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21×129×298
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승진, 최상민, 장수연, 오지훈, 고희선)
숲
숲은 생명의 근원이다. 나무와 풀을 기반으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숲에 모여 산다. 우리는 숲에서 왔고 결국 숲으로 돌아간다. 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해진다. 숲에 머무는 행위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활동이다. 하지만 우리는 숲의 위기를 실감하며 살아가는 세대다. 지금의 도시들은 숲을 베어낸 자리에 들어섰다. 도시가 확장되었고 숲은 사라졌다. 우리 삶의 기반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시는 성장했으나 삶의 질은 쇠퇴했다. 위기의 도시에 해법을 제시한 것은 조경이었다. 조
경가는 정원에서 배운 자연의 기술을 도시로 가져왔다. 공원은 이식된 자연이며 재생된 숲이기도 하다. 만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은 조경가의 책무이며 지금도 유효한 과제다. IFLA 기념정원은 이 같은 조경가의 사회적 책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실용적 쓰임새와 가치를 갖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기념 정원의 장소, 앉는다는 행위
정원의 면적은 활동 프로그램과 경관적 효과와 연관된다. 약 2천m2의 대상지는 수목원의 중심 시설인 사계절 온실에 접한다. 관람객 대부분은 이 기념정원을 지나 이동하게 된다. 축구장 65개 면적에 달하는 수목원은 바쁘게 걸어도 한 시간, 여유 있게 둘러보려면 세 시간이 걸린다. 봐야 할 것은 많고 다리는 아프고 그늘도 부족하다. 기념 외에 정원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앉는다는 행위는 가장 기본적이며 보편적인 인권이다. 휴식에는 앉는 행위가 동반되며, 의자 등 앉을 수 있는 장치는 휴식의 질을 좌우한다. 노동자에게 앉는 권리는 지금도 싸워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의자는 디자인 이전에 인권이며, 보편적 복지의출발점이다. 의자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시대가 있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공원의 의자는 다르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따로 상석이 없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의자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에 놓음으로써 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IFLA 사바나
고정희+송민원
GO&KRIEGER(고정희, Mark Krieger)
MWDlab(송민원, 김현근, 나준경)
Cassian Schmidt(Geisenheim University)
지속가능한 풍경
전 세계 조경가의 공통 언어는 바로 풍경이다. IFLA 기념정원이 정원 풍경에 관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풍경은 시대에 따라서 변했다. 21세기의 정원 풍경의 가장 큰 축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생태적 시스템이다. 풍경을 빚는 디자이너의 미학적 관점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과거에 속한다. 생태학이 출범한 뒤 조경 디자이너들은 생태 시스템이 내재하는 풍경을 추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풍경, 즉 책임질 수 있는 풍경은 자연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
참나무 숲 속의 빈터
‘IFLA 사바나(Savanna)’가 풍경의 이름이라면, 그 풍경의 정체는 ‘참나무 숲 속의 빈터’다. 사바나는 유라시아, 북미,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모든 대륙에 고루 분포한다. 지구 전 표면적의 15%를 차지하는 기후대이자 식생대다. 사바나라고 하면 대개 바싹 마른 사막을 연상하지만 그렇지 않다. 강수량 500~1,500mm 사이의 아열대 기후대에 나타난다. 건조 사바나, 습지 사바나, 참나무 사바나 등 나타나는 양상이 여러 가지다. 다만 공통으로 일정한 건기가 존재한다.
온대의 일부가 아열대가 됐으며 한국도 그에 속한다. 특히 겨울철 기후가 극심하게 건조하다. 세종시가 위치한 중부 내륙 지방의 겨울철 강수량은 거의 0에 가깝다. 긴 겨울의 건기와 사막에 가까운 도시 기후를 견뎌낼 수 있는 풍경으로 참나무 사바나를 제시했다. 이 사바나는 성근 숲이 있고 하부에 키 큰 초본류 군락을 형성하는 식생대다. 참나무속의 나무들은 모든 대륙에서 서식한다. 한국 식생대의 극상림은 참나무속의 신갈나무 군락이다. 극상림의 시스템은 매우 안정적이다.
참나무 사바나는 우리 도시에 필요하며, 전 세계의 도시공원이 공유할 수 있는 대표적 풍경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겹겹의 의도
김봉찬
더가든(김봉찬, 손석범, 박선영, 지소희, 김소연)
야생을 위한 집
대상지는 지형과 식생이 단조로워 생명의 다양함을 담아내지 못한다. 땅의 조형을 통해 새로운 야생을 위한 집을 제안한다. 평편한 지형 한가운데를 1m 내외로 파 웅덩이를 만들고 파낸 흙을 쌓아 둔덕을 만든다. 이러한 역동적 지형 변화는 공간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다양한 미기후를 형성하여 생명이 살아갈 기반을 만든다.
동서 방향으로 길게 패인 지형은 전체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경관축이자 다양한 생명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이다. 이 축을 중심으로 양쪽에 파낸 흙을 쌓아 올려 언덕을 조성한다. 언덕에는 숲 정원과 초지 정원을 만들어 자연성을 더하고 좌우가 대비되는 경관을 만든다.
점, 선, 면의 중첩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점, 선, 면으로 구성된 하나의 덩어리다. 땅은 면이자 그 자체로 큰 덩어리다. 바위가 부서져 모래가 되고 모래가 퇴적해 암석이 되는 것처럼 자연의 덩어리는 작은 덩어리에서 큰 덩어리로, 큰 덩어리는 다시 작은 덩어리로 순환한다.
식물은 어떤 사물보다 점과 선 그리고 여백이 풍부한 덩어리다. 공간에서 점과 선의 중첩은 가늘수록, 작을수록, 약할수록, 흐릿할수록 심오한 깊이감을 더한다. 빗줄기나 나무줄기의 중첩 같이 작고 가늘며 부드러운 선과 점이 중심이 되는 공간은 리듬감, 깊이감, 변화감이 더해져 다양한 감성을 자극한다. 그라스 정원은 미세하고 가녀린 점과 선의 집합체로, 약하고 흐릿해서 지면과 큰 대비를 이루어 땅과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추억 여행
송지은+로리 듀수아르
Kennedy Song Dusoir(송지은, Rory Dusoir)
한국인은 여전히 자연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 관계는 특이하면서도 세심한 방식으로 식물과 얽혀 있는 음식 문화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강남 가로수길에서 은행을 줍는 할머니들이나 다양한 야생 나물을 곁들인 산채 비빔밥을 보면, 우리는 어디서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알고 있다.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
자연 보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이 관계의 결속력은 사회가 도시화될수록, 젊은 세대일수록 약화될 위험이 크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자연환경을 재현함으로써 이를 기념하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정원을 디자인했다. 이를 위해 다양하고 익숙한 자생 식물이자 음식 재료로 사용되는 식물을 선정했다. 관람객이 이 식물을 보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거나 세대 간 대화를 나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은 성과가 될 것이다.
자연주의 경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더 살펴보고 싶고, 휴식과 사색으로 이끄는 공간을 제안한다. 부드러운 윤곽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경사를 만든다. 대상지 북쪽에 위치한 소나무 숲의 지형이 점차 높아지면서 반대편에 있는 기존 숲과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가로수 길을 형성한다. 남쪽으로는 언덕을 만들고 그 위에 수목을 식재해 미기후를 조절한다. 넉넉한 크기의 벤치들을 새로운 지형에 맞게 그리고 수목과 가까이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오목공원 리모델링 지명 설계공모
낡은 물건을 고쳐 쓰듯 오래된 공원에도 수선이 필요하다. 도시는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고, 주변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도시공원은 고립된 녹색 섬이 되어버리기 쉽다. 단순히 노후한 시설을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도시공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결과를 담아 공원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야 할 시점이다.
양천구는 2018년부터 1980년대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다섯 개 공원(목마공원, 파리공원, 오목공원, 양천공원, 신트리공원)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조성된 지 30년 넘은 공원을 현재와 미래 세대의 다양한 여가를 수용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양천공원을 재조성했으며, 파리공원과 목마·신트리 공원은 설계공모를 마친 뒤 각각 2021년, 2022년 준공을 목표로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오목공원은 목동지구의 다섯 개 공원 중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다. 양천구의 관문이라 불리는 오목교가 인근에 있으며, 방송국, 교육 시설, 업무 시설, 주거 단지에 둘러싸여 바쁜 도시인을 위한 쉼터로 쓰이고 있다. 주민 이용률이 높은 공원으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지만 노후한 시설물이 안전사고를 일으키고 경관을 해치고 있다. 또한 1989년 개원 이후 시설 파손에 따른 부분적인 보수와 무분별한 시설물 설치가 기존의 공원 설계 개념을 약화시켜 전반적인 개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5월 26일 양천구는 혁신적 설계안을 발굴하고자‘ 오목공원 맞춤형 리모델링 지명 설계공모’를 열었다. 초청된 조경가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최영준(랩디에이치), 김현민(스튜디오일공일), 박경의·이윤주(엘피스케이프), 양태진(조경그룹이작)은 크게 네 가지 기본 방향을 충족하는 설계안을 제시해야 했다. 첫째, ‘문화도시 양천’에 걸맞은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오목공원의 확장성과 목동 지구의 중심 공원으로서의 상징성을 고려해 서남권을 대표하는 혁신·문화 허브 공간을 계획한다. 둘째, 도시민의 편의와 사회적·환경적·경제적 측면의 지속성을 추구하고, 새로운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스마트 공원을 계획한다. 셋째, 여가와 휴식을 위한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하고 입체적인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해 차별화된 랜드마크 공간을 창출한다. 넷째, 정원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가능한 공공정원형 공원을 계획한다. 더불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원을 위해 인근의 지역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했다.
다섯 초청작 중 박승진의 ‘어반 퍼블릭 라운지’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박승진은 “기존 오목공원이 지닌 흔적과 기억을 보존하면서 중앙에 입체적인 회랑을 도입했다. 이 회랑이 공원의 모든 길과 숲을 연결하는 이동 통로이자 이용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공원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변적 공간이 되도록 기획했다”며 설계 의도를 설명했다. 심사위원회는 “공원 중앙의 회랑은 건축물과 조경 시설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공간이다. 리모델링 이후 공원의 새로운 면모를 부각하는 상징 요소로, 운영 주체와 프로그램에 따라 창의적 쓰임새를 창출할 것”이라고 평했다.
양천구는 당선 팀에게 기본 및 실시설계권을 부여해 2022년 말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당선작 및 참가작 전시회 개최, 작품집 발간을 통해 노후 도시공원의 성공적 리모델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심사평
공원 리모델링은 단순한 공원 노후 시설 정비가 아니다. 지난 30여 년간 변화한 시대적 가치와 사회 문화를 감안해 새롭게 진화된 형태의 공원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공원이 지닌 가치를 살리면서 공원의 새롭고 다양한 쓸모와 사용법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촉발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표현을 끌어내야 한다. 다섯 작품 모두 공원의 현 상황을 존중하면서 지침서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디자인 사고와 표현, 완성도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어반 퍼블릭 라운지: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중앙부 광장에 회랑과 정원을 제안함으로써 기존 공원의 구조와 식생을 최대한 존중하고 공사비의 한계를 해결하려 한 전략이 돋보인다. 중앙부 회랑은 반 건축·반 조경적 시설로 리모델링 이후 공원의 새 면모를 부각할 상징적 요소이며, 운영 주체와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용도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회랑 내부에서 일어나는 활동 프로그램에 동시대 도시공원 문화를 이끌어나가려는 고민이 잘 투영되어 있다. 또한 현 식생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식재 계획, 중앙 정원 식재 설계에 과학적 접근과 섬세한 감각이 잘 드러나 있다. 현재 오목공원의 이용 밀도와 행태를 해치지 않으면서 디자인 의도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어떻게 도입하고 운영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또한 중앙부 회랑의 건축적·조경적 면모를 살리면서 공사비 규모를 초과하지 않고 다양한 창발적 이용과 주변과의 연결을 유도해내야 할 것이다.
둥그런 능선의 재탄생: 공원의 현 상황을 존중하면서 지침서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려는 노력이 돋보이고, 완성도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다만 공원의 지형과 수목의 변화를 제시한 데 비해 공원이 지닌 상황과 가치에 대한 뚜렷한 주제가 드러나지 않은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오목 유스랩 파크: 연결 공간과 에지 파크 등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공원의 설계 방향이 우수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한 점도 모범적이다. 하지만 공원의 콘셉트가 청소년이라는 특정 계층에 다소 편중된 점이 아쉽다.
오목 파크 리브리지: 공원과 주변 지역의 연결 방법, 강항 조형성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입체 보행 네트워크 시설 하부의 유기적인 연결 방식 역시 참신하다. 다만 지형 변경과 수목 이식이 많은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아이코닉 다이어리: 현재 공원의 상황을 존중하며 지침서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당선작
어반 퍼블릭 라운지Urban Public Lounge
디자인 스튜디오 loci + 스튜디오 ubac
참가작
둥그런 능선의 재탄생
랩디에이치
참가작
오목 유스랩 파크Omok Youth Lab Park
스튜디오일공일
참가작
오목 파크 리브리지Omok Park Re-Bridge
엘피스케이프
참가작
아이코닉 다이어리Iconic Diary
조경그룹이작
주최 양천구 공원녹지과
위치 서울시 양천구 목1동 921번지 일원
지역 지구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목동중심지구), 공원
면적 21,470.4m2
공모 방식 지명초청공모
공모 참가자 명단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최영준(랩디에이치)
김현민(스튜디오일공일)
박경의, 이윤주(엘피스케이프)
양태진(조경그룹이작)
예정 공사비 25억원(제경비 및 부가세 포함)
예정 설계비 1억8천1백만원(부가세 및 손해배상책임 보증증권 포함)
예정 설계 기간 착수일로부터 180일
시상 내역
당선작: 기본 및 실시설계권, 지명 보상비 375만원
참가작: 지명 보상비 375만원
운영위원
오순환(한국조경학회 상임이사, 운영위원장)
김병채(채움조경 대표)
안영애(안스디자인 대표)
서미경(해안건축 수석)
김정임(서로아키텍츠 대표)
김응순(양천구 환경녹지국장)
온수진(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안성진(양천구 미래도시기획단장)
심사위원
성종상(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최원만(신화컨설팅 대표)
박경탁(동심원조경 소장)
김현(단국대학교 교수)
이소진(건축사사무소 리옹 대표)
서영애(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 예비 심사위원)
-
[오목공원 설계공모] 어반 퍼블릭 라운지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승진, 최상민, 오지훈, 고희선
+
스튜디오 ubac
김희정, 정다현, 이주영, 김민주
오목공원의 가치
사람들이 찾지 않는 도시공원은 반쪽짜리 공원이다. 오목공원은 양천구의 다섯 개 근린공원 중 가장 중심부에 있으며, 지하철역과 가깝고 백화점을 비롯한 업무 및 상업 시설에 둘러싸여 있다. 더불어 주변에 목동단지 재건축, 국회대로 공원화, 유수지 부지 복합개발이 예정되어 있어 잠재력이 큰 공간이다. 이제 풍부한 녹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이용자에게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선사하는 공원으로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공원의 변신
30년간 가꿔 온 녹지는 유지하고, 중심부의 선큰 공간과 벽천, 넓은 포장 공간을 쓸모 있는 라운지로 탈바꿈시킨다. 네 개의 면으로 만들어지는 회랑을 중심으로 안쪽은 정원 영역, 바깥쪽은 숲 영역으로 구분된다.
회랑으로 둘러싸인 정원 영역에 회랑 바닥보다 50cm 정도 낮은 잔디 마당을 조성한다. 이로 인해 형성된 단차는 자연스러운 앉음벽이 된다. 평소에는 빈 잔디 마당이지만 특정 기간에는 여러 가지 이벤트를 위한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 또한 비가 오면 일시적으로 빗물을 저류해 다채로운 수경관을 연출하거나 물놀이 공간을 제공한다. 하부 공간에는 빗물 저수조를 설치해 저장된 우수를 공원 관리 용수로 활용한다.
회랑 바깥의 숲 영역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녹지가 있던 자리다. 녹지를 좀 더 풍성한 도시숲으로 만들기 위해 소교목과 대관목, 관목, 초화, 지피 식물을 더해 하부 식생을 강화한다. 식물 서식 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녹지와 이용 공간을 구분하고, 바닥으로부터 살짝 들어 올린 형태의 동선을 조성한다.
숲 속에는 관리동을 신축하고 다목적 코트, 숲 놀이터, 피크닉 정원, 숲 속 교실을 분산 배치한다. 이로써 공원 한가운데 놓인 회랑은 공원의 모든 동선을 연결할 뿐 아니라 모든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 스튜디오 ubac
-
[오목공원 설계공모] 둥그런 능선의 재탄생
참여작
랩디에이치
최영준, 심보원, 최병길, 조재연, 조상은
둥그런 능선과 오목한 광장
오목공원의 둥그런 능선을 품은 나지막한 둔덕과 오목한 중앙부의 광장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땅의 매무새와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이 원형 능선을 평평하고 굴곡진 고리 형상의 광장으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공원의 시작점으로 삼고자 한다.
고리광장이라 명명한 폭 15m의 광장은 안쪽으로는 다양한 규모의 모임과 이벤트를 수용하는 공간을, 바깥으로는 주변 도시와 유기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러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한다.
30년간 공원에서 커온 수목은 보존하거나 적당한 자리로 이식해 가치를 이어가게 하고, 농구장으로 대표되는 오목공원의 청소년 문화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오목공원이 다음 세대를 포용하며 거리 문화, 청소년 문화의 중심 허브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략
무장애의 유려한 땅: 계단을 제외한 모든 동선을 5% 이하의 경사로 정지해 공원 진출입을 자유롭게 한다. 고리광장은 말안장을 닮은 쌍곡포물면 형태로 계획했는데, 들어 올린 곳은 공원의 높은 지대와 건물 파빌리온과 맞닿고 낮은 곳은 공원의 지면과 연결된다. 이로써 사람들은 입체적인 보행 경험을 하며 공간에 따라 개방감과 위요감을 느끼게 되고, 유려하고 조형적인 공원의 입면이 형성된다.
두 가지 유형의 도시숲: 대부분 도시공원의 수림은 교목 수관이 비대해지며 그 하부가 음지화되고 그로 인해 하부 식생이 소멸되곤 한다. 오목공원의 칠엽수림이 그 예다. 이 칠엽수림의 수관 하부를 활동 공간으로 활용한 나무광장형 도시숲과 다층 식재로 보완한 숲정원형 도시숲으로 유형화해 수림대의 활용도를 높이고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꾀한다.
빗물 채집과 레인가든: 둥그런 능선을 품은 분지 같은 지형은 빗물 집수에 최적화된 형태다. 비가 오면 빗물은 고리광장 안쪽 투수면에서 1차 채집, 중앙부의 낮은 샘물정원에서 2차 채집되어 남쪽 경계를 따라 흐르는 레인가든으로 뻗어나간다. 레인가든은 빗물의 지표 유출 현상을 지연시키고 지하로의 자연 침투를 유도한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오목공원 설계공모] 오목 유스랩 파크
참여작
스튜디오일공일
김현민, 이현옥, 이세희, 이슬기, 박이랑, 강재우
프롤로그
오목공원 설계공모에는 지금까지의 공원 설계공모와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일반적인 공원 리노베이션은 ‘과거’에 공원이 조성된 이후 달라진 주변의 도시적·사회적 맥락에 맞게 구조적·시설적·프로그램적으로 ‘현재’의 공원으로 ‘업데이트’시키는 관계적 대응 작업이다. 일반적인 공원은 보편적으로 30년마다 리노베이션이 반복되는 생애 주기를 갖는데, 이번 공모의 가장 난해한 지점은 목동의 변화 속도와 공원의 생애 주기의 불일치에 있다.
목동은 앞으로 다이내믹한 변화가 예상되는 곳이다. 도시적 변화에 공원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해답을 찾아야 했다. 이는 공원의 성격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다.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처럼 주변의 도시 이용자를 위한 ‘도시의 리빙룸 혹은 정원’을 제안할지, 록펠러센터 선큰 광장이나 로테르담 쇼우부르흐플레인(Schouwburgplein)처럼 ‘도시의 마당’을 제안할지. 아마 모든 팀이 맞닥뜨린 고민의 시작점이었을 것이다.
60년 미래와 관계 맺기
계획도시 목동은 도약을 꿈꾸고 있다. 특히 오목공원 주변은 주거 중심의 조용한 마을에서 목동역을 중심으로 확장된 고밀도 도심중심상업지구의 핵심 공간으로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문제는 시점이다. 본격적인 목동 재개발은 지금부터 20~30년이 지나야 윤곽을 드러낼 것이고, 공원의 리노베이션 시점과 다시 겹치게 된다. 목동 주변에 예정된 계획들은 이번 주기의 목동공원에는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설계공모를 오목공원을 포함한 ‘목동 5대 공원’이 미래의 목동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 또 한 번의 리노베이션을 위해 새로운 틀을 준비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작업이라고 이해했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오목공원 설계공모] 오목 파크 리브리지
참여작
엘피스케이프
박경의, 이윤주, 남현경, 양다빈, 김호영, 조대찬, 김다정, 조윤신, 김혜수, 이동향, 박성은
문화 오목교
과거 양천구에는 물줄기가 모이는 오목한 내가 있었다. 그곳에 놓인 오목교는 여러 문화가 오가는 관문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오목교가 놓인 자리 주변으로 다채로운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곳에 다시 한 번 목동의 다양한 문화를 연결하는 오목교를 계획하고자 한다.
문화 오목교에서 문화의 물줄기가 한데 모여 서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뻗어 나가며 오목공원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 문화 공유가 더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목동의 상징 문화 요소를 전시해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중심부에는 목동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오목 태양 광장’과 ‘문화 냇물 브리지’를 조성한다. 목동의 복합 문화를 오롯이 담아낼 새로운 오목공원이 그 자체로 완전한 목동의 중심 공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
목공원의 중심성과 상징성을 회복해 목동의 문화를 담고, 서남권 녹지축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공원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세웠다.
물리적 단절을 극복하고 사람을 잇다
목동 중심축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입체 보행로를 조성하고, 보차혼용도로를 놓아 주변에서의 접근성을 높인다. 더불어 입구를 주변 동선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곳으로 다시 설정하고 사이니지(signage), 진입부 앉음벽 등을 설치해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이 자연스럽게 공원을 향하도록 유도한다. 목동의 문화를 모으고 퍼트리는 문화 냇물 브리지가 공원 전역을 관통하며 도시와의 경계를 흐리고, 물리적 단절을 문화의 확산이라는 비물리적 방식으로 극복한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오목공원 설계공모] 아이코닉 다이어리
참여작
조경그룹이작
양태진, 조혜진, 김창한, 허신형, 윤광일, 김정민, 김근우, 황수지, 이지은, 김기욱, 김혜림, 지윤아, 석주원, 김민호, 이지인
소통의 공원을 향해서
도심의 공원 리모델링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하지만 빈 땅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와 달리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 많았다.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사이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뜻밖에도 대상지는 대대적인 수리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멀쩡했다. 어느 도시공원보다도 붐비고 활기차고 빈틈없이 이용되는 밀도 있는 공원이었다. 따라서 최대한 적게 손대며 고쳐보기로 했다.
기존 공원의 형태와 재료, 구조에서 발견한 값진 것들을 과감히 수용하고, 몇 가지 단순하고 매력적인 장치를 덧대는 작업을 시작했다. 소통이라는 흔하디흔한, 그러나 가장 어려운 목표를 향해 수선 작업을 진행했다.
테라스, 코트형 포장, 꽃밭이라는 세 가지 장치로 소통의 공원을 완성하고자 했다. 첫째, 언덕 위의 높은 테라스 한 쌍을 도시 위에 걸쳐 공원과 손잡게 한다. 둘째, 용도가 모호한 투수콘크리트 포장 광장을 고리처럼 순환하는 활동 마당으로 탈바꿈시킨다. 셋째, 움푹 꺼진 마당에 낭만적인 꽃밭을 들여 밀도 있는 소통을 유도하는 공원의 매개체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공원은 대지를 비롯해 사람들과 수직적·수평적으로 깊이 있는 관계를 맺게 된다. 높이가 다른 층층에서, 확장되는 원의 둘레와 중심에서 만들어지는 소통의 힘을 상상하며 설계를 완성했다.
콘셉트, 작은 공원의 확장성
오목공원은 3층 빌라다. 윗집은 산책, 등산, 커피, 전망 감상을 좋아한다. 아랫집은 조용한 편이고 꽃 가꾸기와 멍 때리기를 즐긴다. 가운뎃집은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 늘 움직이고 놀고 운동하느라 정신이 없다. 2m 높이마다 툭 튀어나온 테라스에서 고개만 삐죽 내밀면 이 이웃들의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즉 테라스는 입체적인 소통의 창구인 셈이다.
빌라는 입체적일 뿐 아니라 동시 발생적이기도 하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채운다. 공간의 단면이 시간의 단면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작은 공간은 이렇게 활용해야 한다. 10평의 공간이 1,000평의 공간처럼 풍부하고 넓어진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