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ON NORTH Golf Club / Pinnacle course
올 여름 지겹도록 울상이던 하늘이 활짝 개었다. 오랫동안 숨어 있던 하늘은 더욱 깊어지고, 더욱 싱그러워졌다. 높은 가을 하늘을 제대로 만끽하기에는 골프장만 한 곳이 없겠다. 마음은 벌써 긴 장마로 눅눅해져 있을 클럽을 챙겨 필드로 달려간다.
황량하고 거친 사막에 마치 초록빛 양탄자를 펼쳐 놓은 듯하다. 지형 그대로의 굴곡을 골프 코스에서 고스란히 담아 내어 깨끗한 잔디 면이 너울대며 춤을 춘다. 더없이 깔끔한 플레이지역을 벗어나면 바로 신비로움을 간직한 태고의 사막과 마주하게 되는 곳, 애리조나 사막에 고스란히 녹아 든 TROON NORTH Golf Club으로 안내한다.
‘Pure. Desert. Classic’이라는 슬로건을 내 건 이곳에는 최고의 설계가 탐 웨이스콥(Tom Weiskopf)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한 두 개의 골프 코스가 있다. 뾰족한 돌산을 배경으로 한 피나클(pinnacle) 코스와 코스 군데군데 자리 잡은 거대한 암석(모뉴먼트)이 특징인 모뉴먼트(monument) 코스인데, 둘 모두 일찌감치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렸으며, 애리조나 no.1 코스로 ‘애리조나 스타일’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다. 클럽하우스를 나서면 거대한 바위덩이들이 코스로 안내한다.
코스에 들어서면 ‘아! 이것이 애리조나 스타일이구나’하며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친 돌무덤과 어우러진 낮은 덤불숲 위로 드문드문 멀대처럼 솟은 키 큰 선인장이 애리조나 사막 그림이다. 그 그림 위로 매끈하게 자리 잡은 초록색 코스는 더없이 아름답다. 첫 홀은 좌로, 다음 홀은 똑바로, 그 다음은 우로, 때론 두 개의 페어웨이가 있어 좌우 공략이 가능한 다양한 루트를 형성하며, 때론 길고, 때론 짧고, 때론 아주 길고(#3홀 468yards, Par.4, #14홀 609yards, Par.5), 때론 아주 짧아서(#15홀 371yards, Par.4, #11홀 539yards, Par.5) 난이도의 강약도 뚜렷한 코스이다. 설계자의 오랜 선수 생활 경험이 코스에 녹아들어 있다.
#1홀(392y, Par.4)부터 피나클 코스의 시그네쳐 홀이다. 홀을 관통하는 사막 너머에 자리한 그린은 다양한 크기의 바위와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답다. 좁은 페어웨이(#2홀)에서 플레이 한 후 가장 넓은 페어웨이를 가진 #3홀(468y, Par.4)에 들어서면 넓다 못해 광활하게 느껴진다. 두 개의 페어웨이를 가진 #5홀도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Par.3홀(#6홀)에 취하기도 하지만, 최고의 홀 #10홀(407y, Par.4)에 들어서면 숨이 멎는다. 그린 뒤로 뾰족한 암산이 랜드마크를 형성하고, 무수히 많은 대형 벙커가 사막과 어우러져 푸른 페어웨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아마 최고의 경관을 만들어낸 이 홀 때문에 피나클 코스로 이름 지어졌으리라.
건천을 따라 좁게 자리한 그린이 특징인 #11홀(539y, Par.5)은 사막 지형 특유의 건천을 가장 잘 활용했으며, 높은 암산을 끼고 도는 #14홀도 인상적이고, 가장 짧은 #15홀에서는 버디에 대한 기대로 흥분되기도 하지만, #16홀(140y, Par.3)에 들어서면 또 한 번 숨이 멎는다.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만난다. 서로 대조되는 거친 사막과 고요한 수면이 만나 묘한 조화를 이루고, 그 위에 그린이 살짝 자리했다.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려한 배려가 아닐까.
희소식이 들린다. 바로 ‘애리조나 스타일’을 탄생시킨 장본인, 탐 웨이스콥(Tom Weiskopf)이 9월에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다. 경춘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한 ‘산요수 웰리스카운티’에 그의 시그네쳐(Signature) 코스를 구현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하니, 애리조나 스타일의 코스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트룬 노스’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기대된다.
위치 _ 10320 East Dynamite Boulevard, Scottsdale, Arizona 85262, U.S
규모 _ Golf course 36holes(Pinnacle course 7,025yards, Par.71 / Monument course 7,070yards, Par.72)
설계 _ Tom Weiskop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