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나,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 허허벌판 현장에서의 기억들, 점심시간 현장작업자분들과 부딪치는 쓴 소주 한 잔, 그렇게 그런 현장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지하철안에서 문득 차창에 비친 꼬질꼬질한 나의 모습. 먼지 가득 배어 있는 외투, 흙먼지 가득묻은 운동화……. 피식 웃음이 난다. 사무실에 들어와 한숨 돌리고 자리에 앉아 캐드화일을 연다. 현장을 다녀온 뒤에는, 조금이라도 잊을세라 현장을 떠올리며 어김없이 책상에 앉아 도면에 손을 댄다.
아직까지도 도면에서 나무 하나를 옮길때에도 손이 떨리곤 한다.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처음 마음 그대로 처음 다짐 그대로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내가 처음 조경을 접했을 때의 그 첫 느낌.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 보다도 더 깊고 깊은 조경을 향한 나의 마음. 누가 알아주길 바라지 않는다. 내가 좋고 만족하면 그만이기에…….
하지만 조경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우리 세대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조경의 열악한 근무조건, 저임금 등을 핑계로 조경을 떠나는 게 현실이다. 다 된 밥을 자기 앞에 가져다 주기만을 바라는 그들. 조경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자격이 없기에, 떠난다고 하면 어서가라 부추기고 싶다.
조경이 토목과 건축의 밑에 있네 없네, 돈이 적네 많네, 일이 고되네 마네……. 그건 우리가 좀 더 노력하고 기반을 갖춰 놓았을 때에 따져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보아야 깨닫고 현실을 일궈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지금처럼 난 달리고 또 달리려 한다. 아직은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닌 듯하다.
뒤를 돌아보는 것은 후회할 일이 많은 자의 몫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를 위한 지금 이 순간의 채찍질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힘들어도 난 또 그렇게 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
※ 키워드 : 현장, 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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