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표정 만들기와 주제
조경을 한다는 핑계 삼아, 때론 정원에 대해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시간동안 발품을 팔아가며 여러 곳의 정원 답사에 나름의 열정을 쏟아부었다. 기본적으로는 공원이든 정원이든, 공간에 대한 설계 감각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사례를 직접 둘러보며, 머리에 눈에 또 무엇보다 마음에 좋은 공간감과 디테일을 담아두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특히나 실제 공간을 다루는 조경이나 건축분야는 현장학습을 통해 경험을 쌓아가고, 그러한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설계 언어를 습득해 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정원에 대한 계획과 설계 역시 다르지 않아서, ‘知則爲眞看’ 즉 ‘아는 만큼 보인다’는 확신을 갖게 되어, 어느 때부터인가 정원 공부에 대한 열정은 여행을 좋아하는 나의 취미와 더불어 한층 더 만개하게 되었다.
흔히들 정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정원에는 완성이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정원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성장하고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며, 또 그러한 시간에 따른 변화에 정원의 또 다른 매력이 담겨 있어서 일 것이다.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려고 하는 ‘쇼몽 가든 페스티벌’의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다. 더구나 쇼몽 가든 페스티벌은 매년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는 특성 때문에, 여기서 다루는 정원들은 직접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쇼몽에 출품된 정원들에 담겨있는 정원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사고와 그것을 연출하기 위한 방법론들은 공간적 제약과 시간적 한계를 초월하여, 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이란 판단하에 쇼몽 가든 페스티발을 주제로 하여 별스러운 정원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름답고 감성적이며 멋있는 정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용기 있게 구체화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정원을 소개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