정책부문의 ‘안전행정부 장관상’은 LH와 대우건설이 수상했다. LH는 최근 2년간 택지, 산업 단지 및 공동 주택 조경 사업 등의 실적이 우수했고, 주요 조성사례로서 ‘행정중심 복합도시 블루그린네트워크 및 세종호수공원’, ‘전북혁신도시 가로조경사업’ 등이 있다. 대우건설은 본사와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현장 중심의 운영 시스템을 통해 품질의 향상을 이루었다. 공경식 대우건설 상품조경팀 과장은 앞으로도 연령·세대별 조경 상품 및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더 나은 ‘공동 주택 조경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미래상을 밝혔다.
공원녹지부문의 ‘국토교통부 장관상’은 서울시 도봉구청과 현대산업개발에게 돌아갔다. 도봉구청은 ‘서울시 도봉구 초안산근린공원-골프연습장 부지 생태공원화’사업에서 기존의 무절제한 개발로 인해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여,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생활권 공원 녹지로 재조성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수원IPARK CITY 2, 4단지’에 ‘아일랜드’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단지는 ‘아쿠아aqua’, ‘비치beach’, ‘코트 야드court yard’ 등의 다양한 테마 공간으로 구분되어, 테마 별로 소재나 나무의 종류 등을 달리한 개성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생태조경부문의 ‘환경부 장관상’은 ‘경기도 시흥시 갯골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진행한 경기도 시흥시가 수상했다. 이 사업은 장기간 방치되어 대형쓰레기장으로 변했던 갯골생태계의 자연 자원을 보전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2003년부터 진행된 이 사업은, 현재 주차장·갯골 체험장·염전 체험장·해수 체험장 등이 있는 중심시설지구의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문화관광부문에서는 경기도 안성시와 현대건설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안성시 산림녹지과 에서 실시한 ‘걷고 싶은 안성맞춤 명품거리 가로수 조성 사업’은 비봉산과 금석천면의 도시숲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주민 만족도 및 지역 사회 기여도 조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건설의 국립무형유산원은 무형문화유산을 위한 공연장, 전시실, 교육 공간 등이 포함된 공간으로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부근에 조성되었다. 기존 수림을 보존 및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공법이 사용되었다. 최연길 현대건설 건축토목조경팀 과장은 “국립무형유산원이 무형유산의 허브이자 국가 간의 교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돋움 하길 기대한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외에 서울시 강남구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조경정책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공원녹지부문 우수상은 경기도 김포시(풍무동 도시숲 조성 및 정비사업)와 대림산업(e편한세상 광교)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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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도시의 꽃이 되다
2014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
지난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조경, 도시의 꽃이 되다’를 주제로 2014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가 열렸다. 조경문화박람회는 서울특별시와 한국조경사회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한국잔디협회, 한국정원문화협회, 대한민국 조각포럼이 주관하였으며,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LH,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SH공사가 후원했다. 실내 박람회장을 벗어나, 조경‘문화’박람회란 타이틀로 처음 개최된 이번 행사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되어, 그 어느 해보다 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았다. 참여 업체의 만족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과제는 남겼지만, 대중과의 접점을 높이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 학생통신원들이 조경문화박람회의 이모저모를 박람회장, 부대행사,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_ 편집자 주
이번 박람회에는 54개 업체가 참여해 260여 개의 부스가 설치되었고 다양한 전시와 부대행사가 마련되었다. 박람회에서는 여러 조경 자재와 용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 곳곳에 다양한 조경시설물이 설치되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는 데, 특히 다양한 놀이시설물이 어린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아이들은 마치 놀이터에 온 듯 쉴 새 없이 놀이시설물을 이용하며 광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여러전시 부스에는 조경 관련 최신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가 마련되기도 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취학박람회에는 강릉원주대학교, 강원대학교, 공주대학교, 순천대학교, 전남대학교, 청주대학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등 총 7개 대학의 조경학과가 참가했다. 부스를 찾은 중고등학생과 학부모에게 각 학교의 교과 과정과 진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일반인의 조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가 되었다. 교육 목표와 과정이 다른 각 학교의 특색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어 박람회장을 찾은 조경학과 재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취학박람회에 참여한 학교의 수가 적고 홍보 위주로만 치중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경 관련 공모전 수상작의 패널도 전시되었다. 최근에 열린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국제현상설계공모’ 등 기성 조경가들의 설계 작품이 전시 부스를 장식했다. 부스를 찾은 학생들은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최근의 설계 경향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학생 작품이기는 하지만 대표적인 공모전 중 하나인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의 수상작이 함께 전시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조경사회는 ‘제1회 아름다운 조경 사진 공모전’을 개최했다. 도시 공원, 정원, 생태 공간, 도시 녹지 등 국내외의 조경 공간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대외적으로 조경을 알리는 기회로 삼기 위해 마련된 공모전으로, 이번 박람회에 그 수상작들이 전시되었다. 대상작인 우승민의 ‘봄을 타다’를비롯해 학생부와 일반부 총 28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는 데, 사진 안에 담긴 아름다운 경관을 통해 조경의 역할과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는 평이다.
부스 중앙의 잔디밭에서는 야외 조각 작품 전시가 열렸다. 박람회가 야외에서 열린 만큼 시민들은 조각을 눈으로만 감상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봉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박람회를 즐기다 지친 사람들이 앉아 쉬기도 하는 등, 조각 작품을 경험하고 이용하면서 박람회를 즐기는 풍경이 자주 연출되곤 했다.
한편 이번 조경문화박람회에서는 조경 문화와 관련된 세미나와 초청 강연이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11월 7일에는 영국왕립원예협회가 주최하는 첼시 플라워 쇼에서 2년 연속 최고상을 받은 황지해 작가의 초청 강연이 열렸다. 황 작가는 시민 대상의 이번 초청 강연에서 ‘모퉁이를 비추인 태양’을 주제로 첼시 플라워 쇼와 영국의 정원 문화를 소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정원 문화에 잠재된 가능성을 감동적으로 전하며 ‘해우소 가는 길’, ‘DMZ, 금지된 정원’, ‘가난… 그 고요’ 등 자신의 작품들에 담긴 메시지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길이 없다면 개척자가 되어라.” 조경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에게 던진 황지해 작가의 메시지였다.
- 김수정, 최진혁, 함연경 / 2014년12월 /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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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성곽마을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
제1회 예건 조경나눔공모전
‘녹색 성곽마을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환경조경나눔연구원(원장 임승빈)이 주최·주관하고 예건, 한국조경학회, 환경과조경이 후원한 이 공모전은 “서울성곽에 인접한 노후화된 골목 마을의 생활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버려진 도시 공간을 재생시키고 지역 커뮤니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8월 말 공고되어10월 27일 작품 접수를 완료했다. 낙산성곽서길의 서측(서울시 종로구 종로 5, 6가동 일대 약 5,500㎡)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 공모전은 “도시재생에 대한 외부자의 낭만적시선을 지양하고, 주민의 일상과 결부되는 참여적 시각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물리적 계획과 설계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전문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실천적 아이디어를 요청한 점 또한 이 공모전의 특징이었다.
전국의 대학·대학원에서 출품한 총 52개 팀의 작품을 두고 지난 10월 29일 심사(전문위원 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결과, 심사위원회(위원장 김한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위원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박준서 디자인 엘 소장, 이애란 청주대학교 교수, 이영범 경기대학교 교수, 이원영 서울시 조경과장, 주신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최우수작으로 주빛나래, 강지운, 백소진(가천대학교 조경학과)의 ‘성곽에 살어리랏다’를 선정했다.
우수작으로는 신혜연, 백지은(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낙숫물 류’와 정준식, 강수진, 이은지(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의 ‘공간, 공감’이 선정되었다. 가작에는 이수현, 박래림, 이영은(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보수적’과 길민지, 김택형, 서보슬(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의 ‘성곽마을 피어나다’, 윤병두, 금성철(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의 ‘9장으로 시작’이 선정되었다. 입선에는 탁은경, 조현진, 한지연(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따로 또 함께 걷는다’, 조버미, 윤주희, 김지희(전북대학교)의 ‘사라지다? 살아지다.’, 박지혜, 김자은, 박상우(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의 ‘도란도란 충신동 마을만들기’, 김은환, 김용환, 최성탁(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의 ‘어디로 가야하오’가 선정되었다. 최우수상에는 상금 2백만원과 상장, 그리고 부상으로 월간 『환경과조경』 1년 정기구독권이 수여되었다.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최우수작인 ‘성곽에 살어리랏다’는 대상지의 여건에 대한 충실한 분석과 지역 주민의 일상적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민 주도의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계획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성곽의 물리적 형태 단위에서 착안한 모듈 구조를 벤치, 수납공간, 텃밭, 물탱크 가림장치 등 다양한 환경 개선 시설에 적용한 아이디어가큰 특징이다. 그밖에 우수상과 가작, 입선을 수상한 여러 작품들은 낙후된 생활 환경과 노후한 주거지를 개선할 수 있는 총체적인 시각과 과정 중심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상지의 재생을 위한 전반적인 해법이나 주민 참여 방안 외에, 우수상을 수상한 ‘낙숫물 류’나 가작 ‘보수적’은 단순하면서도 전략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수작이었다. ‘낙숫물 류’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지붕의 빗물을 재사용하는 작지만 큰 변화를 통해 활력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신선한 설계적 해법을 선보여 심사의 마지막 단계까지 최우수상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또한 ‘보수적’은 일상 환경의 개선보다는 외부인을 위한 벽화 일변도로 변질되고 있는 최근의 골목길 사업을 비판하고, “옥상 우수관에 폐파이프를 업사이클링하는 기능적 모듈”에 바탕을 둔 실천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공모전의 상금과 부대 비용을 후원한 예건은 매년 조경나눔공모전을 지원하기로 환경조경나눔연구원과 약정을 맺은 바 있다. 이번 공모전의 시상식은 11월 7일 서울시청사에서 열렸으며, 수상작 전시회는 같은 날부터 11월 11일까지 서울시청사 1층 로비에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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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ng Time
‘Lawn on D’의 첫 번째 ‘게릴라 어바니즘’ 작품
잔디 광장이란 단어를 듣게 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산책을 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 어쩌면 시청 앞 잔디 광장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지금 미국 보스턴 420 D번가에 가면 이와 같은 이미지의 잔디 광장과는 조금 다른 것들로 채워진 ‘론온 DLawn on D’를 만나볼 수 있다. 2.7에이커에 달하는 면적의 이 잔디 광장은 보스턴 컨벤션 센터Boston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BCEC)에 속해 있는 곳으로 BCEC 내 관련 단체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운영 및 관리되고 있다. 지난 8월 개장 이후, 금요일이면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에는 푸드 트럭food truck이 배치되어 간식거리가 제공되기도 한다.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게임lawn games도 진행된다. 여기까지는 여타 공원과 다를바 없어 보이지만, 보스턴 420 D번가의 커뮤니티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스윙 타임 Swing Time’이다.
스윙 타임은 LED 조명이 내장된 20개의 고리형의 그네swing로 구성된 놀이 시설로 하울러+윤 아키텍처Höweler+Yoon Architecture가 디자인했다. 타이어로 만든 그네와 비슷한 생김새의 이 놀이 시설은 세 가지 크기로 만들어져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 혼자는 물론 둘이 탈 수도 있고, 누워서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스윙 타임의 가장 큰 특징은 형태나 크기가 아니라, 움직임에 반응해 빛을 발산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그네 속에는 움직임의 빠르기를 측정할 수 있는 가속측정기accelerometer에 의해 작동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가 설치되어 있다. 누군가 그네에 올라타고 움직임을 주면, 가속측정기가 그 움직임을 측정한다. 마이크로 컨트롤러는 가속측정기가 측정한 수치에 따라 신호를 LED 조명에 보내게 되고, 그네는 시시각각 다른 밝기와 색의 빛을 발산한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거나, 작은 움직임을 보일 때의 빛은 하얗고 푸르스름하다. 누군가 올라타고 그네의 움직임이 커지면, 그네는 더욱 밝게 빛나고 파란빛을 내뿜는다. 그네가 더 빠르고 큰 각도로 흔들리면 보랏빛을 발산하게 된다. 스위치를 껐다 켜는 것 외에는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다른 조명 시설과는 달리 스윙타임은 이용자가 빛의 변화를 다양하게 유도할 수 있다. 스윙 타임을 접해본 사람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living organism’를 타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사람간의 교감뿐만 아니라 ‘사람과 기계의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며 전혀 새로운 경험에 대해 즐거워한다. 스윙 타임은 그네를 타고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이 스무 개의 그네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그네를 타고 있는 사람의 수에 따라, 날씨에 따라, 하루 중의 시간에 따라 스윙 타임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하울러+윤 아키텍처는 이전에도 빛과 상호 작용을 이용한 작업을 시도해왔다. 2004년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그리스 아테네에 설치했던 ‘화이트 노이즈/화이트라이트White Noise/White Light’는 빛을 발하는 폴대로 만들어진 조명 시설이다. LED 폴대가 가로세로 50개씩 정방형으로 세워진 이 조명 시설에는 특별한 스위치가 없다. LED 폴대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의 움직임이 폴대에 내장된 동작 감지기를 작동시키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빛을 발생시킨다. 2013년에 이르러서는, ‘에이비어리Aviary’라는 빛과 소리를 이용한 작품을 디자인했다. 이 작품은 아테네의 설치 작업을 거대하게 키운 듯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어느 부분을 만지느냐에 따라다른 빛과 다른 새avian소리를 낸다. 한 사람이 연주할 수도 있고,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합주를 할 수도 있게한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상호 작용을 이용했다. 스윙 타임을 설계한 하울러는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반응하는 환경responsive environment’과 ‘놀이 공간play space’이 접목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와 같은 작업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공간에 엉뚱한 영향력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여러 과학 기술 요소를 조합해야 한다. 디테일한 전문 지식이 다양하게 녹아들어야만 작품이 빛날 수 있다”며 이번 작업 역시 구조 공학자, 전기 기술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건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개 우연히 생긴 결과일 때가 많다”면서, 이와 같은 “공공 예술은 언제나 공적 영역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스윙 타임은 ‘우연히 생긴 결과’가 만들어 낸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만, 그 시작은 우연과는 거리가 있다. BCEC에 속해있는 ‘D 스트리트아트 랩D Street Artlab(이하 ‘아트 랩’)’은 ‘론 온 D’를 개장하기 전부터, 이곳을 그들이 ‘게릴라 어바니즘guerilla urbanism’이라 부르는 실험의 장소로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아트 랩은 잔디 광장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잔디 광장을 더욱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기위해서는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곳을 지역 내의 혹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에게 공공 예술의 무대로 제공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이 게릴라 어바니즘에 속하는 첫 작품이 바로 스윙 타임이다.
관계자는 “게릴라 어바니즘은 그 이름(게릴라)이 암시하듯이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행사, 설치 작품, 공공 예술 등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 (게릴라) 전술은 성공적인 듯하지만, 스윙 타임에 관심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보스턴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설치작품이 언제 철거되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될지 모르기때문이다. 이번 겨울에는 어떤 새로운 작품이 찾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