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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조경시설물의 분류와 설계/시공시 고려사항

1. 주어진 부지조건을 그대로 따라 설계·시공할 것
흔히 우리나라 전통조경의 특징을 ‘자연스러움’으로 설명한다. 그러면 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보여지는것일까? 이 말에 대한 해답을 비록 중국 명(明)나라 사람의 저술이지만 계성(計成)이 쓴 ‘원야(園冶)’에 ‘인지제의(因地制宜)’와 ‘수유인작완자천개(雖有人作宛作天開)’에서 찾을 수 있다. 주어진 부지조건이나 환경조건에 그대로 따르니(因地制宜) 지형을 인위적으로과도하게 조작하지 않아도 되고, 사용되는 재료의 선택과 조형되는 시설의 형태도 부지의 조건에 따라 선택되고 보니, 비록 사람이 만들었지만 완연히 하늘(자연)이 만든 것(雖有人作宛作天開)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대상지의 환경조건을 그대로 이용하는 원리는 환경을 바라보는‘환경관(環境觀)’, 부지와 시설물의 형태를 결정하는 ‘공간조형(空間造形)’,..그리고 한 시설물의 재료의 선택이나 마감(材料와 磨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수경시설인 연못의 위치선정과 규모를 결정하게 되는 하나의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에 연못의 위치를 정하는 문제는 오늘날처럼 물을 기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이나 시설이 없었기때문에 보다 면밀하게 부지조건을 읽어내야만 가능했다. 그러므로 연못을 만들 때 물을 어디서 끌고 올 것인가 하는 수원(水源)과 수량(水糧), 연못으로부터 나가는 물을 어디로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주변의 부지조건이 결국에는 연못의 위치와 규모를 결정짓게 되는 주요한 요건이 된다.

2. 조성되는 공간에 사용되는 시설의 종류와 위계를 구분하여 사용할 것
모든 문화재 조경시설의 설계·시공시 고려해야할 기본적인 고려사항은 복원 및 정비, 재현되는 시설의 공간 상의 위치와 사용되는 공간의 위계(다른 말로는 격-格)를 헤아려 보기를 요구한다. 오늘날 흔히 전통정원을 조성할 때 가장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석등(石燈)이다. 그러나 전통공간 속에서 사용된 석등은 원래 사찰의 뜰에만 설치되었고, 조선시대에 들어 석등에서 유래한 장명등(長明燈)이 왕릉의 봉분 앞에 설치되는 석물의 하나로 나타나게 된다. 기타 나머지의 궁궐, 관아, 서원·향교 심지어 일반 사대부의 주택 어디에서도 우리가 오늘날 생각하는 조명시설인 석등은 설치된 예가 없다.
이러한 하나의 단적인 예를 통하여 전통 설계·시공자는 과거의 전통공간은 봉건적 사회이고 사용자의 신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의 종류나 규모에 제약이 있는 신분제 사회였다는 것을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미 삼국사기 옥사조(三國史記卷33, 志第二, 屋舍條)에서는 신분에 따라(眞骨, 六頭品, 五頭品, 四頭品之百姓)담장의 높이가 제한되었고, 담장에 칠하는 석회(石灰)는 왕만이사용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있어서도 신분에 따라 주택의 칸수, 능묘(陵墓)에 설치되는 상설(象設 묘지에설치되는 석물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의 종류, 단청의 사용, 사용되는 석재의 마감과 크기까지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재조경설계·시공 시에는 복원 및 정비되는 공간의 성격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설치될 수 있는 조경시설물의 종류와 재료, 마감방법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3. 조성되는 공간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직역(直譯)도 의역(意譯)도 가능
전통조경의 포괄적인 개념 속에는 문화재 조경과 더불어 현대공간 속에 재현되는 전통조경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설계와 시공되는 대상이 이 양자의 분류중 어디에 속하는가에 따라조경시설물의 설계·시공시 직역도 의역도 가능할 것이다.
문화재 관리의 근간은 원형 보전(原型保全),  복원(復元), 정비에있다...보전은 소중한 문화재가 원래의 상태 그대로 오래도록 유지되게 하기 위한 것이고, 복원은 소실되거나 훼손된 문화재를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것이며, 정비는 문화재와 그 주변환경을 유지관리나 활용적 측면에서 보다 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4. 전통공간에 내재된 환경친화적 가치를 인식
앞서의 ‘자연스러움’을 노장철학의 시각으로 풀자면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다. 자연에 순응한다는 것은 오늘날 환경생태학에서 말하는 '자연친화적’, ‘환경친화적’개념과도 연결된다.
즉, 자연스러움 → 자연에 순응 → 자연친화적·환경친화적의 연결고리의 관계를 보인다. 따라서 전통조경의 특징은 자연스러움이자 자연친화적·환경친화적인 것이다.
최근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사업의 긍정적 효과에 동의하면서도 생태적 측면에서 못내 아쉬움을 피력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것 같다. 조경 문화재의 복원이란 단순히 시설물이나 형태를 원래의 것으로 돌려놓자는 것을 넘어서 문화재가 지닌 역사적·문화적·환경적 가치까지도 복원하는 것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키워드 : 전통조경, 시설물, 전통조경시설물, 설계. 시공고려사항, 시공
※ 페이지 : 58 ~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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