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재생시키는 사람들, 조경인에게 바랍니다
서울숲을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시민단체가 만든 공익재단으로서 서울숲 조성·운영과정에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점이 많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고, 얻은 것도 참 많습니다. 서울숲이 도시숲과 공원에 대한 전부는 아니겠지만, 제가 겪은 몇 가지 교훈과 꿈에 대해서 얘기 해보고자 합니다.
조경인의 가치
먼저 조경인들은 도시를 재생시키는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도시가 대응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근원적인 방법이 도시에 숲과 공원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도시의 숲과 공원은 사람을 재생(refresh)시키는 역할도 하지요. 서울숲을 관찰해보면 이른 새벽에는 나이 지긋한 여성분들이 공원을 지배합니다. 걷고 뛰는 사람들로 서울숲의 트랙이 꽉 찰 정도지요. 오전 7시가 조금 넘으면 이분들이 밥하러, 출근하러 퇴장합니다. 그리고 10시가 되면 유치원아이들로 공원이 북적대기 시작하죠. 거인의 숲이 연상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퇴장하면 오후 3시쯤 되면 자전거를 탄 중학생들의 에너지가 공원을 들썩이게 합니다. 해가지고 나면 연인들이 짝을 지어 찾아옵니다. 주말이 되면 흩어졌던 이들이 모두 모여 가족 나들이를 합니다.
이런 공간을 디자인하고,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바로 조경인이 아니겠습니까? 도시를 물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재생시키는 우리 시대의 영웅들이죠.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러한 조경인의 가치를 몰라주죠. 그렇다고 한탄할 문제가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스스로 그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조경사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토목, 건축사업의 마지막 뒤처리를 하는 마무리 투수 정도라고 할까요?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은 조경과 도시숲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는 조경인이 도시계획과 각종 개발사업에서 제 목소리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사회적 공공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 필요
그러나 사회가 알아서 조경인의 가치를 높여주지는 않습니다. 조경인의 스스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도시숲과 공원의 중요성을 부르짖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전문성을 사회봉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교숲 운동이나, 10만녹색지붕 운동, 서울그린트러스트 운동과 같은 시민운동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사업에 불과한 컨텐츠에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서, 많은 시민이 그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댓글(0)
최근순
추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