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요즘 세계가 위태로운 모습이다. 테러의 위협과 난민 문제로 어지럽고, 국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엔 국정교과서로 국론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혼란함 속에서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다.특히 연예인은 쉬운 사냥감이다. 근거 없는 말에 살이 붙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하루아침에 인기 연예인이 마녀로 전락하기도 한다. 얼마 전엔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아이유가 이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마녀사냥은 15~17세기 기독교 권력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교도를 박해하는 지배 수단으로 시작됐다. 이는 전쟁, 경제악화, 기근,페스트 등 연속된 불행에 납득할 만한 변명을 찾아내기 위한 수단이 되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녀사냥은 사회가 위태로울 때 나타난다. 사회가 병들었을 때 그 원인을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희생양을 통해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되는 것이다.
조경 자격 확대로 조경계도 시끌시끌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조경기술자 인정 범위에 산림 관련 자격증을 무차별적으로 포함한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 제정을 행정예고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돼 있다.여기에 LH 리츠 사업 통합발주 건과 하자 판정 기준 강화까지 합세해 조경의 목을 죈다.
SNS가 발달해서인지 조경이 언제 이렇게 뜨거웠나 싶게 많은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논쟁은 ‘책임 추궁’과 ‘해결 요구’ 두 가지로 귀결된다. 이러한 논란들의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만 대부분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를 따져 묻는 분위기다.
한편에선 누군가, 무언가 해주길 바라는 요구 사항이 가득하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거나 나아지는 일은 없는데, 조경은 너무도 당연하게 무언가 주어질 것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달려야 그나마 제자리걸음인 시대다.
지난 10월 조경 단체 관계자들은 조경 자격 확대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었다.그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한국조경학회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학회가 나서지 않으니 뭉치지 못하는 듯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해왔다. 범조경적 해법을 모색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지난 11월 25일 드디어 조경 관련 11개 단체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모인 단체 관계자들은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입장을 털어놨다.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일단 연합회 성격의 범조경 단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마련했다. 실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입장의 단체들이 중지를 모은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하지만 말로만 끝나선 곤란하다. 부디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