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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식물을 디자인한다?! 식물 디자인의 경향과 원리
  • 에코스케이프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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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식물은 담장을 대신하거나 전체적인 틀을 잡는 등의 기능적 쓰임(건축 재료)으로 사용되었다. 
영국 웨일스의 파우이스 정원(Powis Garden). 벽돌, 블록 등 건축 재료 대신 주목을 이용해 벽을 구성했다.

 

연재를 시작하며

식물 디자인의 세계는 원예, 식물학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식물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며, 식물자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켜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영역을 말한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식물 디자인의 발견’이라는 제목의 연재를 통해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식물 디자인의 영역을 소개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디자인 원리를 찾아가 본다.


조경? 가든 디자인? 식물 디자인

우리나라에서 ‘조경’의 의미는 조금은 혼란스럽다. 우선 일반인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무를 키워 파는 곳에서 쓰는 조경이다. 이곳에서 말하는 조경은 ‘잘 키운 나무를 정원에 심어주는 일’이다. 그런데 디자인 영역에서 말하는 조경은 영어로는 ‘Landscape Architecture’, 우리말로는 ‘경관을 건축하는 일’이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건축하는 사람이 ‘건축가’라면, 지붕이 없는 외부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조경가’다. 그렇다면 요즘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가든 디자인’은 또 뭘까? 가든(정원)이라는 개념부터 정리를 하자면 ‘인간에 의해 울타리가 쳐진 오픈된 공간’ 쯤이 된다. 17세기 전까지는 울타리를친 열린 공간을 ‘정원’이라고 통칭했기 때문에 조경이라는 단어보다는 더 오래되고 포괄적인 의미다. 이곳을 디자인 하는 일이 ‘가든 디자인’이고, 이걸 디자인하는 사람이 ‘가든 디자이너’다.


그렇다면 조경가와 가든 디자이너는 어떻게 다를까? 결론적으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조경가와 가든 디자이너의 차이점을 하는 일에서가 아니라 ‘어떤 땅을 디자인 하는가’로 구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경의 영역은 공공성을 띠고 있는 공간이 주를 이룬다.


한강 둔치변의 산책길이나 공원, 광장, 가로 등을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가든 디자인은 땅의 주인이 좀 더 명확하다. 특별한 주제의 수목원이나 일반 가정집, 상업 공간의 정원처럼 연출하고자 하는 주체와 이용자가 뚜렷한 경우다. 이런 차이점은 일의 진행이나 결과를 매우 달라지게 만든다. 공공성을 띤 공간에서는 디자이너의 주관이나 예술적 해석보다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적 배려와 환경 자체(자연)에 대한 존중이 좀 더 필요하다. 그러나 주체가 뚜렷한 정원의 공간에서는 땅의 주인이나 혹은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취향, 예술 감각의 표현이 훨씬 더 자유롭다.


그렇다면 ‘식물 디자인’은 또 무엇일까? 정원은 건축적인 딱딱한 재료와 식물이라는 부드러운 재료가 디자인적으로 잘 어우러진 공간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식물에 대한 부분이 별도로 빠져나온 셈이다. 즉 식물 디자인은 식물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구성하는 행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식물 디자인은 식물에 대한 매우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이해가 밑바탕이 된다. 자생지와 습성을 이해하고, 식물 자체가 지니고 있는 형태, 색, 질감 등을 이용해 특별한 방식으로 배열하고 혼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조경가, 가든 디자이너, 식물 디자이너는 같은 영역인 듯싶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차이가 있다. 현재는 세 영역이 때로는 하나의 모습으로 통합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각자의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 중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세 가지는 반드시 함께 해야 아름다운 정원 구성이 가능한 없어서는 안 될 상호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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