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인간은 끊임없이 바닥을 딛고 일어나고 걸어다닌다. 이처럼 바닥은 인간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닥은 인간의 활동이 일어나는 평평한 기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방바닥, 구조물의 평탄한 부위, 보도 등 모두 바닥의 범주에 포함이 된다. 특히 외부공간에서 포장면은 보행자나 자전거, 자동차가 다니는 훌륭한 기반이 된다. 이것은 지표면을 튼튼하게 하고 먼지를 제거하며, 배수를 원활하게 하여 사람들의 이동과 생활에 많은 편익을 가져다 주게 된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몸을 바닥에 의지하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가를 생각해보면 바닥의 중요성을 잘 알 수있다. 조경가들은 과거 바닥을 포장으로 인식하는 2차원적 사고에서 벗어나 바닥을 만드는 것이 단순히 그것 자체로서가 아니라 벽과
함께 3차원 공간, 더 나아가 시간이 개입된 4차원적인 요소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능적이고 형식미적 측면만이 아니라 바닥을 다양한 의미의 전달매체로서 가능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고는 조경가에게 좀더 자유로운 사고와 넓은 활동의 영역을 찾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표면 : 지구를 덮고 있는 표면은 바다, 푸른 초원, 호수, 넓은 경작지, 넓은 모래밭, 눈 덮인 평원, 정원의 뜰 등과 같이 다양한 요소에 의해 구성이 되어 있다. 아마도 이것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의 근원은 중력의 힘이며, 이 힘에 의해 만들어진 표면은 자연과 평형 상태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균형적인 힘에 의해 안정화된 생태계는 미학적 측면에서 큰 감흥을 주기도 한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곡류천과 초지의 모습이나 캘리포니아 해변의 지표면의 모습은 자연에서 나타는 아름다운 사례이기도 하다.
-바닥에 나타난 우리의 문화: 여기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문화적 요소로서 바닥의 역할이다. 바닥을 만들면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그곳의 장소성과 대지의 성질, 기후와 역사를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색이나 질감에만 의존하여 표피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개념 없는 분바르기에 불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피부는 색이 있고 결이 있으며, 그 피부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삶의 고단한 여정이 배어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르네상스시대의 산마르코 광장, 로마나 피렌체와 같은 유럽의 도시들의 골목길 포장은 미적 아름다움과 문화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좀 더 상징적인 사례로 일본의 정원양식인 고산수 정원에서는 물 대신 하얀 모래를 이용하여 바다를 나타내고 정원석은 섬을 의미하는 요소로서 정원의 평탄한 바닥을 선(禪)의 세계를 구현하려는 배경으로 사용하였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문화적 유물이 많은데 재미있는 사례로 전통적인 징검돌 놓기를 사례로
들 수 있다. 민속예술가인 석운 윤병하 선생1)은 징검돌이 그냥 보기에는 평평한 돌을 무작위로 배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우리의 발걸음과 장단이 어울려 만들어낸 미학이 배어있다고 하였다. 오늘날과 같이 바닥을 덮는 것이 아니라 징검돌을 발걸음에 맞추어 하나씩 조심스레 놓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인간 친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징검돌을 놓을 때 하였던 일을 되돌려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경남 함안에 있는 조선시대 성리학자 일두 정여창 생가의 입구에 깔린 호박돌 포장을 들 수 있다. 당시 주인의 도착을 알리는 말발굽소리가 효과적으로 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호박돌을 깔아 놓았다. 좀 더 권위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경복궁 근정전 앞에는 포장의 단 차이를 주어 위계를 부여한 박석포장이 있다. 이러한 방법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궁궐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던 방법이었다. 아쉽게도 우리의 이러한 문화적 코드는 현대에 들어와서 콘크리트 블록, 투수콘, 석재타일 등의 포장재에 의해 덮이고 말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형고압블럭(I.L.P : Interlocking Pavement)이라 불리는 식상한 포장방법을 살펴보자. 1980년대 초반에 국내에 도 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성, 경제성, 기능성, 내구성이 좋다는 이유로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이 재료가 우선적으로 사용되었다. 이것을 개발했던 외국에서도 그 효과를 모르지 않았겠지만 왜 유난스럽게 우리에게만 널리 사용된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키워드: 바닥, 자연표면, 알렌 자루바, 세크라멘토의 선큰 광장
※ 페이지:6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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