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수영 ([email protected])
공원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다. 화려한 꽃과 나무를 감상하던 공원에서 인라인과 자전거를 타면서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는 등 이용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원이 늘고 있다. 회색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일색인 우리나라 도시에서 공원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휴식과 레저에 대한 요구를 모두 담아내는 공간으로 압축되어 만들어진다. 반면 이용자의 요구와는 별도로 국가적 필요에 따라 공원이 조성되기도 하는데, 바로 재해 방지 기능 공원이 그것이다. 지진과 해일 등 대규모 자연 재해가 많은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재해 방지 공원을 예전부터 만들어 왔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재해, 특히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공원이 조성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 서울에 내린 집중호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고 광화문 일대가 침수된 것은 시민들은 물론 도시를 만들고 관리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와 아픔으로 남은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도시 내외의 하천 범람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오던 도시 홍수에 대한 대책이, 도시 내 분산식 시설 조성을 통해 도시 방재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여러분야에서 도시 내 저류 공간 설치를 통해 도시 물순환 기능을 회복하고 도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많은 기술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정책과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2013년 국토교통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의 학술 연구1를 통해 도시공원과 같은 도시 내 녹색 공간에 재해 예방 기능을 추가한 ‘재해 저감형저류공원(이하 저류공원)’을 제안했다. 새로 제시된 ‘저류공원’은 도시공원과 저류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복합 지정한 것으로, 도시민의 일상적인 이용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유사시 재해 저감 기능을 수행하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한편 이와 유사한 개념을 소방방재청등에서도 제시하고 있다.
저류공원이란?
국토교통부의 재해 저감형 저류공원은 도시 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 도시공원, 녹지 등을 적극 활용하는, 즉 녹색 공간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공원의 유형이다. 여기에는 공공이 관리 운영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빗물 관리를 수행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공원의 전제 조건은 평상시엔 생활 복지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휴식 및 레저 공간을 제공하며 지역사회의 중심지로 운영되다가, 집중호우 등 유사시 빗물을 저류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집이나 마을 전체가 잠기는 등의 대형 재해를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재해 대비시설’이라기보다는, 거주민들의 발목까지 잠기는 소규모의 잦은 침수를 대비하기 위한 공원이다.
따라서 대형 재해가 일어나는 지역에 설치하는 지하 저류시설을 지양하고, 그보다 발생 빈도가 높은 소규모 침수에 대처하며 도시 물순환 기능 회복을 도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요약하면, LIDLowImpact Development 개념을 바탕으로 ‘도시 물순환 건전성 회복’과 ‘도시 홍수 방지’라는 두 가지 성격을 띤 저류시설을 공원에 설치하는 것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시하는 저류공원이다.
현재 재해 저감형 저류공원은 법적 용어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원 유형 중 저류시설과 같이 방재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공원을 살펴보면, 하천과 호수에 인접하여 친수 공간이 되는 수변공원, 운동시설이 설치된 체육공원을 꼽을 수 있다.
문수영은 1977년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조경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친환경 건축 및 도시 조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재해저감형 저류공원 가이드북』 연구를 총괄했다. 역서로 『조경표현기법』이 있으며, 공저로 『현대 경관을 보는 열두 가지 시선』등이 있다.