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자연관과 일본정원
일본인들은 원생자연이라는 것은 본래 거칠고 무질서한 것이기 때문에 아름답지 않은 것으로 본다(이어령, 2012:180). 그러한 까닭에 일본인들은 흠이 많은 원생자연보다는 손을 댄 자연 즉, 인위적 힘을 가해 완전(?)하게 만들어낸 자연을 좋아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자연을 생각하는 태도는 자연을 뜰 안으로 끌어들여 새롭게 만들어내려는 생각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좋아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을 찾아가서 즐기려고 생각한 한국인들과는 달리 일본인들은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려고 생각했다. 일본의 정원 만드는 기법을 소상히 적어놓은『사쿠테이키(作庭記)』를 보면, 서두에 적은 ‘작정의 요지’에서 “여러 지방의 명승들을 생각하고 그 중 가장 흥미로운 풍경을 가져와 정원을 만들라” 즉 “자연풍경(生得の自然)을 회상하여 그것을 토대로 정원을 만들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 이것을 보면, 일본인들은 가장 아름다운 어떤 장면(자연)을 가져와 그것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곧 정원의 가장 중요한 작정기법으로 생각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자연에 대한 태도는 축소지향적 자연관으로 연결된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본인 특유의 자연을 연출하는 태도이다. 이어령은『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일본인들의 축소지향적 사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본디부터 작은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고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축소지향적 사고로 인해서 나타난 하나의 현상이 바로 정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축소지향적 자연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이도쿠지 다이센인(大德寺大仙院)에 만들어놓은 30평밖에 안 되는 석정(石庭)인데, 이 석정에는 3만평도 넘는 대자연의 풍경이 고스란히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자연관은 서구인들의 그것과도 다른데, 서구인들이 자연을 추상화하거나 변형해서 지배하려고 하는 반면, 일본인들은 자연을 축소해서 지배하려고 한다(이어령, 2012: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