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준 ([email protected])
브리즈번 풍경읽기
화사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는 브리즈번은 호주의 대표적인 국제도시이자 ‘여왕의 땅’퀸즐랜드Queensland의 주도이다. 1821년부터 1825년까지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였던 토마스 브리즈번경의 이름에서 명명된 이 도시는 범죄자 식민지 지정으로 정착민이 증가하면서 태동된 역사를 품고 있다. 도시는 크게 중심업무지구와 포티튜드 밸리Fortitude Valley, 페트리 테라스Petrie Terrace, 밀턴Milton, 사우스 브리즈번South Brisbane으로 구분된다. 시의 중심지로 들어서면 고층 건물의 스카이라인과 함께 강물이 그려내는 시원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대다수의 도시 성장 과정이 그래왔듯, 도시를 굽어 흐르는 브리즈번 강Brisbane River 역시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처럼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했으며 지금도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도시 면적은 서울의 10배(5904.8km2)에 달하나 인구는 약 1/5 정도로 정주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지녔다. 브리즈번은 호주 내에서도 생태적으로 우수한 환경을 갖춰 언제나 살기 좋은 도시에 우선순위로 등장한다. 또한 한겨울에도 태닝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연중 온화한 기후 덕분에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언제나 활기 넘치고 도시를 거니는 내내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브리즈번 산책 하나.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South Bank Parkland
호주의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넓은 면적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공원과 노천카페가 브리즈번 도시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공원들을 거닐다보면 너른 잔디에 누워 독서하는 사람부터 삼삼오오 무리지어 공놀이하는 사람과 가족 단위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브리즈번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고 즐겨 찾는 곳이 바로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다.
유려한 선각이 일품인 빅토리아 교Victoria Bridge를 지나 런던아이를 연상시키는 대관람차와 울울창창한 녹음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은 과거 터벌Turrbal과 유게라Yuggera민족의 터전에 유럽인들이 정착하면서 주거 지역이 형성됐다. 그리고 1842년 시가 자유 정착지로 개방되면서 브리즈번 강 남쪽 기슭 일대는 수상교통의 중심지로서 상업지역을 형성했으며, 브리즈번의 문화와 교역 활동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하지만 1893년에 발생한 대홍수로 인해 상업시설이 지금의 중심업무지구로 이동함에 따라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낙후된 사우스 뱅크를 재생시키기 위해 주 정부는 시드니, 멜버른과 함께 호주 균형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리버사이드 엑스포88Riverside Expo 88을 개최했다. 6개월간의 국제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옛 종합레저시설지에 ‘비 수익형 공원’으로 조성해 존치했다.
지난 1992년에 개장된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는 일반적인 공원보다 넓고 복합적인 의미의 공원 형태를 띠고 있다. 인공 해수욕장을 비롯해 열대우림 보호구역, 야생보호구역, 나비 서식지, 어린이 놀이시설, 피크닉 지역 등 다양한 시설뿐만 아니라 해마다 수백 여 개의 공연이 펼쳐지는 선코프 피아자Suncorp Piazza와 다목적마당이 배치돼 있다. 또한 파크랜드 주변으로 퀸즐랜드 문화센터Queensland Art Gallery와 공연예술센터The 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 현대미술관The Queensland Gallery of Modern Art 등 다양한 복합문화시설과 긴밀하게 연계돼 브리즈번의 문화와 예술 중심지 역할을 수행한다.
윤호준은 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과 『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지난 2012년에 출간한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 현재 『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