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 ([email protected])
단순 녹화를 넘어 생태 자체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다
인류는 문명 발전의 명목으로 수많은 숲을 훼손하였으며 그 결과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상 현상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숲이 파괴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들이 사라지고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국토를 개발할 때마다 자연의 부분적 훼손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훼손된 자연을 방치하지 않고 가급적 원래의 상태에 가깝게 되돌려 놓는 것은 어쩌면 자연에 대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위한 도로 확장 및 건설, 각종 단지 개발 등과 같은 인프라 구축의 영향으로 자연 훼손이 심각한 수준에 있으며, 이로 인하여 훼손 비탈면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훼손 비탈면은 자연 재생이 어렵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침식 및 붕괴 현상이 일어나 다량의 토사가 유실되고 자연 생태적인 모습이 사라지며 불량한 경관이 연출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훼손 비탈면의 침식을 방지하고 안전성 및 경관성을 회복하기 위해 비탈면을 녹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태적 기술이 미흡했던 과거 비탈면 녹화는 대부분 토목적 기법을 중시한 구조적 안정화에 중점을 두거나 한지형 잔디 위주의 식재로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러운 경관 창출이나 생태적인 비탈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각종 식물이 서식하던 훼손된 비탈면을 인공 구조물로 피복한 결과, 식생 도입이 어렵고 동식물 서식처가 상실되는 등 생태적 기능을 잃어 가고 있었다.
훼손 비탈면의 성공적인 식생 피복은 토양의 높은 보습력 유지와 유실 방지에 좌우되나, 이를 해결하지 못해 비탈면 녹화 품질에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비탈면 유실 방지를 위해 식생 기반재를 사용하다 보면 토양 경도가 적정 범위를 벗어나 매우 단단해져 토양 입단화가 형성되지 않고, 시멘트 구조가 되면 식물 발아가 늦어진다. 이를 위해 식생 기반재의 토양 경도를 무분별하게 낮출 경우에는 강우로 인한 토사 유실이 발생한다. 두번째로 비탈면에서 파종 종자가 발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분이 필요한데, 식생 기반재의 토양수분력이 부족해 파종 종자의 발아력 및 발아세가 늦어짐에 따라 녹화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특히, 비탈면의 생태적 복원이 이루어지려면 자생초·목본류에 의해 녹화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식물들은 도입종보다 발아세가 늦어 수분 보습력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발아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식생 기반재의 보습력 유지와 유실방지를 해결하면 녹화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최근에는 훼손지 복원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탈면 녹화에 있어서도 단순 녹화를 넘어 생태적 녹화를 위한 연구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탈면의 토양 유실 방지 및 보습력 증진에 관한 연구가 미흡한 실정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보고자 본 기술을 연구하게 되었다.
인공 토양 보습력과 유실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매년 패밀리 기업(협력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기술혁신 역량 제고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외부 공모를 통해 패밀리 기업 중 유망 업체를 선별하여 연간 5천만 원의 R&D 비용을 지원한다.
2013년 해당 업체로 선정된 산수조경건설과는 기존 식생 피복의 사례 조사와 문제점 평가를 통해 유실 방지 토양 입단 형성 기술, 토양 보습력 증진기술, 상용화 녹화 기술 확보를 목표로 1년간 연구하여 기술을 확보했다.
김재환은 1977년 태어나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쳤다.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충남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에서 강의했으며, 현재는 산수조경건설 부설 녹색생태복원기술연구소 연구소장이자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또 고양시와 논산시의 생태조경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훼손지 복원, 비탈면 녹화 등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 실적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