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당
호안의 처리
우리나라 사찰에 조영된 지당의 호안은 자연석을 사용해서 축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정림사지의 지당이나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인 미륵사지 지당의 경우에는 흙을 다져서 만든 호안이 나타나고 있어 고대에는 자연석을 사용하지 않은 호안조성기법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연석을 사용하되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쌓아올렸는가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불국사의 구품연지가 큰 돌을 자연스럽게 놓아서 만든 호안형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려시대 이후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사찰의 지당은 대체적으로 자연석을 쌓기에 알맞게 다듬어 직각에 가깝게 쌓아올리는 첩석방식이 보편적인 축석기법이었다. 이것을 보면 지당의 축석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사찰에 남아있는 지당 가운데 원형을 가진 지당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원형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검토 없이 수리공사가 이루어지는 바람에 지당의 형식이나 규모가 달라진 사례가 많다. 특히 호안석축의 경우에는 변형의 정도가 심한데, 변형의 유형을 보면 석축에 사용한 재료를 바꾼 경우, 축석방식을 바꾼 경우, 석축 상부마감재를 바꾼 경우 등 매우 다양하다.
더구나 오래된 못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문화재 보존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등사 원도방지의 경우가 그러한 예인데, 몇 년 전 약사전 마당을 넓히기 위하여 석단을 앞으로 내밀어 쌓으면서 못을 메워 아예 못의 존재를 훼멸하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는 선암사 일주문 옆 곡지의 경우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이 경우는 상·하지 2개로 된 못을 하나로 합하여 원형을 훼손시킨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지금까지 사찰에 조성된 못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