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학 ([email protected])
이탄 습지와 메탄
이탄 습지는 탄소 저장소이면서 한편으로 메탄(CH4) 등의 탄소 발생원이기도 하다. 자연 상태의 이탄 습지는 주요한 탄소 저장고로서 습지 내에 탄소를 저장하여 격리시킴으로서 기후변화를 저감하는 데 기여한다. 그런데 식생벌채나 농업적 이용을 위한 배수 등 인위적 원인에 의해 상당수의 이탄 습지들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 원인으로 바뀌게 된다.
이탄 습지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주원인은 농업적 이용을 위한 관개 배수, 식생 제거 및 이탄층 채취 등이다. 그결과 이탄층과 지하수 등에 저장되었던 탄소가 급격히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이산화탄소 또는 메탄 형태로 배출된다. 나아가 식생 제거로 인한 온도 증가는 이탄층으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속도를 증가시킨다.
이탄층에서 발생되는 화재도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이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로는 이산화탄소 외에 메탄가스가 있다. IPCC 등의 연구에 의하면 이탄층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량은 CO2 또는 N2O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대로 기후변화의 결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 및 냉한대 기후대의 이탄층이 융해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방출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습지는 지구상 메탄 발생량의 약 23%를 차지하는 주요 배출원이며 이는 논이나 가축 등 다른 유형의 배출원에 비해 높은 편이다.
IUCN 보고서에 의하면, 논습지를 포함한 습지에서의 메탄 방출량은 전체 메탄 방출량의 4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탄소 순환의 관점에서 볼 때 습지는 이산화탄소의 주요 저장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메탄의 발생원이므로 메탄을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산림이나 기타 생태계에서는 주로 지상부에 탄소를 저장하게 되지만 이탄 습지의 경우 토양층에 저장하므로 이탄층 등 토양층을 훼손시키는 경우 온실가스 저감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탄층에서는 식물체 등의 유기체 분해 속도가 매우 늦기 때문에 토양 내 탄소 저장이 매우 뛰어나다. 더구나 이탄층에는 90%의 수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분해 속도는 더욱 지체되고 장기적으로 다량의 탄소가 축적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 결과 탄소 성분이 많은 조건은 혐기성 환경이 되며 이때메탄이 발생하게 된다. 메탄은 발생 과정에서 탄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하게 되고 유기물을 분해하고 폐기물로써 메탄을 방출하게 된다.
이산화탄소는 생물의 호흡과 토양 중 유기탄소가 무기화되는 과정에서 발생되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메탄은 침윤된 이탄층에서부터 가스가 분출되면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거나 식물 뿌리 조직을 통해 방출된다.
지난 글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훼손되지 않은 이탄 습지의 경우 순탄소수지는 배출보다는 저장이 훨씬 많게 되며, 훼손된 습지는 메탄은 물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탄 습지 복원을 통해 탄소수지를 자연 상태에 가깝도록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기후변화의 해답, 캐나다의 이탄 습지 보전 및 복원’(본지 2014년 여름호)에 소개하였으며,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 자연 습지와 복원습지, 훼손된 습지의 이산화탄소 및 메탄 저장 및 배출량과 탄소수지를 표현한 다음 그림을 다시 소개한다(그림3).
구본학은 1959년 대전 생으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계획, 설계, 시공, 관리, 기술 개발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였고, 혜천대학을 거쳐 현재는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환경생태, 생태복원 분야에서 설계·시공과 관련된 공학적 이론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 규모의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생태문화포럼’을 주관하고 있다. 습지와 생태 문화를 사랑하는 동료들과 함께 해외 중요 생태 문화 자원을 다수 탐방하였으며, 『습지생태학』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